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4화 (24/35)
  • 제 24화 파슈다 공작은 나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으직 콰드득 우직

    나는 가시 드래곤이 지닌 날카로운 가시들을 산성으로 살짝 녹여낸 다음에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뭐든지 먹어 치우는 공허의 괴물, 이터라지만 내 몸을 꿰뚫어냈던 가시들을 목구멍 속으로 넣는 미친 짓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전투 중에 상당 부분의 가시들이 녹아서 내가 직접 녹여낼 건 많지 않았다.

    "네...이번에도 공허의 괴물, 카니지는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변할지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원래라면 경기가 끝난 후 바로 대기실로 안내했겠지만 내가 공허의 괴물이라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운다는 점, 그리고 내가 변화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관중때문에 진행자는 따로 제지하지 않았다.

    우드득 콰직 콰득

    어느새 가시 드래곤을 다 먹어 치우자 내 앞에 익숙한 상태창이 떠올랐다.

    ['가시 드래곤, 다둠'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뾰족한 가시'를 흡수합니다. 특성 '뾰족한 가시'가 특성 '단단한 공격성 외피'와 결합되어 특성 '날카로운 공격성 외피'로 전환됩니다.

    특성 '발사형 가시'를 흡수합니다.

    특성 '신체 강화'를 흡수합니다. 준성체 성장률 35%]

    그러자 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콰드득 콰드득

    외피에서 무언가 자라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히 까끌까끌하며 뾰족했던 외피가 더욱 뾰족해지고, 양어깨에는 마치 칼날과도 같은 거대한 두 쌍의 가시가 돋아났다.

    더군다나 왜인지 모를 신체 강화특성이 생기면서 내 몸의 근육이 불어나며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또한 거대했던 날개에 핏줄이 도드라지더니 더욱 거대해졌다.

    '좋아. 이걸로 나는 근접전에서 한 층 더욱 강해졌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성장률이 너무 저조한데...'

    아마도 준성체가 되면서부터 성체가 되기까지에는 압도적인 경험치가 필요한 듯했다.

    '..새로 얻은 특성들이나 보자.'

    나는 새로이 얻은 특성에 대한 설명을 얻고자 상태창을 열었다.

    [준성체 성장률 35%. 뛰어난 사냥꾼이 된 이터 '카니지'

    보유중인 특성: 검은 촉수, 끈적한 점액체, 독니,사냥꾼의 감각,맹독, 신체 강화, 야간 시야,박쥐 날개,날카로운 공격성 외피,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근육, 가시 꼬리,성대 85%, 질병의 온상,포식, 촉수 결합 재생능력,발사형 가시, 분사형 기관, 브레스, 불의 힘, 산성, 바람의 힘, 물의 힘, 용신 각성, 강력한 턱, 푸른 화염, 날카로운 발톱, 신체 변환

    체장: 30m 11cm, 체고: 4m 21cm

    특성 '날카로운 공격성 외피': 기존의 단단한 공격성 외피보다 더욱 뾰족하고 위협적인 가시들이 배치되었으며, 그 내구성 또한 증가되었습니다. 당신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어리석은 이들의 몸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것입니다.

    특성 '발사형 가시': 외피에 솟아난 가시들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발사하게 될 경우 가시가 배치되었던 곳에는 새로운 가시들이 돋아납니다.]

    특성 '신체 강화' : 가시드래곤의 혈관에 녹아 있는 신체 강화 약물을 섭취하였습니다.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킵니다.

    내 몸길이는 어느덧 30m를 넘어섰으며, 새로이 얻은 특성들은 마침 비교적 근접전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내게 훌륭한 특성이었다.

    '역시...놈은 시합에서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군.'

    여타 다른 가시 드래곤에 비해 비대한 덩치, 터질 듯한 근육, 너무도 큰 날개.

    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밖에 생각이 되질 않았다.

    나는 관중석에서 이를 갈고 있는 한 마족을 바라봤다.

    '저자가 파슈다 공작이로군....'

    나는 놈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이거 내게 특성을 하나 더 준 꼴이 되었군. 고마워서 어쩌나'

    나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대기실로 되돌아갔다.

    .

    .

    .

    화마 파슈다 공작, 마계 북부의 일부를 다스리는 그는 자기 애완동물, 다둠이 지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다둠에게 주입한 약물은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매우 귀한 약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둠이 힘이 약해서 진 것은 아니다....저 공허의 괴물이 지나치게 교활한 거야!'

    그가 전투의 흐름을 분석했을 때 순수 힘은 다둠이 앞섰다.

    하지만 다둠은 갑자기 힘을 얻은터라 익숙지 않은 상태였고, 카니지라는 공허의 괴물은 자기 능력을 완벽히 이해하여 전투를 유리하게 이끈 것이었다.

    '제기랄!'

    파슈다는 이를 갈며 자신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이는 카니지를 매섭게 노려봤다.

    '저저...영악한 놈이 감히 날 비웃어?'

    그 순간

    "파슈다 공작님,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파슈다 공작 주위로 검은 양복을 입은 마족들이 둘러쌌다.

    "....뭐야! 감히 누군데 나를..."

    "나일세. 파슈다."

    화마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대공이시여..."

    붉은 장발과 각진 수염, 세련된 문양의 검붉은 양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파슈다 앞에 있었다.

    마계의 1인자, 대공 바알.

    파슈다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공 바알에게 인사했다.

    "대공 바알님을 뵙습니다....헌데..어쩐 일로..."

    "내가 왜 여기 있는지는...자네가 더욱 잘 알지 않나?"

    바알이 한쪽 눈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무슨 말인지 잘..."

    "내 자네가 이렇게까지 바보인 줄은 몰랐네."

    바알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노려봤다.

    "자네...어제 몰래 우리에 들어가 얄팍한 술수를 썼더군."

    "....무슨 말이십니까? 아무리 대공이시라도 증거도 없이 고위 마족을 의심하다니요"

    "증거? 어젯밤 자네가 우리에서 나오는 걸 본 사람이 있더군"

    "그건 단순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 순간 바알이 파슈다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혹시...내가 병신으로 보이나?"

    "크읍! 죄송합니다."

    "아니 나한테 죄송하면 안 되지."

    "그..그럼.."

    "죄송은 네놈의 비열한 짓거리 때문에 소중한 애완동물을 잃을 뻔한 레이븐 공작에게 해야지."

    파슈다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레이븐 공작 앞에 섯다.

    "레이븐 공작....미안하군..."

    "호오...그 뻔뻔한 파슈다 공작이라도 창피한 건 아시나보군요."

    그녀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마족에게 있어 순수한 힘이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무리 애완동물이라지만 그따위 허접한 약물을 먹이다니, 부끄러운 줄 아시지요."

    레이븐 공작이 다리를 꼰 채 거만한 말투로 그를 비웃었다.

    파슈다 공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제기랄..공허의 괴물이여...네놈은 내가 꼭 죽여주마!'

    그렇게 파슈다 공작은 대기실로 되돌아가는 카니지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

    .

    .

    .

    .

    환마 레이븐 공작, 그녀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저 가시 드래곤. 정상적인 놈이 아니다.'

    그녀는 파슈다 공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상당히..비겁한 수를 쓰는군요. 문제가 된다는 건 알고 계실 텐데."

    파슈다 공작은 못 들 척 눈을 흘기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제 가시드래곤, 다둠이 좀 특별한 아이이긴 하죠. 하핫"

    그리고 경기가 진행되자 그녀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라카의 후손인 검은촉수마저도 큰 어려움없이 이겨 냈던 카니지가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니지의 몸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고, 점점 생명의 불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가시드래곤 또한 꽤 많은 피해를 입은 상태였지만, 몸 상태를 판단했을 때 카니지에게 승산이 낮아 보였다.

    "파슈다 공작....이 문제에 대해선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 순간

    화아아아아악

    뜨거운 열기가 온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큭...이건!"

    카니지의 입에서 푸른 겁화가 가시 드래곤을 향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공작과 대공이 펼친 보호막조차 뚫으며 넘어오는 열기

    이를 지켜보는 파슈다 공작은 크게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저런 수를 숨겨두고 있었다니!"

    카니지는 푸른 화염으로 거리를 벌리더니 마지막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시드래곤은 보기 좋게 카니지의 덫에 걸리게 되었고,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레이븐 공작은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야..'

    수많은 관중들이 예상치 못한결과에 당황하며 환호를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

    .

    .

    우리로 돌아가 똬리를 튼 채 휴식을 취하는 카니지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크르르르륵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려나왔다.

    '젠장...! 너무 아프잖아!'

    온몸에 난 구멍이 촉수로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재생능력이 없었더라면 출혈로 인해 이미 자신은 죽었으리라.

    '그래도...용신각성은 안 쓰고 어떻게 잘 이겨 냈네.'

    그의 비장의 무기는 푸른 화염뿐만이 아니었다.

    과거 드래곤 리자드맨들을 잡으면서 얻은 특성 '용신 각성'

    스웜프 드래곤과의 결전에서 그 위용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일부러 그 특성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용신각성은 압도적인 위력을 지닌 만큼 그만큼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속시간이 끝난 후 찾아오는 엄청난 공복과 그에 따른 이성마비, 3일간의 재사용 대기시간.

    때문에 총 4일간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는 단 두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사용하려면 첫 번째 경기에서 사용했어야 해.'

    하지만 첫 경기에서는 큰 위험이 없었기에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용신각성을 써야 할 순간은 마지막 경기야.'

    두 번째 경기도 이 정도인데, 모두를 짓밟고 올라온 우승 후보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그는 자기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시드래곤은 A등급 몬스터 중에서 중하위권 정도 되는 녀석들이야. 그런 녀석이 강화된 상태로 나왔으니 내가 상대했던 놈은 A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이겠지.'

    그렇다면 현재 그런 A등급 몬스터를 힘겹게 이겼으니 자신도 A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도 상위권임이 분명했다.

    '근데...그런 A등급 몬스터들을 이기며 올라온 우승 후보 몬스터라면...A등급 최상위권이거나...S등급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

    '나도 지금 용신 각성을 사용한다면 S등급일 테지.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는 큰 기대를 품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만약....놈이 드래곤이라면?'

    드래곤들은 용신각성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드래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금 싸웠던 가시드래곤만 하더라도 자신이 패배하는 순간까지 끝끝내 용신각성을 사용하지 않았었으니까.

    '

    만약 다둠이 용신각성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내가 아니었겠지.'

    S등급 몬스터가 용신각성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자 나는 몸서리를 쳤다.

    '에이...설마.'

    나는 피식 웃어 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태로는 승산이 없어.'

    자신을 철저히 알고 있기에 내릴 수 있는 냉정한 판단이었다.

    '만약...만약 정말로 놈이 S등급인데다가 용신각성 특성과 같은 높은 수준의 자기 강화계열 기술이 있다면..난 다음 경기에서 무조건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특성을 흡수해야만 해.'

    '...후 오늘은 그만 생각하고 휴식을 취하자.'

    그는 떨리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가라앉힌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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