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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4화 (4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4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서버급 아이템이 벌써 나와?'

아이템들 중에는 '서버급'이라 이름 붙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서버급 아이템은 해당 서버에서만 획득이 가능했다.

보통은 해당 서버에서 전해지는 신화나 설화 등에 기반한 아이템들이었는데 긴고아도 그중 하나였다.

'전 세계에서 딱 3개 발견된 희귀템인데.'

긴고아는 서유기에서 등장하는 물품이다.

서유기의 등장인물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진 특수한 테.

* * *

* * *

전용 주문인 긴고주에 반응하여 손오공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고 알려진 물건이었다.

저것 때문에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굴종했다나 뭐라나.

참고로 저 긴고아를 제일 유용하게 사용했었던 건 세계 최강의 테이머, 한국계 미국인 테르서박이었다.

그가 전 세계 최강의 테이머라 불릴 수 있었던 건 '뇌룡'의 머리 위에 긴고아를 씌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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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고아 (대상 : 천사소녀)]

등급 : 서버지정

특별 주문, '긴고주'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긴고아를 착용한 대상은 긴고주에 의하여, 극복할 수 없는 극도의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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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성기 시절에도 뇌룡의 레벨은 '?' 였었다.

내가 단순히 검술 계열 플레이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날고 기는 스카우터 계열의 플레이어들도 결국 뇌룡의 레벨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최강의 서버, 아르비스 행성의 수많은 팀들이 뇌룡을 레이드하고자 몇 차례나 시도했으나 모조리 실패했었다.

그랬던 뇌룡이 긴고아를 쓰고서 테르서 박에게 고분고분 순종했다.

'그 말은 곧, 일단 씌우기만 하면 누구든지 복종시킬 수 있다는 얘기지.'

적어도 뇌룡 이하의 존재라면 누가 됐든 반드시 복종하게 만드는 아이템이었다.

저게 이런 저레벨 구간에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아."

진짜 개좋은 쓰레기네.

긴고아가 지구 서버급 희귀템인 건 맞는데, 하필이면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왜 천사소녀 지정이야?'

긴고아가 나풀나풀 떠올랐다.

그리고 제 멋대로 날아가 천사소녀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이, 이게 뭐죠?"

별로 대답해 주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모처럼 서버급 아이템을 만났는데 저렇게 쓸데없이 소모되다니.

뇌룡까진 아니어도, 하다못해 하급 정령의 머리 위에 씌우기만 해도 삶이 훨씬 윤택해질 텐데.

'쟤를 굴복시켜서 좋은 게 뭐가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긴고아의 효용성을 알고 있다 보니 이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마치 로또를 맞기는 했는데 차진솔 계좌에 입금된 느낌이랄까.

'나머지 물품 1개는 또 뭐냐?'

그래도 여기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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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계약서]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으로서 시스템이 보증합니다.

해당 계약서의 갑을 플레이어 김철수, 을을 천사소녀로 규정한다.

- 개요

0. 을의 자유는 갑에게 귀속되어 있다.

1. 갑은 을의 모든 소유에 대하여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을은 갑의 모든 요구에 반드시 응답하여야 하며, 불응 시 즉시 긴고주가 발동된다.

3. 갑은 을이 획득하는 모든 유/무형의 보상을 공유받을 수 있다.

- 상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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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고아가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종신 계약서는 시스템의 행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이었다.

'아…….'

5억의 8배 배상.

대략 40억을 생각했는데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

어, 잠깐만.

나는 선량한 공무원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악독한 생각은 별로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보상에 좀 실망하기는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거 꽤 좋은 조건인 것 같다.

'얘는 훗날 대도가 되잖아?'

나도 얘한테 수모를 당했을 정도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얘가 숨겨둔 현금이 수천억에 달할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냥 얘를 건물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나?'

움직이는 건물.

월세가 따박따박 나오는 아주 훌륭하고 질 좋은 건물.

그렇게 생각하면 이 보상은 꽤 괜찮은 보상이었다.

'언제까지고 얘가 저레벨이지는 않을 테니까.'

얘가 무럭무럭 커서 정말로 대도가 되면?

그래서 훌륭한 플레이- 도둑 플레이어에게 도둑질은 아주 훌륭한 플레이다-를 펼치면 결국 나한테도 엄청 좋을 거 같다.

사실 이런 류의 계약서는 아주 많이 써봤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대략적으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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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내용]

1. 갑은 을에게 ___%의 자유를 허락한다.

2. 갑은 현재 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의 ___%를 요구한다.

3. 갑은 을이 획득하는 모든 유/무형의 보상의 ___%를 공유받는다.

4. 모든 조건의 계약갱신은 __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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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천사소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지금쯤, 천사소녀에게도 같은 내용의 계약서가 전달되었을 거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겁을 먹은 모양새였다.

'거위의 배를 가르면 안 되지.'

차라리 지금 쟤가 알아서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내게도 좋았다.

지금은 허름한 판잣집이지만, 나중에는 강남 빌딩이 될 거다.

나는 모든 '___'에 숫자를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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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내용]

1. 갑은 을에게 100%의 자유를 허락한다.

2. 갑은 현재 을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의 0%를 요구한다.

3. 갑은 을이 획득하는 모든 유/무형의 보상의 0%를 공유받는다.

4. 모든 조건의 계약갱신은 1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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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버리면 쟤는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말 테니까.

'쑥쑥 커서 대도가 되어라.'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나았다.

천사소녀의 표정이 좀 웃겼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본인도 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이내 천사소녀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선처해 줘서 고마워요."

"딱히 선처는 아닌데."

계약갱신은 1년인데.

1년 후에 내가 뭘 어떻게 할 줄 알고 벌써 고마워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요. 진짜 고마워요. 여러모로 미안하고요."

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로 했다.

지금 시점에서 별로 중요한 말도 아닐 테니까.

'근데 긴고주의 성능이 좀 궁금하기는 하네.'

직접 무슨 주문 같은 걸 외워야 되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알림이 들려왔다.

['긴고주'를 발동하시겠습니까?]

원래 아이템을 얻으면 사용해 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템의 성능을 체감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으니까.

'발동.'

이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었다.

으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성능이 제법이었다.

나는 종로 3가역 근처에 위치한 '상점 필드'로 향했다.

종로 3가역 근처의 '상점 필드'는 차원 상인들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속속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카르티나가 운영하는 '귀금속 공방'도 있다.

카르티나는 30대 중반이었고,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남성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 같지만 여장 남자다.

"어머, 초보자인데 금괴가 꽤 많네?"

남자치고는 목소리가 얇고, 또 여자치고는 목소리가 굵었다.

골격은 꽤 건장한 편.

"이 오빠 수완이 대단한걸?"

나를 보는 눈빛이 어째 심상치 않았다.

참고로 카르티나의 훗날 이명이 '남자 사냥꾼(호모)'이다.

나도 사실 여기 오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양심적인 장사꾼이기는 하니까.'

얘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담을 조금도 섞지 않고 오로지 일 적인 얘기만 하는 것이었다.

"으음. 4,200만 다이아 정도 될 거 같은데."

카르티나는 유리 진열장에 턱을 괴고 서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여기 화폐 단위가 뭐더라."

카르티나는 허공에 저만 볼 수 있는 어떤 화면을 띄워서 검색했다.

얘도 파견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한화. 그래. 한화로 하면 4,500만 원 줄게. 어때?"

일종의 탈세였다.

얘네들 기준에서 한화는 다이아보다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돈이었으니까.

실제로, 훗날에는 다이아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다.

지금의 내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거래하죠."

"이런 쿨거래는 오랜만인걸? 기분이다. 5,000만 원. 이 정도면 나 마이너스야."

"그래도 됩니까?"

"오빠가 맘에 들어서 많이 쳐줬어."

"이 만큼에 5,000만 원씩 쳐준다는 거군요."

"그렇지.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줘. 여, 러, 모, 로."

검지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으려 들길래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막아냈다.

"으흐흥, 이 오빠 철벽이네."

"좀 더 거래할 수 있습니까?"

"설마? 금괴가 더 있단 말이야?"

카트리나가 눈을 크게 떴다.

카트리나 기준에서 40레벨밖에 안 되는 애송이가 이보다 많은 금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란 것 같았다.

"꽤 있습니다."

"얼마나 꽤?"

"생각보다는 많습니다."

"오빠 레벨이 몇이지?"

"40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카트리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첫 거래 기념이니까, 같은 시세로 쳐줄게. 다 줘봐."

네가 있어 봤자지.

그렇게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꺼내놓은 것의 거의 40배쯤 더 있다.

"아니, 잠깐만."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네.

"왜 계속 나오는 건데?"

처음 획득했던 양이 약 5억 원어치.

거기에 부의 추월 차선 효과로 2배,

첫 클리어 판정으로 다시 2배.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던 카트리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회귀 전 우리 팀에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을 지원팀이라 불렀는데, 나는 지원팀장이었던 안지원 씨와 약간의 친분이 있었다.

나랑 동갑인 7급 행정공무원이었는데 상인 계열의 플레이어였다.

"카트리나와의 거래할 때 진혁 씨랑 같이 가면 훨씬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데요."

"저랑요?"

"예, 카트리나는 자기 마진 거의 안 남길걸요?"

"에이, 거짓말도. 마진 안 남기는 장사꾼이 어딨습니까?"

그건 마치 공무원이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았다.

참고로 내가 살던 시대의 공무원은 무척이나 바빴다.

나랑 동갑인데 머리가 저렇게 많이 벗겨진 안지원 씨와 지원팀들 몰골을 보면 답이 나온다.

참고로 안지원 씨는 우리 지원팀에 배치되기 전까지는 모발이 풍성했었다.

"카트리나는 그럴 겁니다. 걔는 잘생긴 남자만 보면 미치거든요. 혹시라도 나중에 귀금속류를 직접 거래할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카트리나한테 가세요."

"예, 뭐, 그러죠."

안지원 씨는 내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었다.

"카트리나와 거래하게 된다면 한 번에 다 꺼내면 안 돼요."

"왜요?"

"카트리나라면, 진혁 씨의 외모에 반해서 마진이 거의 없는, 혹은 마이너스 마진의 조건을 제시할 거예요. 그 조건으로 이후 거래도 진행하셔야 합니다. 줏대가 있는 상인이라 자기가 한 번 말한 건 꼭 지키거든요."

안지원 씨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잘산다는 주의였다.

국가의 돈은 단 1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것이 신조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이니 아주 거짓은 아닐 것이다.

'진짜 자기가 말한 걸 다 지키네.'

그 말은 사실이었고 카트리나는 흙빛이 된 얼굴로 내게 약 20억 원을 내주었다.

정확히는 22억 얼마였는데 뒷자리는 계산 안 했다.

"그리고 그중 얼마를 떼어서 돌려주면, 카트리나는 나중에 둘도 없는 사업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 좋게 말해 사업 파트너, 나쁘게 말해 호구요."

무슨 거래를 그렇게 복잡하게 하나 싶었는데 아무튼 안지원 씨의 조언은 꽤 효과적이었다.

"2억 얼마는 돌려드릴게요. 20억 원만 주시죠."

"……진짜?"

"첫 거래잖아요. 앞으로도 좋은 거래를 유지하자는 뜻에서요."

앞으로도 금괴 계속 팔아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좀 더 큰 걸 보기로 했다.

"이 오빠 아주 화끈한 오빠잖아?"

우리는 서로가 만족할 만한 거래를 끝마쳤다.

카트리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한테 자꾸 추파를 던졌다.

"오빠, 내가 의뢰를 하나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어, 잠깐만.

이건 퀘스트 각인데.

[퀘스트, '카트리나의 부탁'이 생성되었습니다.]

문득, 안지원 씨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진짜 마음에 드는 남성 플레이어한테 아주 어쩌다가 퀘스트를 하나씩 주거든요. 그거 진짜 대박이에요. 저희는 그걸 로또에 빗대서 카트리또라고 부릅니다. 카트리또 한 번 맞고, 공무원 때려치우고 싶은데…… 제 얼굴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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