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화
“어때? 이런 곳은 처음이지?”
수도인 키엘체 남쪽에 위치한 바레나 거리.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 거리는 밀거래가 행해지는 암시장을 비롯해, 사창가가 즐비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소문과는 달리 거리를 따라 열린 야시장의 풍경은 따뜻함이 녹아 있는 흥겨움이었다. 키안은 야시장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세이란은 왠지 익숙해 보였다.
“오신 적이 있으신 겁니까?”
“방학 때, 종종 왔었다. 그래서 제법 단골도 있지.”
“방학 때라면…….”
“처음으로 이곳에 온 게 5년 전이야. 너랑 함께 오고 싶었는데, 넌 방학 때마다 네 동생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그제야 키안은 고갤 끄덕였다. 세이란의 말대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로열 아카데미의 방학이 시작되면 저택으로 돌아가기 바빴었다.
그래서 세이란이 몇 번이나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 하루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었지만 거절했었다. 아마 그때 함께 가자고 했던 곳이 바로 이곳, 바레나 거리의 야시장인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전하.”
“널 책망하려고 한 게 아니야.”
세이란의 말에 키안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말처럼 탓하는 게 아니라, 함께 와서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역시 전하와 함께 와서 기쁩니다.”
“키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몰라. 귀족가의 자제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거든.”
당연히 짐작했던 바였다. 유스타나의 황태자가 호위기사도 없이 바레나 거리에 오다니. 그건 너무도 위험했고, 또 무모했다.
“그러니 너도 날, 전하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 예를 들자면, 란이라던가.”
“네? 그건 안 됩니다. 제가 어떻게…….”
키안이 강경한 태도로 고갤 가로젓자, 세이란이 이름도 아니고 애칭을 부는 건데 그게 무슨 대수냐는 얼굴이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어차피 너와 난 친구잖아. 그러니 안 될 것도 없다. 나도 널 좀 더 친밀하게 부를 테니까.”
친구라고? 세이란 님과 내가? 키안은 한 번도 자신과 그가 친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언제나 세이란은 자신에게 섬겨야 할 대상이었고, 그를 바라볼 때면 경외감과 함께 충성심이 심장 한쪽을 가득 채웠다.
그건 섬기는 주인에 대한 자부심이었고, 유스타나 제국에 대한 애정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황태자인 세이란의 애칭을 부르는 건 하녀가 여주인의 멱살을 잡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깐깐하긴. 그냥 란이라고 부르라는 것뿐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게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군.”
“제겐 같습니다.”
세이란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서늘하던 그의 분위기가 확 변했다.
키안은 눈을 가늘게 뜨곤 자세히 살폈다. 그러고 보니 바레나 거리에 도착한 후부터, 그의 분위기가 변해 있었다.
사람을 압도하는 강한 카리스마는 여전했지만, 날카롭던 눈매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마치 그를 감싸고 있던 얼음냉기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키안,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불러봐. 연습을 해야지.”
세이란이 기대감을 품고 내려다보았다. 키안이 처음으로 자신을 애칭으로 부른다고 생각하자 묘하게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반면 키안은 난처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 안에서 그의 이름을 몇 번 불러보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키안, 뭐 해!”
그의 재촉에 키안이 억지로 입술을 달싹였다.
“라…….”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키안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에게 세이란은 친구이기 앞서, 황태자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금부터 내 이름은 란이다. 지금 당장 그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키스를 하겠다.”
키……스라고? 아니, 이젠 뭐,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협박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시험 삼아 키스를 한 이후 세이란은 거부감이 전혀 없는 눈치였다.
지금도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소년 같았다. 남자끼리의 키스가 아니라, 자신을 놀릴 방법이 생겨 즐거운 눈치였다.
“라……안.”
마침내 키안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짙어지더니, 입가에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뭔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다시 한 번 불러봐, 어서.”
키안은 심호흡을 했다. 그의 눈빛 때문인 걸까? 이름을 부르는 게 뭐라고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 건지. 마른침까지 꼴깍 삼킨 후, 그의 이름을 불렀다.
“란.”
순간 세이란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녹색 눈동자 역시 묘한 빛을 품고 짙어졌다. 키안은 조금 긴장했다. 그의 시선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묘하게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불쾌한 감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시선에 자신의 심장이 눈치 없이 설레었다.
“좋아, 키안. 내 부탁을 들어줬으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사줄게. 그러니 뭐가 먹고 싶은지 말해봐. 여긴 없는 게 없거든.”
세이란이 자연스럽게 키안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키안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며, 슬쩍 손을 뺐다. 유스타나 제국에선 스무 살에 되면, 성인식을 치르는 게 관례였다.
키안 역시 2년 전 성인식을 치렀고, 올해로 스물한 살이 되었다. 게다가 세이란의 나이는 스물셋이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다니는 게 이상한 나이였다. 남녀가 아닌 이상.
“손은 놓고 걸어도 됩니다. 길을 잃어버릴 나이는 지났거든요.”
세이란은 이번엔 키안이 도망치지 못하게 깍지까지 꼈다.
“내가 잃어버릴 것 같아 붙잡는 거야.”
“그럼 팔을 붙잡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돌아가겠다는 듯 세이란을 올려다보았다.
“쳇, 정말 마음에 안 든다니까. 좋아, 팔로 해.”
어쩔 수 없이 세이란이 키안을 손을 놓았다. 그러곤 자신의 팔을 슬쩍 내밀었다. 얼른 붙잡으라는 뜻이었다.
사실 팔을 붙잡는 것 역시 이상해 보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것까지 거절한다면 세이란이 화를 낼 것 같았다.
망설이던 키안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내밀어진 팔이 아니라,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순간 그의 눈썹이 확 치켜 올라가는 것을 보며, 키안은 모르는 척 시선을 피했다.
“저, 배가 고픕니다. 얼른 가는 게 좋겠습니다, 란.”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아양을 떨다니. 자신의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던 키안은 고갤 숙였다.
‘왜 말이 없는 거지?’
세이란의 침묵에 키안이 그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슬쩍 고갤 들었다.
순간 세이란과 눈이 마주친 키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니나 다를까, 위로 무섭게 치켜 올라갔던 세이란의 눈썹은 이미 제자리를 되찾은 후였고, 그의 입가엔 기분 좋은 듯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자신의 아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애교가 그에겐 통한 모양이었다.
“따라와. 내가 아주 맛있는 가게를 알고 있으니까, 릴리.”
릴리라니. 키안이 항의하기 위해 고갤 들자, 세이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곤 장난스럽게 말했다
“네 이름을 부를 순 없잖아. 나도 똑같이 애칭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무리 그래도 릴리라니. 백합은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다른 이름이 좋겠습니다.”
“뭐, 어때? 오늘만 부를 건데. 까다롭게 굴지 말고 어서 가자. 배고프다며?”
세이란이 키안을 잡아끌었다. 야시장이 열린 골목으로 들어서자, 키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골목을 따라 형성된 야시장은 대낮처럼 환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만 아니었다면, 낮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키엘체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랐습니다.”
키안은 야시장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오늘은 그나마 한산한 편이군. 하지만 사람들이 많으니,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키안은 이미 노점의 자판에 정신이 팔린 후였다. 무엇보다 길을 따라 형성된 음식점들에서 나는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에 배가 너무도 고팠다.
“볶음면 좋아해?”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키안의 대답에 세이란이 길게 늘어선 가게 중 하나로 키안을 데리고 들어갔다. 대부분이 노점 형태라 가게 앞에 놓여 있는 테이블에 자릴 잡고 앉았다는 말이 맞았다.
그 가게 역시 이미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다. 때마침 식사를 끝낸 손님이 밖으로 나가자, 두 사람은 운 좋게도 자릴 잡을 수 있었다.
“세상에나, 우리 도련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주문을 받기 위해 탁자로 다가오던 후덕한 인상의 여인이 세이란을 단박에 알아보곤 흥분으로 들뜬 표정을 했다. 그러자 세이란 역시 호들갑스럽다고 할 정도로 시끄러운 여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있었어, 로라? 내가 없는 동안 더 좋아진 듯 보이는군.”
까칠하고 냉혹하다는 유스타나 제국의 황태자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도련님께서 보내주신 약을 먹었더니, 관절염이 순식간에 나았거든요. 오시면 제가 그 보답으로 거하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1년 동안이나 안 오셔서 이젠 다시는 오시지 않는구나 하며 서운해했답니다.”
사실 여주인인 로라는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귀하게 생긴 세이란이 발길을 뚝 끊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세이란이 이곳에 와서 자신들처럼 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보자, 기쁜 마음에 눈물까지 고였다.
“1년 동안 키엘체를 떠나 있었거든. 다리가 나았다니 다행이야. 이젠 종종 올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구해줄 테니까.”
“어쩐지, 1년 동안 키엘체를 떠나 있으셨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서운해만 했답니다. 그나저나, 이번엔 함께 오셨네요. 그분 맞죠? 도련님께서 항상 같이 오고 싶다고 하시던 그분 말입니다.”
로라가 세이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키안을 보며 눈을 빛냈다. 하지만 키안은 여주인의 이름까지 불러가며 편하게 얘길 주고받는 세이란을 보며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로라가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인사해, 릴리. 이 가게 주인인 로라야.”
세이란의 소개에 키안이 고갤 들었다. 그러자 로라가 키안의 손을 덥석 잡더니, 반갑게 말했다.
“세상에나, 정말 예쁘시네요. 우리 도련님과 잘 어울립니다.”
“아, 저는…….”
키안은 조금 당황했다. 바지를 입고 있는데도,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다니. 키안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키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듯 세이란을 보았다. 하지만 세이란은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 어깰 으쓱했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떴다.
“내가 그랬잖아,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그러네요, 정말 예쁘세요. 아참, 내 정신 좀 봐. 도련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음식을 내오겠습니다.”
로라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키안의 손을 놓더니 서둘러 테이블에 놓여 있던 접시들을 들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세이란이 키안 쪽으로 고갤 숙이며 낮게 속삭였다.
“수다스럽긴 하지만 음식은 잘해. 마음에 들 거야.”
세이란의 설명에 키안은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한결 밝아진 얼굴 하며, 즐거운 듯 반짝이는 그의 녹색 눈동자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키안은 안타까웠다. 만약 세이란이 평소에도 이런 모습이라면, 주위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욕심인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이런 세이란의 모습은 자신만 알고 싶었다. 키안이 말없이 바라보는 게 이상했는지, 왜 그러냐는 얼굴을 했다.
“왜? 다른 게 먹고 싶었던 거야?”
“아닙니다. 그냥, 신기해서요. 이런 소란스러움은 싫어하실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키안이 의외라는 듯 말하자, 세이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처음엔 키안의 말처럼 싫었다.
“맞아, 처음엔 굉장히 싫었다. 이유도 없이 내보이는 친절을 의심하고 경계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 여기에 있는 이들이 바로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란 걸.”
그 후로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거리의 소음도 정겹게 음식을 나누며 웃는 소리도. 그 사소하고 작은 소리들이 세이란의 심장을 묵직하게 울렸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
“죄송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매번 거절이나 하다니.”
“말했잖아, 널 질책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해.”
키안이 고갤 끄덕였다. 사실 그 당시 세이란의 청을 받아들여 이곳에 왔다고 해도, 지금처럼 충분히 즐기진 못했을 것 같았다.
그 당시엔 키안의 머릿속은 어린 동생인 카이우스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레녹스 공작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역시.
“저기 오는군.”
그때 여주인인 로라가 커다란 쟁반에 음식이 가득 들고 나타났다. 순식간에 테이블 위엔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음식이 차려졌다.
“다 드셔야 합니다.”
로라가 자릴 뜨자, 세이란이 키안에게 포크를 건넸다. 그러곤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접시에 음식을 직접 담아 놓아주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넌 먹기나 해. 다 못 먹으면 갈 수가 없거든.”
“정말입니까?”
“풋, 농담이야.”
키안은 포크를 들곤 세이란이 접시에 덜어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입안에서 볶음면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키안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맛있습니다.”
“내가 그랬잖아, 수다스럽긴 해도 음식 맛은 좋다고. 입에 맞는다니, 많이 먹어.”
세이란이 고기 튀김을 집어 키안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키안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천천히 먹었다. 새벽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배가 고팠는지 그가 준 음식을 모두 먹어치웠다.
“이제 더는 못 먹겠습니다.”
키안이 접시를 앞으로 밀며 더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러자 세이란이 옆에 놓여 있던 냅킨을 들어 입가를 닦아주었다. 당황한 키안이 얼굴을 뒤로 빼며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가만있어. 어딘지도 모르잖아.”
세이란이 손을 뻗어 자신의 턱을 붙잡았다. 그러곤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입가에 묻은 음식을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어색함에 키안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자꾸만 긴장이 됐다. 의식하지 않던 그의 시선도, 또 기대감에 미친 듯이 뛰는 심장도. 키안은 그의 시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그를 관찰했다.
세이란의 표정은 검이라도 손질하는 것처럼 무척이나 신중했다.
‘이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키안은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세이란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도 생경했다. 지금 이 모습의 그는 심장이 멈출 만큼 매혹적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음식을 먹는 내내 시종처럼 시중을 들던 그의 모습은 잊히지 않았다.
그 순간 세이란이 눈을 들었다. 미처 고갤 돌리지 못한 키안의 시선이 그의 강렬한 눈빛에 붙잡혔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입술을 스치는 그의 손끝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키안은 그 나른한 열감에 숨을 삼키며, 주먹을 꼭 쥐었다.
황제의 독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