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13화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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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2)

“새로 소환한 공간인가 봅니다?”

난 장로의 안내를 받아 아틀란티스 왕국을 지나 들판이 있던 자리에 생긴 대형 돔 구장으로 향하였다.

마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 같은 거대한 구장.

그 웅장함에 저절로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웅장하네요.”

“제가 웅장한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네?”

“이곳의 모든 건축물들은 제가 소환한 겁니다.”

이 거대한 돔 구장을 소환했다니. 역시 소환사의 섬 아틀란티스의 장로.

다시 봐도 놀랍도록 정교한 경기장이 눈에 담겼다.

“안에 들어가면 더 놀라운 것들이 있습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자 외관과 다른 풍경이 내 눈에 담겼다.

대낮부터 축제 분위기인 이곳에서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밴드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분수대나 레스토랑 같은 부가 시설도 많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었다.

“혹시 룰렛 좋아하세요?”

이곳저곳 둘러보던 중 내 눈에 담긴 게임장. 아니, 이곳은 게임장이라기보다는 도박장에 가까웠다.

게임을 하는 고객에게 종업원이 와인이나 샴페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고품격 음악이 이 공간을 채웠고, 게임에서 이긴 사람들에겐 환호를, 게임에서 진 사람들에겐 위로를 해 주는 미인들 또한 이곳에 있었다.

“이곳은 마치 도박장 같네요.”

“유흥을 중시하는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죠.”

“재밌네요.”

“그쵸? 이곳에 계속 있고 싶을 정도로.”

“···네.”

그때 음악이 신나는 곡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클럽에 온 것처럼 즐기는 사람들.

그들은 장로 핫스퍼 말대로 행복해 보였다.

나 또한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입꼬리를 올리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의 어깨를 치는 어느 낯선 여인.

몸매가 다 드러나는 달라붙는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었는데 그녀는 내게 갑자기 다가와 귓속말을 하였다.

“제가 오늘 운이 너무 없어서 그러는데 그대가 대신 걸어 줄 수 있을까요?”

그녀는 술에 잔뜩 취했는지 주변으로 술 냄새가 진동하였다.

낯선 여인이 끈적하게 다가와 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장로를 쳐다보았다.

장로는 괜찮다고 손짓하며 룰렛 게임을 한번 해 보라고 제안하였다.

“한번 걸어 보시지요.”

여인은 황금색으로 칠해진 칩 하나를 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룰렛은 1부터 36개의 번호와 싱글 제로(0) 더블 제로(00)로 이루어진 38개의 룰렛 판 중 어디로 공이 들어가는지 맞히는 단순한 게임이었다.

번호가 홀수일지 짝수일지 걸어도 되고 번호의 바탕이 칠해진 곳이 검은색인지 빨간색인지 맞혀도 된다.

그리고 번호 하나만을 선택해 맞힐 수도 있다. 번호 하나만을 선택해 맞히면 배당률이 37배다.

“얼른 걸어 주세요.”

그녀는 나의 엉덩이를 치며 말했다.

그 때문에 당황한 나는 칩을 손에서 놓쳤다.

칩이 향한 곳은 21!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그 칩이 공중 분해될 거라고 수군거렸다.

아무리 배당률이 높아도 숫자에 걸어서 판돈을 딴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홀짝이나 색깔을 맞히는 곳에 칩을 놓았다.

잠시 후 배팅이 끝이 났다.

딜러는 손가락을 튕겨 룰렛에 공을 굴렸다.

공은 빠르게 룰렛 주변을 돌았다.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공이 돌아가자 일동 침묵했다.

힘이 빠진 공은 이제 룰렛 숫자 어딘가로 굴러 들어가려 했다.

16···

17···

18······.

어느 한곳에 들어가지 않고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듯 공은 룰렛 판 이곳저곳에 튕기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은 돌고 돌아 어느 숫자 안에 안착하였다.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 놀라워했다.

배팅한 나마저 놀란 결과!

바로 내가 배팅한 숫자 21에 공이 쏙 들어갔기 때문이다.

칩의 주인인 여인은 결과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며 나를 부둥켜안았다.

장로 핫스퍼도 결과가 놀라운지 헛웃음 지으며 손뼉을 쳤다.

“도박에 재능이 있네요. 한 게임 더 하실래요? 재밌는 내기를 걸고!”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당첨된 탓일까? 분위기를 탄 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게임이 날 위험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 * *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의 안내에 따라 난 이곳 돔 구장 꼭대기 층에 도착하였다.

그곳엔 다과와 와인, 맥주 등등 각종 주류가 준비되어 있었고, 한쪽에선 황금으로 칠해진 분수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틀란티스의 전경이 다 보이는 전망대.

저절로 입이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전경이다.

“손님은 닉네임을 뭐로 정하시겠습니까?”

그때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는 딜러가 내게 다가와 게임 닉네임을 지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브라고······.”

“네? 브라, 뭐요?”

맞다. 브라고는 악명 높은 마왕의 이름이지.

아무리 이곳이 히든 장소라 해도 마왕의 이름을 혹시나 알아듣는 이가 있을까 싶어 난 현생에서 쓰던 본명을 닉네임으로 사용했다.

“기영수로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닉네임이 특이하네요.”

그러던 중. 장로 핫스퍼가 웃으며 다가왔다.

“기영수 님, 블랙 잭이라는 게임 혹시 아십니까?”

장로 핫스퍼는 포커 카드를 가져와 블랙 잭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블랙 잭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지만 룰이 간단했기에 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블랙 잭이란 카드의 합이 21점 또는 21점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사용하는 카드는 조커를 뺀 5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에이스는 1점 또는 11점으로 계산되며 그 밖에 K, Q, J는 10점으로 계산된다.

또한, 참가자들은 21점에 가까워지도록 딜러로부터 카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추가 카드는 한 장씩 몇 장이라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과 처음 두 장의 카드가 에이스와 10(K, Q, J를 포함)으로 21점이 되면 배팅 액의 두 배를 얻을 수 있다.

“룰을 모두 숙지하셨습니까?”

“네. 간단하게 얘기하면 카드의 합이 21점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네요.”

“맞아요. 그럼 해 볼까요?”

“좋아요.”

“그럼 게임하기에 앞서. 그래도 뭔가를 걸어야 재밌겠지 않겠습니까?”

핫스퍼는 게임에서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다.

그러나 난 머뭇거렸다. 소원.

마왕 브라고를 해치우고 받은 보상이 소원 성취였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이 된 상태.

그 이후 난 소원이란 단어를 경계하고 있다.

“레드우드 괴수들에게 쫓겨 이곳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기영수 님이 이기시면 레드우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장로의 제안은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

이곳은 없는 것이 없는 소환사의 섬 아틀란티스.

게임을 했을 당시 이곳이 히든 장소였기에 많은 유저들이 찾은 것도 있지만, 아틀란티스엔 어디든 갈 수 있는 포털을 소환하는 길잡이 반 할이 있기에 먼 곳을 단번에 이동하려고 찾아온 유저들 또한 많았다.

“길잡이 반 할을 통해 말입니까?”

“오! 기영수 님은 예전에 아틀란티스에 오셨나 봅니다. 포털을 소환하는 길잡이 반 할의 존재도 아시고.”

“···소문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휴. 괜히 아는 척하다가 의심 살 뻔했다.

난 최대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장로 핫스퍼에게 되물었다.

“그럼 장로님이 이겼을 땐 제가 이뤄드릴 수 있는 소원이 있을까요?”

“제 소원은 기영수 님이 이곳에 남는 것입니다.”

“네?!”

그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서브 퀘스트]

게임에서 핫스퍼를 이기면 언제 어디서든 아틀란티스로 이동할 수 있는 히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아틀란티스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스킬.

갑자기 나타난 서브 퀘스트에 당황했지만, 아틀란티스는 체력과 마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히든 장소였기에 보상이 너무나 괜찮았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때 또다시 장로가 물었다.

“좋아요.”

어차피 지더라도 아틀란티스는 지상낙원. 이곳에 남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난 내기에 승낙했다.

“그럼 일단 게임에 앞서 마력을 제어하는 KF 사슬을 착용하시죠.”

[KF 사슬]

KF 사슬에 묶인 상태에선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사슬을 착용하는 이유는 게임하는 동안 마력으로 비겁한 수를 쓰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재밌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편.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모의 딜러가 칩과 카드를 나눠 주었다.

“기본 베팅은 칩 하나입니다. 칩 열 개를 모두 소모한 사람이 생기면 게임이 끝납니다. 그럼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두 손에 사슬이 착용된 것을 확인하니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음······. 그럼 칩 열 개를 걸겠습니다.”

“······?!”

내가 첫판부터 올인을 하자 핫스퍼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운 좋네요. 근데 이렇게 바로 열 개를 걸어 버리면 블랙 잭이 완성되었다는 게 너무 티가 납니다. 다이.”

그는 베팅을 포기하였다.

“그럼 두 번째 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엔 딜러가 장로에게 먼저 카드를 건넸다.

“일단 칩 한 개부터 시작할까?”

장로는 칩 한 개를 걸었다.

“저는 칩 열 개 걸겠습니다.”

“호오. 블러핑인가요?”

“블러핑이 뭔가요?”

“······.”

해 본 게임이라고는 온라인 게임이나 보드게임이 전부였던 나는 그가 말한 블러핑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 내게 장로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블러핑은 자신의 패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일부러 강한 베팅을 한다는 뜻의 도박 용어라고 한다.

내가 초장부터 기세를 펼치자 장로 핫스퍼는 고민하고 들어왔다.

“패 한번 확인해야겠네요.”

그는 콜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눈빛을 보고는 콜을 외치지 않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눈빛이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짐승의 눈빛입니다? ···다이.”

올인이기에 섣불리 판단하면 잡아먹히는 상황.

그는 내 눈빛을 보니 좋은 패가 들어온 것 같다며 베팅을 포기했다.

그리고 빠르게 세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또 패배한 핫스퍼가 먼저 딜러에게 카드를 받았다.

“또다시 한 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또다시 칩 열 개.”

내가 칩 열 개를 걸자 장로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블랙 잭 초보인 내가 올인을 두 번 이상 했으니 좋은 카드인 에이스가 내게 한 번 갔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에이스가 연달아 나오지 않는다.

그는 콜을 외쳤다.

“일부러 이곳에 남고 싶어서 지려는 겁니까?”

장로는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한 듯 나를 도발하며 자신의 패를 펼쳤다.

에이스와 9. 도합 20! 그를 이기려면 블랙 잭뿐이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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