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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나 귀엽지 외전-7화 (432/500)

외전 7화 자격이 있을까?

보통 사립 초등학교의 입학은 추첨제로 정한다.

11월에 추첨을 시작해 들어올 아이들을 뽑는다.

사립에서 중요한 점은 교육의 방향이다.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으면서 초등학교를 생활을 할 것인지 부모에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판단은 어머니들이 내리는 게 보통이다.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어머니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10월에 입학 설명회가 있다.

미리 예약하면 오라고 연락이 온다. 거기서 어머니들은 열심히 판단을 내린다. 혹은 학교의 명성과 다양한 주변 이야기에 따라 결단을 내린다.

강인 어린이집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특혜를 받는다.

에스컬레이트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단, 부모님과 아이들이 원한다면 말이다.

추첨을 통해서가 아니라 특별 TO를 받기 때문에 얼마든지 강인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학비가 비싸다는 것.

분기에 150만 원 정도다.

입학 특례는 있지만 입학 비용까지는 특례가 없다.

들어가고 나서 실력 좋은 아이들이 장학금을 받는 형태다.

“으음.”

나는 현재 입학 설명회에 와 있다.

강인초의 여러 가지 방향성에 대해서 들었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 기회 제공. 현실적인 기반이 동반된다고 한다.

그리고 영어 수업도 있다고 한다. 회화수업 위주일 거라고. 글로벌 인재 구축을 위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미리 영어 공부를 한 아이가 오면 좋다고 한다.

우리 시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삼촌과 평소에도 회화 수업을 하고 있으니.

“엄청 젊은 아빠인가 봐.”

“그러게.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이런 곳에 다 오고.”

입학 설명을 들으면서 느낀 건 엄마들이 참 많고 내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사실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굉장히 늦어져서 30대 초에서 중반 정도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군대 가고 대학 나오고 하면 26살, 27살에 사회초년생이 되니까.

물론 여기서 공무원 시험이다 뭐다 하면 28, 29세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 현실에서 27살인 내가 초등학교 입학 설명회에 와 있으니 이질적일 수밖에.

시하 나이를 생각해 보면 20살에 애 아빠가 되어야 올 수 있는 거겠지.

내가 생각해 봐도 이질적이기는 하다.

“어? 나 저 사람 본 거 같은데?”

“진짜 익숙한데?”

“아! 아! 일개미! 일개미! 통역사.”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존재했다.

하긴 화제가 되긴 했으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영화에 관심 없으면 모르는 거지. 그리고 최대한 방송 노출을 꺼려해서 더 모를 것이다.

‘강인초가 유명한가 보네.’

수능을 쳐서 강인대에 들어가서 몰랐는데 강인초는 사립 중에서도 유명한 것 같다.

나야 뭐 공립을 다녔고 사립 같은 거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니면 이렇게 사람이 많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뿐 내게 말을 안 건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 입학 설명회를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시하에게 참 좋은 학교인 거 같은데.’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하에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안 아깝지. 암!’

옆에 승준 엄마가 눈을 빛내며 듣고 있다.

사실 강인 어린이집 어머니들과 함께 입학 설명을 듣고 있는데 다들 아이를 강인초에 보낼 생각인 것 같았다.

‘사실 프로그램보다는 애들이 너무 친해서 같이 다니게 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친구란 게 정말 크다.

물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새 친구를 사귀게 하자!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만큼 너무 불안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학교에 간다고 해도 같은 반이 되는 건 아닐 테니까.

내 경험상 반이 섞일수록 다른 친구들이랑 노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니 처음에는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프로그램이 좋기도 하고.

‘음.’

시하에게 물어보면 분명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친해져 있으니까.

앞으로 6년간 더 볼 건데 지겹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아마도 안 지겹다고 할 것 같다.

가족 같은 친구들이지. 함께 자고 놀고 했는데.

심지어 강인 어린이집은 자주 새 친구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더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집 합동 대회도 몇 번 해봤는데 확실히 외부의 적(?)을 만났을 때 더더욱 그랬다.

‘더 고민인 거는…….’

시하의 아버지 배상현 씨였다.

***

곧 시작될 어린이집 졸업식에는 시하의 아버지가 왔으면 싶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그날 시하와 만난 이후로 우리와 마주친 적이 없다. 찾아온 적도 없다.

나한테 가끔 전화를 걸어 시하가 잘 있냐고 물어보는데 찾아오라고 하니까 도저히 만날 자신이 없다고 한다.

하긴 그날도 시하가 찾아와서 만난 거지 배상현 씨가 만나러 온 건 아니니까.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용기를 낼까 싶다.

죄책감이 너무 심하다.

시하의 말로 용서받은 느낌을 받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그 순간뿐이었나 보다.

“저기요. 시하 친아버지 씨.”

「네. 네.」

“시하 어린이집 졸업식에는 올 거죠? 입학식에도.”

「그게…….」

“언제 다가오실 건데요?”

「제가 자격이 없어요.」

“그 자격은 시하가 만들어주는 거라고 전에 이야기한 거 같은데요?”

「…….」

이렇게 말하면 늘 침묵만 돌아온다.

이 사람은 아까 말한 것처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건 시하다. 당신이 아니라.

누가 주는 자격증도 아닌데 그만 자격을 운운했으면 싶다. 물론 염치가 없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무섭습니다.」

“???”

「사람의 감정은 전달된다고 봅니다. 영향을 받아요.」

“그래서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보면 영감을 얻죠.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 작가는 이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으음.”

「시하가 밝은 건 분명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겠죠. 하지만 전 아닙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온통 우울감이 가득해요. 작품도 그렇고. 그게 아이에게 못된 영향이 될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만날 자격이라는 게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는 것을 말하는 거였나.

마치 바이러스라도 된다는 양 시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

곁에 있기만 해도 안 좋게 될까 봐.

결국, 시하를 걱정하는 마음이다. 좀 과한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 저러니까 미술에 과장도 있고 강조도 있다고 생각한다. 섬세한 사람이다. 뭔가 극단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시하를 생각하시면 더더욱 이런 중요할 때 만나셔야죠.”

「면목이 없네요.」

“저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마다 엄마가 안 왔지만 대신 아빠가 오셨어요.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와! 아빠가 와서 좋겠다고. 물론 전 엄마가 온 친구가 부러웠지만.”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시하는 지금 엄마도 아빠도 없어요. 물론 저랑 삼촌이 가서 축하를 해주겠지만. 그래도 다다익선이라고 사실은 아빠도 있는 게 좋겠죠.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아…….」

“사람 기분과 감정이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날 그렇게 기쁨이 가득한 축하 자리라면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겠어요? 거기는 우울한 감정보다는 기쁨 감정이 넘쳐날 텐데.”

「친구들과 헤어져서 슬픈 감정도…….」

이런 부분에서 예리하네. 아니, 왜 저런 감정만 캐치를 잘하는 거야?

“걱정 마세요. 다들 같은 학교 갈 거니까요.”

「아…….」

같은 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다들 강인초에 가기로 결정 난 거나 다름없다.

물론 시하에게 물어보기는 해야겠지만.

오늘 입학 설명회를 듣고 나서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직도 변명이 필요해요? 자격? 언제 만들어서 올 건데요? 아시겠지만 그 누구도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아요. 시기를 놓쳤을 때는 이미 늦어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알려주시면 저도 맞춰서 가겠습니다.」

“그전에도 괜찮은데. 미술 선생님으로 오시는 것도 괜찮고요.”

「그건 고민해 보겠습니다. 근데 제 슬픈 색감이 악영향을 줄까 봐 그건 좀.」

“아, 거참! 그냥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 좀 하세요! 나중에 뜬금없이 이 사람이 네 친아빠다! 하면 어떻겠어요! 받아들이기 쉽겠어요?!”

「죄송합니다.」

마음은 이해하는데 이 사람은 정말 답답하다.

그래도 고민하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서 미워할 수 없다.

그 고민이 시하의 걱정하는 마음이니까.

“아무튼, 고민해 보고. 아니지. 그냥 제가 시키는 대로 오세요. 고민하지 마세요.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 못 하시는 분이니까. 미술 선생님, 오케이?”

「고, 고민 좀…. 하, 하루만 시간을…. 제가 어떻게든…….」

아니, 저렇게 말하니까 내가 뭐 사채업자라서 돈 뜯어내는 거 같잖아!

내일까지 돈 갚아. 뭐 이런 거 같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긍정적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괜찮겠지.

뭐 어떻게든 될 거다.

***

“형아~”

시하가 내 품에 폭 안긴다.

7살인데 달라진 점이 없네.

“오늘도 재밌게 놀았어?”

“응! 재밌었어!”

달라진 게 있다면 발음이 좀 더 정확해진 것 같다. 말도 더 잘하게 됐다.

무엇보다 3인칭으로 말하지 않게 됐다.

시하는 다 아라~ 시하는 이거 조아~ 뭐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 있잖아! 오늘 게임을 했는데 이겼다? 무슨 게임인지 궁금하지? 형아. 궁금하지?”

“응.”

그래도 형이 아니라 아직도 형아라고 하는 걸 보니 어린 애 맞구만.

오늘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말하는 건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다.

“그런데 시하야. 형아가 오늘 강인 초등학교 입학 설명회를 갔다 왔거든. 시하 친구를 엄마들이 다들 강인초에 보내려고 하는데 시하는 어떻게 하고 싶어? 다른 학교 갈래?”

“아니! 나도 강인초 갈래!”

“아, 역시.”

“승준이랑 하나랑 연주랑 다 같이 가고 싶어!”

친구들이랑 떨어지기 싫어할 줄 알았다.

“근데 사립 초등학교는 뭐야?”

“아. 뭐 다양하게 가르치고 돈도 줘야 하는 그런 학교? 돈 내고 다니는 비싼 학교?”

“비싸? 내가 돈 낼까?”

“아니. 형아가 그 정도는 낼 수 있거든.”

“형아. 나 돈 많아.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부자야.”

“그건 그렇지.”

우리 집에서 제일 부자는 이시하다.

물론 삼촌이 제일 부자겠지만 얼마 있는지 모르니 패스.

이게 이모티콘으로 번 돈을 그냥 가만히 놓아둔 게 아니다.

물론 나는 가만히 놔뒀는데 삼촌이 왔을 때 지금 돈을 안 굴리고 뭐 하냐고 해서 주식에 투자했다.

내가 투자한 건 아니고 어디서 삼촌이 정보를 받아서 여기저기 투자했는데 지금 수익이 꽤 괜찮다.

시하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수익이 날지 잘 모르겠지만.

굴리는 돈이 상당히 크긴 하니.

뭐 현금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아. 그럼 강인초는 그렇게 하고. 혹시 미술 같은 거 배울래?”

“응? 아니. 나 엄청 잘 그리는데? 안 배워도 돼.”

“아, 그건 그렇지.”

어쩌지? 그냥 오라고 했는데 첫 순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전화할 때 답답해서 생각 없이 말한 것 같아.

우리 시하. 그림 잘 그렸지. 참.

그, 그래도 배울 게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괜스레 등에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것 같다. 어, 어쩌지?! 거절할지 예상 못 했어!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돈이었다, 를 시전하기에는 시하가 돈이 많아!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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