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판타지 속 괴물이 되었다-7화 (7/35)

제 7화 나는 밤에 사람을 사냥한다.

처음 게이트를 나서자 보인건 수없이 많은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나를 본건 아닐까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그들이 위장색을 띤 내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안심했다.

'휴...다행이야. 만약 들켰다면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도륙이 났겠지.'

나는 근처 맨홀 뚜껑을 찾아나섰다.

'근데 신기하네....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아무것도 안느껴지나봐.'

편의점옆에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있는 사내 옆에 가봐도 사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내 위장색이 뛰어나다는 증거겠지.'

나는 내 위장색 특성을 바라봤다.

[특성 '위장색': 주변 지형지물의 영향을 받아 투명에 가까운 색으로 몸을 변화시킵니다. 감지계열에 대한 기술이 없거나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을 완전히 은폐시킬 겁니다. 최대 유지시간 20분, 재사용 대기시간 15분]

'그리고 현재.....젠장 5분 밖에 안남았잖아. 농땡이 피울 시간 따윈 없었네.'

나는 서둘러 하수도를 찾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으음? 무슨소리가 들렸는데?"

남자는 자신의 옆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마저 라면을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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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처에 맨홀 뚜껑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위장색을 띠고 있다고는 해도 소리까지 안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괜히 큰소리를 냈다가는 남들이 알아챌 수도 있었다.

철퍽

나는 뚜껑을 닫고 내려가자 오물속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에으 더러워...'

분명 지금까지 충분히 더러운 것에 익숙해졌다고 느꼈건만  하수도의 오물은 인간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서 내 생화학 기관에 담아둘 질병과 독들을 배합하면 꽤나 괜찮겠어.'

하수도란 본디 각종 병원균의 온상이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병원균과 독을 배합하면 필히 끔찍한 맹독이 되어서 나오리라.

'그나저나 여긴 뭐 먹을게 쥐들이랑 바퀴벌레 밖에 없으려나.'

하수도는 당연하게도 생물이 살기에는 매우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하수도에는 바퀴벌레를 포함한 온갖 해충들을 제외하고는 생물이 살만한 곳이 못된다.

밤에 몰래 나와서 사람들이라도 잡아먹으면서 활동해야겠네.

그렇게 다짐하고 있던 찰나

파리가 하나 내팔에 붙었다. 아마 내 팔에 묻어있는 썩은 살점을 먹으려한 듯 했다.

'이게....진짜....'

나는 가차없이 녀석을 삼켰다.

찹! 꿀꺽

['파리'를 포식했습니다.

특성 '질병의 온상'을 흡수합니다. 이미 지니고 있는 특성입니다. 해당 특성이 강화됩니다.' 아성체 성장률 19%]

역시나 성장률이 오르진 않았다.

파리를 꿀떡 삼키고 주변을 돌아봤다.

'여기가 어느 지역이더라?'

그는 자신이 던전에 들어가기전에 어느 지역의 던전으로 들어갔는지 생각해냈다.

'아 맞다 나 인천 부평에 있는 던전에 들어갔었지.'

'갑자기 내 여동생이 생각나네....지금쯤은 일어났을까?'

그는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의 여동생은 하나뿐인 진정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맨날 싸우시는 부모님 곁에서 우린 서로 의지했고, 자라면서도 결코 우리의 우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동생이 첫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그녀는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로부터 습격당했다.

다행히 그녀는 헌터로부터 구해져 목숨을 잃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의 말로는 무슨 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는데...

그때부터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갈망하기 시작하고, '헌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

눈 앞에서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고. 난 도망쳐 버렸다.

'에이 씨....쓸데없는 생각을 했네.'

그의 여동생은 현재 인천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입원중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볼수도......아니'

그 순간 나는 가슴에서 무언가 들끓는 것이 느껴졌고 눈에서 붉은 안광이 피워져 나왔다.

'나약했던 김진현은 죽었다. 이곳에 있는 건 사냥꾼이자 힘의 상징인 이터만이 남았을 뿐'

괴물의 자아가 인간 시절의 자아를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지금 이자리에서부터 난....'

카니지(Carn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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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등급 던전에서 어떻게 A등급 몬스터가 나온겁니까?!"

"강철방패 길드는 측정오류에 대하여 은폐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세라헌터가 안보이는데 어떻게 된겁니까?!"

무수히 많은 카메라가 준성체 이터 토벌대원들을 향해 있었고 길거리는 셔터소리로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아아 자세한 사항과 오늘 있었던 일은 추후에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김태준 공대장은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타 복귀했다.

"하~ 진짜 피곤하네...그래서 이번 던전의 수익은 총 어떻게 예상되지?"

"준성체 이터의 마정석과 사체중 일부는 굉장히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아마 마정석만 해도 50억 가까이 될겁니다."

김태준 공대장은 괜찮은 가격에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그정도 값은 되어야지. 이걸로 난 이제 이터를 두번이나 잡았네."

이터를 잡은 헌터는 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개체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발견하더라도 죽이기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견할때마다 세간에서는 난리가 나긴 하는데....'

이터를 잡은 것 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터를 잡기전에 저질렀던 비리까지 주목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이걸 어떻게 해결한다냐...."

큰 고민에 빠진 그는 길드 본부로 복귀하는 내내 편히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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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카니지는 인천에 하수도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밤만 되면 거리로 나와 인간들을 사냥했다.

물론 대놓고 하지는 못하고 하수구나 어두운 골목같은 곳에서 매복해 있다가 사람들이 없는 야심한 밤에 혼자 다니는 이를 만나면 사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냥을 같은 동네에서 계속하자 조사가 시작된 듯 했다.

나는 수사망이 좁혀질 때마다 인천의 다른지역으로 넘어가 사냥을 계속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해나갈 순 없겠지.'

언젠가는 도저히 인천에서 사냥이 계속할 수 없는 날이 올거다.

'어차피 나도 다른 게이트를 찾을 때까지만 할 거니까....'

"아 맞다고 걔가 그랬다니까~"

잡생각을 하던 도중 하수구 위에서 발걸음 소리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

크르르르르르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카니지는 도약할 준비를 했다.

저벅저벅저벅저벅

"그래~ 맞어!"

아마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듯하다.

'한 발짝만 더'

저벅

나는 맨홀 뚜껑을 열고 곧바로 그 남자를 낚아챘다.

키에에에

하수도로 빠진 남자는 몸길이가 6m에 가까운 끔찍한 괴수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허...허억!"

괴물은 뭐가 즐거운지 잔혹하게 웃고 있는 듯 했다.

"ㅇ..ㅏ..ㄴ..ㄴ..ㅕㅇ?"

쩍쩍 갈라지고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기괴한 목소리가 하수도에 울러펴졌다.

"모..몬스터가 말을?"

그게 그 남자의 유언이었다.

콰직!

나는 남자의 머리를 물어뜯었고 남자는 잠시 몸을 떨더니 맥없이 늘어졌다.

['인간'을 포식했습니다.

특성 '성대'를 흡수합니다.

특성 '성대'는 이미 지니고 있는 특성입니다. 해당 특성을 강화합니다. 성대75% 아성체 성장률 22%

체장: 6m 21cm, 체고 2m 24cm]

지금껏 인간들을 먹으며 성대가 나름 깔끔해지고 덩치가 나름 불어났다.

'그래 이정도면 이제 C등급 헌터 두세명정도는 거뜬하겠어.'

그 순간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여..여기 였어요! 여기에서 뭐가 팍 튀어나오더니 남성분을...."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젠장....아까 그 남자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나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끼이이익 쿵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로 내려온 형사 이진혁

"......냄새 한번 고약하군."

그는 두리번 거리며 흔적을 찾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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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사 이진혁이다.

요 근래 인천에서 잇다라 발생하는 실종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맡았다.

"분명 이 근처일텐데...."

그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어두운 골목이나 하수구 같은 곳에서 사람을 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항상 범행은 그 근처에서 일어나기도 했고 말이지.'

때문에 맨홀이나 골목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행적을 추적하다보니 범인은 인천 전역을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범인은 필시 그들을 데려가 살해했을 확률이 높았기에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 이 연쇄살인을 멈춰야만 했다.

그렇게 수사망을 좁혀서 다음 행선지로 추정되는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는 담배를 하나 입에 물며 골목을 걸어가다가 외마디 비명소리를 들었다.

"꺄악!"

형사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고 한 여성이 주저 앉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무슨일입니까?"

"저....저기에...남성분이 맨홀로 끌려갔어요..."

'찾았다.'

그는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재빨리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로 진입했다.

"허 참...."

그곳에서 그는 고약한 악취속에서 붉게 물든 오물을 발견했다.

'녀석은 방금까지 이곳에 있었다...하지만 시체는 어떻게 해치운거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사람의 시체를 처리하려면 아마도 힘이 굉장해야할 것이다.

'아니면 먹어치웠거나'

녀석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오싹해졌다.

최근 게이트가 생겨나면서 그곳에서 몬스터들이 나와 사람들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지능이 뛰어난 몬스터는 매복하고 사람들을 사냥하기도 하였다.

'만약 녀석이 몬스터라면 지금까지 녀석의 동선과 사람들의 증언이 딱딱 들어맞게 된다.'

하수도를 통해서 이동하고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숨어서 공격한다. 그리고 공격 후 사체는 먹어치워서 남기지 않는다.

'이러면 일이 커지는데'

그는 이 사실을 상부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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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진 않는 모양이군.'

좁은 통로로 인해 날개를 접고 하수로를 통해 이동한 그는 뒤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카니지는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상당히 좁혀졌음을 깨닫고 하루빨리 다른 게이트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더 있다가는 꼼짝없이 잡혀 죽겠구나. 빨리 다른 던전으로 들어가서 숨어야겠어.'

그렇게 다짐한 그는 근처에 다른 게이트가 있나 확인하기로 하고 행동에 나섰다.

'위장색의 지속시간은 20, 그 사이에 다른 게이트를 찾아야만 한다.'

그는 결심을 한 후 바로 근처 맨홀 뚜껑을 찾아 열고 위장색을 띤 채 밖으로 나갔다.

'바깥공기는 언제 맡아도 좋네.'

그는 밤에 뜬 달빛을 보며 길을 떠났다.

'이제 어디한번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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