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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60화 (6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60화

지구의 기존 네트워크와 SSF가 조금씩 연동되기 시작했다.

- 정체불명, 미지의 시스템 SSF?

- SSF란 무엇인가?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타 서버'라 불리는 곳들과의 연결도 가능했다.

시스템 최대 커뮤니티 네르버도 지구의 사이트들과 연동되기 시작했는데, 한국맵에도 그 기능 중 일부가 활성화되었다.

- 공개된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

- 인터넷망을 파고든 SSF 시스템.

* * *

* * *

* * *

모든 사람들이 SSF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서대문구 3번 GM 키하엘이 공지를 띄웠다.

[시스템 검토 결과, 한국 맵에 얼리어답터의 비율이 타 맵에 비하여 월등히 높습니다.]

[지구 서버의 여러 맵들 중, 한국 맵에 SSF를 우선 연동하여 시범운영합니다.]

[무작위 추첨으로, 한국맵 사용자 3,000명에게 우선 사용권을 부여합니다.]

[제한적인 오픈이며 추후 모든 사용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

그곳에 타 서버 유저들이 밀려들었다.

"세르찬 선배. 비상입니다."

"뭐가?"

"방금 오픈했는데 동접자가 8,000명이 넘었습니다. 이 추세면 5분 안에 서버 마비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서버 용량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럴 시간은 줬고요?"

키하엘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단 인원 제한 걸겠습니다. 이대로면 서버가 못 버팁니다."

전체 활동 가능 인원을 5,000명으로 제한한 뒤, 타 서버 입장은 1,000명으로 강제조정했다.

키하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변방의 오픈 베타 서버 따위에 왜 이렇게 관심이 몰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관심이 몰리면 일이 늘어난다.

11일째 야근했는데 또 야근하게 생겼다.

'빌어먹을.'

세르찬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프로젝트도 대박 나겠어."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

기존 한국의 한 사이트와 연동되어 파생된 시스템 커뮤니티였다.

- ㅇㅇ: 글 리젠속도 실화냐?

여러 가지 잡설들도 많았다.

- ㅇㅇ: 지구 ㅂㅅ들은 보아라, 5개월 지나면 오픈베타도 끝난다. 그때는 위대한 함마스 행성의 저력에 지려 버릴 것이다.

- ㅇㅇ: 근데 마이너 갤러리가 왜 이렇게 핫한 거임?

- ㅇㅇ: 그걸 모르고 여기 들어왔누?ㅋㅋ

- ㅇㅇ: 핑프 OUT!

유독 댓글이 많은 글들이 존재했다.

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은 인기글이라는 카테고리로 따로 격상되었다.

- 김철수의 찐정체 알랴줌[92]

뒤의 숫자는 해당 글에 달린 댓글의 숫자였다.

제목에 '김철수'가 들어가는 순간, 댓글 수가 기본적으로 100개에 가까웠다.

다른 글들의 댓글은 끽해야 10개가 채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기형적인 현상이었다.

- 김철수 파티가 쟤네 전멸시킨 게 틀림없음.[119]

개중 지금 가장 핫한 글은 지금 김철수 파티가 한 플레이어 무리를 모조리 죽였느냐는 것이었다.

- 김철수 파티가 쟤네 전멸시킨 게 틀림없음.

┗ ㅇㅇ: ㅈ문가 등장이눜ㅋㅋ 전투흔적이 없는데 뭔 개소리지?

┗ ㅇㅇ: 저 정도 흔적이면 한 둘이서 쓸어 버렸다는 건데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 ㅇㅇ: 트랩에 걸렸다는 것에 네 오른 손을 건다.

대체로 김철수 파티가 고두현 파티를 몰살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 ㅇㅇ: 트랩이면 왜 쟤네만 쏙쏙 골라서 죽었겠음?

┗ ㅇㅇ: 아니 ㅂㅅ아, 최소한의 전투 흔적이 없잖아.

┗ ㅇㅇ: 다른 애들은 피 한 방울 안 튀었는데 전투는 뭔 놈의 전투? 직접 플레이 해본 적도 없는 방구석 ㅈ찐따들 현실감각 개떨어지누.

개중에는 네르버에서 나름 이름 있는 고정닉, '미륵'도 있었다.

┗ 미륵: 만약 두 세력 간 전투가 벌어진 것이라 가정한다면, 김철수(스트리머) 혼자 저 셋을 죽여 버리고 나머지를 도망치게 만들었다는 상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중생들이 있는가?

┗ ㅇㅇ: 미륵 저 컨셉충 새기 여기에도 있넼ㅋㅋㅋ

┗ 미륵: 내가 관심법으로 보아하니 네놈의 마음에 마구니가 끼었구나.

어쨌든 지금 이 상황이 전투로 인해 벌어진 것이 맞다면 '스트리머가 혼자 10명에 달하는 팀을 궤멸시켰다'라는, 다소 황당한 전제가 확립되어야 했다.

┗ ㅇㅇ: 지구섭에서 그게 가능 하려면 여수검객쯤 되어야 함.

여수에서 비상섬여와 싸우다가 실종된 미지의 인물, 여수검객.

그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 ㅇㅇ: 근데 쟤네 지금 뭐하는 거임?

┗ ㅇㅇ: 이동형 보스마물 잡겠다고 크리스탈 봉인 해제하는 중.

김철수의 방송은 시청자 간 소통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그곳에서 소통을 원하는 시청자가 이미 2만에 가까운 상태.

안 그래도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가 되어주었다.

┗ ㅇㅇ: 이마저도 인원 제한 걸린 거 실화냐?

SSF가 예정보다 너무 빨리 지구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GM들이 어쩔 수 없이 내린 처방.

그런데 그것이 시청자들은 더욱 목마르게 했다.

┗ ㅇㅇ: 꽤 실력 있는 길잡인가 보네.

┗ 미륵: 내가 관심법으로 보아하니, 한국맵 랭킹 2위의 길잡이도다.

┗ ㅇㅇ: 응, 할렐루야.

소통에 갈증을 느낀 타 서버의 시청자들은 김철수에 관한 이야기를 도배했다.

┗ ㅇㅇ: 여기 한국맵 갤러리가 맞나요? 혹시 김철수 갤러리인가요?

┗ ㅇㅇ: 뭔 딴지를 거누 ㅂㅅ아. 이 ㅈ밥서버에 김철수 말고 볼게 있냐?

┗ ㅇㅇ: 아니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왜 욕하세요?

┗ ㅇㅇ: 미안.

김철수라는 이름이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른 얘기들은 김철수라는 이름에 모두 묻혀 버렸다.

SSF를 처음 접한 한국인들은 김철수에 대해 몰랐다.

'도대체 김철수가 뭔데?'

'뭐길래 이 난리야?'

아직 엘튜브와 연동이 되지 않은 상태.

한국인들은 김철수에 대해 알 길이 별로 없었다.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한국인들은 포털 사이트에 '김철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실검에 '김철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그 이름이 너무 흔한 이름이어서 별다른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저건 언제 챙겼대.'

아마 여기까지 오는 길에 숨겨진 아이템들을 루팅한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중계자의 시야로 확인을 하기는 했었는데 굳이 줍지는 않았었다.

던전 안에는 숨겨진 것들이 워낙 많고, 그것들을 다 줍다 보면 던전 클리어와는 오히려 멀어지게 되니까.

그리고 주운 것들 대부분은 쓰레기에 가깝다.

딱 필요한 것들만 챙기는 지혜가 필요한데 한세린은 그걸 본능적으로 잘 구별해 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음.'

대략 30여 분이 지났다.

한세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보이지?"

자물쇠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거의 풀리기 직전이다.

"어, 보여."

나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물쇠가 덜렁거리고 있을 뿐, 아직 풀린 건 아니었다.

"오래 걸릴까?"

"야, 이 정도면 빠른 거야."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다.

원래 저런 거 하나 푸는 데 3일씩 걸리기도 한다.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잡템들도 다 루팅을 해와서 크리스탈의 봉인을 푸는 데 사용했다.

쟤는 길잡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맞고, 저렇게 진행하는 게 정석인 것도 사실이다.

'근데 난 방송 중이라고.'

내가 에건 폴처럼 아주 뛰어난 연출이나 스토리를 짤 수 있는 스트리머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생각에 나는 그렇게 뛰어난 스트리머는 아니다.

내 강점은,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빠른 진행이다.

스트리머로서의 재능이 별로 없는 내가 3등을 하기 위한 전략.

'아 방송을 너무 빨리 켜버렸네.'

그리고 보통 저렇게 98% 완료되었을 때.

이제 곧 끝이 보일 때부터가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거의 다 했는데? #아 성질나네 #마지막 조각이 뭐냐]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아, 참고로 나는 '두 번째 신분'을 응용하여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방송에 담고 있다.

우리 팀원들의 생각을 방송으로 다 송출해 버리면 쫄깃한 맛이 없을 거 같아서 저들의 상태는 송출하지 않는 중이다.

"잠시, 고생하고 있는 저희 길잡이와 인터뷰 좀 해보겠습니다."

나는 한세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방해하지 마. 집중 중이니까."

"역시 저는 운이 좋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길잡이를 만날 수 있다니요. 정말 운이 좋군요."

나는 한세린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주 아름답고 열정적인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담았다.

그리고 화면에 담기지 않는 각도로 해서 자물쇠를 향해 신비를 사용했다.

[신비, '해금술'을 사용합니다.]

"어? 됐다!"

한세린이 활짝 웃었다.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와, 진짜 아름답다.'

나는 세상에서 저 웃음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에 매진하고 열중하다가,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결국 이루어냈을 때 짓는 저 표정.

저 표정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표정이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 아름답네요."

"……뭐?"

한세린이 움찔했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신경 쓰지 마, 방송 중이야."

"아니, 방금 뭐라고 했냐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헛소리인지."

한세린은 약간 불쾌한 듯 고개를 돌렸다.

지가 물어놓고서 왜 저러나 싶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진심을 말하면 쟤는 꼭 저러더라.

'중계자의 시야는 안 써야지.'

던전 플레이가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이거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한다.

이거에 의존하면 자꾸 사회성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서지수가 가까이 다가왔다.

"오빠 취향이 저런 쪽이었어?"

뭐라는 건지.

"두고 봐. 3년만 더 있으면 내가 훨씬 더 섹시해질 거니까."

쇠사슬이 깨졌고 우리 팀원들은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수기 시작했다.

클리어 크리스탈이 부서지기 직전, 금 간 크리스탈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숨겨진 필드, '아라크네의 임시 거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아라크네의 임시 거처'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이동하지 않아도 던전 클리어는 진행됩니다.]

시스템은 아주 친절하게도 경고까지 해줬다.

[통계적으로 현 레벨대의 플레이어들이 아라크네의 임시 거처 이동 시, 사망 확률은 80%입니다.]

목재현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쟤는 타고난 천성이 저래서 어쩔 수 없나 보다.

"근데 아마 저희는 괜찮을 거 같습니다."

저 통계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다.

1성 직업의 플레이어와 9성 직업의 플레이어를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냈다는 소리다.

1성 직업 50레벨과 9성 직업 50레벨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9성 직업의 플레이어의 숫자는 극소수이고, 통계에 반영되는 숫자 자체가 매우 적다.

'그런 걸 다 감안하고서 사망률이 80%밖에 안 된다는 건 아주 낮은 사망률이지.'

거기에 물레벨과 진짜배기 레벨도 구별 안 했다.

오히려 사망률이 너무 낮아서 실망스러울 정도다.

보통 회귀 전의 우리 팀이 도전했던 던전들은 통계적으로 사망확률이 99.98% 정도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정현이 아주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역시!'

한세린도 마찬가지였다.

한세린은 나보다 더 미쳐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이미 콧바람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이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서둥이들도 좋아하는 눈치고.'

차진솔도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

숫자에 불과한 사망률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

다들 기본기를 탄탄히 익혀가고 있다.

'목재현만 겁을 먹은 표정이긴 한데.'

쟤는 겁을 먹어도 자기 역할은 어찌어찌 해내는 녀석이다.

['아라크네의 임시 거처'로 이동합니다.]

우리 전원이 아라크네의 임시 거처로 이동했다.

"동굴 형태의 필드에 도착했습니다."

갈림길은 보이지 않는, 일자 형태의 기다란 굴이었다.

"바람결에 악취가 섞여 있군요."

한세린이 앞장서서 걸었다.

내가 굳이 명령하지 않아도 이렇게 알아서 척척 해주는 팀원이 있으니 아주 편하고 좋았다.

나는 스트리밍에 집중하면 되니까.

한세린은 뛰어난 길잡이답게 팀원들에게 정보까지도 전해줬다.

"이 악취는 시체가 썩는 냄새야. 아라크네가 거미형 마물이라고 했지? 아마도 거미줄 같은 걸로 먹잇감을 꽁꽁 묶어서 보관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한세린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세린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기 봐."

한세린이 말했던 먹잇감들이었다.

마물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다.

'다 죽었네.'

고두현의 팀원들이었다.

미로에서 도망치다가 트랩에 걸려 여기에 빠진 모양이었다.

"아직 먹어 치우지 않은 걸 보면 배가 부른 모양이야."

중간중간, 벽면에 작은 거미들이 나타났다가 어딘가로 썰물처럼 사라졌다.

한세린이 계속 잘난 척하면서 말했다.

"아라크네라는 마물이 부리는 정찰병 같은 거겠지. 자기의 소중한 식량창고에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한세린이 히죽 웃는 걸 봤다.

쟤도 이 진행이 즐거운가 보다.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동형 보스 몬스터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한데."

여지껏 앞서서 이동하던 그녀가 뒤로 빠졌다.

목재현 뒤에 섰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거 같아."

자, 이제 보여다오.

붉은 빛의 황홀한 전투를.

환청이 들린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사각사각-

무엇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소보다 더욱 커다란 개체.

다리가 여덟 개 달린 거미형 마물, 아라크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LV57/아라크네/스킬]

어라,

내가 아는 아라크네보다 레벨이 높네.

애들 능력으로 상대가 가능할까?

상대가 안 되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방송 끄고 참전…… 아니, 이거 아니지.

"레벨이 무척 높습니다. 긴장을 바짝 하고 한번 싸워보죠."

나는 몰랐다.

이 전투가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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