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피해피 고문재단-139화 (139/209)

< 경비 업무 일지 : 개미지옥(4) >

"이 미친 사이비 광신도 새끼들아! 대체 무슨 짓거릴 한 거야!!"

김세희가 C 게이지 수치를 중얼거린 순간 대뜸 이두근이 소리를 질렀다.

인질 주제에 난데없이 무장한 자신들에게 욕지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진리교단원을 사이비 광신도라고 했으니, 5명의 제압조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자고로 말 안 듣는 짐승은 매가 약이고, 얌전히 있지 않는 인질은 대갈통에 총알을 쑤셔 박아주는 게 도리였다. 급기야 한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나와 이두근의 앞에 섰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이 추악한 TF의 개새끼야."

"하!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뇌로 용케 제 욕 하는 건 알아들은 모양이지? 다시 한 번 말해줄테니 귀 씻고 똑똑히 들어라. 이 미친 사이비 광...컥!"

이두근이 재차 소리치려던 찰나, 사내가 기관단총의 개머리판을 휘둘러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이마를 빗겨나가듯이 얻어맞아 살점이 쭈욱 찢어진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부릅뜬 눈으로 사내를 노려 보았다.

"아직 주제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이군. 우린 딱히 네 놈들이 죽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대사제님께서 적당히 시간만 벌어두라고 하셔서 이러고 있는 것 뿐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네 놈들을 여기서 몰살하는 것도 가능해!"

"흐흐, 사실은 그냥 겁이 난다고 해. 우릴 다 죽여버리면 TF에서 대대적인 추격이 이어질 것 같으니, 최소한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인질로 잡은 거라고. 우리도 딱히 그걸 추한 변명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오히려 이해해줄 수도 있어."

"거짓된 놈들을 위해 일하는 놈 답게 끝까지 주둥이를 나불대는군. 우리는 네 놈들이 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야 할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모두에겐 알 권리가 있고, 이해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법. 네 놈들의 추악한 행위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니까."

이두근은 입가에 흐른 핏물을 침과 함께 퉤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네 놈들이 뭐가 그리 잘나서 혁명군 놀이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세상을 바꾸고 싶은 거라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우린 비록 떳떳하지 못 한 일을 하고 있을지언정,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희 사이비 광신도 놈들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유약한 사람들을 속여서 충실한 광신도로 만들고, 그들을 착취해서 윗대가리들의 배를 불리고, 여기저기서 테러나 일삼으며 남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지! 그게 네 놈들이 원하는 진실이고 진리냐? 세상을 위한 일이냐?!"

"대의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애초에 그런 원흉을 제공한 것이 바로 너희 TF 아닌가?!"

빡! 이번엔 군홧발이 이두근의 복부를 걷어차 그를 책상에 처박았다.

"쿨럭! 쿨럭! 흐흐, 대의를 위한 다소의 희생이라고? 그 놈의 대의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세계를 위한 '방벽'까지 무너뜨려가는거냐? 너희를 진정 지켜주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찡찡대는 애새끼들마냥 진실이니 진리니 떠들어대고 있지! 난 너희같은 놈들을 잘 알아. 옛날에도 그런 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 그리고 그런 놈들 대부분은 그냥 사기꾼에게 선동된 병신 집단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자 놈들에 불과해!!"

철컥.

이두근을 향해 기관단총의 총구를 겨눈 사내는 그이상 떠들면 벌집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듯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진실을 감추는 놈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려 하지. 사실은 진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무지몽매한 자들이 진리에 도달할 수 없도록 그 눈을 거짓의 안대로 가려놓은 주제에!!"

"그건 처음 듣는 얘기인 것 같은데? 다들 좋아서 쓴 것 아니었나? 첨단 과학 기술 덕분에 2050년에 이르러선 병으로 죽는 사람도 거의 없어. 식량이나 물 부족 현상도 많이 해소되었지. 가상 현실 덕분에 인간은 새로운 가능성과 유흥을 찾았어. 그런데 그걸 우리 모두가 '강요'했다고 하는 거냐? 진심으로? 그럼 네 놈들이 걸치고 있는 첨단 장비도, 네 놈들이 지금껏 먹었던 음식들도, 누려왔던 온갖 혜택들도 모두!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고 변명할 셈이냐?"

누릴 건 다 누리고 있으면서 불평은 불평대로 가지고, 거기에 한 술 더 떠 이런 건 죄다 '거짓'일 뿐이라며 역으로 파괴하려 드는 게 바로 놈들의 논리다.

이두근은 진리교단이 내세우는 주장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병신같은 작태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벌써 B80 까지 구멍을 뚫어버렸을 테니까.

"...그렇게나 총알을 원한다면 지금 그 뱀 같은 주둥이를 닥치게 해주지."

그가 헐떡이는 이두근의 미간에 총구를 정조준 하고 격발하려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씨, 씨발 뭐야!"

"그웨에에에엑......!"

"갑자기 왜 이러는...우우우욱?!"

"피, 피가 안 멈춰......"

처음 피를 토했던 동료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 역시 차례대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양쪽 귀에서 피를 흘리거나, 코피를 흘리는 등, 갑자기 출혈량이 많아졌다. 신기한 점은 그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터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뭐야, 갑자기 왜들 그래?!"

이두근을 겨누고 있던 그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이상 증세를 호소하자 저도 모르게 겁에 질려 손을 파들파들 떨었다.

생각해보라,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동료들이 갑자기 이목구비에서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단체로 토마토 쥬스 소품으로 장난을 치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어이."

그때, 쓰러져 있던 이두근이 자신을 부르자 사내는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이두근은 쓰러진 채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고 있었다. 귀를 살펴보라는 의미였다.

"무슨......?"

무심결에 자신의 귀에 손을 갖다댄 사내는 끈적한 체액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미약한 통증도 없었는데, 자신의 귀에선 어느새 샘솟듯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씨발!!"

당황한 그가 다급히 목에 두른 스카프로 귀 언저리를 마구 문질렀지만,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한 피는 멎을 기미가 없었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자신의 발치에 쏟아진 피가 벌써 자그마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벌써 작은 생수통 한 병 정도의 피를 쏟아낸 것 같은 광경이었다.

"말도 안 돼...이건 말도 안 된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긴. 제 6 처리 시설에선 말도 안 되는 일 같은 건 없어."

우지끈. 반쯤 찌그러진 책상을 대충 치워내고 몸을 일으킨 이두근은 흘가분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신나게 두들겨 맞던 것과는 다르게 꽤 편한 얼굴이었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에서 원통형의 길쭉한 약병을 꺼내들었다. 거기엔 검은색의 걸쭉한 액체가 담겨 이두근의 손에 흔들리고 있었다.

"C 게이지가 5천을 초과하면 해당 지역에서 반경 1km는 무조건 폐쇄한다. 그것도 모르는 무식한 새끼들이 여기서 뻘짓거리를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지."

"무, 무슨 소리냐? 대체 무슨 소리를......?!"

"이걸 안 마신 너희들은 계산상 앞으로 1분 이내에 몸이 괴사해서 죽을 거라는 소리지."

이두근은 아주 맛 좋은 영양 드링크를 마시는 것 처럼 다크다크 레인보우를 원샷했다. 크으, 하고 떫은 신음소리를 내는 것 까지 완벽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장 괴한들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어, 어어억? 어어어어억?!"

"케에에에엑!"

저 뒤에서 발광하고 있던 것들은 이미 피 분수를 쏟아내며 차례차례 쓰러졌다. 체내부터 괴사하는 것을 버티지 못 하고, 몸 안에 가득 들어찬 죽은 피와 노폐물이 전신의 구멍을 통해 쏟아져나온 것이다.

마치 부패한 시체에 들어찬 가스가 뻥 하고 터져나오는 것 처럼.

"상두야."

"예."

어느새 스스로 포박을 풀어 헤친 상두는 이두근의 앞에 무릎을 꿇은 사내로부터 무장을 빼앗았다. 그에게 반항할 여지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근육세포를 비롯해서 신경계까지 괴사해버린 것이다.

지금 이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최후는 본래 재단에서 근무하는 경비들이 약 1~3개월에 걸쳐 겪는 '느긋한' 죽음이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쬐고 있는 C 게이지 수치는 보통 100 미만으로, 이렇게까지 빠르게 괴사해서 죽진 않는다. 아무리 빨라도 한달은 걸리는 죽음이다.

하지만 이들은 ES의 독기를 중화, 짧은 시간 동안 면역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다크다크 레인보우를 섭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C 게이지 수치가 8000을 넘은 시점에서, B5에 위치한 모니터룸일지라도 독기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모두 6-15에서 대량으로 뽑아온 다크다크 레인보우를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이들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중심지에 맨 몸으로 걸어들어온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윽고 모든 괴한들이 전신에서 검은 피를 쏟아내며 사망하자, 조사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포박을 풀고 일어섰다. 김세희를 제외한 모두가 사실은 진즉에 포박을 풀어둔 상태였다.

본래 작전은 이두근이 대표로 나서서 그들의 시선을 끌고, 그 사이에 다른 조사관들이 놈들을 일시에 기습해 무장을 빼앗고 역으로 생포하는 계획이었다.

다만 저들이 갑자기 피를 쏟기 시작하고, C 게이지가 전례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시간 끌기에 집중했을 뿐이다.

"후우, 좀 소름 돋네요."

"이게 다 가드-079 덕분이예요. 다크다크 레인보우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저희도 지금쯤......"

"자자, 다들 당황한 건 알겠지만 일단 상황 정리부터 합시다. 우선 차단된 전력 복구하고, 프롯을 다시 접속 시켜서 정확한 사태 파악부터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장 당황한 것은 김세희였다.

여성 의무관이 그녀의 손목을 묶고 있던 포박을 풀어주자 김세희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아, 신입 너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구나. 괜찮아, 별 거 아니니까."

"이, 이게 별 거 아니라고요? TF의 시설이 테러리스트에게 습격 당했는데도요?!"

다른 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더니 말없이 피식 웃기만 했다.

"뭐, 뭔가요? 왜 다들 웃기만 하고......!"

"그래그래, 우리 신입이 많이 놀랐구나. 이 언니가 다 이해해~."

의무관이 김세희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런데 진짜 별 거 아니야. TF에는 이런 일이 끊이질 않거든. 시설 공격, 재단 직원 암살, 납치, 파괴 공작, 간첩을 이용한 기밀 유출. 1년에 발생하는 사건사고만 모아봐도 끝이 없을 걸?"

"예? 그럼 진짜 위험한 거잖아요.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침착한......"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가장 안전하거든."

가장 안전하다는 말에 김세희는 자신의 정신이 아득한 저 편까지 날아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두근이 실컷 두들겨 맞고 총에 머리통이 날아갈 뻔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자신들이 가장 안전하다니?

"못 믿는 눈치네? 그럼 이 언니랑 같이 왜 우리가 가장 안전한지 알아볼까?"

의무관이 아기 사슴처럼 떨고 있는 김세희를 거대한 모니터 앞으로 데려갔다. 지금 막 조사관들이 전력을 복구한 참이라 모니터의 전원이 들어온 것이다.

수백 개로 나뉜 화면 속에서 상두가 특정 화면을 잡아내자, 갑자기 불이 켜진 복도에서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족히 100m는 넘을 긴 복도를 단 몇 초만에 주파하고 있는 사내의 명칭은......

"우리의 가드는 벌써 움직이고 있네."

--------

화장실에서 찐따 하나를 처리한 호국은 다시금 어둠 속을 슬금슬금 기어, 한창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놈들을 바라보았다.

호국의 손에는 노획한 라이플 한 정과 수류탄 2개, 섬광탄 1개, 그리고 점착식 플라스틱 폭약 1개가 있었다. 다만 그것들은 지금 사용할 물건이 아니었다. 저것들을 처리하는데에는 권총 한 자루면 충분하다고 자신의 본능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순간,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던 어둠이 한 순간에 물러나고, 백열등의 환한 불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물론 호국의 '눈'은 어둠 속이나 밝은 빛 속이나 큰 차이 없이 사물을 구분할 수 있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저 갑작스럽게 암살 계획이 무대포 돌진 계획으로 바뀐 것이 당황스러웠을 뿐.

"구른다!"

하필 자세를 낮추고 있던 터라 호국은 일단 가속을 받기 위해 덤블링을 하듯이 앞으로 구른 후, 개구리가 점프하는 것처럼 다리의 탄력을 받아 앞으로 튀어나갔다.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호국이 '전력 질주!' 하고 마음 속으로 정한 순간 다리의 근육이 폭발적인 반탄력을 터뜨렸다.

그 반탄력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호국의 대단한 신체 스펙으로도 제자리 멀리 뛰기 기록은 3.2m가 최대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단 한 번의 뜀박질 만으로 5m를 훌쩍 넘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선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호국이었기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각력에 당황하면서도 뛰어난 반사신경과 동체시력으로 미친 속도감에 빠르게 적응했다.

쾅! 쾅! 쾅!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은 폭음이 터져나오며, 호국의 몸은 연이어 튕겨오르는 스프링처럼 매우 긴 복도를 순식간에 주파했다.

"젠장! 여기에 왜 개미부대가?!"

"일단 쏴!!"

"뭐가 저렇게 빨......!"

드르르르륵!

엔지니어는 급한 마음에 안드로이드와 함께 작업에 집중했으나, 남은 셋은 호국을 발견하고 라이플을 미친 듯이 갈겨댔다.

어차피 일직선 통로라 마땅히 피할만한 곳도, 탄막을 막아줄 장애물도 없어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들이었지만, 호국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민첩했다.

벽을 걷어차서 총알처럼 튕겨나온 다음, 허공에서 빙글 돌아 천장을 박찼다. 인간의 다리로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순식간에 그들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멍청한 놈! 기동 슈트를 착용한 우릴 상대로 근접전을 하겠다고?!"

한 사내가 탄약이 떨어진 총을 치우고 금속도 베어낼 수 있는 블레이드를 뽑아들었다. 칼날 부분을 특수 처리한데다 손잡이에 달려있는 스위치만 누르면 칼날이 빠르게 회전하는 전기톱 방식의 검이었다.

물론 날이 톱날형태는 아니라 찢어발긴다기보단 깔끔하게 베어내는 쪽에 가까워 기계를 상대하기엔 그리 좋은 수단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는 개미부대의 상징인 검은 작업복을 걸친 인간!

사내는 블레이드를 단 한 번 휘두르기만 해도 상대를 반토막 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안한데 지금 내가 조절이 잘 안 돼."

"뭐라......?"

순식간에 그들 앞에 당도한 호국은 바닥에 손을 짚고 카포에라를 추듯 몸을 회전시켰다.

단 한 방, 일격으로 내지른 깔끔한 발차기에 기동 슈트를 걸친 사내의 옆구리가 움푹 파여 들어가며 옆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그 순간, 엔지니어가 드릴로 부수고 있던 6-01의 은폐실 문이 열리며, 주름진 손이 튀어나와 그의 안면을 움켜쥐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