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먼치킨이 되었다-12화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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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레드우드에 이런 곳이 있었어?”

크라운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섬의 비밀을 알고 있던 나 역시도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영롱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금의 왕국 아틀란티스.

황무지인 레드우드와 달리 이곳은 푸른 숲과 맑고 깨끗한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왕성이 하나뿐인 하스마 제국과 견줄 수도 없을 만큼 규모가 큰 왕국이 우리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모습.

더구나 괴수들이 여기까지는 쫓아오지 못했기에 난 한시름 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재정비하자.”

아틀란티스 왕국 뒤편에 있는 들판에 수송선을 내리자 사람들이 우릴 반기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무리 중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한 중년 여성.

[아틀란티스 안내자]

칭호를 보니 그녀가 아틀란티스의 안내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신분증 한번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안내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물음에 우린 서로 눈치만 보고 있기 바빴다.

난 30년 전 죽은 마왕. 제나는 악마. 크라운은 사생아.

하나같이 신분을 밝히기 곤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다행히도 아델라가 하스마 제국의 공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안내자가 환한 미소와 함께 아델라를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는 친절하게 아틀란티스 왕국으로 안내했다.

“아틀란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공주님.”

아틀란티스 왕국으로 들어가니 모든 가구나 구조물들이 황금으로 되어 있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아틀란티스는 소환사의 섬이자 황금의 왕국.

레드우드와 다르게 이곳에는 행복 가득한 웃음만이 흘렀다.

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부터 아틀란티스 왕국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런 분위기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래도 절규와 울음소리만 들렸던 레드우드와 비교하면 이곳은 천국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환영해 주는 아틀란티스 사람들.

그들은 반감을 갖기는커녕 우릴 너무 살갑게 대해 줬다.

오히려 외부인인 우리가 부담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조금 부담스럽죠? 외부인이 이곳에 찾아온 건 거진 80년 만이라 이해 부탁드립니다.”

안내자도 우리가 부담을 느끼는 걸 알아챘는지 말을 덧붙였다.

이곳은 히든 장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이기에 외부인 출입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틀란티스 사람들이 우릴 신기한 듯 바라보며 반겨 주는 것이라는데.

안내자의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되는 부분이긴 했다.

“난 불안할 것 같은데. 외부인이 혹시나 못된 마음을 먹어서 여길 약탈하면 어쩌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는 크라운의 한마디.

그러나 나 역시도 크라운과 같은 생각을 가졌었기에 안내자의 대답이 궁금했다.

“이곳은 소환사의 섬. 어떤 것을 훔치든 다시 소환하면 그만입니다. 원하시는 물건이 있다면 뭐든 가져가도 좋습니다.”

* * *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내 마음에 평안을 가져온다.

소환사의 섬 아틀란티스에 온 지도 이틀이 되었다.

“으음.”

아틀란티스는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뭐든 다 소환 가능한 꿈의 섬.

게임 세계로 떨어진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

낮에는 나른한 여유로움을, 밤에는 성대한 파티를 즐겼다.

아틀란티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행복할 수밖에 없었기에 난 이곳에 계속 있고 싶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난 침실에서 나와 왕국 찻집에서 바르바 차를 시켰다.

바르바가 현생에 있는 커피와 가장 유사했기에 시킨 것이다.

그리고 또 이곳의 모든 메뉴는 공짜였기에 돈 걱정도 없었다.

난 바르바를 마시며 중지에 끼워져 있는 단잉의 반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단잉의 반지 덕분에 지옥 같은 공황 증세도 오지 않는다.

이제 더는 공황장애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으로 온 것이다.

이곳은 한마디로 지상낙원(地上樂園).

“마왕님, 오늘 출발하시죠.”

그러나 이곳에 계속 있을 운명은 아닌가 보다.

어제부터 제나는 자꾸 세계 멸망을 위해 이곳을 떠나자고 했다.

“아델라와 크라운 상태는 어때?”

“모두 다 회복된 것 같습니다.”

가장 만신창이었던 두 사람의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됐다는 소식은 기뻤지만, 더는 이곳에 있을 핑곗거리가 없기에 난 입술을 뜯었다.

“아직 카모라의 결계가 있지 않을까?”

“있으면 마왕님의 힘으로 부수시면 됩니다.”

난 계속해서 이곳에 남고 싶은데 제나는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듯 자꾸 바깥으로 나가자 부추겼다.

“내일이면 사라질걸?”

그때 크라운이 기지개를 켜며 다가와 말하길. 카모라의 거미줄은 3일이 지나면 다 녹고 사라진다고 한다.

“만약 다 녹지 않았으면 어떡해?”

“에이, 내 정보력 못 믿어? 헨드릭스에서 용병으로 일했던 적도 있었다니깐.”

그 또한 내 마음을 모르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내일 출발하자고 말했다.

난 이곳이 좋은데 말이다.

“그보다 제나. 내 부탁 좀 들어줄 수 있어?”

“아니.”

“···그러지 말고, 같이 대장간에 가자. 이곳 대장장이가 용검을 강화하려면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하대. 그것 좀 소환시켜 줘.”

“싫다.”

“······.”

제나가 매몰차게 거부하자 크라운이 나를 쳐다보며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어려운 거 아니면 부탁 좀 들어줘. 크라운도 이제 우리 동료니깐.”

“알겠습니다.”

다행히 제나는 내 말을 절대 거역하지 않는 인물.

“아우 씨.”

크라운은 차별을 두는 제나가 꼴사나운 듯 투덜거렸지만,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강화하는 데 꼭 필요한 인물이니 비위를 맞춰 주었다. 이내 두 사람은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휴. 이제 좀 덜 시끄럽네.’

제나와 크라운이 나가니 고요해진 찻집. 난 다시 여유로움을 느끼며 두 눈을 감았다.

* * *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딘지 모를 어둠의 공간.

그곳에 난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잃은 듯 쓰러져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내쉬며 앞을 바라보니,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거미 여왕의 형태가 내 눈에 담겼다.

‘카모라!’

거미 형태를 보자 난 자연스럽게 범죄 집단 헨드릭스의 대군주 카모라를 떠올렸다.

그때 한쪽에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동료 제나와 크라운 그리고 아델라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아니, 크라운과 아델라는 이미 목숨을 잃은 듯 미동도 없었고 그나마 제나만이 움찔거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곧바로 난 제나를 향해 기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날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때 갑자기 거미 촉수가 날아와 제나의 심장을 관통했다. 붉은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으아아아악!”

바로 눈앞에서 동료가 모두 죽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은 동료를 껴안고 절규하는 것밖에는······.

* * *

낯선 이가 내 어깨를 짚는 것이 느껴졌다.

“손님, 괜찮으십니까?”

“으아아악!”

난 황급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아틀란티스의 찻집. 내가 잠에 빠진 공간이다.

다행히 카모라에게 동료가 모두 살육당한 기억은 꿈이었다.

그러나 기분 더럽게도 너무나 생생했기에 단잉의 반지가 아니었으면 공황 발작까지 왔을 것이다.

옆을 바라보자 잠을 깨운 당사자가 서 있었다.

[아틀란티스 장로 핫스퍼]

나와 또래처럼 보이는 청년이지만, 아틀란티스의 장로였다.

“손님, 괜찮습니까?”

“아··· 예. 안녕하세요. 장로님.”

“오, 예지력이라도 있나 봅니다. 자기소개도 안 했는데 제 정체를 아시는 걸 보면.”

“···무슨 일입니까?”

“그냥 같이 게임을 하고 싶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깨웠습니다. 제가 실례를 저지른 건 아니죠?”

“아닙니다. 덕분에 악몽에서 빨리 벗어났습니다.”

맞다. 아틀란티스는 아케이드 게임이 난무했던 공간.

아틀란티스는 체력과 마력을 회복해 주는 공간이면서도 그곳에 있는 유저들끼리 서로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 히든 장소였다.

“물질적인 걸 모두 갖는다 하더라도 살아가는 데엔 재미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영향 탓인지 이곳 아틀란티스 사람들은 게임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좋아요.”

나 역시도 악몽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환기하고 싶어 장로의 제안을 승낙했다.

* * *

“어이, 대장장이. 나 또 왔네.”

그 시각. 대장간에 도착한 크라운은 아틀란티스 대장장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용검을 건네며 강화를 부탁하는 크라운.

“돈은 부르는 대로 주겠네.”

돈이 얼마나 든다 한들 어차피 제나가 소환시키면 끝이기에 크라운은 대장장이에게 호언장담하며 무기 강화를 부탁했다.

“우리나라에선 뭐든 공짜네. 재료만 있으면 강화해 주리다.”

그러나 아틀란티스에선 무기 강화마저도 공짜였다.

“그런데 진짜 용검이 몇 자루 있는 건가? 용검 같은 귀급 무기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사는 이곳에 장로님뿐일 텐데······.”

용검은 명검 100자루의 값어치와 맞먹는 초귀급 아이템.

“이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하지만 크라운에겐 제나가 있었다.

대장장이의 말을 들은 크라운은 용검 수십 자루를 양손 가득 들고 그에게 전달했다.

“무기는 많으니 파괴되어도 탓하지 않을게.”

“······.”

귀급 무기를 수십 자루나 가진 의문의 사내.

대장장이는 크라운을 수상스럽게 바라봤지만, 그자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니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대장장이는 좋아했다. 모처럼 귀급 무기를 부담 갖지 않고 강화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

“내가 말한 강화석도 준비했나?”

“당연하지.”

또다시 양손 가득 든 수십 개의 강화석을 대장장이에게 건네는 크라운.

그 광경에 대장장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참. 오늘 잠자기는 틀렸군.”

대장장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생기가 가득해진 눈빛.

그는 두 손을 비비며 강화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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