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정치와 말장난이 다른 것이 없음을 [1] >
시엔이 어디에 다녀오며 혹을 붙여 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새삼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뭐야? 시엔. 숨겨진 아들이야? 세상에 어쩜. 귀여워라. 그나저나, 애엄마는 누구야? 여기 데려왔으니 사생아는 아닐 테고.”
카레네의 반응이었다.
검위공을 따라 왕국의 서부 국경까지 쫒겨났다. 돌아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엔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문으로 복귀했다.
“뭐야. 계집. 놔. 놓으라고.”
파린이 바둥거렸다.
그러나 실력 출중한 여기사의 품에서 어찌 벗어나랴. 카레네가 심술궂은 표정으로 껴안아 놓아주지 않으니 아이가 인상을 구겼다.
“큭. 시엔. 도와줘. 이 난폭한 계집이.”
“세상에 아주 싸가지가 아빠를 꼭 빼닮았네. 네 고모한테 계집이라니. 예절 수업부터 받아야겠는데.”
“내 아들 아니야.”
“정말? 피는 못 속인다고. 완전 판박이인데?”
“어디가 판박이란 거야?”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카레네가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그 표정 완전 똑같거든?”
“흠. 어쨌든 내 아들은 아냐.”
“뭐. 시엔이 그런 거로 거짓말 할 위인은 아니지. 그래서 누군데? 얘는?”
“나는 파린이야! 위대한 용이거든! 놔, 놔라 이 난폭한 인간 계집아!”
“용?”
시엔이 한숨을 푹 쉬었다.
카레네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얘 어디 아파? 정신이 아픈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 용이 맞을걸. 아마도.”
“농담이지?”
“천신께서 돌보라 하시더라.”
“농담이지?”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정신 나간 꼬맹이로 하자.”
카레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놀라 순간 몸에 힘이 풀리니, 파린이 급히 빠져나와 시엔의 옆구리에 달라붙어 쫑알거렸다.
“시엔, 이러면 안 돼. 너는 내 보호자. 나는 네 피보호자야. 모든 위험으로부터 날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저 난폭한 인간 계집으로부터도 날 지켜야 해.”
“카레네가 네게 해를 끼치진 않을 테니까. 위험이 아니라면 지킬 이유가 없잖아?”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
“기본적인 상식. 혹은 정황적 상황 판단.”
“인간에게 상식을 기대한다고?”
“나도 인간인데.”
“넌 내 보호자잖아.”
건방지기 짝이 없는 소리이며 제멋대로고 제 편한 대로 제 본위의 사고방식었다.
그러나 완벽한 의존.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에 조금의 의문조차 없는 순수한 믿음이기도 했다.
카레네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맙소사. 시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뭐. 그렇게 됐어.”
시엔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진짜 용이야? 불도 뿜고 변신도 하니?”
“못 해.”
“그럼 다른 건? 용이니까 뭐 다른 건 할 수 있니?”
“못 해.”
“그럼 용이라서 다른 게 무어니?”
“영혼.”
결국, 육신은 여덟 살 아이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이거 하나로 다행일 수도 있었다.
영혼 이천 개를 바쳤다면 인간 아이 이천 명을 떠안게 되었을지도 있지 않은가. 물론 애초에 그런 선택이 가능하지도 않았지만.
“저기 문밖에 있는 늙은이가 참 기괴하다 생각했었는데, 세상에. 놀랄 일이 따로 있었네.”
“아. 누렁이?”
“아니. 누렁이가 대체 뭐야?”
“용보단 낫지 않을까.”
“모르겠다. 정말로.”
카레네가 혀를 내둘렀다.
그것도 잠시 이내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나저나, 영지 분위기가 왜 이래? 새로운 대대 편성은 또 뭐고.”
“새로운 대대 편성이라니. 그저 도로 신설 사업일 뿐인데.”
“말장난은 남들한테나 하고.”
“그럼 뭐긴 뭐겠어. 전쟁 준비지.”
카레네는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물론 속으로 짐작은 했을 것이나, 직접 듣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으니.
“좋아. 그렇다 치자. 명분은?”
“델피르 전하께서 별장에 계셔. 덤으로 흐레이그의 전 대공자도 수중에 있고.”
“동맹은 얼마나 되는데?”
“아직은 없다고 봐야겠지.”
카레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왕국 전체를 상대할 순 없어.”
“동맹이야 만들어가면 되는 거니까. 이쪽에 승산이 삼 할 정도만 되어도 배팅하는 가문이 생길 거야.”
승산은 낮은 편이나, 이기면 새로운 국왕의 최측근이 될 기회였다. 그러니 그 정도의 가능성만 보여주어도 가담하는 가문이 생기고 세력 구도가 만들어지리라.
“그 삼 할을 어떻게 챙길 건데?”
“음. 이걸로?”
시엔이 손을 들어올렸다.
시엔에겐 이미 주문이 필요 없었다. 시엔의 손짓에 따라 검은 화살들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가 수십에 달하고서도 멈추지를 않았다.
“마법사? 시엔, 너······.”
“누구나 숨기는 한 수는 있는 거잖아?”
“어떻게, 전혀 몰랐는데.”
카레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도 잠시, 이내 침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적들에게도 마법사가 없을 것 같아? 아무리 네가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돌연 파린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 특유의 맑은 웃음소리였다.
뒤이어 나온 소리는 전혀 귀엽지 않았지만.
“멍청한 계집. 시엔은 뛰어난 마법사 따위가 아냐. 현재와 과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마법사지.”
“뭐? 그게 말이 되는 소리······”
“용은 거짓말 안 해. 인간 따위에겐 더욱. 용의 보호자가 평범한 인간일 리가 없지.”
카레네가 이마를 짚었다.
이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시엔이 말로나마 붙잡았다.
“어디 가?”
“수련하러.”
“왜?”
“네가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며? 그럼 나는 최연소 소드마스터는 해야 할 거 아냐.”
* * *
가을이 되면 왕가의 세금징수관이 찾아왔다.
세금징수관의 임무는 그 해의 작황을 보고 올해엔 이러이러한 만큼 내놓으라 고지하는 것이 그 업무의 전부였다.
그러니 그만한 권위가 필요한 직책이기도 했다. 징수관이 보통 왕가의 일원이 맡아 세금을 고지하는 이유였다.
왕가의 세금징수관만큼 편한 직책이 없다고들 했다.
작황을 눈으로 보아 결정한다 말 뿐이지, 한 해 농사란 이미 봄과 여름에 걸쳐 이미 그 성과가 보이는 것이라 미리 매겨놓는 것이었다.
게다가 세금 징수야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다들 성실히 내는 법.
게다가 왕가의 일원이라 그 대접이 융숭하니, 그러니 형식적으로 들러 대접받고 돌아오는 것이 일이었다. 거의 외유를 다니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타헬드 페벨룬은 현 국왕의 사촌동생이었다.
원래는 별궁에서 놀고먹고 하던 치였으나, 왕세자 책봉 이후 갑자기 직책을 맡게 되었다고.
타헬드가 두둑한 뱃살을 앞세워 찾아오니, 시엔이 맞이하여 후작저에 들였다.
“흠흠, 티란디스 후작께선.”
“후작님께선 현재 요양 중이십니다.”
명목상이야 그랬다. 아프다 드러누워 제 피붙이를 전부 회수했으니, 시엔이 실패하여 가문을 대신하여 책임지기 이전엔 등장하는 일이 없으리라.
“모든 업무는 대공자인 제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구만.”
“먼 길 오시느라 시장하실 텐데, 자. 안으로 드시지요.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시엔이 타헬드를 이끌었다.
시엔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파린이 타헬드를 향해 툭 내뱉었다.
“뚱땡이. 돼지. 뱃살만 썰어도 백 명은 먹겠다.”
“어허. 씁. 못 써.”
시엔이 파린을 나무랐다.
그러나 타헬드가 신경 쓰던 약점을 찔렸음이라. 난데없는 모욕을 받은 징수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크, 크흠.”
“죄송합니다. 아이가 아직 철이 없어서.”
“왜? 내가 없는 말 했어?”
“아니, 이게 무슨 모욕적인······.”
타헬드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엔이 다시 사과했다.
“······실은 아이가 정신이 좀 나갔습니다. 아픈 아이가 하는 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지요.”
“큭, 크흠.”
아이가 아프다니 여기서 화를 내면 소인배가 되고 마는 것이라. 어린 것이 잘못했을 때는 아프다 우기는 것이 역시 제일이었다.
시엔이 하인을 부려 일단 타헬드를 보냈다.
“너희, 안으로 모시도록. 어서.”
시엔이 파린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왜?”
“어떤 말들은 속에 담아두는 게 좋아.”
“왜?”
“그게 배려고 예의라는 거지.”
“인간 사이에 지키는 거 아니야? 난 용이고, 인간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는 없다?”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네.”
시엔이 턱을 쓰다듬었다.
팔자에 없는 보호자 역할을 맡았으나 인간을 키워 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연약한 용을 지키는 것뿐이니 인간의 상식을 가르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용이 용답지 않으면 그 끝은 분명 좋지 않으리라. 분명 용에게도 사람에게도.
“내가 귀찮아지기 때문이라고 치자.”
“용은 인간을 위해 인내하지 않아.”
“네 보호자라며?”
“······돼지 앞에서 입을 다물면 되는 거지?”
“그냥 좀 떨어지지?”
“난 네 피보호자야.”
“누렁이한테 가 있어.”
“······이번만이야.”
파린이 누렁이에게 다가갔다.
“오오, 도련님.”
“흥. 미친 것. 빨리 안아 줘.”
그러면서도 늙은이 앞에서 자연스럽게 팔을 벌리니 늙은이가 행여 상할까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어린 용이 인간 중 유일하게 신뢰하는 것이 바로 누렁이라. 파린의 말로는 스스로 미친 광인이라, 오히려 인간보다 믿을 수 있는 것이라던가.
용을 안고 방으로 오르는 누렁이를 보며, 시엔이 소리 높여 말했다.
“펠리!”
컹! 그러자 황소만 한 늑대 한 마리가 난데없이 펄쩍 뛰어 시엔의 앞으로 들이닥쳤다.
시엔이 늑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자. 맹수가 앞에 있어도 기가 안 죽는지 한 번 봐야지. 왕족이라면 그 정도 담대함은 있어야겠지 않니?”
이제는 수확의 계절이었다.
사실상 왕가의 견제 혹은 길들이기라 할 만한 행동이 살살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이 아닌가.
이제는 살살 신경을 긁어줄 때였다.
* * *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그, 짐승은······”
“제가 기르는 동물입니다. 충성스럽고 영리하여 말을 잘 듣는 녀석이지요. 물라 하면 수십 미터는 한달음에 뛸 것인데, 덩치가 이러하니 목덜미를 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를 통깨로 깨물어 부수더군요.”
“그, 그런가? 하하.”
사실 이만한 짐승을 보아 겁을 먹지 않으면, 제 실력에 충분히 자신이 있는 이뿐이리라.
하지만 짐승을 상대하여 본 이는 안다. 짐승이란 덩치가 커지면, 같은 급의 마물보다도 더 위험한 것들이었다.
그러니 아예 무지하거나, 아예 실력자가 아니면 거대한 짐승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펠리가 앞발을 세워 앉으면, 그 귀의 끝이 어깨에 닿았다. 그러니 시엔이 자리에 앉으니 늑대의 머리가 시엔보다 위에 있었다.
그러나 덩치와는 달리 펠리는 순둥이 중에 순둥이였다. 사실 후작가 식솔 중 원래 개를 무서워하는 이가 아니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편이었다.
영리하여 후작가의 식솔을 알아보고, 보아 당장에 배를 내밀어 몸을 뒤집으니 그간 후작가 식구들의 인기를 많이 산 모양.
확실히 영리하기 짝이 없는 짐승이었다.
가는 곳마다 간식을 얻어먹어 아닌 게 아니라 벌써 늑대 특유의 선이 많이 사라지고 둥글둥글해진 상이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이가 보면 무섭다.
그런 이유로 불편한 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마무리가 될 즈음, 시엔이 본론을 내밀었다.
“그나저나, 올해는 어떻습니까? 부디 잘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흠흠. 그것이. 올해 왕국이 유난히 가물어 난리인 것을 알지 않소? 그러나 티란디스가 영향을 받지 않으니, 이러한 때에 봉헌하여 왕국민 전체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
“펠리야. 배고프니? 으르르. 응? 으르르.”
으르르란 펠리 특유의 애교였다.
사실은 잇몸을 들어 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라 애교라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었지만.
타헬드의 안색이 살짝 투명해졌다.
시엔이 웃으며 말했다.
“왕국 모든 귀족들 중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가문이 누구이던가요? 티란디스의 사업이 대륙에 뻗쳤으니 그 수입이 대단하나, 신하 된 도리로 왕가에 영광을 돌려드린 지가 벌써 수십 년입니다만.”
“흠흠. 하지만 한천으로 재앙 같은 기근이 예상되는 때라. 이럴 때야말로 왕국에 대한 충성으로······”
“흠. 어쩔까요. 펠리야. 아.”
시엔이 식사에 남은 뼈를 내미니, 펠리가 바로 물어 아드득 아드득 씹었다. 작지 않은 뼈다귀였으나 몇 번 턱질조차 하지 않고 꿀꺽 삼키니 상당히 흉흉한 꼴이었다.
“흠. 그래서 어느 정도인가요?”
“금화는 작년과 같은 양이오, 곡물은 서른 수레의 증가분을 책정했네만은.”
“이런. 요즘 사업이 한창이라, 저희도 많은 여유는 없습니다. 제작년 참사에 목재 생산이 많이 줄어 금화 수입이 예년과 올해에 계속해서 줄었고, 작황도 그리 좋다고는 못할 꼴이라.”
시엔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세금 행렬에 그 부분은 고려하여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는 대로 받으라는 뜻이었다.
본래라면 말도 안 되는 처사였다. 왕명에 대한 항명이니 당장에 무엄하다를 외치며 삿대질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타헬드는 그저 식은땀을 닦으며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하하.”
“이해하여 주십니까?”
“이해하고말고. 그럼. 이해한다네.”
아무리 그래도 왕족이라. 늑대가 두렵다 해도 이러한 모습을 보일 이는 아니었다.
타고나길 유난히 늑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면, 뭔가 할 말이 더 있다는 뜻이리라.
시엔이 징수관을 바라보자, 어색한 미소와 함께 어이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게, 왕실에서 새 사업으로 왕세자 전하를 위한 새로운 궁전을 증축하기로 했다네.”
“호오. 위엄을 세우시는군요.”
“그렇지. 그런데 왕궁이 어디 보통 건물인가. 목재 한 대, 흙 한 줌이 모두 가장 귀한 것으로 지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티란디스의 요정목을 징발하셨다네. 왕궁 하나 분량이야.”
나무 중 가장 고급인 것이 요정목이었다.
시엔이 눈을 가늘게 떴다.
“기둥을 세워드립니까?”
“아니아니, 모든 부분이 최고의 정성으로 지어져야 할 것이 아닌가. 왕세자께서, 그리고 이후 왕위를 받으셔서 국왕께서 기거할 곳인데.”
“모든 부분이 최고의 정성이라.”
요정목 사업이 티란디스의 가장 큰 돈줄이었다. 나오는 수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원하는 이는 많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 아니던가.
게다가 하필 지금이었다.
가시렌 왕국에서 지상 최고의 대신전을 짓겠다며 시세의 두 배를 치러 가져가니 요즘이 바로 유래없는 대호황이었다.
징발이란 용어를 썼으니 왕명이라 못을 박았다. 거부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니, 이참에 티란디스의 돈줄을 제대로 말려 보겠다는 수작이었다.
하지만 어쩜 이리 빤히 보이는 수작인지.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사실 시엔 아니라도 영리한 이라면 예측했을 절묘한 한 수였으니까.
이 시기에서 왕가의 징발을 거부하기란 불가능. 누구라도 뻔히 예상하여 당할 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횡포리라.
“난 또 뭐라고. 그야 물론 협조해야지요. 새로운 궁전에 티란디스의 것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신하 된 도리로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시엔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뻔뻔하게 나온다면야, 정말로 뻔뻔한 게 어떤 건지 보여줄 수밖에.
< 26. 정치와 말장난이 다른 것이 없음을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