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6장. 좋은 파트너(3).
“중요한 손님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보에 의하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권력자들 사이에 균형자로 떠올랐다더구나.”
엘자그룹 회장실.
회장 고자룡이 신중한 어조로 고급 정보를 풀었다.
“균형자 말입니까? 어느 정도 수준의 권력자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고광문 전무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듣고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시 주석과 장택민, 원자바오.”
“네? 그게 가능합니까? 세 사람 모두 중국 권력의 핵심 아닙니까!”
고광문은 언급된 이름들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리에 그려지는 중국 권력자들의 면면은 엄청났다.
방금 전 봤던 장립과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단하지.”
“믿을 수 없군요. 개와 고양이 관계 같은 핵심 권력층 사이의 균형자라니…….”
“나도 처음 들었을 때 못 믿었다. 그러나 이제 확실하게 확인됐다.”
고자룡이 고광문의 의심을 거두어주기 위해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장태산과 중국 권력자들 사이가 서로 불편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장립을…….”
“협상 파트너로 내세운 것 같다. 나이도 서로 비슷하니까.”
“그렇다 해도 나이가 너무 어린데…… 대단하군요.”
고광문은 잠시 손을 씻으러 간 장립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한때 자신의 신분과 능력이 대단하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만했던 과거의 모습을 내려놓고 겸손을 배우고 있었다.
말도 안 되게 엄청난 능력을 보이는 장태산 앞에서 감히 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사람을 나이로 판단하지 말아라. 장태산 군은 그보다 더 어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장태산이 진짜 받아줄까요?”
“태산 씨라면 그럴 수 있어요. 우리 그룹을 콕 찍어 중국 쪽을 담당하라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 복심이 존재한다는 의미잖아요.”
“넌 들은 것 없었어?”
“오빠. 태산 씨 바쁜 거 알잖아. 그리고 나하고…….”
말을 하다 말고 고연지는 입을 다물었다.
엘자그룹 경영에 깊숙이 자신을 밀어 넣은 장태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나마 같이 학교에 다닐 때가 좋았다.
사회에 나오고 나서 장태산과 자신 앞의 벽을 확실히 실감했다.
장태산의 사업 능력과 센스는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고연지는 이제 겨우 햇병아리 수준에 불과했다.
갈수록 그 간극이 더 냉정하게 피부로 와 닿았다.
엘자그룹 계열사 대표 명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습득할 게 너무 많았다.
회장 직계이니 누구보다 사내 정치도 잘 파악해야 했다.
임원들과 직원들의 기대와 질시, 견제 등 가릴 것 없이 온갖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맡은 바 일을 능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대표로서의 기강이 바로 서지 못한다.
매일 매일이 배움의 연속인 날들이다.
새삼 아버지의 삶과 능력을 몸소 깨닫고 있었다.
거기에 장태산의 위대함까지 확인하고 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장태산은 한국 정재계을 휘어잡은 인물이 됐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갔어야 했어.’
고연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장태산과의 사이에 친밀감을 더 높였어야 했다.
더구나 계열사 대표가 되면서 한 개인의 적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놓쳐버린 학창 시절의 기회.
지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니 여간 쉽지 않았다.
장태산의 하는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주변에 너무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연지야. 태산 군은 우리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점을 잊지 말아줘.”
고광문이 진중한 시선으로 여동생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심각성을 주지시켰다.
장태산 없이는 그룹 미래가 막막할 지경이 됐다.
그가 사심 없이 툭툭 던지는 듯한 사업 방향이 그룹 사정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장주시 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들은 외계인을 납치해 빼낸 정보들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
자존심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자룡 회장이 침묵했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고연지와 장태산이 잘되기를 학수고대했다.
“최선을 다할게.”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그건 됐어. 어차피 태산 씨 눈에 찰 만한 것도 없어.”
고연지가 냉정하게 상황을 평가했다.
남들이야 대단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 엘자그룹이지만 장태산 눈에는 결코 차지 않았다.
미래가 불투명한 머리 작은 공룡.
장태산이 직접 고자룡 회장을 앞에 두고 언급한 말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늦는구나?”
“화장실…… 다녀올 시간이 지났는데…….”
잠깐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중에 손을 씻는다며 화장실에 간 장립.
세 사람은 회장실에 앉아 묵묵히 그를 기다렸다.
제법 시간이 지난 뒤였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고광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자그룹은 중국 쪽 사업과 여러 곳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장립과의 만남 자리에 엘자그룹 핵심 오너 일가가 출동한 셈이다.
마침 장태산의 전화를 받은 터였다.
귀한 손님이니 알아서 잘 접대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띠릭.
회장실 밖으로 나왔다.
긴장한 듯한 비서들과 눈이 마주쳤다.
눈치로 오늘 접대하고 있는 손님이 어떤 존재인지 다들 알았다.
고자룡 회장은 핵심 직계 두 사람이 최대한 공손함을 유지했다.
그건 엘자그룹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손님은 아직입니까?”
“찾아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나가죠.”
고광문이 비서실 밖으로 나갔다.
방문객용 화장실은 비서실 너머 복도 끝에 있었다.
스르릇.
화장실 자동문이 열렸다.
“없잖아?”
전자동으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되는 화장실 상태는 모두 OFF였다.
“어디로 간 거야……. 길을 잃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회장실과 화장실과의 거리는 가까웠다.
아무리 방향감각 없는 길치라 해도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비서들도 개인의 볼일에는 따라가지 않았다.
“당신 뭐야!!!”
“나? 장립.”
그때 회장실과 가까운 비서팀과 전력기획실 사이 복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의문을 품고 고광문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다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음성이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식으로 소리를 치는 거야!’
화가 난 듯한 남자 목소리 때문에 고광문의 얼굴 인상이 찌푸려졌다.
오늘 중요한 손님이 방문한다는 걸 전략기획실은 물론 비서팀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예고 없이 거친 말투에 언성이 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
- 회장님. 이 자식 눈빛이 아주 살벌합니다. 잘하면 한 대 치겠는데요?
임성철 회장도 귀신 장립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회사 내에서 여성을 거칠게 잡아채는 나쁜 남자였다.
이 사태도 장립이 알려왔다.
자신의 몸에서 맡아졌던 영혼의 체취와 같은 냄새가 나는 여자가 한공간에 있다는 얘기였다.
그것도 남자에게 폭력을 당하기 일보직전이라고 했다.
무시하려 했지만 퍼뜩 스치는 생각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댔다.
위치가 가까웠다.
장립은 그사이 정보를 추가했다.
동료로 보이는 여자를 민망할 정도로 추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건 예의가 아니었지만 일단 장립이 말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임성철 회장은 보고야 말았다.
비 오는 날 자신과 술을 마셨던 여인.
그녀가 한 남자 앞에서 파르르 떨며 서 있었다.
딱 봐도 기운이 지저분한 남자에게 추궁을 당하고 있는 그녀, 서유나.
이름만 알 뿐 다른 건 전혀 몰랐다.
일체의 다른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터였다.
비와 술, 그리고 강렬했던 그날 새벽의 일.
임성철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파격적인 밤이었다.
자연스럽게 잊으려 시간을 흘려보냈다.
자신은 오정의 임성철 회장이 아니라 타인의 탈을 쓰고 운명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의 육신이 아니었기에 관계는 하룻밤 일탈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장태산과의 계약 당시 명시된 조항이 있었다.
허락 없이 업을 만들면 바로 다음 순간 죽음이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오래전 이미 무뎌져 버렸던 남자의 보호본능이 발현됐다.
자신과 하룻밤을 뜨겁게 보낸 연약한 여인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만큼 임성철 회장은 독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주 모르는 이도 아닌 핍박 받는 서유나를 위해 나섰다.
“장립? 뭐 하는 새끼야! 여기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거 모르나?”
홍문수는 남의 일에 상관하는 상대를 대차게 윽박질렀다.
나이도 꽤 어려 보였다.
많이 봐야 이십대 후반.
차림새로 보아 보통내기는 아닌 듯했고, 두르고 있는 것들 모두 자신도 모르는 브랜드였다.
기분 나쁘게 또 자신보다 잘생겼다.
“립!”
한참 농락하던 전 여친 서유나의 입에서 남자의 이름이 불려졌다.
폼을 보아하니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
서유나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던 홍문수는 눈이 번쩍 떠졌다.
‘설마 이 새끼야?’
홍문수의 가슴 속에서 활활 질투의 불길이 타올랐다.
누가 봐도 서유나는 매력적인 구석이 많았다.
지금껏 스쳐 지나갔던 다른 여인들과 달리 연애에 있어 순박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꽤 했지만 자신이 첫 남자였다.
미모와 학벌도 빠지지 않았다.
입사 성적도 훌륭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만 집안이 받쳐 줬다면 결혼까지 진행할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서유나의 집에 초대 받아 갔을 때 이미 홍문수는 마음을 접었다.
말로만 듣던 반지하 연립 주택 생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아왔던 홍문수에게 작은 연립 주택의 반지하 생활은 충격이었다.
가사도우미와 식당 일을 번갈아 하는 서유나의 엄마와 일용근로자인 아버지.
서유나가 이전부터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이라고 말해왔지만 홍문수가 확인한 그들의 모습은 찌질함 그 자체였다.
정이라는 말로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더 강하게 들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어두운 방 구석에 벌레들이 득실거릴 것 같은 기분에 등골이 오싹했다.
바로 옆에서 흐르는 하수구 냄새가 잠깐 사이 온몸에 배는 것 같았다.
제법 신경을 쓴 듯한 식사 자리였지만 핑계를 대고 밖으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그 뒤부터 서유나와 거리를 두고 멀리했다.
서유나에 대한 순수했던 관심과 그녀가 가진 매력이 반감했다.
결혼하는 순간 처가댁까지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서유나가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그 정도일 줄은 예상 못 했다.
이후 홍문수는 다른 여성과 만남을 가졌다.
진작부터 자신을 좋아했던 서유나의 여자 동기.
만나고 보니 놀랍게도 임원 딸이었다.
얼굴과 몸매는 서유나보다 조금 딸려도 미래를 위해 그녀를 택했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될수록 양에 차지 않았다.
서유나와 자꾸 이런저런 것들이 다 비교가 됐다.
사실 서유나와는 몸은 물론 말이 통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책을 읽고 사색을 많이 한 서유나는 나이답지 않게 현명했다.
반면 강남 A코스로 유복하게 성장한 현 여친은 서유나에 비하면 속물이었다.
만날 때마다 명품 브랜드를 떠들어대고 매끼 비싼 요리들을 즐겼다.
허영으로 가득 차 있어 미래가 창창한 홍문수도 그녀의 욕구를 다 채워주기 벅찰 정도였다.
게다가 욕심도 많고 질투도 심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가진 것 없는 서유나와 매사가 비교됐다.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양다리를 걸쳤다.
그러다 재수없게 우연한 자리에서 셋이 마주쳤다.
집안 사정만 빼면 서유나가 놓치기 아까운 여자였지만 미래를 위해 대놓고 모멸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진짜 마음은 서유나를 놓치기 싫었다.
전력기획실 힘을 이용해 가까운 비서팀에 배치했다.
나름 잘 돌아가는 머리로 계획을 세웠다.
기회를 봐 서유나를 회유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소문이 돌았다.
서유나가 낯선 남자와 비 오는 날 술을 마셨고 어느 시점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
불타오른 질투가 홍문수를 마비시켰다.
서유나를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서유나는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런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훼방꾼.
“네가 그 새끼냐?”
홍문수는 상대를 알아보고 거칠게 물었다.
“그 새끼?”
“그래 그 새끼! 너 서유나랑 잤지? 며칠 전 같이 술 마시고 그 짓 하러 갔지!”
홍문수는 사정을 보지 않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엄연히 근무 시간으로 정숙해야 했지만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켜 버린 상태였다.
어차피 소란을 피우는 걸 알아도 다들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임원 딸과 사귀고 있었고 전략기획실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홍문수였다.
그룹의 중요한 미래 사업 모델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이었다.
홍문수 정도면 서유나쯤 가볍게 지방으로 날릴 수 있는 힘도 있었다.
“홍문수! 너 미쳤어?”
서유나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진짜 인생 밑바닥 같은 쓰레기가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라는 사실이 슬프고 화가 났다.
“흐흐흐. 맞네. 둘이 잤네.”
홍문수가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음탕하고 더러운 년……. 내가 좋다고 엉덩이 흔들며 꼬리 칠 때는 언제고.”
한쪽 팔이 붙들린 채 경멸의 욕을 쏟아내는 홍문수.
짜아아악.
그 순간 홍문수의 뺨을 거칠게 후려치는 서유나의 손.
“나쁜 새끼…….”
또로록.
거친 행동과 달리 서유나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고 회사 생활을 지속하려 했지만 오늘 일로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도저히 저런 놈과 얼굴을 보면서 회사 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졌다.
저런 남자를 만났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립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자신의 아픈 치부를 고스란히 들켜버린 자리.
“이 새끼에게 과거가 까발려지니까 쪽팔려? 너랑 나랑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까지 숱하게 다녔는데 그게 다 부끄러워? 괜찮아. 요즘 그런 걸 따지는 남자가 있을까봐? 안 그래 형씨. 크크.”
홍문수는 이성을 잃고 밑바닥을 드러내며 저열하게 나왔다.
모든 걸 폭로하고 서유나를 완전히 매장시켜버릴 생각이었다.
스마트폰에는 둘만의 사적인 사진과 동영상도 저장돼 있었다.
급할 때 요긴하게 쓰기 위해 협박용으로 보관하고 있었지만 이제 필요 없게 됐다.
무척 자존심 상했다.
적당히 화면을 왜곡 처리해 인터넷에 뿌려 버리겠다고 계획을 틀었다.
‘서유나, 네가 날 무시해? 넌 이제 끝났어!’
가장 저급하고 치졸한 복수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에 영상을 퍼뜨리면, 자존심 강한 서유나는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진짜 개새끼네.”
터억.
임성철 회장이 홍문수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 말들로 모든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남자 망신 다 시키는 개새끼.
“기분 나쁘면 한 대 쳐. 그 정도 아량은 베풀어 줄게. 크크크.”
슬슬 약을 올리며 자극하는 홍문수.
뻐어억.
그 순간 턱에 작렬하는 임성철 회장의 주먹 한 방.
콰당.
충격에 뒤로 넘어지며 바닥을 뒹구는 홍문수.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여기가 지금 어디라고 주먹질이야! 너 이제 끝났어!”
홍문수가 스프링처럼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입술이 터진 채 약점을 잡았다는 듯 야비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룹 경비들을 부르고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었다.
“그 손 멈춰……. 부러뜨리기 전에!”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홍문수가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돌아봤다.
“저, 전무님!”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