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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장. 그들만의 세상(2) (1,132/1,284)

1156장. 그들만의 세상(2)

“립! 어서 오게!”

완진바오가 함박웃음을 띠며 들어서는 손님을 맞이했다.

외손녀 류미가 장립에게 팔짱을 끼며 함께 들어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외손녀.

영민하게 잘 키운 것 같아 새삼 흐뭇했다.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듯하고 정중하게 인사해오는 장립.

완진바오와 류평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양손에는 선물로 보이는 물건이 여럿 들려 있다.

공식적인 인사치레에 해당하는 마오타이주와 예쁘게 포장된 선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박스.

어떤 상황에서 만나도 참 괜찮은 녀석이다.

“누추한 집이지만 찾아와 줘서 고맙네.”

완진바오가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다소 형식적인 인사가 오갔다.

‘방 주석의 비표를 이용하다니…….’

허를 찔렸다.

장립의 대담함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언제나 발이 빨라.’

방태민의 수법은 늘 주도면밀하고 치밀했다.

출입 비표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사실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쿠데타 사건이 몇 건이나 있었다.

특히 중난하이의 감시 체계는 어느 곳보다 수위가 높았다.

비표는 중난하이에 들어오는 자를 책임지겠다는 신용 증표와 같았다.

비행 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불온한 행동을 하는 자에게는 바로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

용담호혈(龍潭虎穴)의 대명사.

그런 곳에 장립이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고 찾아왔다.

못 본 척할 수 없는 등장이었다.

전직 총리 신분이지만 호수가 잘 보이는 좋은 곳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중난하이에서 명당자리는 주석들과 전 총리들이 선점했다.

그래도 나름 넓은 터에 자리잡은 완진바오의 저택.

장립의 등장만으로도 집안의 기운이 들떴다.

“저택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장립은 저택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사합형 구조를 띠다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주인의 취향을 배려해 전체적으로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기세의 처마를 얹은 정자가 저택 안쪽에 자리했다.

그 아래로 운치 있는 연못이 조성돼 있었다.

귀하다고 소문이 난 호수에서 캔 암석들도 조각해 진열해두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수준의 조경.

“마음에 들어?”

류미가 활짝 웃으며 소감을 물었다.

“응.”

“그럼 다음에도 북경에 오면 여기에 머물러.”

묻지 않은 말로 훅 치고 들어가는 류미.

완진바오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알아서 움직여주는 외손녀가 오늘따라 똘똘해 보였다.

“여기서?”

“평소에는 외할아버지와 관리인들밖에 없어. 적적하게 계시니 와서 바둑도 두고 대화도 나눠 드리면 좋지.”

“그렇게 하도록 하게. 내가 사업이 바빠 아버님을 잘 뫼시지 못하고 있네.”

이번에는 류평이 나섰다.

“괜히 각하께 폐를 끼치는 건…….”

“무슨 소린가! 집도 넓고 방도 많네. 자네만 괜찮다면 이 늙은이 말벗이라도 해주게.”

완진바오가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반응했다.

“그럼 북경에 올 기회가 있으면 폐 좀 끼치겠습니다.”

“하오!”

완진바오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프지? 어서 들어가. 엄마가 요리를 준비했어.”

“들어가도록 하지. 어제 못 마셨던 술은 오늘 우리 집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지.”

완진바오가 인심 좋은 주인 모습을 여실히 보였다.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인사하는 장립.

“마음이 통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아닌가. 편하게 쉬다 가게.”

류평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친절을 베풀었다.

“들어가.”

류미가 장립의 팔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안내했다.

사박사박.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가는 네 사람.

파앗!

정원을 밝히는 등들이 더욱 밝은 빛을 발했다.

***

- 오오오오오! 형님 보입니까? 진짜 대단합니다!

정원을 가로질러 대저택으로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각종 산수화와 화려한 청나라 도자기를 비롯한 고급스러운 장식품들.

한눈에 봐도 무척 비싸 보였다.

바닥에도 두툼한 붉은 양탄자가 깔렸다.

에어컨이 돌아갔고 실내 습기는 적당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외관은 고택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개량되어 불편함은 전혀 없어 보였다.

완벽한 인테리어 감각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배치가 돋보이는 저택 내부.

졸부들의 인테리어와 많이 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삶과 결합한 안목 그리고 센스가 엿보였다.

“어서 오세요. 립.”

“오랜만에 뵙습니다.”

완진바오의 딸이자 류미의 엄마가 나타났다.

완진바오의 아내는 고인이 되어 안주인 자리는 비어있다.

공석인 저택의 안주인 역할을 류미의 엄마가 맡고 있었다.

“립은 갈수록 인물이 환해지는 것 같아요.”

“과찬이십니다.”

기분 좋게 웃으며 응대했다.

으레 그렇듯 빙긋 웃는 그녀.

“약소하지만 작은 선물입니다.”

술은 먼저 비서가 받아갔다.

그리고 내 손에 남은 작은 선물박스.

“이건…….”

선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름 고심 끝에 환단 다음으로 준비한 두 번째 떡밥이다.

“오래된 처방전을 참조해 제조한 빙골옥수액(氷滑玉水液)입니다.”

“빙골옥수액이요?”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는 그녀.

“장담하건대 마시고 주무신 다음 날이면 10년 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얼마나 놀랐는지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권력자들 앞에서는 그 어떤 말이 되었든 함부로 장담하는 건 위험하다.

그들과 대화할 때는 말과 결과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 형님……. 저건 또 언제 준비하셨습니까?

귀신도 모르게 준비한 선물이다.

“립……. 저, 정말이야?”

류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남자에게 원기와 정력이 목숨과 같다면 여성에게는 고운 피부가 생명이다.

1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10년이다.

“응.”

짧게 답했다.

“환단처럼 효과가 확실한가?”

류평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확실합니다.”

고개를 끄덕여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세상에…….”

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워했다.

젊음만 되찾을 수 있다면 간과 쓸개 정도는 쉬이 내어줄 여인들이 세상에 많다.

- 저거 혹시……. 성수 아닙니까?

이계 물 좀 먹어본 귀신이 아는 체한다.

주성분이 성수인 것은 맞다.

거기에 더해 엘프들에게서 특별히…….

- 뭐요? 똥삼 환단에 이어 뭘 또 첨가하신 겁니까?

침.

- 네? 침요? 설마 엘프들의 침이요?

엘프들의 고운 피부 비결이 바로 그들의 침이다.

이슬만 먹고 살아온 종족답게 몸에서 분비되는 체액들 전부가 다 보약급이다.

특히 애를 낳지 않는 엘프 처녀들의 침은 말할 것도 없이 피부에 좋다.

성수와도 찰떡 궁합.

엘프들에게서 그 침을 수거했다.

거기에 성수를 부어 휘이 한 번 휘저어주면 미용 제품이 탄생한다.

참 간단한 제조법이지만 이것 역시 나만이 가능한 일이다.

- 와아아……. 형님! 똥삼 환단에 이어 가래침 화장품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상술이십니다.

귀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상술에 두 손을 들었다.

“내, 내 거는?”

류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내밀었다.

“준비 안 했는데.”

“왜?”

“류미는 아직 젊잖아.”

“무슨 소리야! 여기 눈 밑에 주름 안 보여? 얼굴에 기미도 살짝 끼었잖아.”

류미가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훅 하고 코를 파고드는 향수 냄새.

푸른색과 붉은색 바탕에 황금실로 봉황 무늬가 길게 수놓아진 치파오를 입고 있는 류미가 무척 매혹적으로 보였다.

“안 보이는데.”

“자세히 봐봐.”

“안 보여.”

“자세히 보란 말이야. 립!”

류미도 여자였다.

아름답게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본능적으로 놓치려 하지 않았다.

“류미야.”

류평이 류미를 불렀다.

“아빠는 가만있어 봐요. 설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시는 건 아니죠?”

류미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스윽.

품에서 수정으로 만든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선물.”

“내, 내 거야?”

“따로 포장은 못 했어.”

“으아아아아! 립 최고!!!”

류미가 병을 받아들고 탄성을 터트렸다.

쪽!

그리고 말릴 새도 없이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 으흐흐흐흐. 분위기 좋습니다!

귀신에게 촉감을 공유한 덕에 류미의 입술을 느끼려 제 뺨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귀한걸…….”

두 손으로 선물상자를 꼭 쥐고 놓지 않는 류미의 엄마.

“더 마신다고 약효가 증대되지 않습니다. 다만 1년에 한 번 정도 마셔두면 약효가 유지되어 세월을 잊고 사시게 될 겁니다.”

목소리에 확신을 담았다.

반짝!

유지라는 말에 눈동자가 반짝이는 그녀.

“고마워요……. 이 은혜는…….”

환단에 환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처럼 류미 엄마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종종 들러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약속한 거다?”

류미가 더 기뻐했다.

- 호갱님 또 한 분 등록하셨습니다.

밑밥이다.

류미의 엄마는 완진바오의 딸이다.

중난하이에 거주 자격이 있는 그녀의 외모가 하루아침에 변하면 그 여파가 대단할 건 뻔했다.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수술 없이 약품으로 하루아침에 10년이나 젊어진다면 여성들은 눈이 뒤집어질 게 분명했다.

도도희와 유세라 상무만 봐도 회사에 뼈를 묻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엄마도 젊음을 되찾고 활력적으로 활동했다.

남자들이 아무리 권력을 잡아도 뒤에서 조종하는 건 여성들이다.

중국 권력자들이 첩을 몇 명씩이나 곁에 두고 있지만 조강지처의 암묵적 동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여권이 의외로 높은 중국.

남자들에 이어 여성들에게도 착실하게 미끼를 던져놓을 필요가 있었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빙골옥수액을 더 구할 수 있나?”

류평이 기가 막히게 돈 냄새를 맡았다.

얘기를 듣고 있던 완진바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계산이 빠른 늙은이다 보니 빙골옥수액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챘다.

“재료 수급이 쉽지가 않습니다.”

단칼에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럼 당장 얼마나 구할 수 있나?”

류평이 재촉하듯 물었다.

“글쎄요……. 재료 수급 상황을 봐야 해서…….”

- 흐흐흐. 형님의 구라 솜씨는 등선 지경입니다. 성수야 공작이라 무료로 마음껏 구할 수도 있고 엘프들 침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껏해야 병값인데……. 가격을 얼마에 책정하실 생각입니까?

귀신이 손을 비비며 가격을 물어왔다.

“나에게 팔아주게. 가격은 립 자네 마음대로 해도 좋네!”

보아하니 류평은 애가 달았다.

“…….”

침묵을 유지했다.

쉽게 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 아빠 왜 그래요. 저녁식사하면서 천천히 대화해도 늦지 않아요.”

류미가 살짝 눈치를 줬다.

“미……안하네. 나도 모르게 흥분했군.”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류평이 빠르게 사과했다.

“아닙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눈이 안 돌아가면 그게 이상한 거다.

어찌 보면 황제 재생단보다 더 귀한 물건이었다.

남자들이야 환단을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여성들은 달랐다.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대가가 무엇이 되었든 서슴없이 지불할 것이다.

“식당으로 들어가지. 저녁이 되니 배가 출출하군.”

완진바오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립! 오늘 기대해도 좋아. 진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할게!”

목소리에 힘을 팍 주고 밝게 외치는 류미.

그녀의 말처럼 정말 기대됐다.

중난하이에서 맛보는 중국 최고 권력자 집안의 저녁식사.

식당으로 향했다.

넓은 원형 식탁이 들어왔다.

“앉게.”

자신의 옆자리로 인도하는 완진바오.

“감사합니다.”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가진 능력에 따라 주인이 자리를 정해줬다.

“모두들 앉지.”

“네!”

완진바오의 명령에 류미의 가족들이 모두 식탁에 둘러앉았다.

물론 나의 왼편에는 류미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자리 배치가 끝나는 순간.

“가져오게.”

시중을 드는 비서에게 거침없이 명하는 완진바오.

“식사 올리겠습니다.”

공손히 고개 숙이는 비서.

- 형님! 그런데 부엌에서 느껴지는 이 기운은…….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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