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39화 (39/65)

────────────────────────────────────

새로운 황제 아레스(2)

“휴우. 다행히 마주친 대장은 없었지?”

블랙우드에서 아틀란티스로 오기 전. 운 좋게 그곳에 진을 치고 있던 대장들이 방심했던 사이 이동한 듯 우리와 마주친 대장은 없었다.

그래서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아틀란티스의 하늘을 본 파우스트의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25년 만에 지옥에서 벗어나 맑은 하늘을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저 사람이 파우스트?”

그때 핫스퍼가 다가와 물었다.

우리와 똑같이 게임 세계 속에 들어온 사람이냐며 말이다.

“지옥에서 25년을 살았으니 정신이 온전하지 못할 만하지.”

맑은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는 파우스트의 모습에 핫스퍼는 그의 모습을 이해했다.

나 또한 핫스퍼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파우스트에게 다가간 핫스퍼.

“저도 이 세계에 떨어진 사람입니다.”

파우스트에게 악수를 요청했다.

파우스트는 머뭇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긴고아를 씌운 건 죄송하지만, 모두 다 살길은 하나입니다. 세계 멸망.”

나는 이 세계가 멸망하면 현생으로 돌아가고, 핫스퍼는 범죄 집단 헨드릭스 대군주 카모라가 죽으면 현생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파우스트는 내가 죽어야 현생으로 돌아가기에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세계 멸망밖에는 답이 없었다.

무엇보다 난 남들이 게임 그래픽 쪼가리라고 하는 동료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게임 NPC라는 건 사실이지만, 나를 지켰던 동료들이었다.

“마왕님, 뭐 부탁할 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

제나를 빤하니 보자 그녀가 내게 물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나와 의사소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어떻게 이들을 무시할 수 있나.

그래서 난 그들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 후 현생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 안 보인다?”

* * *

“뭐?!”

난 핫스퍼에게 블랙우드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했다.

기억하기도 힘들었지만, 핫스퍼는 나의 친구.

내 등을 토닥토닥 치며 날 위로해 줬다.

“하늘 섬에 갈 거야.”

슬픔도 잠시. 난 핫스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늘 섬에 갈 수 있는 블루우드로 이동시켜 달라는 요청이었다.

난 크라운과 아델라가 그렇게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들은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야 했기에 하늘 섬에 가려고 한 것이다.

“하늘 섬은 왜? 사람 찾을 거면 서쳐한테 가야지.”

“사람 찾는 데 서쳐 만한 놈이 없긴 한데 현재 암살 집단 흑사협 소속이라 힘드니. 천리안을 가진 하늘 섬 요괴들에게 가서 크라운과 아델라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게.”

내 말에 핫스퍼 또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최선의 방법 같아 보이긴 하네. 서쳐는 세이시로 직속 부하로 만나기도 힘든 상황일 테니.”

“그러니 시간이 없어. 하늘 섬에 갈 수 있는 장소로 이동시켜 줘.”

“흠. 얘기도 많이 못 나눠 봤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빨리 가 봐야겠네. 알겠어.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핫스퍼는 내 말을 듣자마자 아틀란티스 길잡이 반 할을 데리러 일어섰다.

그동안 난 마음을 추슬렀다.

파우스트는 제나가 감시하고 있으니 홀로 있는 시간에 생각을 정리했다.

크라운이 내 안일한 태도에 우리 연맹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 크라운을 다시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가 그를 다시 잡아도 될 사람인지 돌아봤다.

생각은 빠르게 정리됐다.

“후우.”

깊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 동료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 * *

“길잡이 데려왔어.”

핫스퍼가 빠른 속도로 반 할을 데려왔다.

“제나! 파우스트! 가자.”

난 제나와 파우스트가 있는 방향에 소리친 채 그들을 불렀다.

그리고 손가락에 끼워진 단잉의 반지를 확인했다.

또다시 시작된 모험.

불안한 마음이 크지만, 더는 두렵지 않다.

“손잡아.”

내 손을 잡아 주는 동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린 서로 떨어지지 않게 손을 잡고 반 할이 소환한 포털로 이동했다.

“자네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군. 아틀란티스에 도착할 때 서브 퀘스트 창이 열렸었어.”

하늘 섬으로 이동하던 중 파우스트가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진짜 자네 말대로 이곳에서의 시간과 현생에서의 시간이 달랐으면 좋겠군.”

“그럴 거야.”

천사의 배를 타고 하늘 섬에 갈 수 있는 폭포에 올라탔다.

또다시 보아도 멋진 전경이었다.

파우스트 또한 멋진 전경에 감탄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때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지럽던 내 정신이 다 날아가 버릴 만큼 시원한 바람이었다.

“마왕님. 위쪽에 살기가 가득한 어둠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제나가 나를 붙잡고 고개를 올려 보았다.

하늘 섬 입구에 살기 가득한 존재가 있다는 소식인데.

나 또한 닭살이 돋을 정도로 느껴졌기에 한순간에 몸이 경직되었다.

하늘 섬에 도착하자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입구에 살기 가득한 요괴가 보였다.

처음 보지만 낯익은 요괴.

“사부님!”

금성의 주인 제천대성 손오공이었다.

그리고 그의 여의봉에 목숨을 잃은 한 사람.

바로 나의 사부였던 쿵후 판다 끼린이다.

“사부님!”

난 금성의 주인 제천대성 손오공에게 중력 에너지 탄을 쐈다.

손오공은 그것을 피했지만, 난 그에게 공격을 가하려고 쏜 것이 아니라 사부님에게 다가서려고 쏜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일단 사부님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제나, 의료용 키트 같은 것 좀 소환시켜 줘.”

그러나 우리 중에 힐러는 없었다.

아델라가 있었다면 바로 치유가 가능했을 터인데 말이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손오공은 우리가 끼린 사부님을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여의봉을 길게 늘여 놓고 휘두르는 손오공.

간신히 엎드려서 피했지만, 목재로만 이루어진 여의봉의 위력은 상당했다.

휘두르기만 해도 하늘 섬 구름이 갈라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곧 제나가 의료용 키트를 소환시켰지만, 여의봉이 일으킨 파동에 산산조각이 날 뿐이었다.

“제기랄!”

사부님이 숨을 쉬지 않았다.

난 빨리 사부님의 흉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미동조차 없는 끼린.

“뒤 좀 봐라!”

뒤에선 파우스트가 사슬 분쇄기로 손오공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지만, 상대는 10성 괴수.

파우스트 홀로 막아서기엔 벅찬 상대다.

“옥타비아누스.”

그래서 난 사부님을 안전한 곳에 잘 눕혀 놓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강한 중력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스킬.

분노는 내 스킬 위력의 원동력이 된 듯 제천대성 손오공의 무릎을 꿇게 하였다.

“자이언트 블럭!”

그리고 중력 에너지 파를 손오공에 면상에 바로 쐈다.

하지만 중력을 견디고 여의봉을 돌리는 손오공.

여의봉이 빠르게 돌아가자 중력 에너지 파가 흡수되는 듯 사라졌다.

그래서 난 자세를 갖췄다.

끼린 사부님에게 배운 궁극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였다.

“커억!”

하늘 섬 내부에서 사오정의 음성이 들려왔다.

“파우스트! 손오공을 맡아 줘!”

“뭐라고?!”

지금 우리가 온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하늘 섬 요괴들이 가진 천리안.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하늘 섬 요괴들을 살려야 했다.

난 파우스트에게 손오공을 맡기고 제나와 함께 하늘 섬 내부로 들어갔다.

* * *

“이봐, 우리 둘 다 같은 머리띠가 있네?”

파우스트가 분위기를 풀어 보려 말했지만, 손오공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여의봉을 휘두르며 공격해 왔다.

“제기랄, 동료라면서 날 버리고 들어가는 본새 보소.”

투덜거리면서도 입구를 지키는 파우스트.

손오공의 위압감에 억눌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파우스트는 최고의 망령 술사.

끼린의 망령을 소환시켰다.

“당신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나 또한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

* * *

한편. 난 제나와 함께 하늘 섬 내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왕님, 저기에서 사오정의 음성이 들립니다.”

제나가 가리키고 있는 곳.

삼장법사의 사옥이었다.

“사오정! 삼장법사 님을 모시고 도망가!”

그곳으로 이동하니 저팔계가 금성의 정신을 휘두른 자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서왕! 앞날은 신경 쓰지 않나 보지! 우린 집행자들과 연맹을 맺은 관계라고!”

아서왕!

제국 라노키아의 대군주이자 황족의 집안.

그가 왜 하늘 섬 요괴들을 죽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오정은 그를 향해 소리쳤다.

“평천대성 우마왕과 혼세마왕 일은 우리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멸할 생각인가?”

삼장법사 또한 뒤이어 그에게 분노한 채 물었다.

“아, 그 요괴들 말하는 겁니까? 소처럼 생긴 요괴와 음침해 보이는 요괴. 그 두 요괴는 이미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건. 그냥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당신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서왕은 팔계의 검을 부러뜨린 뒤 그의 목을 겨냥한 채 금성의 정신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서왕의 일격을 막은 삼장법사.

“···팔계야. 뒤로 물러서거라.”

아서왕보다 두 배는 덩치가 커 보이는 삼장법사의 외형.

그럼에도 아서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삼장법사 님!”

우리 또한 하늘 섬 요괴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상대는 제국 라노키아.

그러나 어차피 크라운과 아델라를 구하려면 세계 정부와 맞서야 했기에 라노키아에 찍힌들 상관이 없었다.

“파수꾼!”

사오정의 외침을 시작으로 난 삼장법사를 도와 아서왕과 대치하였다.

삼장법사가 요술로 그를 공격하면 내가 중력으로 그의 몸을 잡아 놓았다.

그러나 아서왕이 금성의 정신을 휘두르기만 하면 내 스킬과 삼장법사의 요술이 무력화되었다.

“이곳에 왜 다시 왔는가?”

“도움이 필요합니다.”

삼장법사는 지금 상황이 매우 위험한데도 우릴 걱정하였다.

그러나 그 걱정은 사치일 뿐이다.

아서왕이 휘두르는 금성의 정신은 빛처럼 빨랐고, 광선처럼 위협적이었다.

“저 검이 아주 까다롭구나.”

“이 세계에서 아홉 자루밖에 없는 최고의 검이니까요.”

싸움이 길어질수록 하늘 섬은 점점 파괴되고 있었다.

그래서 싸움을 빨리 끝내려 했다.

“궁극기······.”

아서왕 또한 우리와 생각이 같았나 보다.

그가 궁극기를 사용하려 했다. 나와 삼장법사 또한 궁극기 스킬을 사용하려 자세를 갖췄다.

그런데 그때.

“대군주님, 11군주 다이몬입니다. 지금 세계 정부로 얼른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로 형성된 몸을 가진 괴수가 우리의 싸움을 막아 세웠다.

“긴급 정상 회담이라 합니다. 아마 아기루 황제의 암살 사건 때문에 긴급하게 소집된 것 같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

아서왕은 우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나 금성의 정신을 칼집에 넣고 안개처럼 사라졌다.

“삼장법사 님!”

그들이 사라져서야 삼장법사가 쓰러졌다.

그는 아서왕과 대적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미 왼쪽 어깨 부위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끼린 사부님은 보셨습니까?”

숨어 있던 하늘 섬 요괴들이 삼장법사를 치료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