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화
어린이집에 시하는 페페 가방을 들고 갔다.
생일 선물로 받은 가방과 검을 자랑했다. 광선검이라서 반짝반짝 빛나는데 엄청나다고 말이다.
칼싸움도 삼촌이랑 해서 재밌었다고.
“우와. 나도 칼싸움 좋아하는데.”
“하나도!”
승준과 하나가 오랜만에 칼싸움하고 싶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연주도 나름 좋아하는 놀이였다.
“구럼 칼 가져올까?”
이렇게 다음 날 아이들은 각자 자기 집에 있는 칼을 가져오게 되었다.
시하는 당연히 삼촌에게 받은 광선검을 들고 왔다.
“짜잔!”
“우와!”
광선검이 빛이 났다. 승준이 눈을 빛내며 바라보았다.
저기에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어즈에 나오는 검이래.”
“오오오! 대박!”
“시하도 바써. 너튜브에서.”
집에서 삼촌이 시하와 짤막한 엑기스 영상만 같이 보았다.
이제 시하는 영화를 안다.
선생님이 다들 검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다들 검은 이 바구니에 넣어주세요.”
“왜여?”
“아쉽게도 오늘 검으로 쉽게 놀 수 없어요.”
“???”
“이 엄청난 검을 가지려면 여러분이 게임을 잘해야 해요. 어때요? 재밌겠죠?”
“!!!”
선생님은 애들이 검을 가지고 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언제나 자연스럽게 재밌는 놀이를 짜낼 뿐이다.
“그냥 막 싸움하면 재미없잖아요. 자. 여기 선생님이 검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아이들의 손에는 면봉이 하나씩 잡았다.
엄청난 검에서 면봉으로 바뀌는 현상.
“이제 이 검을 키워야 최강의 검이 돼요.”
선생님의 말을 들었지만 반응은 다양했다.
시하는 광선검이 면봉으로 바뀌어서 뭔가 허망한 표정을 짓는다.
“시하가 빨리 키어주께. 광선검 대자.”
승준은 이미 면봉으로 매드무비를 찍고 있다.
현란한 검 놀림! 재빠르게 움직이는 팔. 그리고 바람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짧은 면봉!
“하앗! 이얍! 얍얍!”
굉장히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검이었다.
하나는 자신의 멋진 외날 검이 하찮은 면봉이 된 게 슬펐다.
“히잉.”
연주는 ‘이게 검?’이라는 표정이었다.
뭔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재휘는 너무 연약해 보이는 면봉 검 때문에 오들오들 떤다.
“이걸로 싸우면 분명 질 거야.”
이미 지는 상상 중이다.
그 말에 종수는 재휘의 어깨를 쳤다.
“걱정 마. 게임해서 검을 성장시키면 된다잖아. 안 어려워. 안 어려워.”
“종수야…….”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누구보다 빨리 검을 만들어서 이기는 거야!”
“종수야?”
종수는 어떻게든 1등을 노릴 뿐이었다.
다만 혼자 가지 않고 자기 패밀리들과 함께 간다.
은우는 면봉을 보며 웃는다.
“푸하하! 이게 뭐야! 푸하하! 면봉이네. 면봉! 귀에 넣으면 봉쥬르 하겠네! 푸하하.”
윤동은 그저 멍하니 면봉을 바라본다.
속으로는 쓰레기통에 버릴까? 말까? 그런 고민 중이었다.
선생님이 말한다.
“흠흠. 다들 좋아하네요.”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두었다.
막상 해보면 다들 재밌어할 거다.
이른바 성장형 게임이다.
“그럼 모두 열심히 해봅시다! 자! 여기 다들 빨대 하나씩 받아요. 그리고 안에 면봉을 넣어요.”
“!!!”
선생님이 종이컵을 가져와서 탑을 쌓았다.
4, 3, 2, 1개로 삼각형의 탑이 만들어졌다.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일게요. 자 이걸 후! 불어서 종이컵을 쓰러뜨리는 거예요. 기회는 세 번!”
선생님이 후! 하고 불어서 종이컵을 맞혔다.
2개 쌓여있는 곳을 맞혀서 위에 1개 있는 컵과 함께 쓰러진다.
3개가 쓰러진 것이다.
“이렇게 3개 쓰러졌으니까 3점을 얻어요! 검을 성장시키려면 5점을 얻어야 해요. 다들 힘내 봅시다!”
막상 보니까 아이들이 재밌어 보였는지 눈을 반짝였다.
먼저 승준이 나섰다. 후! 하고 빨대를 불었다. 순식간에 면봉이 튀어나가서 아래를 때렸다.
종이컵이 우르르 무너진다.
“오! 6점이다! 한 번에!”
“우와! 승준이 대다내!”
“오빠 대박이야!”
선생님은 어이없이 승준을 보았다.
이걸 한 번에 다 성공해버릴 줄 몰랐으니까.
승준이 여유롭게 두 번의 기회를 써서 하나씩 맞혔다.
총 8점을 얻었다.
하지만 점수를 높게 받았다고 해서 검을 더 엄청난 거로 성장시키게 하지 않는다.
물론 5점을 못 얻으면 검은 성장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음은 시하 할래!”
시하가 빨대를 후! 하고 불었다.
면봉은 튀어나가고 정확히 종이컵과 종이컵 사이의 틈을 뚫고 나갔다.
“아?”
“우와! 시하 대단해!”
“시하 대단해!”
저 틈을 뚫고 나간 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했다.
어찌 되었든 시하의 점수는 0점이다.
“시하 다음에 잘해!”
“시하 파이팅!”
“힘내!”
시하는 다시 면봉을 장착하고 후! 불었다.
이번에는 2개 있는 컵을 때려서 3개가 넘어졌다.
이로써 3점을 얻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기회는 한 번. 2점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래에 있는 종이컵을 노리면 충분히 가능했다.
“시하 한다!”
“응!”
후! 하고 불었으나 아쉽게도 하나의 종이컵을 맞혀서 4점으로 끝이 났다.
시하의 검은 1점 차이로 성장시킬 수 없었다.
“안 대!”
털썩.
시하는 굉장히 아쉬움을 맞보았다.
알다시피 자격증 시험도 1점 차이, 혹은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면 굉장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하 역시도 그 기분을 맞보고 있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시하야. 다음 게임에서 잘해서 꼭 성장시키자.”
“샘. 시하가 광선검 만드꺼에여.”
시하가 면봉을 들고 결의한다.
선생님은 뭔가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면봉은 과연 광선검이 될 수 있을까.
“하하하! 이시하! 너 5점 못했네. 봐봐.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어? 이거는 수학 잘하는 사람이 어? 딱! 어? 계산해서 하거든.”
“수학 모야?”
“으이구. 아직 너 안 배웠지. 난 더하기 배우고 있다고. 이제 나 여섯 살 되니까. 하하!”
“더하기? 더하기 시하 아라!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2야!”
“아냐. 귀요미야.”
종수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어? 노래 가사(?)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학을 배운 종수는 2라는 걸 알고 있어서 저건 틀린 말이었다.
“흠흠. 잘 봐. 어? 내가 딱 계산해서. 어? 맞출 테니까.”
종수가 열심히 후! 불었다.
세 번의 기회에서 맞힌 건 한 번.
2점을 얻게 되었다.
알다시피 머리로는 엄청난 계산을 한다고 해도 몸이 안 따라주면 점수를 못 얻게 되는 법이다.
예체능은 절대 쉽지가 않다.
그걸 본 승준이 웃음을 크게 날렸다.
“아하하하!”
“야. 시끄러.”
“어? 내가 딱 계산해서 어? 아하하!”
“크흑!”
승준이 종수를 따라 하며 놀렸다.
종수는 부들부들 떨며 면봉을 꼭 쥐었다.
“흥! 어차피 시하나 나나 검을 성장시키지 못한 건 똑같아. 괜찮지.”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는 종수였다.
다른 아이들도 면봉을 가지고 종이컵을 쓰러뜨렸다.
재휘는 오들오들 떨면서 5점을 획득했는데 아주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연주는 무심하게 불어서 3점을 획득했다. 면봉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도 열심히 불었는데 6점을 획득했다.
승준과 쌍둥이라서 그런지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았다.
은우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다가 두 번은 땅에 떨어뜨려서 2점을 획득했다.
윤동은 역시 운동신경이 좋은지 7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검을 한 단계 성장시킨 사람이 정해졌다.
승준, 하나, 재휘, 윤동.
종수가 그걸 보며 2 대 2라고 소리쳤다.
선생님은 의문이었다.
이게 시하팀이랑 종수팀의 대결이었나? 이거 개인전인데?
***
“자! 여러분. 검을 성장시켜 드리겠어요. 뾰로롱!”
선생님이 4명의 검을 바꿔 주었다.
이제 면봉에서 작은 검으로 바뀌었다.
복불복 해적 룰렛에 꽂는 작은 검 말이다.
승준이 외쳤다.
“이게 뭐야!”
여전히 검은 하찮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레벨이 2레벨 된다고 해서 엄청나게 강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칼싸움하면 딱딱해서 그게 면봉 이기겠다.”
종수의 말에 승준이 눈을 크게 떴다.
“천잰데?”
“야!”
승준은 진심이었지만 종수는 뭔가 놀리는 것 같았다.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니까.
선생님이 헛기침했다.
“흠흠. 다들 해적 룰렛에 꽂는 검을 가졌네요. 네! 맞습니다. 다음 게임은 해적 룰렛입니다!”
검의 성장 방향에 따라 게임이 정해진다.
과연 이번에는 누가 검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운의 영역이었다.
“해적을 튀어나오게 하는 사람은 검을 성장시킬 수 있어요.”
“!!!”
“그러려면 검이 필요하겠죠?”
“네!”
“검으로 성장시킨 친구들은 한 번의 기회가 있지만 없는 친구들은 꽂을 수 없겠죠.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 퀴즈를 맞힌다면 꽂을 수 있는 검을 획득할 수 있어요!”
아까는 사격처럼 맞추는 게임이었다면 이번에는 머리를 쓰는 것과 운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그럼 문제 나갑니다. 엄마가 기분 좋으면 아빠랑 이걸 하고 엄마가 기분이 나쁘면 혼자 이걸 하는데요. 이거는 무엇일까요?”
“정답!”
“응? 승준아. 뭐야?”
“뽀뽀!”
“땡!”
하나가 손을 들었다.
“키스?”
“땡! 혼자 뽀뽀랑 키스를 어떻게 하니?”
“거울로?”
“그건 좀…….”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답이 비슷하다.
아니, 근데 애들이 뽀뽀랑 키스의 차이점을 알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털어버렸다.
연주가 손을 들었다.
“그래. 연주야.”
“포옹?”
“땡! 아! 진짜 아깝다.”
종수가 손을 들었다.
“게임?”
“아니야.”
재휘도 슬쩍 손을 들어서 쇼핑? 하고 말한다.
은우는 포옹이 아까우니까 뽀옹 하는 방구! 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윤동은 고민하다가 춤? 이라고 말했다.
남은 기회는 시하에게 돌아갔다.
선생님이 먼저 선수 쳤다.
“형아 아니야. 시하야.”
“!!!”
역시 형아라고 하려고 했지?
기분 좋으면 아빠한테 형아라고 말하는 엄마가 어딨어? 기분 나쁘면 자신에게 형아라고 말하고.
엄청 이상하잖아!
“구러면.”
“응. 응.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봐.”
“우웅.”
시하가 고민하다가 답을 내놓는다.
“삼춘?”
“땡!”
형아보다 삼촌이 더 이상해!
어찌 되었든 기회는 모두에게 갔다.
“아무래도 다들 맞추지 못하네요. 문제가 너무 어렵나요? 그러면 힌트를 주겠어요.”
선생님이 ‘팔짱’을 낀다.
아이들이 대번에 눈치채서 다들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다들 ‘저요!’를 외친다.
제일 먼저 손을 든 연주에게 기회가 갔다.
“팔짱이요!”
“정답! 어려운 문제였으니까 끼울 수 있는 검 3개를 줄게요.”
연주가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이게 뭐라고 아주 열성적이다.
“그럼 한 사람만 맞추는 건 힘드니까 OX 퀴즈로 바꿀게요.”
“네!”
“개구리는 배꼽이 있다! 있으면 O! 없으면 X!”
“!!!”
아이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구리는 과연 배꼽이 있었나? 아니면 없었나?
시하는 자기 윗옷을 들어서 자기 배꼽을 보았다.
선생님은 풉 하고 웃음을 보였다.
아니. 시하야. 자기 배꼽을 보면 뭐 정답을 알 수 있니?
하나는 옆에서 노래를 불렀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참고로 노래에 배꼽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들 문제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선생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으니까.
“자! 시간 3초 줄게요.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거예요. 3! 2! 1! 정답은!”
승준이 O랑 X를 번갈아서 빠르게 바꾸고 있다.
마치 자신의 혼란스러운 생각을 말해 주는 듯하다.
“승준아. 하나만 해야지. 그러면 탈락이에요.”
“아앗! O!”
시하도 O를 들었다.
왜냐면 시하는 배꼽이 있으니까. 그런 이유였다.
“정답은 X입니다!”
“으잉?”
“개구리는 배꼽이 없어요.”
시하는 옷을 들어서 자기 배꼽을 보았다.
선생님은 시하가 왜 자기 배꼽을 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귀여우니 넘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