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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32화 (13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32화

청담동, 최갑수의 연금술사 공방.

몽마 릴리아가 말했다.

"대표님, 미셸장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또?"

"모실까요?"

"아니, 이미 올라왔군."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참고로 이 엘리베이터는 과학문물이 아니라 시스템 아티팩트였다.

정식명칭은 차원 이동관문이라 불리는 것으로 이곳은 최갑수가 구현한 새로운 세상.

즉, 미디어룸이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독자적인 공간.

요즘 최갑수는 이곳에서 넷플러스와 김철수 방송을 즐겼다.

최갑수가 인상을 찡그리고서 말했다.

"부쩍 내 미디어룸을 자주 찾는군."

"여기만큼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없잖아요. 도대체 취미에 얼마를 바른 거죠?"

"입장료를 받든지 해야지 원."

미셸장이 호호 웃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죠?"

"뭐가?"

"제가 여기 시설을 인정한다는 뜻이잖아요. 진짜 잘 해놨어."

"이게 바로 삶의 연륜이고 안목이고 품격 아니겠는가?"

"예예,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죠?"

미셸장이 소파에 앉았다.

이 미디어룸은 김철수의 방송을 훨씬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갑수는 이 공간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사운드 세팅하는 데에 12억 다이아가 들었지."

"생각보단 싸네요?"

"쯔쯧. 아직도 값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드는가? 졸부 마인드에서 언제 벗어날꼬? 이토록 적은 돈으로 이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곧 실력 아니겠는가?"

적은 돈이오?

릴리아는 귀를 의심했다.

'사운드에만 12억이지, 사실 도합 400억 정도 쓰셨잖아요?'

둘의 대화는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됐다.

어느덧, 최갑수와 미셸장은 김철수 방송에 심취했다.

"결국 존프릭을 죽였구만. 불사조의 심장을 받겠어."

"불사조의 심장은 돈 있어도 구하기 힘든 건데, 바람 나그네가 김철수를 어지간히 아끼나 봐요."

"그러게나 말이야. 요즘 다른 방송에서는 안 보인다던데."

"김철수에 어지간히 미쳤나 봐요. 우린 저 정도는 아닌데."

"그렇지. 저 친구는 정도가 없어, 정도가."

"바람 나그네에 비하면 우린 안 미쳤어요. 그렇죠?"

"당연한 소리를."

릴리아는 또 속으로 말했다.

'여기 만든다고 도합 400억을 넘게쓴 사람들이?'

그리고 그걸 싸다고 말하면서?

미치지 않았다고?

아무리 봐도 미친 사람들인데.

스스로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미셸장이 말을 이었다.

"근데 이대로면 불의 정령왕이 나타나겠는데요? 다른 방송에서 보니까 이성을 잃은 상태던데?"

"그럼 김철수도 위험하겠군."

둘은 같은 눈동자를 하고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거, 왠지 시스템의 계략 같죠?"

"김철수가 왠지 바이러스로 취급되는 것 같군."

둘은 동시에 화를 냈다.

"이런 고퀄의 방송을 또 누가 한다고!"

"이건 선 넘은 거죠."

최갑수가 먼저 돌발미션을 부여했다.

[미션 명: '얼른 처먹어라']

이후, 미셸장도 미션을 부여했다.

최갑수보다 늦은 까닭에 미션을 부여하는데 무려 3배의 다이아를 소모했다.

[미션 명: '이러다 다죽어~!']

최갑수가 말했다.

"릴리아. 창고에서 '불사조의 간' 좀 가져오게."

"제, 제가요?"

"왜? 무슨 문제라도?"

"지금 제 레벨이 110인데…… 불 저항력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창고에 무슨 장갑 있을 거야. 그 장갑 끼고 가져오게."

그 정도면 직접 가시는 게 낫지 않아요?

최갑수가 말하는 '장갑'은 무려 10억짜리 방화장갑인데, 일회용이다.

한 번 사용하면 10억 다이아가 날아간다.

그런데 최갑수에게는 10억보다, 창고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몇 분의 시간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릴리아는 창고로 이동했고 미셸장이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했다.

"저는 네비디아의 불꽃을 걸었어요."

"좋군."

둘은 똑같이 생각했다.

"우리가 죽이는 건 참아도, 시스템이 죽이는 건 못 참죠."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불사조의 간.

네비디아의 불꽃.

이 두 아이템은 '불사조의 심장'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아티팩트였다.

다만 순서가 무척 중요했다.

"근데 불사조의 간을 먼저 먹으면 죽겠죠?"

"그럴 가능성이 높지."

네비디아의 불꽃을 먼저 섭취하고, 그 이후 불사조의 간을 삼켜야 한다.

그게 효과는 떨어지지만 훨씬 안전한 방법이었다.

"대신 효과가 더 좋잖아요."

"그것이 묘미지. 김철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효과는 적지만 안전한 방법이냐, 효과는 크지만 위험한 방법이냐."

"죽으면요?"

"진실된 방송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는가?

"어찌 됐든 재미는 있겠네요."

한편, 창고에서 '불사조의 간'을 챙긴 릴리아는 김잘알TV에 접속해서 황급히 채팅을 남겼다.

['김철수는잘생겼다' 님이 1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네비디아의 불꽃을 먼저 먹어야해요. 안 그러면 위험해. 꼭 전해줘요 제발."]

* * *

불사조의 심장은 아무렇게나 먹으면 탈난다.

배가 시꺼멓게 타죽는다.

그래서 화염계열 능력자의 도움이 있어야만 한다.

한국 기준으로는 화왕(火王) 염태구 같은 자의 도움 말이다.

그런데 염태구의 도움 없이도 불사조의 심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불사조의 간이랑 네비디아의 불꽃을 줬어?'

네비디아의 불꽃을 먼저 삼키고, 그다음 불사조의 간을 먹어야 한다.

그러면 불사조의 심장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감님이랑 미셸장은 내가 얼른 성장하길 바라나 보다.'

제대로 된 순서까지 알려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방송각이 안 살았겠지.

내가 순서를 몰랐다면 죽을 수도 있는 미션이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각이 제대로 섰다.'

그만큼 스트리머로서의 나를 존중해 준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킹갓제네럴유미(중계자)로부터 비밀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나는 방송 송출을 잠시 멈추고서 비밀메시지를 확인해 봤다.

["네비디아의 불꽃을 먼저 먹어야 한대요! 안 그러면 위험하대요."]

시청자들 중 누가 나를 꽤 아끼는 모양이었다.

일단 이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다시 방송을 진행했다.

"이걸 삼키면 미션을 두 개나 클리어할 수 있다니. 이렇게 쉬운 미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이 많이 뜨겁기는 했다.

최강벽의 진심 어린 조언을 받들어, 나는 맨손으로 불사조의 심장을 들고 있었다.

피부가 거의 녹아내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출하는 게 훨씬 치열해 보이고 좋을 것 같다.

내가 존프릭을 상대하느라 모든 힘을 소모한 것처럼 보이겠지?

"그럼 불사조의 심장을 삼켜보겠습니다!"

꿀꺽.

거대한 불덩이가 목구멍을 통과하며 식도를 불태우는 것만 같은 작열감이 느껴졌다.

'이거 꽤 괴롭네.'

이쯤부터 염태구의 서포트가 있어야 하는데.

[미션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불사조의 간'이 주어집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네비디아의 불꽃'이 주어집니다.]

양 손바닥 위에 두 보상을 올렸다.

하나는 불타오르는 불사조의 간.

또 다른 하나는 보라색으로 불타는 불꽃 덩어리였다.

이 또한 강대한 불이기에 내 손이 완전히 작살나버렸다.

손에 들고 있어도 이 정도이니, 먹으면 내장이 홀라당 타버릴 수도 있겠지.

'네비디아의 불꽃을 먼저 먹으면 안전하…….'

그러려고 했는데.

최강벽의 진심 어린 조언이 생각났다.

-지금 뭐 하자는 건데? 그렇게 멀끔한 모습으로? 네가 그러고도 스트리머냐?

지구의 시청자들은 모르겠지만 타 서버 시청자들 중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불사조의 간을 먼저 먹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검술가 시절을 떠올렸다.

'본디 위험하면 더 쫄깃한 법이지.'

그것은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불사조의 간 먼저 먹어야겠다.'

생각해 보니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나는 스트리머니까, 스트리머로서 옳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답은 간단했다.

더 위험하고 쫄깃한 거 즐겨야…… 아니, 보여줘야 한다.

"불사조의 간 먼저 삼키겠습니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사조의 간을 씹어삼켰다.

순간, 배 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와, 이거 위험한데.'

이런 때일수록 방송에 집중하며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스트리머였다.

'나름의 방법이 있어.'

존프릭은 정령왕의 딸을 감금할 수 있는 공간을 인위적으로 구현할 정도였다.

정령계와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불의 정령이 죽지 않도록, 인위적인 불의 환경을 조성해 줬을 것이었다.

'존프릭이 했는데 내가 못할 리가 없지.'

나는 아까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불을 먹어버렸습니다. 배 부근이 빨갛게 변했네요.

저게 되네?

나도 해볼까?

저렇게 불을 막을 수 있다면 참 편할 거 같은데.

불과 얼마 전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존프릭이 했던 것들을 떠올리자.'

나는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무방비 상태라서 조금 위험하기는 하지만 최강벽이 지켜주겠지 뭐.

집중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다.

'그리고 네비디아의 불꽃을 삼켜야 해.'

구역질이 났다.

몸이 더 이상의 화기(火氣)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았다.

'구역감을 억누르고.'

명상에 집중했다.

내 머릿속의 소우주를 유영하며 답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화왕 염태구라면, 이 순간 어떻게 했을까.

'미치겠군.'

자칫 잘못하면 명상이 깨질 것 같았다.

나만이 존재하는 이 소우주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실제로 불길이 가득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영혼째로 녹아 없어지겠지.'

부활설정이 걸려 있으니 되살아난다 할지라도 폐인이 되고 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육신이 아니라 정신이 녹아내릴 듯한 느낌이었다.

'해내야 한다.'

불사조의 심장, 불사조의 간, 네비디아의 불꽃.

세 개의 아티팩트가 저마다 지니고 있는 극강의 화력이 내 우주를 불태웠다.

'이러다 정말로 죽겠군.'

하지만 정신 자체는 더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고통이 심해지고 괴로울수록, 감각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죽음이 다가오는 이 짜릿한 감각.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건 내게 있어서 극도의 쾌감이었고, 오감을 극대화시켜주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지, 이 감각을.'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상황에 심취해 갔다.

이건 마치, 안 돼, 돼, 돼, 돼.

'즐겁…… 다!'

나는 어느 순간, 내 스스로를 잊고 무아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끓어오르는 황홀감 속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뭔가를 찾아낸 것 같았다.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종류의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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