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독사과-22화 (22/139)

제 22 화

“하드윅 백작 부인에게 소개장은 받아 온 거야?”

키안이 맞은편에 앉아 손을 꼭 모은 채 앉아 있는 벨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긴장으로 굳어 있던 벨라의 얼굴이 조금 풀어지더니, 이내 입술을 삐죽였다. 하드윅 백작 부인에게 찾아갔을 때가 떠올랐던 것이다.

“당연히 받았지.”

벨라가 주머니 안에서 소개장을 꺼냈다. 그러곤 자랑스러운 듯 키안에게 보여줬다. 이 소개장을 얻기 위해 벨라는 전부터 하드윅 백작 부인이 탐내던 다이아몬드 팔찌를 선물로 줘야 했다. 그때, 키안과 벨라를 태운 마차가 바레나 거리에 도착했다.

“너무 조용한 것 같지 않아?”

벨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았다. 사실 귀족들 사이에선 자정이 넘어서는 바레나 거리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꺼리는 곳이었다.

“베레나 거리는 자정이 넘어야 해. 곧 야시장이 열릴 거야.”

키안의 말에 벨라가 의아한 듯 키안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거야?”

“며칠 전에 전하와 함께 와봤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는 곳이니, 긴장할 것 없어.”

키안의 말에 두려움에 바짝 얼어 있던 벨라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이내 마차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멈춰 섰다. 펫숍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키안, 지금부터 후두를 머리에 쓰도록 해. 하드윅 백작 부인의 말론, 펫숍에 들어갈 때부터 나오기 전까지 얼굴을 보여선 안 된다고 했거든.”

벨라의 말에 키안은 망토의 후드를 깊게 눌러 썼다. 그러곤 마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마차가 멈춰선 건물엔 간판조차 없었다.

“여기 맞아?”

키안이 마차에서 내리는 벨라를 돌아보자 맞는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이게 표시라고 했어.”

벨라는 하드윅 백작 부인이 준 소개장의 겉면을 보여주었다. 소개장 위에 새겨진 마크는 특이하게도 검을 든 검은 고양이였다.

“특이한 모양이야. 검을 든 검은 고양이라니.”

“하드윅 백작 부인의 말론 사라진 문양이라고 했어. 아, 긴장돼.”

사라진 문양이라고? 키안은 좀 더 그 문양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벨라는 소개장에 새겨진 문양 같은 건 관심도 없는 눈치였다. 대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의 현관을 쏘아보고 있었다.

“준비됐지?”

벨라가 문을 두드리기 전 키안을 돌아보았다.

“응, 됐어.”

키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벨라가 문을 두드렸다. 이내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더니,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안과 벨라는 여인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모에 놀랐다. 당연히 나이가 지긋한 부인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안으로 들어오시기 전에 소개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아, 네. 여기.”

벨라가 서둘러 여인에게 소개장을 보였다.

“들어오십시오. 전 펫숍의 주인인 진이라고 합니다.”

소개장을 확인한 진이 옆으로 비켜서더니,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키안은 손바닥에 나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러곤 펫숍의 주인인 진을 지나쳐, 벨라와 함께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

“그게 무슨 말이지? 누굴 봤다고?”

세이란의 반듯한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평온하던 녹색 눈동자가 냉기를 품고 날카로워졌다.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은 공기에 패트리샤는 마른침을 삼켰다.

‘젠장, 실수한 건가?’

패트리샤는 생각지도 못한 차가운 반응에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뱉어낸 이상 숨길 수는 없었다.

“파튬에서 만났던 레이디께서 조금 전 펫숍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펫숍? 그게 뭐 하는 곳이지?”

펫숍이라니? 애완용 동물을 취급하는 곳인가? 이름만 보자면 그런 뜻인 것 같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패트리샤의 표정을 보건대,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님을 바로 알아챘다.

“그게 일종에 레이디들을 위한 가게입니다.”

“장신구라도 파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좀 더 사적인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표현이 맞을 겁니다.”

웬일인지 패트리샤는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빙빙 돌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입 밖으로 내기가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설마 금지된 흑마술을 하는 곳은 아니겠지? 간혹 레이디들 중에서 묘약 같은 이상한 약을 구하기 위해 마녀라고 알려진 영매를 찾아간다고 하더군. 설마 그런 거야?”

세이란의 질문에 패트리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흑마술이라니. 그건 제국법으로도 엄격히 금하는 것으로 발각된 즉시 중벌에 처해지는 범죄였다.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일종의 레이디들을 위한 비밀 클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이디들을 위한 비밀 클럽이라고?”

세이란의 표정이 흑마술을 얘기할 때보다 더 날카로워졌다. 그 모습에 패트리샤는 고갤 숙이곤 진짜 자신이 실수를 했음을 알았다. 그러곤 재빨리 자신이 아는 펫숍에 대한 정보를 모두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펫숍은 귀부인들에게 성에 관련된 물건을 파는 곳입니다. 간혹 귀부인들 중에서 성적 욕구가 강한 분들이 있습니다. 부군께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귀부인들께서 애인을 만드는 대신, 욕망을 해소할 물건을 사는 곳입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내놓고 말할 수는 없는 곳이라 잠시 망설였던 겁니다.”

패트리샤의 설명을 듣는 동안 세이란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키안이 펫숍에 간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키안이 왜? 라는 물음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누가 함께 있었지?”

“어두워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파튬에 함께 오셨던 귀부인인 듯했습니다.”

“제길!”

아키텐 공작부인이었다. 키안의 유일한 친구이자, 키안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아키텐 공작가의 미망인. 하지만 아키텐 공작부인과 함께라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키안에게 드레스를 입게 할 정도로 아키텐 공작부인은 엉뚱한 성격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성격과는 달리 키안처럼 순진해 보였다. 나중에 에드윈에게 슬쩍 전해들은 말이지만, 파튬의 가면무도회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참석한 것 같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펫숍이라니.

세이란은 성적인 욕구라곤 전혀 없는 키안이 귀부인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물건을 파는 곳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갔는지 궁금했다.

‘혼자 내버려 뒀다간 위험하겠어. 겁도 없이 그런 곳에 가다니.’

세이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패트리샤가 긴장한 얼굴로 고갤 들었다.

“혹시 그곳에 가시려는 것이라면, 제가 가겠습니다. 사실 그곳은 레이디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내가 그런 것을 신경 쓸 것 같아?”

“그건 아니지만, 그곳의 주인인 진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입니다.”

“주인과 친구라고?”

“제가 가서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분명 전하의 레이디께서도 전하께서 모든 걸 알고 계시다는 걸 원치 않으실 겁니다.”

패트리샤의 말에 세이란이 고갤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내가 직접 펫숍의 주인을 만나야겠다.”

세이란의 말에 패트리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패트리샤의 반응에 세이란이 인심이라도 쓰듯 차갑게 말했다.

“걱정 마. 죽이진 않을 테니까.”

**

키안은 당혹스러움과 난처함에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벨라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펫숍의 주인인 진이 내놓는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키안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졌다.

아무리 세이란을 향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라지만, 민망할 정도로 남자의 물건을 닮은 그것을 직접 자신의 다리 사이에 넣어야 하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 몸이 굳어졌다.

“익숙하지 않으셔서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사실 모양이 좀 흉측해서 그렇지, 이걸 다리 사이에 품는 순간 순식간에 사랑하시게 될 겁니다. 불쏘시개보다 못한 부군의 물건보단 훨씬 능력이 좋거든요.”

키안은 고갤 들어 펫숍의 여주인인 진을 바라보았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벨라와 달리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자신이 앞에 놓여 있는 물건들이 남성의 그것을 닮아 불편해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서 불편하진 않습니다. 흉측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예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키안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앞에 놓여 있는 중간 크기의 물건 중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모양과 상태 재질을 실제와 비교하기라도 하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폈다.

“실제보다 좀 더 크고, 두꺼운 것 같군요. 귀부인들은 큰 물건을 선호한다고 하더니, 사실인 모양이네요. 전 허풍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키안이 기사들에게 들은 것들을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남성의 것을 본떠 만든 물건을 주물럭거렸다.

그 모습에 진이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고, 벨라는 키안이 뱉어낸 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키안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어, 그러니까…….”

벨라는 더듬거리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머릴 굴렸다. 벨라야 키안이 지금까지 남자들과 생활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키안의 행동이 그리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진은 달랐다.

무엇보다 성적 욕구와는 전혀 상관없게 생긴 서늘한 눈빛의 아름다운 레이디가 수많은 남자의 실제 물건들을 직접 보기라도 한 듯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어, 그러니까 제 친구는……. 그러니까, 맞다. 사실 제 친구는 해부학을 공부 중이거든요.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 대담하게도 남자들의 성기 역시 자주 그린답니다. 책을 참고해서요.”

벨라의 설명에 키안은 그제야 진이 왜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깨달았다. 여인과 성에 대한 대화를 할 땐,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진은 앞에 앉아 있는 레이디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해봐야 스물을 갓 넘긴 듯 보이는 레이디들은 쾌락에 닳고 닳은 귀부인들과는 달랐다. 경험상 다른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 게 분명했다. 진의 물음에 키안과 벨라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제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분께, 음심을 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가 그분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육체적으로 욕망을 느끼는 거죠.”

“욕…… 뭐라구요?”

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사실 지금까지 쾌락에 목말라 하는 귀부인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남자를 밝히면서도, 자신들의 감정과 쾌락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가식적이란 말이 딱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앉아 있는 레이디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솔직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충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레이디의 순진함에 마음에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이 풀리기까지 했다.

“저기,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특히 육체적 욕망이란 단어는 레이디들 사이에서 굉장히 저속한 말로 치부된다고 알고 있거든요.”

진의 말에 키안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런가요? 워낙 제 주변에선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키안의 말에 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체 어디서 생활했기에 주변에서 쉽게 사용한다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사실 꼭 안 될 건 없었다. 간혹 귀족들 중 섹스 도중에 그런 노골적이고 저속한 말을 사용하면 흥분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레이디들 사이에서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창녀들이나, 용병들이나 할 법한 저속한 농담이니까요.”

진의 대답에 키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여인의 그곳을 구멍이란 표현하거나 거길 쑤셔달라는 말 역시…….”

키안은 더는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벨라와 진의 눈동자가 커지다 못해 경악으로 튀어나올 정도였던 것이다.

‘걱정이군. 전하께서 나에게 완벽한 레이디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내가 사용하는 용어가 다 레이디들이 사용하지 않는 천박한 것이니 말이야.’

키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남자로 살아온 탓에 레이디들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인 건 벨라와 진이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짓기 전까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절대 사용해선 안 됩니다.”

“맞아, 절대 안 돼. 그런 말은 레이디가 아니라, 무뢰배들이나 쓰는 말이거든.”

진과 벨라가 동시에 대답했다. 두 사람의 단호한 표정에 키안은 멋쩍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신 그런 말은 쓰지 않을 겁니다.”

키안의 대답을 듣고서야 벨라와 진이 안도한 듯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분, 성적인 욕망이 들 정도로 잘생기셨습니까?”

키안 덕분인지 지금까지 경계심을 보이던 진이 편안한 얼굴을 했다.

“잘생겼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편지를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편지지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묘약을 발라 드리겠습니다.”

진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내 키안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힘없이 대답했다.

“고백을 할 수 있는 상대였다면, 펫숍을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진은 그제야 키안과 벨라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에 둔 남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데다, 고백을 할 수 없는 상대라 욕망이라도 해소하려고 이곳을 찾은 모양이었다.

“감정을 숨길 수 없어, 이곳에 오신 겁니까?”

“남자들처럼 욕구를 해소하면,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습니다.”

키안의 말에 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인은 남자와 다릅니다.”

진은 뭔가 더 얘길 해주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유심히 살펴본 결과, 눈앞에 앉아 있는 레이디는 자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듯했다.

첫사랑인 건가? 그래서 모르는 걸까? 진은 안타까웠다. 자신이 느끼는 성적인 욕구가 그저 육체적인 반응이라고만 생각하다니.

“혹시 유부남인 겁니까?”

그래, 그것밖에 없었다. 고백도 못 하고 들켜서는 안 될 사람이란 건, 불륜밖에 없었다. 진의 뜻밖의 질문에 키안와 벨라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실 불륜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세이란은 키안을 남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는 불륜은 아니지만, 금단의 사랑인 건 확실했다.

“불륜은 아니지만, 금단인 건 맞습니다.”

키안의 대답에 진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러곤 잠시 고갤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금단의 사랑이라니.

진은 안타까움에 눈앞에 앉아 있는 레이디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었다.

“원래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건가요?”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펫숍에선 귀부인들을 위한 물건 외에 따로 파는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진의 말에 벨라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러곤 진 쪽으로 고갤 숙이더니 물었다.

“그게 뭔가요? 이런 것보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이겠죠?”

진은 바로 대답하는 대신, 잠시 뜸을 들였다. 그사이 성격 급한 벨라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이윽고 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애완용 펫입니다.”

황제의 독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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