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22화 (22/35)
  • 제 22화 가시드래곤은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얻었다.

    나는 촉수를 질겅질겅 씹으며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녀석의 살점이 마치 치즈처럼 쭉 늘어져 내 입속으로 삼켜졌다.

    야만적이고도 자극적인 이 광경을 목격한 관중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환호를 내지르며 기립박수를 치는 자가 있는가하면 차마 이 잔혹하고도 폭력적인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며 보지 못 하는 자도 있었다.

    심판은 살이 뜯기고 이빨이 서로 살점을 뜯기 위해 부딪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경기장을 메우고 피가 사방팔방으로 튀겨나가며 흩뿌려지는 참혹한 상황을 보고는 잠시 넋을 놓았다.

    "어어...역시 공허의 괴물입니다!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먹어 치워 흡수하는 모습은 굉장히 보기 힘들죠! 그 귀한 장면이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녀석의 촉수를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먹어치웠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체락스 후작은 의자를 내리치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뒤를 지켜보던 레이븐 공작이 비웃으며 조롱했다.

    "아하하핫...체락스 후작님께서 많이 속상하신가 봅니다. 그 포악한 카라카의 자식을 이렇게 허무하게 잃어 버리시다니."

    {'검은촉수'를 포식했습니다.

    특성 '검은촉수'를 흡수합니다.

    특성 '뛰어난 재생력'을 흡수합니다. 특성 '재생력'이 '뛰어난 재생력'으로 전환됩니다.

    특성 '뛰어난 재생력'과 특성 '검은촉수'가 결합되어 특성 '촉수 결합 재생능력'으로 전환됩니다.

    특성 '끈적한 점액체'를 흡수합니다.

    특성 '신체 변환'을 흡수합니다. 준성체 성장률 27%]

    '음 흡수한 특성이 많아...내 상태와 새로 얻은 특성 설명을 확인해 볼까.'

    [준성체 성장률 27%. 뛰어난 사냥꾼이 된 이터 '카니지'

    보유중인 특성:검은 촉수, 끈적한 점액체, 독니,사냥꾼의 감각,맹독,야간 시야,박쥐 날개,단단한 공격성 외피,끈질긴 생명력, 뛰어난 근육,가시 꼬리,성대 85%, 질병의 온상,포식, 촉수 결합 재생능력, 분사형 기관, 브레스, 불의 힘, 산성, 바람의 힘, 물의 힘, 용신 각성, 강력한 턱, 푸른 화염, 날카로운 발톱, 신체 변환

    체장: 27m 21cm, 체고 4m 10cm

    검은 촉수: 신체에 촉수생성기관을 통해 검은촉수들을 생성합니다. 의지에 따라 원하는 신체 부위에서 촉수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촉수 결합 재생능력: 신체가 손상될 경우 촉수로 몸을 재생합니다. 근처에 적이 있을경우 촉수들이 자동으로 공격하며 재생합니다.

    끈적한 점액체: 신체에 새로이 배치된 점액분비기관을 통해 끈적한 점액체를 생성합니다. 원하는 상황 속에서 원하는 신체 부위에 점액질을 분비할 수 있습니다.

    신체 변환: 신체를 변환시킵니다. 의지에 따라 신체를 더욱 크게 하거나 작게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변화에 따른 에너지 소모는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우득 우드득 쿠드득

    몸이 뒤틀리며 새로운 신체 기관들이 몸속에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모든 변화를 끝마치자 이 기쁨을 포효를 통해 표출해냈다.

    키아아아아아!

    내 울음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내 신체가 변화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관중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호오...저것이 공허의 괴물의 '진화'로군요...."

    "실제로 보니 더욱 독특하네요. 확실히 상위 포식자에 위치한 마물답습니다."

    "저런 야만적인 생물을 길들이신 레이븐 공작님은 대체..."

    관중들의 관심이 나와 레이븐 공작을 향한다.

    환마 레이븐, 그녀는 다리를 꼰 채 나를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사육사가 다시 나를 동물들이 보관된 우리로 안내했다.

    그는 잔뜩 겁을 먹었는지 손을 덜덜 떨며 먹이로 날 유인했다.

    '그런 조그마한 걸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야...'

    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사육사를 바라보며 그를 따라갔다.

    .

    .

    .

    .

    .

    환마, 레이븐 공작. 그녀는 경기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수많은 고위 마족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다.

    "허...도대체 저런 괴물은 어디서 찾으신겁니까?"

    "혹시 공허의 괴물을 길들이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여기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뭐 하지만 혹시 파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정말 부럽습니다 공작."

    여태껏 애완동물 결투 대회에서 단 한 번도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레이븐은 엄청난 기쁨의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아리따운 외모, 강력한 힘, 지위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으나 단 한 가지를 가지지 못했다.

    '바로 애완동물..!'

    고위 마족들은 각자 자기 지위와 힘에 맞는 훌륭한 애완동물들을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애완동물을 과시하기 위해 매년마다 대회를 열었고, 우승한 자에겐 수많은 관심과 부러움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대회에 참가해 본 적이 없다.

    다른 공작들은 저마다 자기 애완동물을 뽐내기 바쁜데 그녀는 자신에게 걸맞은 애완동물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그녀는 애완동물 대회가 열릴 즈음에는 웃음거리가 되곤했다.

    "아하하핫! 글쎄요...저는 딱히 공허의 괴물을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변의 귀족들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 괴물이 제 힘에 이끌려 영토에 들어온 것 같더군요. 후후"

    그녀는 그동안 받아던 조롱을 되돌려주겠다는 듯 고위 마족들에게 한없이 자랑했다.

    "놈을 길들이는 법에 대해선...아무래도 그냥 알려주기가 좀 그렇군요 후후"

    그녀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것을 믿는 고위 마족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다들 속으로 재수 없다고 욕하기 바빴다.

    그런데도 그녀에게는 높은 지위와 압도적인 힘이 있었기에 앞에서 대놓고 그 마음을 드러내는 마족은 없었다.

    "하하...공작께서는 정말 대단하시군요..."

    "공허의 괴물마저도 눈빛만으로 제압하시다니...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그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띄워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후후훗 지금까지 날 무시해 오던 녀석들에게 한 방 먹이니 통쾌하군.'

    그녀는 카니지가 들어간 대기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정말 내가 훌륭한 녀석을 주웠어. 후후후'

    .

    .

    .

    .

    .

    "오빠...."

    백묘, 김하나는 십이신장 길드 내의 개인숙소에서 어릴 적 오빠와 함께 찍었던 사진과 청해신장이 건네준 오빠에 대한 정보들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다정했던 오빠는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나를 멀리했다.

    처음엔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오빠를 보기 위해 교실로 들어선 순간, 그녀는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다른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오빠가 맞고 있는 것을.

    그 이후 오빠는 더욱 나와 거리를 두었다.

    아마 자신과 함께 지내면 나도 피해를 볼까 봐 걱정되어 거리를 둔 것 같았다.

    이렇듯 힘도 없고 겁도 많은 오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지켜 주려고 했었다.

    '그런 오빠가....'

    자신이 쓰러져 있는 동안 복수하기 위해 그 위험한 헌터를 자처했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가슴이 찢어졌다.

    수많은 던전을 돌면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을 오빠, 하지만 그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함께 갔던 동료들조차 오빠를 지켜 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를 만났다고 했다.

    '이터....게이트 측정오류로 인해 한 헌터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이를 은폐하려고 한 강철방패'

    그는 오빠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 종이들을 꽉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절대.....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

    .

    .

    .

    .

    "저....공작님...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임마..너는 내가 힘들게 구입한 이 카리스마 넘치는 드래곤이 그 촉수놈처럼 먹어 치워졌으면 좋겠냐?"

    "그건 아니지만...."

    "아니면 닥치고 있어. 아무도 못보면 그걸로 된 거니까."

    마계의 북부 영토를 운영하는 파슈다 공작.

    그는 몬스터 상단이 비싼값에 팔고 있는 가시 드래곤을 구입하여 자기 애완동물로 삼았다.

    비록 다른 드래곤에 비해 못생기고 몸에 가시들이 많이 돋아 있어 함부로 만질 수도 없어 대부분 애완동물로 삼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파슈다 공작의 취향이 특이했던 것일까, 가시 드래곤을 보자마자 그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금을 들여 입양했다.

    그리고 가시드래곤과 사냥을 나갈 때마다 그는 느꼈다.

    '이 녀석...상당히 강하다!'

    몬스터 상단이 비싸게 판 이유가 있었다.

    여타 다른 가시 드래곤과 비교했을 때 특출나게 두껍고 긴 가시, 두껍고 긴 꼬리.

    '이 녀석은....분명히 가시 드래곤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놈이다!'

    그는 여러 사냥을 통해 가시 드래곤의 힘에 감탄했고, 결국 그는 이번 애완동물 결투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 가시 드래곤이 상대하게 될 공허의 괴물은 그야말로 최상위 포식자였다.

    자기 가시 드래곤이 그 괴물과 싸우게 된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아끼는 애완동물이 죽을 것을 생각하자 그는 생체 강화 약물을 반입한 채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라면 경기장 우리에는 사육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과거에 한 고위 마족이 자기 애완동물에게 약물을 주입시켜 경기에 임하도록 한 사건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고위 마족의 애완동물이 압승하게 되었고,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하고 상태가 이상하다는 점을 근거삼아 공작들과 대공들이 면밀히 검사했다.

    결국 그 고위 마족이 벌인 약물사태는 즉시 발각되었고, 그 이후로 우리에는 사육사만 들어갈 수 있다는 조항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애완동물 우리로 남몰래 들어온 파슈다 공작.

    그 또한 자기 애완동물이 처참하게 먹히는 꼴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약물을 주입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레이븐...그 망할 여인네가 어디서 그런 괴물을 데려와가지곤..."

    그는 품속에서 약물이 담긴 물병을 꺼내 들었다.

    "이걸로 너는 며칠 동안 최강이 될 거다..."

    그렇게 약물을 가시 드래곤에게 먹이자 놈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뚜두둑 뚜두둑

    뼈가 재구성되어 덩치가 더욱 커졌으며, 가시들이 더욱 뾰족하고 길게 자라났다.

    "하하하! 좋았어! 레이븐...내일 있을 경기..과연 어떤 얼굴하게 될지 몹시 기대가 되는군...크킄"

    그렇게 파슈다 공작과 그의 하인은 몸이 뒤틀리며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가시 드래곤을 뒤로한 채 우리를 빠져나갔다.

    키아아아아아오!

    그날 경기장에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드래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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