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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5장. 일어나십시오!

“교수님…… 이건…….”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아웅대학교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 이태용은 김국조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사건이 말도 되지 않게 드라마틱했다.

트럭과 아이들이 타고 있던 유치원 통학 버스 간 일어난 교통사고다.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 왔던 유치원생들 중 다수가 중상이었다.

그중에서도 한 명은 응급 치료 중 사망했다.

몇몇 또한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영화에서나 연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짧은 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경상 환자로 둔갑했다.

도리어 약간의 타박상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트럭 운전기사가 눈앞에서 사망했다.

“아들. 아픈 곳 없어?”

“응! 쪼끔 아픈데 괜찮아. 우진이 씩씩하잖아!”

“그래. 우리 아들 씩씩해. 넘어져도 울지 않잖아.”

“…….”

이태용은 현장 상황에 괴리감이 들었다.

자신이 두 손으로 마지막 순간을 확인했던 아이, 송우진.

그 아이의 생존이 가장 믿기지 않았다.

너무 급박한 상태여서 진료기록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할 만큼 심각했던 아이다.

피가 거의 다 빠져나가 창백하기 이를 데 없었던 피부에 혈색이 돌고 있었다.

급하게 O형 수혈팩을 달고 처치에 들어갔던 아이.

분명 갈비뼈가 부러지고 심장과 폐, 간과 위장, 비장, 대장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제세동기도 사용 못 하고 놓쳤던 아이 같지 않게 지금은 멀쩡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또박또박한 말로 대화를 나눴다.

이태용의 입장에서는 마치 귀신을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살다 보면 가끔 이상한 일도 겪는 법이야.”

김국조도 현장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애써 이성적으로 후배 의사를 달랬다.

급박했던 순간을 보낸 응급실은 어느새 평안을 되찾았다.

사망 판정이 내려진 트럭 운전사의 시신은 조용히 치워졌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경상 치료가 이루어졌고 현장 분위기도 가벼웠다.

“신이 있을까요?”

뜬금없이 이태용이 물었다.

“있겠지. 너나 나나 그러니까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잖아.”

김국조는 바쁜 일상으로 종교를 가질 만한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철저한 무신론자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가끔 응급실에서 기적을 경험했다.

오늘처럼은 아니지만 생사가 갈리는 순간 신의 선택을 느낄 때가 있었다.

죽어야 할 자가 살아나기도 했고 죽음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살 가능성이 높았던 이가 죽기도 했다.

“저도 오늘부터 신을 믿을 겁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오늘 일은 이태용의 말처럼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 모두 각자가 믿는 신께 기도했다.

신이 살아있음의 역사가 아니고는 어떤 식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정리된 응급실.

CCTV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여도 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때서야 퍼뜩 생각나는 기부자 장태산.

그가 응급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사망한 아이 송우진을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타다다닥.

그때 요란한 구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파밧.

제지할 사이도 없이 응급실을 향해 터지는 셔터 조명.

“뭡니까!”

입구 쪽에 있던 의사가 강하게 소리쳤다.

카메라를 든 한 남자가 정신없이 셔터 버튼을 눌렀다.

“한강일보 조인봉 기자입니다. 조금 전 유치원 버스와 트럭이 충돌해 대규모 인명사고가 났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금 아이들 상태는 어떻습니까?”

취재허락도 없이 특종을 노리고 찾아온 기레기의 등장이었다.

“나가세요. 취재는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의사가 그를 밖으로 밀어내며 앞을 막았다.

“조금만 협조해 주십시오. 아이들 사진 몇 장과 학부모 인터뷰만 따고…….”

파바밧.

그 와중에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환자들 치료하는 거 안 보여? 어서 카메라 들고 꺼져!”

막무가내로 버티는 기자를 보며 화가 난 김국조가 쏘아붙였다.

“김국조 교수님. 너무 뻣뻣하신 거 아닙니까? 이번 사고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제 취재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국민들의 알 권리와…….”

“지랄하네! 국민들 알 권리가 아니라 당신 밥그릇 문제겠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한 김국조 교수의 입에서 욕이 터졌다.

“말씀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지랄이라니요!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그래! 내가 책임질 테니까. 내 응급실에서 꺼져! 당신 때문에 환자들 놀라는 거 안 보여?”

방금 전까지 아이들의 생사가 오가던 현장이다.

바닥에서 미처 닦아내지 못한 피에서 풍기는 피비린내를 비롯해 고통의 비명이 난무하던 응급실 공기는 아직 완전히 정화되지 않았다.

“미친 거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 상태 안 보여요?”

“한강일보에 항의하겠어요!”

“나가요!!!”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 엄마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났다.

아이들의 상태는 살피지 않고 알 권리를 운운하던 순간 기분이 상했다.

목숨 같은 아이들 상태로 잇속을 차리려는 기자에게 화가 났다.

“그게…….”

한강일보 기자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말을 멈췄다.

차갑다 못해 얼음장 같은 학부모들의 눈길에 순간 얼어붙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왔지만 분위기로 보아 혼자 독식할 수 있었던 특종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김국조 당신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대신 김국조를 차갑게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가는 조인봉 기자.

독기가 바짝 오른 뱀처럼 눈동자가 교활하게 번뜩였다.

동시에 머릿속에 김국조를 엿 먹일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떠올랐다.

***

“…….”

윤 차사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입이 열리지 않았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대운과 상문이 겹쳤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한마디로 인과의 법칙이 뒤틀렸다.

나의 개입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가 확실했다.

과거 생에는 나와 전혀 인연이 없던 김현재 대표.

잘못 끼워진 첫 단추처럼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인과로 인해 경험했던 미래가 바뀌었다.

- 상태로 보아 저승에 가도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데 예비 명부에는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윤 차사가 곤혹스러워했다.

짬밥이 상당한 윤 차사가 보기에도 지금 김현재 대표가 저렇게 누워있다는 게 이상했다.

멀쩡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맞다.

- 새로운 인과의 업이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너무 깊게 알면 다치는 법이야.

- 죄송합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윤 차사는 전혀 몰랐다.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아니고 난 회귀자다.

윤 차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진실이다.

스르릇.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응급실 상황이 안정되면 이곳에 상주하던 간호사가 돌아올 것이다.

그 전에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

- 꿀꺽.

뒤를 따라 들어온 윤 차사가 침을 삼켰다.

자동으로 멸균 시스템이 돌아갔다.

외상 중환자 집중치료실답게 멸균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공간.

김현재 대표는 기계와 연결된 여러 개의 줄을 부착하고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아 호흡하며 누워있었다.

- 뇌에 상처가 큽니다. 수술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깨어나도 사고 전처럼은 살지 못할 것입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차사답게 향후 상태에 대한 지식이 빠삭했다.

“아닐세.”

담담한 목소리로 부정의 의미를 담았다.

- 그 말씀은 이 일에도 개입하시겠다는…….

- 맞네.

- 인과를 뒤흔들면 그 업에 대한 대가가 엄청납니다. 자칫 신선님의 운명 또한 바뀔 수 있습니다.

윤 차사가 나를 걱정했다.

가볍게 웃었다.

그 반대는 생각 못 하는 눈치다.

지금 내 귀에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각종 알림음.

- 엄청난 선행으로 대규모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 최씨 집안에서 감사의 카르마를 보내왔습니다.

- 유씨 조상들이 깊은 존경과 함께 카르마를 헌납했습니다.

- 유서 깊은 송씨 집안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몫 단단히 챙겼다.

지불한 카르마를 제하고도 상당히 남을 게 확실했다.

불법이지만 소득은 짭짤했다.

그렇다고 남용하고픈 생각은 없다.

응급실에 있는 아이들과도 미처 파악 못 한 전생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들도 다 파악하기 힘든 얽히고설킨 인연의 그물망.

여기 있는 윤 차사와도 다르지 않을 터였다.

스윽.

손을 들었다.

마나를 집중했다.

화타의 침술로는 단시간 치료가 어렵다.

“힐!”

김현재 대표의 머리를 향해 기초 치료마법을 펼쳤다.

저서클에 포진한 치료마법이지만 시전하는 자에 의해 효과는 달랐다.

고서클 마법사에 의해 펼쳐지는 정순한 치료마법.

파아앗.

빛이 터졌다.

띠리리리릭.

전자 기기들이 반응했다.

그리고 마법은 그대로 김현재 대표의 전신을 감쌌다.

파르르르르르.

마나의 기운에 반응해 김현재 대표가 몸을 떨었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상관없다.

힐은 모든 세포를 재생하는 능력을 내포하고 있다.

뇌 조직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몸에 더 좋았다.

디톡스를 한 것처럼 치료마법을 통해 몸이 정화될 것이다.

- 마법은 언제 봐도 경이롭습니다.

저승사자라서 마법을 안다.

저승사자들도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여러 능력을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이계 기술인 마법과는 좀 달랐다.

스윽.

치료는 이게 다가 아니다.

아공간에서 성수를 꺼냈다.

황제 아린에게 진상되는 초특급 성수가 담긴 푸른 병이다.

쪼로록.

허공중에 성수를 따랐다.

- 어,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의 집합체입니다!!!

저승사자가 나의 행동을 보며 놀랐다.

사실이다.

다시 되팔 수는 없지만 성수는 그 자체가 카르마 포인트의 집합체다.

둥둥.

은은한 하늘빛 성수가 허공에 뜬 채로 빛을 발했다.

“이동!”

성수가 내 의지를 머금고 둥둥 떠 이동했다.

그리고 김현재 대표의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

몇 년 동안 피부가 탱탱해지고 감기 같은 건 걸릴 일이 없을 것이다.

“으으으…….”

김현재 대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꺼풀이 떨리더니 힘겹게 떠졌다.

마법과 성수 효과는 역시 직빵이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

의문이 가득한 김현재 대표의 시선이다.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십시오.”

그의 눈을 바라보며 주문을 읊었다.

그리고.

“아직…… 쉬실 때가 아닙니다.”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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