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231화 (227/268)

< 42. 밀림 속으로 [15] >

어떤 야숙이라고 편안하겠냐마는, 밀림의 밤은 더욱 그랬다.

요 며칠 간의 경험으로, 지붕 아래에 제대로 된 침상에서의 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 참이었다.

이튿날, 흩어진 일행이 시설에서 다시 모여 시설 내부의 수색을 시작했다.

혹시 모르는 생존자가 있어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함이었다.

시설은 밖으로 보기보다 내부가 훨씬 넓었다.

어떤 마법적인 처리는 아니었다.

마법이 아니라도 사람의 기술이 내부를 넓게 만들도록 할 수 있었으니까.

간단한 방법이었다.

땅 아래로 공간을 확장하면 되니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내려가니, 자연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불구불한 동굴 너머로 목재를 깔아 통로가 이어졌다.

쭉 따라가니,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불이 군데군데 서나, 넓기에 어두침침한 광장.

짐승 특유의 누린내며 오물의 악취가 가득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가운데, 닭장 같은 철창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부분은 비었으나, 일부엔 덜 자란 늑대인간이 자리를 잡고 사람을 보고 으르렁거린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수색하고 나니, 생존자 대신 쓸만한 것들이 튀어나왔다.

이를테면 늑대인간 제조에 대한 자료라던가.

“늑대인간 제조…….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트리예가 반색하며 자료를 냉큼 챙겼다.

아예 하라는 수색마저 빼먹고 책에 빠져 심취할 정도였다.

본래 키메라 제조가 트리예의 전문 분야였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던져준 격이었다.

덕분에 의외의 수확도 있었다.

“오러를 쓰는 늑대인간 제조에 대해서 대강 이해했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접근이었답니다. 용골을 사용한 사념 주입, 그러니까 세뇌 개념인데. 결국 오러 역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결과물이니, 이런 식으로 본능과 결합한 모양이에요.”

“용골이라고? 그럼, 여기 어디에 있다는 뜻인데.”

용골, 그러니까 용의 뼈를 말함이었다.

곱게 갈아낸 용의 뼈가 큰 포대로 다섯 개.

딱히 쓸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귀한 것이라 일단은 챙겨두기로 했다.

정 안 되면 가져다 팔아도 이게 얼마랴.

마탑에 연락하면 당장 금화를 싸 들고 쳐들어올 것이 뻔했기에.

그리고 나선 지하 사육장에 붙을 붙이고, 지상에 세올이 고대하던 시간이 찾아왔다.

“싹 다 부숴버려. 시설 아래에 동혈이 뻗었으니 아예 지반을 무너뜨리면 더 좋고.”

“흐흐, 이 세올에게 맡겨주세요.”

그리하여 베히모스가 다시 날뛰었다.

건물을 발로 차고 짓밟고 손으로 뭉개며, 땅 위에 방방 뛰며 온갖 난리를 피운다.

그 서슬에 대지는 지진이 난 듯 흔들리고, 애꿎은 나뭇잎들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비처럼 내렸다.

그리고, 콰릉.

베히모스의 난동을 이기지 못한 지반이 결국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베히모스의 거체가 반쯤 파묻혀 바동거렸다.

시엔이 이쯤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정신세계로 복귀한 세올이 아쉬운 소리를 했다.

-그, 선배님. 베히모스는 안 가져가시나요?

“가져가서 뭐 하게?”

-막강한 전력이 아니겠습니까.

“썩어가는 고깃덩어리 챙겨둬서 뭐 하게?”

벌써 부패하기 시작했으니, 그 크기를 감안해도 여름이나 넘기려나 싶다.

그렇다고 박제하기엔 약품의 소모도 소모거니와, 그렇게 굳어버린 시체를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국엔 뼈만 남게 될 터.

영지에 이미 더 좋은 것을 두었는데 굳이.

-으, 모처럼 좋은 의체였는데 말입니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이. 이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요…….

“어차피 여기에 남겨둬야 해.”

무엇보다 베히모스의 사체를 남겨둬야 할 이유가 있었다. 시설의 파괴를 베히모스의 소행으로 만들어야 할 테니까.

어떤 방식이건 나림이 제국 의회와 연락을 취했을 테고, 더는 그럴 수 없으니 조사하러 올 테다.

그때에 이 참상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베히모스를 잘못 건드려 사달이 났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엔 후유증이 없고?”

“어, 있기는 한데,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헤인트의 가죽을 뒤집어쓴 세올이 대답했다.

세올이 후유증으로 기행을 벌이는 일 또한 시엔이 보아 즐거운 여가거리 중 하나가 아니던가.

시엔이 아쉬운 마음에 캐물었다.

“뭔데?”

“말입니다, 선배님. 그년, 아니 그 죽일 년, 아니, 그러니까 성녀 년이, 아. 이게 말이 이렇게 나오는데요, 너무 미워서, 아, 진짜 죽이고 싶다.”

“아. 저주를 해주하는 걸 깜빡했네.”

“그래도 참을 만합니다. 내 자식의 원한이 막막 치미는데, 세상에,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자식이라니요. 어흐. 그나저나 불쌍한 내 자식. 아직 번식도 못 해 보고. 아니, 번식은 무슨, 나도 아작 못 해봤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세올이 가져보지 못한 자식에 대한 원한으로 혼란스러워했다.

베히모스가 가지고 있던 감정이 거기 스민 세올에게 옮은 모양이었다.

뭐, 어쨌거나 재미있으니 되었다.

이래야 좀 굴려먹는 재미가 있지.

그제야 시엔이 만족스럽게 키득거렸다.

나중에 뷔아에게 일러두길 세올이 수상하게 접근하면 즉시 신성을 뿜으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남은 것은 나림의 처리뿐이었다.

남이 보아 좋을 일이 없다.

모처럼 시설의 파괴도 베히모스의 소행으로 위장한 참에, 보는 눈이 있어 혹여 새어나가면 헛된 일이 되고 말 테니까.

그래서 일단은 꽁꽁 묶어 상자에 넣어두었다.

사실 상자라고 해도 짐가방에 가까운 것이다.

너무 작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억지로 구겨 넣고 나니 뚜껑이 안 닫혔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대개는 억지로 하면 또 되는 편이지 않던가.

체중을 실어 뚜껑을 짓누르니 또 어찌어찌 닫히기는 했다.

그러는 동안 재갈을 입에 문 이 특유의, 억억, 하고 탁 막힌 비명이 연신 쏟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닫아 자물쇠를 채우고 나니, 밖으로 새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상자에 귀를 붙이지 않고서야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러고 나니, 나중에서야 뷔아가 죄인을 찾았다.

“시엔, 죄인은 어찌 되었나요?”

“제가 따로 챙겨 두었습니다만.”

“교단으로 압송해 재판을 열 생각이에요. 금번의 사태가 사람이 벌인 일인 이상, 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도 있고. 세상에 알리고 대비해야 하니까.”

“옳으신 말입니다만.”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미루는 편이 좋겠습니다.”

“왜죠?”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조직이니, 괜히 건드려 숨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뒷감당은 후세에 고스란히 떠넘기는 꼴이 되겠지요.”

“하지만, 대주기를 일으킬 정도의 집단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잖아요.”

“가만히 놔두자는 게 아닙니다. 일시에 습격해 한 번에 소탕해야 합니다. 잔당을 남기지 않도록.”

“하지만, 어떻게요? 나름 비밀 결사라던데.”

나름 비밀 결사.

뷔아의 표현을 보니, 의회의 허술한 보안을 보고 느낀 바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이게 있지 않습니까.”

시엔이 챙겨둔 제국의 인장 반지를 내밀었다.

“보아하니 반지에 집착하는 집단인데, 이 인장을 쓰는 이를 찾아 그 목록을 작성해 주시겠습니까? 때가 되면 전 대륙이 합심해 몰아내면 될 겁니다.”

“그건.”

뷔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말이 목록이지, 사실상의 살생부나 다름없다.

아무리 사악한 집단이라도, 재판도 없이, 그리고 또 명확한 혐의도 없이 움직일 수는 없었으므로.

“죄인을 심문해 얻는 정보를 곧장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정보를 들은 이후 결정해도 늦지 않겠죠. 성급히 움직이는 것보단 나을 테니.”

시엔이 덧붙여 말을 이었다.

뷔아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만약 제국 의회라는 집단이 정말로 사악한 뜻을 지녔다면, 그 때는 교단이 움직여야 할 테니까.

물론 대주기를 일으켰다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악하다 하겠지마는.

그 만행이 일부의 일탈인지 전체의 뜻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좋아요. 일단은 보류해 두도록 할게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복귀해야겠군요.”

“아. 드디어.”

뷔아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밀림에서 한 고생이 보통이랴. 특히나 머리 위에 벌레를 끌어모으는 광원을 달고 있었으니 더욱이.

시엔이 배시시 웃는 뷔아를 보다 물었다.

“아. 그나저나, 이전에 하시려던 말이 있었지요.”

“예? 뭐가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투였다.

시엔이 보다 자세히 물었다.

“그, 히드라 못에서 말입니다.”

“아! 그게. 아, 뭐야. 갑자기 덥네.”

뷔아는 갑자기 얼굴이 뜨뜻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미쳤지. 그때 분위기에 취해 가지고는.

결국 나온 대답은 이러했다.

“어, 음. 별거 아니었어요.”

“은근히 싱거운 구석이 있으십니다.”

시엔의 말에, 뷔아의 눈꼬리가 대번에 치솟았다.

싱거워? 지금 누가 누구 때문에.

올랐던 열이 한순간에 다른 열로 변하니 욱하고 치미는 본 성질을 드러내고 만다.

“뭐예요? 싱거워요? 지금 내가 싱거워 보여요?”

“아니, 왜 갑자기 성을 내고 그러십니까?”

“하. 됐어요. 진짜. 씨이. 아주 X발.”

뷔아가 등을 휙 돌려, 씩씩거리며 저만치 가 버리고 말았다.

남은 시엔이 황당함에 눈만 끔벅거렸다.

아니, 대체 왜 저래?

* * *

대수림 탐사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유례없이 빠르게 찾아온 대주기의 원인도 알았고, 오러를 쓰는 늑대인간의 자료를 빼돌리고 사육장을 무너뜨려 다시 제조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잠도 안 자고 자료에 심취한 트리예가 말하기로는 용골과 영맥이 핵심 재료라고.

그러니까 용의 뼈로 오러를 심어두고, 세계수가 뻗은 영맥을 빌려 각인, 그러니까 간단한 수준이나 명령 체계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영맥의 정제 기기를 챙기지 못한 것을 아주 비통하게 여겼다.

티란디스의 영지 전체에 영맥이 흐르니, 기기를 챙겼다면 여러모로 실험에 쓸 수 있었노라고.

따로 팩 리더를 운용하지 않아도 키메라에게 고등 명령 체계를 세울 기회였다나.

어쨌거나, 한별의 부탁 역시 들어준 셈이었다.

영맥에 이상이 있으니 한 번 봐 달라 했었으니까.

이제 대수림에서 남은 볼일은 하나뿐이었다.

여우 수인에게 제대로 대접받기로 하지 않았던가.

여우 수인의 영역에 들어서자, 붉은 꼬리가 밝게 웃으며 환영을 표했다.

“오우, 왔구나! 어때? 자살 구덩이는?”

“베히모스가 있긴 있던데요. 새끼가 한 마리에, 어미는 대동면 중이었던 것 같아요.”

“아. 그 괴물이 진짜로 있었단 말야? 그쪽으로는 성인식을 못 치르겠네. 다른 데를 알아봐야 하나. 요즘 히드라가 얌전하던데. 담력 시험으로는, 음. 그래도 만에 하나.”

“아뇨. 괜찮습니다. 자살 구덩이는 안전하니까요.”

“응? 왜? 베히모스가 있다면서?”

시엔이 웃으며 대답했다.

“새끼는 죽었고, 그 탓에 어미가 깨어났으나 늑대인간 특이 개체 무리와 싸워 둘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오. 그러면 혹시?

”늑대인간의 특이 개체도 더 이상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이야, 그거 굉장히 좋은 소식이네!”

여우 수인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뒤이어 선언했다.

“흑랑의 어머니가 수완이 참 좋으네. 오늘은 진짜 제대로 축제를 벌여야겠는걸?”

그리고는, 뭐. 당연한 수순으로 술판이 벌어졌다.

“자, 우리 붉은 꼬리의 자랑인 구작주야!”

시엔이 열매를 갈라 만든 잔을 받아들었다.

보기에는 진주색의 뽀얀 자태가 참으로 고왔다.

다만 주향이 참으로 고약했다.

시큼하니 삭은 듯한 냄새뿐이라, 일단은 술내가 풍기기는 하나 향으로는 상한 소젖과 비슷하니 영 입에 대기가 꺼려지는 판이었다.

그러나 술꾼이 어찌 술을 마다하랴.

시엔이 대번에 바가지를 들어 쭉 들이켰다.

달다. 입에 들어간 술의 첫인상이었다.

과실이 내는 단맛이 아니었다.

곡물을 오래 씹어 나는. 그러한 은은한.

게다가 물보다는 점도가 있어 입 안을 푸근하게 맴돌니, 삼키고 나서도 기분 좋게 여운이 남았다.

“오우. 그런데 이건, 곡주인가?”

“오. 먹어보고 바로 아는 거야? 대단한데!”

여우 수인들의 술은 의외로 곡주였다.

도대체 밀림 어디에서 곡물을 구해다 술을 빚었나 싶었는데, 술만을 위해 화전을 따로 일군다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 빚어낸 술이었다.

“좋은데.”

“그렇지?”

“자자, 요즘 흉흉해서 잔치를 벌인 지가 오래라, 묵은 술이 많다니까?”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들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자, 어머니, 한 잔 받으십시오.”

이제 한 잔 먹었을 뿐인데, 곧장 기다렸다는 듯 다른 바가지가 불쑥 튀어나온다.

“어머니,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 제 잔도 좀, 어머니께…….”

“자, 받으십시오!”

아니, 좀 천천히.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저번 술판에서도 이것들이 하나같이 먹이지 못해 안달이었더랬지.

취기보다 배가 불러 더 고역이었더란다.

그렇다고 좋다고 주는 술을 마다하기도 그렇다.

존중의 표현이니 받아줄 의무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저 속으로 다짐할 뿐이었다.

다음에 술판이 벌어질 것 같으면 흑랑은 다른 데 보내 놔야겠다고.

그리고 매번 술판이 펼쳐질 때마다 반복되는 과정도 있었다.

“끄윽, 내 새끼……. 덜 자라 번식도 못 해보고,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 불쌍해서……. 그런데 나도 못 해봤는데, 나도 불쌍해서 어떡해……”

꿀떡꿀떡 잘 마시던 세올이 돌연 땅을 치며 통곡을 시작하고, 그러면 트리예가 기겁하며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그리고 나면 보다 술이 강한 트리예가 취할 차례였다.

취하고 나면 어느새 세올의 옆에 엉겨 붙어 끌어안으며 풀어진 발음으로 괜찮다며 위로를 퍼붓는다.

그 위로가 닿는 순간 세올이 더욱 우렁차게 곡을 하기 시작하고, 트리예가 위로하고. 그렇게 둘 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반복.

그리고 이번에는 거기에 못된 주사꾼이 한 명 더.

“꺄하핫, 저거 봐! 또 운다! 또 울어! 히힛, 으힛. 왜 울어어. 꺄하하하!”

맞아. 저쪽은 술 들어가면 또 터졌더랬지.

성녀의 쎈 주량만큼이나 늦은 주사가 터졌다.

뷔아가 세올 옆에서 바닥을 굴렀다.

웃고 마시고 또 웃고. 그러다 둘을 동시에 하느라 먹던 술을 뿜고 또 목에 걸려 컥컥거리면서도 웃음을 멈추질 않는다.

“아, 배, 나, 배, 아, 나 주거, 크흣, 꺄흐흐.”

“너, 미워! 흐어어, 너 밉다고! 죽여버릴 꺼야! 내 새끼, 내 새끼의 원수! 으아아.”

“내가 밉대, 푸흡, 내가 밉대! 즈그브를그유. 막 이래, 꺄하핫.”

“하지 마! 하지 말라구!”

하나는 웃고 하나는 울고.

아직 후유증에 시달리는 세올이 뷔아의 머리칼을 붙잡을 기세였다.

다행히 트리예가 그 허리춤을 꽉 붙들고 늘어져, 아니, 인제 보니 붙든 채로 뻗었다.

그러다 문득, 맞은 편에서 저 꼴을 지켜보던 교단의 성기사와 눈이 마주친다.

라이뱅 경이 나직하게 고개를 두 번 끄덕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말이 있었다.

시엔 역시 고개를 두 번 끄덕여 대답했다.

그쪽도 아주 수고가 많으시다고.

< 42. 밀림 속으로 [15]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