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나는 사냥감의 두려움을 즐긴다.
던전을 찾기 시작한 지 3일 정도 지났을까,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한 던전 게이트를 발견했다.
'진짜 힘들었지.'
던전을 찾는 동안 연쇄 살인범이 몬스터임을 확신한 인간들은 전문 헌터를 동원하여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중간에 한번 잡힐 뻔도 했지만, 다행히 위장 색을 이용하여 기습하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카니지는 게이트앞에 서성이는 헌터들을 발견했다.
'쓰읍...들키지는 않겠지?'
그는 잔뜩 몸을 움츠리며 갔다.
하지만 이젠 8m에 육박하는 몸길이와 2m를 넘어선 체고는 사람들에게 안 부딪치기에는 너무 비대했다.
'왜 하필 지금 헌터들이 던전에서 서성이는 거야... 지금 들어가려고 하나?'
헌터들은 언뜻 보기에 C등급과 D등급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감각 향상으로 기감을 펼쳐 자세히 보니 C등급이 하나, B등급인지 C등급인지 헷갈리는 놈이 하나, D등급이 다섯 그리고....짐꾼으로 보이는 E등급이 둘
작정하고 싸운다면 이길 수야 있겠지만 여기서 싸운다면 지금까지 공들여 피해온 수사망이 단번에 좁혀질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처리해도 던전 안에서 하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위장색의 남은 시간을 바라봤다.
'남은 시각은 3분....3분 안에 저들이 게이트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냥 다 치워 버리고 들어가는 수밖에...'
1분이 1시간과도 같게 흘러 갔다.
그렇게 2분가량이 흘렀고,
나는 1분밖에 안 남았음에도 아직 들어가지 않은 헌터들을 보고 초조해졌다.
'그냥...강행 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나.'
그 순간 헌터들이 회의를 마쳤는지 게이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됐다.
'됐어! 나도 따라 들어가자.'
그렇게 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변에 이걸 들은 사람은 없었다.
던전에 입성하자마자 내 위장색 특성은 시간이 다 되어 풀리고 말았다.
'휴 아슬아슬했네.'
들어가자마자 날 반긴 건 광활한 늪지와 날 발견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헌터들이었다.
나는 재빨리 나한테 위협이 될 만한 C급 헌터 두 명을 먼저 공격했다.
나를 아직 보지 못해 무방비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헌터에게 도약해서 뒷목에 팔을 쑤셔 넣었고 그리고 날 보고 당황한 녀석에게는 맹독과 질병이 녹아든 침을 뱉어 순식간에 무력화 시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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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던전은 정찰대에 따르면 늪지다. 몬스터 수준은 C등급 던전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듯하니까 잘 따라오도록."
이번 C등급 던전 공대의 대장을 맡은 헌터 유태진, 그는 헌터 협회소속으로 협회에 속한 D등급과 E등급 헌터의 경험을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이번 던전 토벌에 차출되었다.
'햇병아리들이지만 우리 협회에 소중한 녀석들이니 잘해줘야지.'
이 중년의 사내는 험악하게 생긴 것에 비해 마음씨는 따뜻한 낭만 있는 아저씨였다.
그는 C등급 헌터이지만 B등급 헌터와 비견될 정도로 충분한 경험과 실력이 있었다.
"그럼 D등급들과 E등급들 햇병아리들은 뒤에서 상황을 보고 내 지시에 따른다! 알겠나!"
"넵!"
"네~!"
"알겠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그는 게이트 속으로 향했다.
던전에 들어가자 후덥지근한 날씨가 모두를 반겼다.
"고...공대장님! 너무 더워요!"
"사막 던전은 여기보다 더 더워! 엄살 부리지 마라! 하하핫"
어린 딸이 땡깡부리는 듯한 목소리에 그만 호쾌하게 웃어 버렸다.
'이 기분을 유지한 채 몬스터 녀석들 한번 혼내줘볼까?'
그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 뒤에서 후배들이 이상한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공...공대장님...?"
"음?"
"저...저건....뭡니까...?"
"왜 뭐 나타났냐?"
그가 뒤로 돌아보려고 하던 찰나
푸욱!
그게 이 호쾌한 남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끔찍하고도 기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안...ㄴㅕㅇ?..."
괴물이 침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
.
.
.
C등급 둘을 처리하고 남은 건 경험이 없어 보이는 D등급과 E등급뿐.
나는 가차 없이 녀석들을 마저 다 죽이려 했지만....사람과의 대화가 끊긴 지 너무 오래되어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어차피 죽일 거 좀 놀려 먹고 죽여도 상관없겠지?'
나는 씨익 웃어 보이며 겁에 질려 털썩 주저앉은 헌터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안...ㄴㅕㅇ?..."
나는 나름대로 신사답게 물어본 거였지만 정작 내 목에서는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갈라지는 끔찍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몬스터가...말..을...히끅!"
"ㄱ...공대장님과...선배님이..."
"히익!"
"허억! 어느새!"
몬스터가 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고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니 이 초짜 헌터들은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어..어떻게....너..지능이 있는 건가!!"
상당히 당황스러워서 말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일 텐데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내게 묻는 헌터가 있었다.
'오...저 녀석은 꽤 강단 있는 놈이네....크게 될 놈이었겠어'
나한테만 걸리지 않았다면 말이지.
나는 더욱 활짝 웃으며 녀석을 바라봤다.
물론 녀석들에게는 내 흉측한 얼굴이 악마의 비웃음 정도로 보일려나
"ㄱㅡ..래...나는 ㄴㅓ..희..들의...말을 이ㅎㅐ..한..ㄷㅏ"
그제야 자신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듯이 내게 빌기 시작했다.
"우...우리를 살려 줘!"
"사...살려주세요! 흐윽..."
"원하는 건 뭐든지 할 테니까..제발!!"
용기가 솟아난 대원들이 내게 간곡하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우...우리를 죽이면 더 강한 사람들이 와서 널 죽일 거다! 만약 보내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그래 맞아!"
어떤 놈은 감히 이상황에 협박까지 하기 시작했다.
"ㄱㅡ...래?...그ㄱㅓㅅ 참 무..섭ㄱㅜ..만"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공대원들은 내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걸 직감했는지 그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그치....? 그러니까.."
"그래!...난 오늘 아무것도 못 본 거니까..."
하지만
"근..ㄷㅔ..."
나는 잔혹하게 웃어 보이며 녀석들에게 무수한 이빨로 무장된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 갔다.
"ㄴㅐ..가...왜..? 크헤헤헤하하하하하하핰!!!!"
아......
나는 녀석들을 남김없이 사냥했다.
.
.
'아 재밌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회상했다.
'오랜만의 사람과의 대화라서 그런지 좋은데?'
그는 인간시절에 느껴보지 못했던 우월감이 가슴속 깊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핍박받고 무시받던 김진현은 '힘'을 얻어 남을 제 입맛대로 할 수 있는 카니지가 된 것이다.
'짜릿했지....이번에 먹은 사냥감이 꽤 되는데 내 상태나 볼까'
[아성체 성장률 63%, 사냥에 눈을 뜬 공허의 포식자 '이터'
체장: 8m 17cm, 체고: 2m 36cm
보유중인 특성 : 독니,사냥꾼의 감각,맹 독,야간 시야,박쥐 날개,키틴질 갑옷,끈질긴 생명력,유연한 근육,긴 꼬리,성대 80%,질병의 온상,포식, 재생력, 분사형 기관]
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은 커져갔지만 역시 먹이를 먹을 때 급속도로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만 먹어서는 새로운 특성을 얻기는 힘들었다.
'이대로 새로운 특성을 얻지 못한다면 전에 그 준성체 어미 이터마냥 도태될 거다....난 진화해야만 해.'
새로운 터전, 새로운 먹이.
마침 내 새로운 특성들을 위해 먹이가 되어 줄 녀석들이 즐비할 것임이 분명했다.
'우선 여기에 어떤 녀석들이 사는지 한번 둘러나볼까"
그렇게 괴물은 새로운 던전에서 피식자들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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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기에 왔었던 게 맞는데..."
대한민국 헌터 협회 소속 B등급 헌터 '코서(Courser)' 채하림
코서들은 던전 속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시민들을 습격할 경우 그 몬스터들을 추적하여 사냥하는 헌터들을 부르는 말이다.
그는 코서에게 지급되는 검은 코트와 대 몬스터용 강화 마법 슈트를 입은 채 단서를 찾고 있었다.
'녀석이 더 날뛰게 두었다가는 민간인의 피해가 더욱 커질게 뻔하다.'
그녀는 상부에서 인천 연쇄살인 사건이 지능이 뛰어난 몬스터가 일으켰을 확률이 높다기에 조사를 시작했다.
'녀석이 지냈던 하수도에서는 피해자들의 혈흔이 다량 발견되었지...사체는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야....이건 몬스터의 소행이 분명하다.'
처음 그녀가 사건을 맡았을 때 내린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은 이곳인가?"
채하림은 녀석의 흔적을 쫓아 마지막에 도착한 이 하수구.
그녀가 위로 올려다보자 지상으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여기서 지상으로 나가 탈출했겠군....'
그녀가 사다리를 타고 하수구 밖으로 나오니 한 게이트가 눈에 띄였다.
'이곳이라면....녀석이 은폐기술을 사용하여 저곳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겠군.'
채하림은 노트를 꺼내 들어 지금까지 모아온 정보를 정리했다.
'녀석의 닉네임은 "블러드"'
항상 그 괴물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남아 생긴 이름이었다.
'블러드는 상당한 지능을 지니고 있으며.....매복과 기습에 뛰어난 사냥꾼이다.'
근 한 달간 시작된 이 살인사건은 대략 수십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타났으며 그사이에 시민들에게 발각된 적이 단 두 번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들켰을 경우 곧바로 자리를 떴지.'
이건 녀석이 자신이 발각되면 보다 강한 존재가 추격하리란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녀석의 위험도는 종합해 보았을 때 최소 B등급이다.'
정리를 마친 그녀는 사무용 휴대전화를 들어 상부에 연락했다.
"팀장님. 여기는 추적 1팀 채한림 코서입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한 던전에 블러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니 해당 던전진입에 대한 허가를 요청합니다."
"알겠다. 추적을 계속 진행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녀는 장발의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게이트를 노려봤다.
"기다려라. 블러드... 네놈은 머지 않아 내게 사냥당할 것이다."
그렇게 사냥꾼은 또 다른 사냥꾼을 노리러 던전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