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1장. 이상한 나라(3). (1,108/1,284)

1131장. 이상한 나라(3).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겠어.”

“……갑작스럽게 귀빈이라도 온 거야?”

“귀빈은 아니야.”

“왜?”

“보면 몰라.”

“전쟁이라도 날 분위기네.”

“살벌해…….”

북경 공항 관제탑 중앙 통제실.

통제실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두 사람이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았다.

지금 같은 상황은 막장 사태가 빈번한 중국에서도 맞닥뜨리기 드문 일이다.

특히 이곳은 보안이 철저한 수도 북경 공항이다.

1958년 개항 이후 북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주요 도시와 연결된 아시아 허브공항이다.

연간 1억 명이 넘는 이용객으로 전 세계 공항 이용률 2위에 올랐다.

그로 인해 문제도 발생했다.

연간 8,300만에 달하는 여객 처리 능력을 넘어 매일같이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고 공항 주변은 각종 소음에 시달렸다.

제3 터미널을 개장했지만 그로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그러한 사정의 북경 공항 관제탑.

갑작스럽게 비행 이착륙 금지명령이 하달됐다.

1분이 멀다 하고 3개 활주로를 이용해 이착륙하던 비행기가 전부 멈췄다.

다른 서방 국가였다면 당장 뉴스 속보에 뜰 상황이지만 이곳은 중국.

직원들 모두 숨을 죽였다.

각종 기관에서 약속이나 한 듯 다급하게 연락이 들어왔다.

앞뒤 없이 잠시 비행기를 멈추라는 얘기들이었다.

착륙하려던 비행기들이 기수를 돌려 황급히 회항 루트를 이용해 북경 상공을 돌았다.

출발선에 있던 여객기들도 영원히 뜨지 않을 것처럼 얼음동상이 됐다.

공항을 방어하는 특수부대원들에게도 무장 대기 명령이 떨어졌다.

“넵! 알겠습니다!”

공항 보안의 핵심인 대테러부대인 북경군구 인민무장경찰부대 설랑돌격대 중대장 상교 위청은 긴급 통신을 받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중국군과 같은 계급의 중국 무경.

지금 통화 중인 상대는 놀랍게도 북경 무경을 책임지고 있는 중장이었다.

- 다른 누구에게서 연락이 와도 내 말만 들어! 절대 애들 풀지 마!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명령.

“그대로 명을 따르겠습니다!”

위청은 심기를 다지며 힘차게 복명했다.

- 총소리가 나도 개입하지 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야.

“초, 총기 사용 시에도 말입니까?”

- 설사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조용히 통제만 해. 연락이 갈 때까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위청은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북경 공항에서 총기가 발사되면 분명 세계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장에 각국의 언론사뿐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당장 스마트폰의 자율 보급으로 개인들은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사건에 대해 쉬이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나서지 마!

“충성!”

뚝.

통화가 끝났다.

“어흐……. 부주석께서 오시더니 이번에는 또 누구야.”

사무실 CCTV로 확인되고 있는 실시간 대치 상황.

상장과 그 휘하 고위 간부들과 마주한 자들은 평범한 자들이 아니었다.

모든 권력 집단을 단박에 무시할 수 있는 주석의 경호팀이 확실했다.

그런 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안력을 돋워 면밀히 살피는 위청.

“허억! 저분은……!”

입을 쩍 벌리며 신음을 토했다.

***

‘미치겠네. 이번에는 상무위원이야?’

류미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이를 빤히 쳐다봤다.

태자당의 권력자가 등장했다.

중국에서 현 총리보다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고 알려진 시 주석의 오른팔.

방창걸 상무위원이 태연하게 차에서 내렸다.

“위, 위원님.”

조평 상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대를 알은체했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상장 신분이지만 상무위원급에는 아무래도 밀렸다.

그것도 방창걸 상무위원은 현 주석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자가 아닌가.

단박에 조평 상장 곁에 있던 고위급 장교들이 동요했다.

“자네들은 날 모르나?”

방창걸이 장교들의 태도를 살피며 물었다.

이미 얼굴이 하얗게 변한 장교들.

“차, 차렷!”

최고참으로 보이는 자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외쳤다.

처저적!

사열병들도 그를 이어 자세를 잡았다.

“경례!!!”

“추웅!”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한목소리.

상무위원을 무시했다가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모시고 있는 조평 상장도 괘씸죄로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수고들 많네.”

방창걸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제야 내심 만족한 듯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조평 앞에서 낱낱이 드러내 보이는 권력의 힘.

“방 아저씨를 뵙습니다.”

류미도 좀 더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

조평을 상대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류미. 점점 더 미인이 되는구나.”

방창걸이 류미를 보며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웃었다.

고위 공산당원들은 설사 파벌이 다르다 해도 서로의 가족들을 잘 챙겼다.

류미도 방창걸이 살피고 있는 중요 자제들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확실하게 적도 아군도 아닌 관계에 있지만 원자바오 총리의 영향력이 공청단 내에서 막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해방과 태자당 사이에서 균형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공청단.

“아저씨도 건강해 보이세요.”

“조만간 총리님께 인사드리러 간다고 전해드려라.”

“네…….”

가볍게 조평과 류미를 정리한 방창걸.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이 장립에게 향했다.

“립. 오랜만일세.”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는 방창걸.

장립을 대하는 태도에서 자신의 권세를 충분히 내세우고 있었다.

“2년 만에 뵙습니다. 상무위원님.”

베이다이허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두 사람.

파바바밧.

짧게 이루어진 눈빛의 교환.

장립이 방창걸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

- 형님 역시 훌륭하십니다. 뭔 대단한 분 오셨다고 고위 장군에 상무위원까지 공항에……. 흐흐흐.

뭔 대단한 분?

본인을 위한 대접인 양 착각하는지 귀신이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오늘 의외의 사건 연속이다.

상해방의 조평 상장과 태자당의 거물인 방창걸 상무위원까지 마중 나올 줄 몰랐다.

중앙판공청주임 자리는 실로 대단하다.

총서기를 비롯해 중앙위원회 위원들의 보안과 통신, 의료를 책임지는 핵심 보직이다.

과거 제국 시절로 따지자면 황제를 보필하는 내시들의 우두머리 환관 정도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방창걸과 어울리는 직책이다.

상무위원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

긴 세월 중앙정계에서 버텨온 인물답게 눈빛과 얼굴로는 그의 속내를 읽어낼 수 없다.

보는 시선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슈건핑의 명령을 받고 이곳까지 걸음을 했을 것이다.

조평 상장과 류미의 얼굴이 가관이다.

그들 두 사람이 어찌해 볼 수준의 레벨이 아니었다.

장택민이나 원자바오 정도가 나서야 방창걸을 누를 수 있었다.

무려 그 방 주임이 점심 접대를 물어온 것이다.

이유는 뻔했다.

“아직 점심 전입니다.”

“잘됐군. 나랑 같이 먹도록 하지. 자네를 위해 단골집을 예약해 뒀네.”

상무위원이 단골집으로 정해 둘 정도라면 보나 마나 대단한 곳이 확실했다.

- 오늘은 진짜 만한전석을 먹게 될 것 같습니다.

황제들이 먹었다는 중국 요리의 집대성이라 일컬어지는 만한전석.

귀신은 지금 현장 분위기보다 점심 메뉴가 중요해 보였다.

식충이 같은 녀석.

- 형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놈의 귀신은 그렇지도 않다.

“곤란할 것 같습니다.”

“응? 뭐라고?”

간단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자 방 주임이 크게 당황해 다시 물었다.

“!!!”

다른 이들의 표정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

흡사 조평 상장과 류미의 표정은 미친 게 아니냐고 묻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실세 상무위원과의 점심 식사를 거절하겠는가.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선약이 있습니다.”

나의 시선은 류미에게 향했다.

“…….”

당황하면서도 눈빛에 기쁨을 담는 그녀.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은근히 눈빛으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허어.”

방 주임이 어이없다는 듯 짧은 신음을 흘렸다.

반면 조평 상장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거부요? 형님……. 주변 분위기를 보십시오.

귀가 있으니 물론 다른 이들도 나의 분명한 의사 표현을 들었다.

자신들이 모시는 상관의 말을 거역하자 블랙 슈트맨들이 선글라스 너머로 나를 노려봤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자들의 태도가 우스웠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현장뿐만 아니라 공항을 포함해 북경 전체에 엿을 먹일 수도 있었다.

당장 온시은을 통해 북경 공항을 해킹하는 일도 벌일 수 있다.

또 마법을 사용하면 공항 하나쯤은 바로 날릴 수도 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보통의 인간들.

자신들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로 나를 생각한 결과였다.

“정말인가?”

다시 재차 물어오는 방 주임.

눈에 힘을 빡 들어갔다.

자신이 받은 불쾌한 감정을 은근히 표출했다.

“제가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편이라서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고개 한 번 더 숙여줬다.

상대를 엿 먹이는 고단수 방법이다.

여기서 한 번 더 억지를 부린다면 류미 뒤에 있는 원자바오를 무시하는 행태가 된다.

“이거 아쉽군. 나도 립 자네와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짜지 않았는데도 조평 상장이 조력자로 나섰다.

방주임 엿 먹이기에 동참하는 셈이다.

“립,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류미가 활짝 웃는 얼굴로 방 주임을 한 번 놀렸다.

“…….”

방 주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파바바바밧.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태자당과 공청단, 상해방의 대리자들이 북경 공항을 마비시키고 고작 한다는 짓이 눈치 싸움이다.

- 분위기 참 좋습니다. 흐흐.

귀신도 흥미롭게 관전 중이다.

“립……. 이곳은 북경이네.”

불쾌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더 보태는 방 주임.

말속에 뼈와 협박을 동시에 담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홍콩 하늘은 맑고 깨끗하던데 북경은…… 아니네요.”

딴소리를 뱉는 척 우회적으로 북경 정치의 복잡하고 더러운 본색을 깠다.

으득.

방 주임이 귀신같이 뜻을 알아차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노회한 정치인의 얼굴에 드러나는 은근한 분노.

경호원들의 표정도 덩달아 딱딱하게 굳어갔다.

여차하면 총을 뽑아들고 나를 겁박한 채 끌고 갈 분위기다.

이제는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

“방 주임님.”

방창걸을 불렀다.

“…….”

나를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보는 방창걸.

화가 난 와중에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계산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런 그를 보며.

씨이익.

한껏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점심 함께하시죠.”

“뭐라고???”

회귀의 전설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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