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헥센야크트-88화 (88/186)

고별의 장(1부 Epilogue)

1.

악몽은 깨어나면 그만이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몽환의 세계라도 길어봐야 하룻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마녀의 결계 속에서는 시간마저도 뒤틀어 버린다.

그것은 강력한 마기에 노출될수록 영향을 크게 받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숲과 늪지를 빠져나와 동방의 항구로 돌아왔을 땐···.

이미 날짜가 나흘 이상이나 지난 뒤였다.

“잘 살아남아주었다, 빅터.”

그간 말을 아끼던 대스승 크레이그는 선박장에 도착하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용병들은 각자 전투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각자 떨어져나갔고.

레이는 잠깐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리를 비춘 상태였다.

대스승 알베르트와 베누다는 제자를 잃은 사이끼리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했었지.

그는 마침 우리가 단 둘이 되는 순간만을 기다린 듯 했다.

“답답했다는 걸 안다. 그만큼 내게 묻고 싶은 것도 많았겠지.”

“아닙니다, 대스승.”

“그래. 이제 자네에겐 숨기는 게 의미가 없을 테니.”

말마따나, 그의 속내는 대부분 짐작이 갔다.

나와 마주하기 수 해 전, 대스승 크레이그는 또 다른 표류자와 접촉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부 알고 있었다.

내가 표류자의 유산을 건네주기 적합한 그릇이란 걸.

그리고 그것이 미래에 있을 마녀와의 싸움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딱 들이 맞는다.’

답답하다고 느껴온 대스승의 교육 방식들···.

직접 대면하고서 위험에 직면해야만 깨달았던 모든 것들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절묘하게도 나는 순차적으로 정신감응 능력을 발전시켜왔지.

만약 처음부터 이만한 힘을 가진 채였다면, 나는 오래 전에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어이가 없어, 질려버릴 정도다.

이 음흉한 늙은이는 과연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걸까?

일전에 그가 말했던 것처럼, 마치 어떤 거대한 운명의 흐름이 날 인도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우연은 없어.

이 모든 것은 오래 전부터 표류자가 깔아둔 계획의 일부일 터.

외계의 존재인 그들에겐 수 백 년의 시간조차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겠지.

그릇의 역할은 내가 아니어도 좋았을 것이다.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섬의 민족이 바깥세상을 통해서 나와 같은 후손을 남겼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특별했다.

허나 동시에, 단지 운 좋게 시기를 잘 타고난 것뿐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걸로 충분한 것인가?’

그럴 리 없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다.

이것이 정말 표류자가 그린 큰 그림이라면···.

희생이 불가피하게 뒤따라야만 하는 잔인무도한 계획이 아닌가?

“···빅터여, 나에게 너와 같은 능력은 없다. 하지만 당장 고뇌하는 너의 얼굴을 보면, 그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 용병단의 꼬맹이조차 바로 알아보겠지. 결론부터 말하마. 네 탓이 아니다.”

“저는···.”

“앞으로는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네가 사명을 깨달은 현 시점이 바로 새 시대의 시작이다.”

“···.”

“아직 얼떨떨한가? 무리도 아니지. 잊지 말거라. 무지개의 의미를. 모든 현상은 일어날 법하기에 일어난다. 또한 기억하라. 우리가 오래도록 무너뜨리지 못했던 육망성의 한 주축을 무찌른 것이··· 그 누구도 아닌 너라는 사실을.”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대스승 크레이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작 나 자신은 스스로의 모자람만을 자각할 뿐임에도.

내가 약했기에 눈앞에서 동료 사냥꾼들이 죽는 걸 지켜봐야만 했는데도.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잔혹한 소리가 될 지도 모르나, 나는 자네에게 시체가 되어버린 이들을 기리는 것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근본적인 의문을 입에 담았다.

빌헬미나나 제리온 때도 그랬지만, 마녀 사냥꾼들은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다.

그마저도 미신으로 치부하는가?

어느 문화권에서든 거의 반드시라고 할 수 있는 애도의 의식조차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생명을 잃은 육체에 가치는 없다. 그것은 비료와 다르지 않음이니.”

하지만 그의 말에 담긴 진짜 의미는 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기에는 보다 숭고한 어떤 가치가 스며있었다.

“우린 그들에게서 충분히 건네받았다. 특히 너에겐, 뼈에 사무치도록 강렬하게 전달되었을 테지.”

대스승 크레이그는 나의 가슴에 뭔가를 겨누었다.

불태워진 심록의 시체에서 회수한 유성의 파편이었다.

“빅터, 나는 오래전 이 무구를 손에 넣었을 때부터 자네의 합류를 기다려왔네. 그건 나이 말곤 자랑이 없는 나에게도 꽤 긴 시간이었지.

“너도 알다시피, 하늘에서 날아온 자들이 다루는 힘의 원천은 사념이다. 분명 그들 또한 대대로 물려받은 숭고한 정신을 통해서 아스트랄과 싸워온 것이지. 빅터, 너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냥꾼은 그 정신의 계승자라 할 수 있다.”

대스승 크레이그는 말한다.

별 너머의 의지는 영겁의 세월을 넘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거리까지 돌파하여 지금 우리들 앞에 전해진 것이라고.

“목숨을 가벼이 여기란 의미가 아니다. 젊은 사냥꾼아. 지금의 슬픔은 분노로 바꾸어 간직하라. 그것이 미래를 맡기고 간 동지들의 한을 푸는 유일한 길일지니.”

위로치곤 장황하지만 결국 뻔한 소리다.

고작 이따위가 격려라면, 헛웃음이 다 나올 정도의 시덥잖은 대사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적잖은 무게를 느껴야만 했다.

···이제야 알겠군.

대스승 이전에 한 사람의 사냥꾼으로서 크레이그가 짊어진 것···.

그는 자신이 대스승의 칭호를 물려받기 선대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그대로 들려주고 있었다.

어쩌면 이 격언은 그 이상으로 오래된 것인지도 몰랐다.

“···쓸데없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했구나. 이제 마주하는 사람의 과거나 기억조차 꿰뚫는 너에겐 괜한 참견일 것을.”

“제가 읽을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스승.”

“그래. 지금은 말이지. 명심하거라. 너는 아직 성장 중이다. 그 힘은 당장 자네가 감내할 수 있는 만큼만 발휘되는 것뿐이니.”

그 말인즉슨···.

아직 나는 더욱 더 많은 희생과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요지는 안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더욱 더 강해져야만 하는 것이라고.

“저··· 실례합니다. 대스승 크레이그시여.”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

···또 이런 식이군.

기척이 없었다.

이것은 대스승 베누다가 보여준 은밀한 보법···.

역시나 그 제자인 앙리도 터득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중요한 대화중에 끼어 든 무례에 용서를···.”

“아니다. 이야기라면 지금 막 끝난 셈이니. 음, 그러니까 아가씨는 분명···.”

“저는 대스승 베누다의 제자, 앙리에타. 편히 앙리라 불러주십시오.”

“앙리라··· 이름을 보아하니 페렌시아 출신인가?”

“그렇습니다. 제 고향은 바다 건너 대륙 남단··· 어릴 적 고향에서 대스승 베누다께 거둬들여져서···.”

“그랬군. 알겠다, 앙리여.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

“네. 지금 막 상단과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우릴 싣고 갈 상선부터 찾은 것인가?

눈치도 그렇지만 행동까지 재빠른 여자다.

몸이 성하지 않을 텐데도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군.

대스승 크레이그도 그 진가를 알아봤는지, 상대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떻게 되었는가?”

“당장이라도 출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리 철수 준비를 해두었던 모양이군. 우리의 패배를 상정했는가?”

“그건···.”

“괜찮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현명한 조치이니.”

“아군의 귀환이 늦어진 탓에 지원군을 요청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것 참 다행이야. 자칫 조금만 늦었어도 당분간 이곳에서 신세를 져야했겠군.”

“오히려 아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대스승이시여. 기왕이면 며칠 정도는 저희 집결지에서 환대를 해드렸어야···.”

“말뿐이라도 고맙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동방의 곡주는 출항 전에 목을 축이는 걸로 충분할 테니.”

상단의 주인은 크로이 가문과 인연이 있는 자라고 했다.

마녀 사냥과 깊이 연관된 만큼···.

우리가 하루만 더 늦었어도, 그들은 본토에 있는 또 다른 두 대스승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선장과 예정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네. 적어도 하루 이상은 출항을 미루도록 말이야. 빅터, 자네는 그 사이에 잠시나마 쉬고 있도록.”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오른팔을 들어 몸의 건제함을 드러냈다.

거대한 도끼 자루의 끝부분을 쥔 채로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만전의 상태였기에.

유산을 받아들인 효과인가?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로이와 함께 했을 때보다도 상처의 회복이 빨라, 이미 내상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놀랍군. 단순히 젊기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내가 쉬라는 건 권유가 아닌 명령이니까.”

“···.”

“앙리, 이 무식한 사내를 숙소로 안내해주겠나?”

“알겠습니다.”

“얼굴이 굳었군. 뭐가 또 마음에 안 드나, 빅터? 그렇게 휴식이 불만이라면 차라리 넉살좋게 동방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 앙리를 통해 관광이라도 할 텐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정도로 마음이 풀어진 것도 아니기에.

결국 억지에 가까운 지시.

나는 결국 앙리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2.

이틀이 지났다.

승선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하루 동안, 우리는 온 종일 대스승 베누다의 술주정에 어울려야만 했다.

그의 주폭은 꽤나 심각한 수준이어서, 맨 정신으론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나까지 함께 취해야만 했지.

다음 날.

대스승 크레이그는 출발 때보다 병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도펠죌트너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곤 뭔가를 권했지.

우리에게 합류하여 사냥꾼의 길을 걷지 않겠느냐고.

‘설마하니 용병을 고용한 것조차 재능 있는 후진을 선별하기 위해서였나?’

아마 거기까진 너무 과한 생각일 것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용병들은 마물과의 싸움에서 가볍지 않은 정신착란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단장인 니코만은 놀라울 정도의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대스승 크레이그는 그에게 특히 진지한 이야기를 했지.

하지만 니코는 거절했다.

그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분명 대의가 당신들에게 있단 건 알겠다. 그 지옥의 요마들과 싸우기 위해 인재가 필요한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나는 용병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대의가 아니야. 오직 돈뿐이다. 그러니···.’

그때, 그는 대스승 크레이그의 멱살을 쥐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곤 내가 손을 뿌리치기도 전에 용병의 고집을 보여주었지.

‘우리를 괴물과 싸우게 만들고 싶다면 돈을 내라!’

마음에 드는 호기였다.

녀석과는 앞으로 다시 만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어서···.

‘···레이가 돌아온 것은 해가 거의 저물 때가 다 되어서였다.’

그녀는 오래도록 자리를 비웠다.

얼마 남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기어이 과거의 흔적을 찾은 모양이었다.

한 때, 이 마을에서 레이는 살았었다.

대모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심록에게 이끌려 잠깐이나마 머물었던 것이다.

허나 그녀가 살던 집은 이미 허물어져, 지금은 논과 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향수를 느낄만한 장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차라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 편이 레이에겐 다행이었다.

그것으로 심록과의 악연을 끊고, 앞으로의 다짐을 견고히 할 수 있었으니.

아니, 그게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극복했겠지.

레이의 시선은 이미 지나간 시간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내일이다.

남겨진 울분과 응어리는 미래를 살아갈 양식이 되고 있었다.

요령이 없는 가혹한 삶의 방식이었지만, 정말이지 레이다운 모습이었다.

3.

인부들이 동방을 떠나는 배편에 오르는 동안···.

나는 정든 동료들과 잠시 동안의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

바로 대스승 크레이그와 레이에게.

“뭘 하고 있어, 덩치? 얼른 타지 않고?”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의 목소리.

여느 때처럼 나를 재촉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미안하다, 레이 사저. 나는 이곳에 남겠다.”

“뭐···.”

“그간 신세를 졌습니다, 대스승 크레이그.”

“흠, 결국 각오를 굳혔는가, 빅터여?”

“대스승! 그게 무슨···.”

“베누다의 요청이 있었지. 앞으로 빅터의 처우에 대해서.”

“네?”

“그에겐 심이나 기, 그 이상으로 체의 유파가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로서는 조금 아쉽게 되었지만···.”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진 말거라, 레이여. 이건 약속된 일이다. 다만, 예정이 조금 더 빨라진 것뿐이니.”

“어째서야, 덩치··· 왜 나한텐 한 마디도!?”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도통 말을 할 틈이 있어야 말이지.

‘하지만 고민은 충분히 했다.’

표류자가 남긴 유산···.

유성은 아직 그 숲에 남겨져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건 오직 나뿐···.

거기다, 나는 아직 무력하다.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대스승 크레이그 만큼의 자제심도.

대스승 알베르트 수준까지 그림자를 다룰 수 있는 기술도 없다.

심지어 그렇게나 스스로 자부하던 완력조차··· 대스승 베누다에게 비할 바 아니다.

강해져야 한다.

불가사의한 유산에만 의지하지 않기 위해.

당당히 레이와 등을 맞대고 싸우기 위해서는···.

더욱 더 내가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떠오르는 게 단 하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가루의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육체를···.

대스승 베누다를 뛰어넘을 수준의 단련 뿐이었기에.

레이와는 그 뒤로도 한참 실랑이를 했다.

허나, 끝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떠나가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뿐이었다.

두 사람에게 무운을.

다시 만났을 때를 기약하며.

“결국 돌아갔군.”

배가 저 멀리 지평선으로 사라질 쯤, 대스승 베누다가 말을 걸어왔다.

“애송이, 내 수행은 거칠 것이다.”

“···바라던 바입니다.”

“흥, 여전히 건방진 자식일세. 좋다. 내일부터 철저하게 굴려주마.”

그러더니, 그는 내 어깨를 거칠게 건드렸다.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복수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남길 후계자를 찾았단 사실이 기쁜 모양인지···.

대스승 베누다는 나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낸 듯 보였다.

그때, 나는 마음 속 깊이 한 가지를 다짐했다.

무지한 나의 짐작이 틀렸음을 반드시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그리고 필사적으로 바랐다.

부디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미래가 도래하지 않기를.

표류자의 유산.

사자의 혼을 빨아들이는 마의 능력···.

그것이 진면목을 발휘하려면, 앞으로도 수많은 시체의 산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간절한 마음은 시간의 흐름마저 초월하는가?

그것은 마녀의 결계 따위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기세로 계절을 바꾸어 놓았다.

···세월은 잔혹하리만큼 빠르게 지났다.

내가 다시 레이와 재회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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