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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51화 (5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51화

세르찬은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가만, 근데 해금술이란 이름을 어떻게 알아?'

급박해진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해금술'이라는 이름을 알려면 회귀자여야 한다.

'만약 놈이 회귀자라면?'

그러면 저놈을 죽일 수 있다.

조금 잡음이 있기는 하겠지만 여수 시나리오를 원래 궤도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

죽은 비상섬여를 수컷으로 하고, 수컷을 기다리던 암컷이 등장했다는 설정을 끼워 넣으면 될 테니까.

* * *

* * *

* * *

일단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갑자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중계자의 시야'에 그의 상태가 읽혔다.

[……#한줄기 희망 #제발 회귀자여라 #이게 가장 행복한 결말]

'와, 이게 보여?'

아까 세르찬이 크게 당황했을 때에도 보이지 않던 상태가 이제 보인다.

레벨 격차를 뚫고 새어 나올 정도의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회귀자이길 간절히 바라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감정과 상태가 줄줄 새어 나오지.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한 번 더 자극했다.

"해금술. 이거 아니면 협조 안 해."

"너."

세르찬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왜?"

"회귀자냐?"

차진혁은 일부러 움찔했다.

그 모습에 세르찬은 말려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이런 연기에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너무 급했다.

원래 심리전은 급한 사람이 지는 법이다.

'회귀자구나!'

평소였다면 조금 더 '김철수'에 대해 알아보고, 회귀자 검증을 거쳤는지 확인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에게 그런 여유는 없었다.

"회, 회귀자? 그, 그게 뭔데?"

"이제와서 잡아떼도 소용 없다."

오로지 여수 시나리오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GM 강제 퀘스트, '진실의 방'이 발동되었습니다.]

차진혁은 허허 웃고 말았다.

'급하긴 급한가 보다.'

진실의 방으로 강제 퀘스트라니.

강제 퀘스트는 관리자에게도 리스크가 있는 퀘스트다.

죄없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진행했다가, 플레이어가 정식으로 따지고 들면 GM에게도 무척 피곤하고 힘든 일들이 생긴다.

'인사고과에 아주 나쁘게 적용될 거고…… 열정맨 세르찬에게는 최악의 결말인데?'

진실의 방이 생성되었다.

예전, 키하엘과 만났던 그 장소와 똑같았다.

보라색 진실수정이 생성되었다.

세르찬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너, 회귀자지?"

살기가 느껴졌다.

차진혁으로부터 대답이 나오면 곧바로 사살할 준비를 끝냈다.

그 살기에 차진혁은 괜스레 설렘을 느끼고 말았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차진혁은 이제 기억이 난 척했다.

"아, 이거구나."

"대답해."

"여기."

그리고 품속에서 '진위여부 증명서'를 내밀었다.

"진위여부 증명서……? 감별 종류, 각성명 김철수의 지나치게 빠른 적응 및 회귀에 대하여…… 응……?"

세르찬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진실의 방' 생성조건이 유효하지 않습니다.]

['진실의 방'이 자동으로 폐쇄됩니다.]

진실의 방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재판으로 치자면, 나는 피고인데 똑같은 죄목으로 다시 한번 재판장에 서게 된 거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 퀘스트'로 인해서 말이다.

"와, 정말 불합리하다."

"……."

"나는 죄가 없는데 왜 같은 걸로 이렇게 자꾸 괴롭히나 모르겠어."

"……."

[……#인생존망 #하늘이 무너지면 솟아날 구멍이 있을까? #내 승진은?]

나는 씨익 웃었다.

내가 얘랑 원수도 아니고, 얘의 삶과 목표를 짓밟을 것까지는 없다.

회귀 전 나는 얘랑 꽤 친하기도 했고.

"해금술. 직접 주는 게 어려우면 얻는 방법이라도 알려줘."

"그, 그건……."

"그러면 나는 절대 협조 안 한다."

얘가 나한테 요구하는 건 '대업적'의 반환이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대업적을 달성하였고, 그걸 반환하는 절차를 거치면 시나리오가 원래대로 흘러갈 수 있다나 뭐라나.

근데 이건 내가 동의해 줘야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이걸 동의해 주는 사람은 없겠지.

미쳤다고 대업적을 반환해?

"그리고 너 나 죽이려고 했지? 이유도 없이."

"……."

"이 강제 퀘스트, 정식으로 문제 삼을 거야."

결국 세르찬은 백기를 들었다.

"위치랑 대략적인 정보는 알려줄 수 있어. 그러나 그 이상은 못 알려줘."

"그거면 돼."

설마 곽찬영이 얻을 수 있었던 걸 내가 못얻겠어?

걔도 플레이 초기에 이걸 얻었으니, 찾을 수만 있다면 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그 정도면 받아들일게."

"위치는 낙안읍성. 신비 획득을 위해서는 보스급 마물을 사냥했다는 표식이 필요해."

"그렇군."

세르찬의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아마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내가 한동안 보스급 마물을 사냥할 수 없도록 어떤 조치를 취하겠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좋아. 대업적은 반납할게."

업적효과가 없는, 허울뿐인 대업적 같은 건 필요없다.

결국 세르찬은 대업적을 반납받았다.

"오늘 있었던 일은 철저히 비밀이다. 알겠지?"

"약속하지."

나도 오늘의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서 좋을 건 없었다.

해금술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다는 걸 적절히 설명할 만한 개연성이 없으니까.

'그럼, 해금술을 얻으러 가볼까?'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낙안읍성은 민속마을로, 옛 성곽과 초가집으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다.

이 안에는 저레벨 마물인 왕발토끼를 비롯하여 레벨 10대 후반의 회색 늑대 등이 서식하고 있는 서식처였다.

몇몇 플레이어들이 사냥하는 모습도 보였다.

'평화로운 곳인데.'

여기서 어떻게 해금술을 얻었지?

나는 일단 '중계자의 시야'의 감도를 최대한 높인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모를 히든피스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러니까 내가 길잡이라도 된 거 같네.'

생각해 보니까, 이 '중계자의 시야'가 점점 발전하면 길잡이와 비슷한 힘을 갖게 되는 거 아닌가?

'에이 그럴 리 없지.'

다가올 세상에 먼치킨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렸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다 내가 저레벨이라서 그런 거다.

레벨이 높아져서 직업 간 경계가 뚜렷해지면 뚜렷해질수록, 스트리머는 길잡이를 대체할 수 없다.

'헛생각하지 말고 찾기나 하자.'

여기서 가장 높은 지대라 할 수 있는 성곽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어?'

중계자의 시야에 뭔가가 잡혔다.

'저 초가집만 조금 특이하네.'

초가집에서 푸른색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에이, 그럴 리는 없겠지.'

저기에 진짜로 뭐가 숨겨져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단서가 없으니 일단 그쪽으로 가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초록색 기운이 점점 더 강해졌다.

초가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아예 마물처럼 이름이 보였다.

[어딘가 수상한 초가집]

밑줄이 있어서 확인이 가능했다.

'이게 이렇게 보인다고?'

──────────

[어딘가 수상한 초가집]

이상한 마력이 감돌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수상하다.

──────────

'에이 설마.'

나는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두 개 달린 거인이 나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온몸이 붉은색이었다.

'응?'

저건 레벨 70대 마물 쌍두거인인데.

그러나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뭐야, 환상이잖아?'

중계자의 시야로 보니 환상인 게 뻔히 보였다.

제왕의 격을 갖고 있는지라 이런 환상은 내게 티끌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제왕의 격 진짜 좋다.'

손을 대충 휘젓자 쌍두거인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 이후로 몇 마리의 쌍두거인이 더 튀어나왔으나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가짜인 걸 알고 있으니까.

나는 초가집의 문을 열어 보았다.

"음."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이불.

두 칸짜리 자개 서랍장 하나가 보였다.

자개 서랍장 안에서 초록색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나는 자개 서랍장을 열어 보았다.

첫 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칸은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습니다.]

[특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본래 알람은 이건데 중계자의 시야로 보면 밑줄이 쳐 있다.

[특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

[특별한 조건]

보스급 마물을 사냥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

'조건이 이렇게 쉽게 파악이 된다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황금 뿔'을 꺼냈다.

저번에 보스몬스터, 황금 뿔 두꺼비를 사냥하고 얻은 것.

'이걸 어떻게 하면 되지?'

잠시 고민했다.

한세린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음.'

우리 팀 길잡이였던 한세린이 여기 있었다면 이미 신비를 획득하고 나가서 국밥 한 그릇 때렸을 거다.

'일단 첫 번째 칸이 비어 있었으니까…….'

굳이 두 칸짜리 서랍장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열리던 첫 번째 서랍장에 '황금 뿔'을 넣고 닫아보았다.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황금 뿔'을 소모하여, '잠긴 서랍'을 여시겠습니까?]

'에이 설마.'

설마 아니겠지

['잠긴 서랍'을 열었습니다.]

순간, 빛이 화악-! 뿜어져 나왔다.

내 눈에만 보이는 거긴 하지만, 초록색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신비, '해금술'을 획득하였습니다.]

'진짜…… 얻었네?'

기쁘다기보다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진짜 해금술인가?'

일단 써봐야 알 것 같았다.

[신비, 해금술을 사용합니다.]

뭐랄까.

내가 알 수 없는 미지의 기운이 내 몸과 잠재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내 몸에서 초록빛이 새어 나왔다.

[잠재 스킬, '예기'를 해금합니다.]

[스킬, '예기'를 획득하였습니다.]

이게 진짜 됐다.

이걸 노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다.

[잠재 스킬, '보다 예리하게'를 해금합니다.]

[스킬, '보다 예리하게'를 획득하였습니다.]

극도의 긴장 및 각성상태를 유지해야 겨우 사용할 수 있었던 잠재 스킬이 아예 스킬로 자리 잡았다.

미지의 기운이 내 몸을 계속해서 감쌌다.

어떤 거대한 눈이 나를 샅샅이 훑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뭔가 걸릴 듯 말 듯한데.'

잠재 스킬들은 이미 이 몸으로 경험했던 것들이기에 쉽게 해금이 되었다.

그러나 내 잠재의식 속, 뭔가가 걸릴 듯 말 듯 걸리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간지러운데 어디가 간지러운지는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어디.'

나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나는 멘탈 관리를 위해 명상을 정말 많이 했었고, 명상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우쳤었다.

몇몇 특성은 명상을 통해 깨우쳤을 정도였다.

'오랜만이네.'

들숨과 날숨.

내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을 제3자가 되어 관조했다.

차분히, 내 정신세계 속에서 내 몸은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우주 끝, 저 멀리, 어느 한 부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쪽을 향해 의식의 끈을 던져보았다.

닿을 듯 말 듯 닿지 않는 빛.

'힘드네.'

어딘가로 향해 헤엄치는 느낌.

그러나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웠다.

'어?'

그러나 나를 돕는 어떤 기운이 있었다.

이건 아마도 '제왕의 격'인 것 같았다.

이것이 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헤엄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빛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닿았다?'

그 빛에 손을 대는 데 성공했다.

화악-!

신비를 얻었을 때처럼 굉장히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둡던 내 우주가 빛으로 가득 찼다.

간절히 찾고 찾았던 염원을 드디어 만난 것만 같은 만족감이 밀려들었다.

'이 기분은…… 설마.'

어쩐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었다.

신비, '해금술'이 잠재된 의식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특성, '검제(劍帝)'를 해금합니다.]

순간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

'버텨야 한다.'

나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제왕의 격이 나를 도와주었고, 수많은 고통과 난관을 겪었던 내 지난 경험들이 이 고통에 패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내, 알림이 들려왔다.

[특성, '검제(劍帝)'를 획득하였습니다.]

'검제를 얻었어?'

그런데, 더 놀라운 알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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