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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0화 (4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0화

목재현은 수목산성을 펼치되, 그 형태를 조금 변형했다.

평소 수목산성은 보호 대상을 감싸는 넝쿨 형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뿌리가 있는 넝쿨을 발현시켰다.

그 뿌리가 위, 아래, 양옆에 깊이 박혀 있었다.

'식재 스킬과 융합해서 사용했네.'

뿌리를 깊게 박은 수목산성으로 목재현 자신과 내 몸을 지켰다.

'나까지 지킬 필요는 없었는데?'

애초에 저 공격(?)은 공격 대상이 정해져 있다.

타이머가 0이 되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 * *

* * *

나는 공격대상이 아니구나.

그래서 마음 편히 있었는데 얘는 굳이 나까지 보호했다.

'전투를 읽는 눈이 부족하구만.'

그래도 이건 경험과 감각의 문제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저 깊은 구덩이에서 튀어나온 것이 목재현의 수목산성을 한껏 말아서 잡아당겼으나 수목산성은 당겨지지 않았다.

이내 그 채찍 같은 게 다시 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목재현은 수목산성을 해제한 뒤 숨을 헐떡거렸다.

"사…… 살았다."

나는 나대로 내 플레이를 진행했다.

"현재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저 채찍 같은 것에 딸려가는 것입니다. 그럼 탱커에게 질문해 볼게요. 딸려 가는 것이 무서우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

애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괜찮냐고, 사치스러운 질문을 해댔다.

딱 봐도 멀쩡한데 왜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진솔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안 딸려 가면 됩니다."

"……."

차진솔은 어쩐지 화가 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정답을 말해줬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목재현이 그걸 훌륭하게 증명까지 해줬는데.

'아니지.'

솔직히 훌륭하지는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위아래로 뿌리 두 개만 박아도 될 것 같았다.

양옆까지 굳이 뿌리를 박아넣는 건 과한 낭비다.

그러니까 정신력과 체력이 모조리 빨려서 저렇게 헥헥대고 있지.

원래 전투는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한다.

정신력 안배, 체력 안배도 실력이다.

"제가 계속 관찰하다 보니까 말이죠."

이 정도 했으면 이곳의 비밀에 대해 말해도 될 것 같다.

탐색에 충분한 시간을 썼으니까.

"여기 전체가 아주 커다란 어떤 동물의 아가리를 형상화한 곳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공간의 가장자리.

위아래로 뾰족뾰족 솟아난 바위와 종유석들은 이빨의 모양이다.

"이 끈적끈적한 바닥의 액체들은 약간 침 같은 느낌이고요. 이따금 튀어나오는 붉은 채찍은 혓바닥 같은 느낌이네요."

나는 저만치 앞, 깊은 구덩이까지 걸어갔다.

너비는 넓지 않으나 굉장히 깊어서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여기가 목구멍 즈음이라는 소리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요 구멍은 식도를 형상화한 곳 같이 생겼습니다."

나는 목재현 쪽을 쳐다봤다.

"내려가면 위 같은 소화기관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걸 우리는 보통 내장이라 부른다.

"내장은 약점이란 말이죠? 이 던전의 클리어 단서가 이 안쪽에 있지 않을까요?"

이 또한 너무 당연한 얘기다.

누가 봐도 이 구멍이 수상하지 않은가.

"그럼 탐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목재현, 앞으로."

숨겨진 단서들을 찾아서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목재현은 또 울상을 지었다.

……울고 싶을 만큼 좋은가?

나는 목재현에게 확신을 주었다.

"혓바닥이 역류해서 목구멍 찌를 리 없지. 이 안은 안전할 거야."

"……."

내 말은 사실이었다.

일단 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면 적어도 혀의 공격은 안 받는다.

운이 아주 나쁘면 강산(強酸)의 공격을 받아 온몸이 녹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길 가다가 교통사고 일어날 확률보다 훨씬 적다.

이 정도면 안전한 게 틀림없다.

"자. 로프."

내가 예전에 구매했었던 로프를 줬다.

주변 바위에 잘 묶어서 탐사를 시작했다.

어느새 몇몇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방해만 안 하면 되니까 그냥 내버려 뒀다.

"저 내려갈게요?"

"얼른 좀 내려가."

"저 진짜 내려가요?"

"빨리 좀."

무슨 번지점프인 줄 아나.

이렇게 콘텐츠 진행이 느리면 시청자들이 싫어할 것이 뻔했다.

나는 슬쩍 목재현을 밀었다.

"아아악!"

아니,

발로 벽면을 차면서 적당히 천천히 내려가야지.

저렇게 무방비로 떨어지면 어쩌나 싶다.

로프의 길이가 그렇게 길진 않으니까 위액이 있는 곳까지 떨어지진 않을 거다.

"뭐 특별한 거 없어?"

재미있는 건 목재현이 목구멍에 들어가자 우리 눈에 보이는 타이머가 멈췄다는 거다.

저기 사람이 들어가면 혀가 안 나오는 구조였다.

예전에는 이런 배려도 없었는데 던전이 참 따뜻하네.

"자, 잘 모르겠어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뭐 좀 더듬고 해봐."

"느낌이 더러워요!"

"어떻게 더러운데?"

"미끈미끈하고 축축해요!"

나는 솔직히 목재현이 저 안에서 뭔가를 발견해 낼 줄 알았다.

'딱 좋은 위치에 매달려 있을 텐데.'

이곳은 목구멍을 형상화한 곳이 맞다.

그리고 10여 미터쯤 내려가면 유달리 약한 부분이 하나 있다.

그곳이 황금 두꺼비 던전을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지름길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길이도 딱 맞춰서 준비해 줬다.

'우연히 잘 찾아주면 좋으련만.'

길잡이가 아니라서 무리인가?

'아, 답답하다. 답답해 미치겠다.'

아니야.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나는 스트리머로서 애들의 플레이를 최대한 재미있게 잘 담아내야 한다…… 라고 생각은 하는데 자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갑갑함이 차오른다.

'내가 찾으면 금방 찾을 텐데.'

나는 중저레벨 구간에 특화된 '만능잡캐' 특성을 갖고 있으니까.

지금은 내가 활약할 수 있는 구간이니까.

"그만 올라와."

김정현이 밧줄을 잡아당겼다.

목재현은 별로 한 것도 없으면서 헥헥거렸다.

목재현이 올라오자 타이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 아무것도 못 찾았어?"

"그냥 미끈미끈한 벽밖에 없었어요."

"응, 그렇구나."

원래는 스트리머로서 본분에 충실하려고 했다.

스트리머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플레이하는 건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후에는 스트리머가 이렇게 활약할 수도 없을 거고.

'근데 난 은퇴할 거잖아?'

황금 두꺼비 던전을 몇 번만 클리어하면 분명히 은퇴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직접 플레이해도 상관없을 거 같다.

'조금만 그렇게 할까?'

합리화하는 거 아니다.

"저렇게 수상한 곳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못 찾는 것도 신기하네."

"……."

목재현은 어딘지 억울한 모양새였다.

마치 표정으로 '그러면 형이 갔다 오시든가요!'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몸에 밧줄을 맸다.

'오랜만에 하는 공략이네.'

직접 공략을 따라간다 생각하니 신이 났다.

죠셉은 SSF와 연동된 엘튜브를 통해 김철수의 1인칭 시점 플레이 영상을 지켜보았다.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들어간다.'

저 깊고 어두운 곳으로.

1인칭 시점이어서 더욱 긴장되었다.

마치 그 스스로가 저 깊은 나락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화면이 무척 어두워졌다.

김철수가 벽면 여기저기를 더듬다가 이내 말했다.

"음, 수상한 부분이 있군요. 유달리 까끌까끌한 부분이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의 장점은 촉감까지도 일부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까끌까끌해?'

죠셉은 자신의 손바닥을 만져보았다.

'잘 모르겠는데?'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만약 자신더러 똑같이 찾으라고 하면 못 찾을 것 같았다.

어지간히 예민한 기감을 갖고 있어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수상하니까 한번 찔러 볼게요."

죠셉은 눈을 크게 떴다.

수상하다고 일단 찔러 보는 건 또 어느 나라 진행방식이란 말인가.

푹!

벽면을 찌르자 쿠구궁! 화면 전체가 떨렸다.

깜짝 놀랐는지, 저만치 위에서 플레이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화면으로 보는 죠셉도 깜짝 놀랐다.

순간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정작 밧줄 하나에 겨우 의지해서 가장 큰 진동을 경험하고 있을 김철수는 평온 그 자체였다.

"오, 반응이 있네요. 그럼 또 찔러 볼게요."

여러 차례 찌르자 녹색 진액 같은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액체가 벽면을 타고 흘렀는데 치익- 하고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잘 모르겠지만 손에 닿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군요."

뼈째로 녹여 버리는 강산이었다.

김철수는 녹색 액체가 멈출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또 찔러 보겠습니다. 약간 빛이 보이는 거 같거든요."

김철수는 여러 차례 벽면을 찔렀다.

이내 김철수가 탄식을 내뱉었다.

"오, 문이 생겼습니다. 운이 좋네요."

운이 좋다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굉장히 무미건조했다.

김철수는 공중에서 몸을 앞뒤로 움직여 관성력을 얻은 뒤 안쪽으로 몸을 던졌다.

이내 몸을 옥죄고 있던 밧줄을 풀어낸 뒤 좁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빛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한참을 걷자 커다란 방 같은 공간이 나왔다.

[히든 필드, '황금 두꺼비의 황금 저장소'에 진입하였습니다.]

화악-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필드가 이동되었다는 뜻이었다.

"우와, 황금이 많네요."

금괴가 쌓여 있었다.

"이 중 일부는 가져갈 수 있었고, 일부는 가져갈 수 없는 설정이네요. 와, 이거 팔면 돈이 많이 되겠습니다. 운이 좋습니다."

김철수는 인벤토리에 금괴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쩐 일인지 김철수는 가져갈 수 있는 금괴가 가져갈 수 없는 금괴를 너무나 손쉽게 구분하여 효율적으로 루팅했다.

"정말 운이 좋군요."

황금을 모두 줍자 한편에 쌓여 있던 금화가 주르륵- 무너져 내렸다.

"수상하네요."

죠셉은 말하고 싶었다.

네가 더 수상하다고.

보통 바람 한 점 없는 '던전'에서 저 정도 규모의 금화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면 경계부터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김철수에게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뭔 놈의 운 좋은 상황이 이렇게 계속 벌어진단 말인가.

'내가 김철수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그래도 지구의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저것은 강자 중의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김철수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와, 문이 있습니다."

['황금 두꺼비 던전'의 보스룸으로 직행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차진혁은 다시 처음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밧줄을 매고 위로 올라갔다.

"얘들아. 출구 찾았어. 다들 내려가자."

차진혁의 말을 들은 차진혁의 파티원들이 모두 금괴가 있던 방에 도착했다.

차진솔이 고개를 갸웃했다.

"출구 찾았다며?"

"아, 내가 그렇게 말했어? 출구 아니고 보스룸."

"……."

사소한 말실수였다.

"보스룸 클리어하면 나갈 수 있으니까 출구가 맞잖아."

"그렇다고 보통 보스룸을 출구라고 표현하지는 않지?"

"그런가."

차진혁의 파티원은 아니지만 용기를 낸 몇몇 플레이어들이 이곳으로 왔다.

그들은 이곳에 루팅 불가능한 황금들을 보고 아쉬운 듯 쩝쩝 입맛을 다셨다.

숫자는 네 명이었는데, 그중 한 여자가 말했다.

"혹시 우리도 같이 진행해도 돼요?"

차진혁이 말을 건 여자를 쳐다봤다.

[LV37/천사소녀/대도적/스킬/일백번의 절도]

그녀를 본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와, 잘 만났다. 얘가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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