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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153/500)

153화

“산책과 잠자리 채집?”

생각해 보니 잠자리가 돌아다닐 시기인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잠자리채를 들고 많이 잡았는데.

“시하야. 잠자리에 대한 그림을 그릴 거야?”

“아아!”

“그래? 그런데 잠자리가 뭔지 알아?”

“아라! 시잉~ 날아~”

“어. 잠자리가 나는 거 맞지. 알고 있구나?”

“아아!”

“그럼 시하가 잠자리 잡는 놀이를 재밌게 하고 오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알았지?”

“이야기?”

“응. 시하랑 형아의 공동 작업이야.”

픽시브 업로드 작업은 내 멋대로 올린 거지만 이번에는 시하랑 상의하여 이야기를 만든다.

한마디로 첫 공동 작업이라는 거지.

“잠자리채랑 통을 준비해야겠다. 그치?”

“채, 통?”

“응. 채랑 통. 형아가 잘 준비할 테니까 한 마리라도 잡아야 한다?”

끄덕끄덕.

시하가 정말 잘 잡을 수 있게 빌어 주자.

***

그렇게 어린이집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러 나왔다.

장소는 대학교 근처에 형성되어 있는 공원.

거기에는 신기하게 잠자리가 많이 날아다닌다.

“자! 여러분. 잠자리채와 통을 잘 준비했죠?”

“네!”

시하가 옆으로 멘 잠자리 통을 손으로 두드렸다.

통통.

잠자리채를 쥐고 있는 모습이 비장해 보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잠자리를 찾는데 여러 마리가 눈에 띄게 돌아다닌다.

“샘! 잠자리!”

“네. 잠자리네요. 자, 먼저 선생님이 주의사항을 알려줄게요. 잠자리는 날개가 너무 약해서 함부로 덥석덥석 잡으면 안 돼요. 잠자리가 아야 해요. 알았죠?”

아이들이 많이 흥분해 있었지만, 오늘따라 말을 잘 듣는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라야 빨리 잡으러 갈 수 있기 때문.

비장한 시하 옆에 있던 승준이 말했다.

“시하야. 오늘 잠자리 11마리 잡아서 축구 시합하자.”

“아?”

잠자리가 축구 시합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하가 통을 빤히 쳐다보니 작아서 많이는 안 들어갈 거 같았다.

“작아.”

“그래도 다 넣을 수 있어! 골키퍼 있다고 공 안 들어가는 거 아니야.”

선생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승준아. 그 말은 또 어디서 들었니?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야.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는지 승준이 흥분해서 말했다.

“이렇게 시합하면 진짜 재밌겠다!”

“아아.”

착한 시하는 승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하나도 거기에 동참해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하나는. 하나는. 잠자리 연출을 할 거야. 노래 부르면 잠자리가 하나 주위를 도라!”

뭔가 꽃가루 같은 연출을 잠자리로 대신하는 하나였다.

선생님은 하나의 말을 듣고 곤충 아이돌이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여간 엉뚱하다.

그때 종수가 피식 웃었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생각 하고 있네! 이건 곤충 일기 적어야 하는 거거든.”

“아? 일기?”

시하가 일기가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 종수가 설명을 해 주었다.

은근 잘난 척하면서 지식을 잘 알려준다.

“일기라는 건 오늘 있었던 일을 쓰는 거야. 나는 오늘 곤충 잡아서 매일 일기 쓸 거야. 잠자리 말고도 사슴벌레도 잡을 거야. 이만하게 큰 엄청 멋진 곤충이야.”

시하가 눈을 빛냈다.

잠자리 말고도 사슴벌레라는 곤충도 잡고 싶었다.

형아랑 함께하는 좋은 이야기에 쓰일지도 모르니까.

“아아. 시하도!”

“사슴벌레가 그렇게 쉽게 잡히는 거 아니거든.”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사슴벌레가 없으니까 잡을 수 없지 않을까? 둘 다 못 잡을걸?

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망치고 싶지 않기에 그저 지켜만 보았다.

“자! 준비됐으면 출발. 요 주위만 돌아다니는 거예요. 어디 멀리 가면 안 돼요. 알았죠?”

“네!”

“그리고 이렇게 두 무리로 꼭 붙어 다니기. 알았죠?”

“네!”

그렇게 아이들의 곤충 여행이 시작됐다.

종수가 떠나기 전에 시하에게 말했다.

“시하야. 시합하자. 더 멋진 벌레를 잡는 팀이 이기는 거야.”

그 말을 승준이 받았다.

“좋아! 이긴 사람이 과자 사주기!”

“그래! 시하도 좋지?”

“아아.”

시하는 아무래도 좋았다.

대충 말을 끝내고 얼른 곤충을 잡고 싶었다.

그렇게 내기가 성립되고 셋은 곤충을 잡으러 떠났다.

“시하야. 우리 이번에는 이기자!”

승준은 전에 발표 대회 때 졌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승부욕이 강한 만큼 설욕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그런 승준을 보며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달랐다.

‘형아에게 멋진 곤충을 보여줘야지.’라며 잠자리채를 파닥파닥 움직였을 뿐이다.

“저기 잠자리 많다!”

“아아!”

다들 잠자리채를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잡기는 쉽지 않았다.

시하는 좋은 생각이 들어서 잠자리채를 들어 올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만-

잠자리가 저절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자세.

마치 낚시를 할 때처럼 물고기가 알아서 먹이를 물기를 바라고 있었다.

쌍둥이들도 시하의 방법이 좋아 보이는지 가만히 채를 들었다.

“으아! 힘들어!”

부들부들.

팔이 점점 떨려왔다.

시하도 이건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채를 땅에다 박았다.

“아아. 이케. 이케.”

“오! 그러면 안 힘들겠다.”

그렇게 셋은 가만히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은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

찰칵.

자신 찍는 걸 눈치챘는지 승준이 잠자리채에 다리를 끼어놓고 봉에 매달린 포즈를 취했다.

하나는 잠자리채를 살짝 기울여서 포즈.

시하는 잠자리채를 손으로 놓칠 수 없는지 다리를 많이 벌렸다.

시하야. 설마 저게 브이니?

그런 생각을 하며 선생님은 애들에게 자그마한 조언을 해 주었다.

이대로 있으면 못 잡을 게 뻔하니까.

“얘들아. 그렇게 들고 있으면 잠자리가 안 잡혀요. 저기 풀잎에 앉은 잠자리 있지? 그렇게 가만히 있는 잠자리를 채로 잡는 거야. 날아다니는 건 잡을 수 없어.”

잠자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 낚시처럼 기다린다고 해서 잡히지 않는다.

그걸 종수도 아는지 근처에서 크게 웃었다.

“푸하핫! 그렇게 안 잡히거든! 공부하고 와야지!”

예습과 복습을 아는 종수였다.

그때였다.

잠자리 하나가 휙 날아와 시하의 잠자리채에 쏙 들어갔다.

시하가 재빨리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휘이익.

채가 아래로 내려가며 땅에 닿았다. 잠자리가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종수가 그걸 보며 당황했다.

“어? 어? 저게 왜 잡히지?”

선생님도 그 모습을 보며 놀랐다.

‘그러게. 저게 잡히네?’

시하의 기다림은 성공했다.

그 뒤로 승준과 하나도 성공해서 종수의 표정이 해괴해졌다.

선생님이 셋에게 다가갔다.

잡긴 했는데 다들 어떻게 잠자리 통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자. 선생님이 잠자리 넣는 법을 알려줄게요. 잠자리는 이렇게 두 손가락으로 잡아요.”

그물망에서 날개를 덥석 잡았다.

시하에게 넘기며 손 모양을 따라 하게 했다.

시하의 자그마한 손가락에 잠자리가 발을 파닥거리며 잡혀 있다.

“아아. 샘!”

“여기 잠자리 통에 넣으면 성공!”

시하가 통에 쏙 하고 넣었다.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시하야. 나도 넣었어!”

승준이 선생님 도움 없이 잘 잡았다.

하나는 조금 무서워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멋진 곤충을 잡으러 가자!”

“아아!”

그렇게 셋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잠자리 말고는 찾을 수 없었다.

“나무에 있을지도 몰라!”

나무에 다가가서 샅샅이 찾아봤지만 발견되는 건 없었다.

그때였다.

시하가 뭔가를 발견했다.

잠자리채를 들고 벌레에게 다가가 손으로 콕콕 찔렀다.

“승준! 하나!”

“시하야. 뭐 발견했어?”

“발견해써?!”

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벌레를 가리켰다.

그건 바로 공벌레.

건드리니 둥그렇게 말렸다.

승준이 그걸 보며 소리쳤다.

“찾았다! 축구공! 잠자리가 저거 가지고 축구를 하는 거야!”

“하나는 못 보게써. 징구러.”

“아?”

전혀 생각지 못한 발상이어서 시하가 눈을 크게 떴다.

선생님이 그걸 보며 생각했다.

‘승준아. 그건 아니야…….’

***

-시하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

오늘 채집이 정말 재밌었는지 시하가 신나게 떠들었다.

“형아! 통!”

“응. 통에 넣었어? 그런데 통에 하나도 없네?”

“시하가. 집 가. 해써.”

“오! 잠자리에게 집에 가라고 했다고?”

“잠자리. 집 가.”

시하의 말을 듣는데 뭔가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놓아주는 저 마음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형아. 사진. 바!”

“응. 시하가 잡은 거 사진으로 꼭 볼게. 알았지?”

“아아. 시하. 잠자리. 팍! 날개. 팍!”

“그렇게 잡았구나.”

“공벌레. 공벌레.”

“오! 공벌레도 잡았어?”

“축구공! 승준. 해써.”

“아하…. 승준이 축구공이라고 말했단 말이지? 이거 이야기로 쓸 때 좋을 것 같다. 그치?”

“아아.”

시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듣는 건 이제 일과였다.

나중에 뭘 그릴지 예상이 간다.

잠자리와 공벌레.

내가 그 둘의 이야기를 쓰면 될 것 같았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보자.

“근데 알림장에 종수랑 내기했다고 하던데? 누가 이겼어?”

“시하가 이케이케. 곤충. 자바.”

“오~ 어떤 곤충?”

“레드 잠자리.”

“응?”

“레드 잠자리~!”

나는 잠시 레드 잠자리가 뭔지 생각하다가 하나를 떠올렸다.

“설마 고추잠자리?”

“아냐. 레드 잠자리.”

“아하하. 그래. 레드 잠자리를 잡았구나?”

“아아!”

아무래도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종수와의 내기에 이겼다는 모양이었다.

하긴 거기에서는 잠자리 말고 다른 멋진 곤충을 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상을 펴고 회의를 시작했다.

“자. 그럼 어떤 팝업북 그림을 만들지 이야기를 해 보자. 잠자리를 그릴 거지?”

“아아.”

“배경은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아아!”

“레드 잠자리도 그릴 거고? 또 뭐 그릴 거야?”

“공! 공벌레!”

“공벌레도 그릴 거구나?”

나는 대충 졸라맨처럼 그림을 그렸다.

이른바 콘티라는 거지.

팝업북 페이지는 많지 않아도 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시하가 힘들어질 테니까.

물론 놀이라고 생각하면 금방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시하가 종이에 말고 태블릿에 그릴래? 그럼 간단히 프린트해서 만들면 되겠다. 그치?”

“아아.”

“잠자리가 축구 경기를 하는 이야기 어때?”

“축구?”

“응.”

나는 승준의 아이디어를 빌리기로 했다.

잠자리가 공벌레로 축구를 하는 이야기지.

물론 잠자리의 인성 논란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설정상 공벌레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자.

공벌레도 취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구성할 건데? 어때? 재밌겠지?”

“아아!”

시하가 뭔가 좋은 그림이 떠오르는지 도도도 달려가 태블릿을 들고 온다.

열심히 펜을 들어 그리며,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하는 게 너무 묘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야 함께하지만 나중에 시하가 혼자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미술 쪽으로 나가서 프리랜서로 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런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그게 머지않았다.

초등학교만 가도 친구들과 놀러 다닐 것이며, 사춘기가 오며 나와의 대화가 줄어들 것이다.

누구나 겪는 그 시기가 조금은 늦춰졌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부모님들은 빨리 학교 갔으면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시하야 재밌어?”

“아아! 형아. 가치해서!”

“같이해서 더 재밌는 거야?”

“아아.”

그렇게 말해 주니 정말 고맙다.

나도 옆에서 적을 글귀들을 대충 정리해야겠다.

노트북을 들고 와서 시하 옆에 앉았다.

우리는 함께 작업했다.

시하는 그림을. 나는 글을.

기다리다가 잡은 잠자리와 다르게 추억은 기다린다고 해서 쌓이는 건 아니니까.

우리는 그렇게 함께하길.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길.

살며시 소망을 담아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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