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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장. 싸가지는 싸가지를 낳는 법. (749/1,284)

752장. 싸가지는 싸가지를 낳는 법.

콰아아아앙! 쾅!!!

멀쩡했던 밤 하늘에 벼락이 쳤다.

수십만 대군이 지켜보고 있는 분지의 중앙.

“탓!”

“하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신형이 번뜩였다.

콰장차차창!

일반 병사들의 시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공격과 방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수십 수백 번 검을 부딪쳤다.

목과 심장, 배와 다리, 온몸을 가리지 않고 빈틈을 파고드는 검.

까가가가강.

부딪힐 때마다 검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흐윽 흑.”

가슴이 벅찬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바이클 국왕.

인상을 쓸 때마다 흉터가 살아있는 독사처럼 꿈틀거렸다.

결코 잦아들지 않는 분노로 번들거리는 노란 눈동자.

생사를 옥죄어오는 공포가 바이클 국왕에게는 오히려 쾌락을 안겨주는 듯했다.

목숨을 노리는 야수의 살기가 그의 온몸에서 넘실거렸다.

텅!

바이클 국왕의 검을 밀어냈다.

그 순간 검기가 흘러내렸다.

콰드드드득.

상급 마력 기사의 검기가 흙바닥을 뒤집었다.

자욱하게 먼지가 피어나고 굵고 자잘한 돌멩이들이 뒤섞여 사방으로 튀었다.

방패 따위는 필요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순간.

정확한 일검 한 번이 생사를 결정짓는 끝장 전투.

모두 다 숨을 죽이고 치열하게 부딪치는 결투를 지켜봤다.

“주구우우우운!”

“국왕 폐하!!!”

나와 국왕을 응원하는 각 진영의 함성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폐부에 숨이 가득 들어찼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패배하는 순간 한 쪽은 다른 쪽에 완전히 먹힌다.

생사를 넘어 세력과 세력을 결정짓는 한판 승부.

바이클 국왕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계에 넘어와 대적했던 상대 인간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

검에 대한 각성과 깨달음이 존중할 만했다.

천룡신군의 과외가 없었다면 절대 대적할 수 없었을 경지.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냈다.

마법은 인간 무리의 수장을 상대하는 데 있어 예의가 아니었다.

있는 힘껏 그동안 수련했던 검술을 투영했다.

카가가가강!

다시 맞붙는 검.

그 어떤 말도 불필요했다.

상대의 눈과 검을 놓치지 않으며 무의식적으로 휘둘러지는 검과 검.

“흐으읍.”

손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반탄력에 아직은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동안 유유자적 세월만 보낸 내가 아니다.

이계에 수시로 넘어와 매진했던 검술은 일정 경지를 이뤘다.

특정 과외빨과 가상한 노력은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아린의 상황은 걱정되지 않았다.

분명 나의 전장 출전을 틈타 사악한 놈들이 공격하리란 건 짐작 가능했다.

믿을 만한 엘프 장로와 나의 기사들이 그녀 곁에 있다.

엘프 전사들과 함께 산에서 마수들을 사냥하며 육성한 진정한 기사들에게 무당파의 검술을 가르쳤다.

칠성검진 진법도 함께.

이곳 기사들이 사용하는 평범한 집단 합격술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끝에 전장에 나왔다.

그런 만큼 이제는 결판을 낼 때.

팰트란 왕국만 박살내면 당분간 아린을 건드릴 만한 존재는 없다.

몇 년 간 발 뻗고 편히 잘 수도 있다.

“대단하구나…….”

뒤로 한 발 물러난 바이클 국왕이 칭찬의 말을 던졌다.

그의 눈에서 진심이 보였다.

“그대도 대단하다.”

짱은 확실히 달랐다.

내 검에 여러 군데 옷자락이 찢겨나갔음에도 국왕의 기세는 한 치도 꺾이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난…….

멀쩡하다.

이곳에서도 무당파 무술은 먹혔다.

스윽.

검을 다시 움켜잡는 바이클 국왕.

“마지막이다.”

파아앗.

온 마력을 검에 담았다.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

그만큼 진한 피의 길을 걸어왔다는 증거였다.

나도 내공을 실었다.

은빛 투명한 검기가 검을 감싸며 코팅됐다.

파바밧.

눈빛과 눈빛이 부딪쳤다.

씨이익 국왕이 여유롭게 웃었다.

파라라락.

바람에 날리는 망토.

“타앗!”

바이클 국왕이 먼저 땅을 박차고 몸을 띄웠다.

단 일격으로 판가름 날 승부.

“탓!”

나 역시 힘찬 기합을 터트리며 온 힘을 다해 국왕의 검에 부딪쳐갔다.

그리고.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강.

허공에서 현란하게 검이 부딪쳤다.

불꽃과 검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마력과 마력이 검을 타고 폭풍처럼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콰아앙!

허공에서 부딪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여전히 검과 검은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한껏 끌어올린 마력과 힘을 다 토해냈다.

그그그그그극.

날과 날이 부딪치며 소름 돋는 쇳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천천히 바이클 국왕 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검.

“!!!”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부릅뜬 그의 눈동자.

바이클 국왕 스스로 마력과 힘에서 나에게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한 눈빛이었다.

힘을 더했다.

커거걱.

검이 국왕의 갑옷 어깨까지 순식간에 밀렸다.

콰드드득.

느리게 갑옷을 뚫고 파고드는 검날.

마력 갑옷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크으으으…….”

귓가에 들려오는 미세한 신음.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이미 승부는 결판이 난 상태.

콰득.

자신의 검날에 의해 목이 베이는 고통에 튀어나올 듯 붉어지는 바이클 국왕의 눈동자.

“편히…… 쉬시오.”

국왕을 향한 마지막 인사.

촤아악.

자신의 손에 들린 검날이 목에 그대로 박힌 바이클 국왕의 모습은 참담했다.

그런 그의 머리를 향해 나의 검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후두두둑.

가해진 힘에 의해 잘려나가 공중으로 떠오른 바이클 국왕의 머리.

왕의 마지막 표정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꿈틀 대는 붉은 흉터의 일그러짐까지 국왕의 표정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했다.

“아바마마마마마마마마마!!!”

팰트론 왕국군 틈에서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오는 이십대의 젊은 기사.

나를 향해 검을 들고 미친 듯 달려왔다.

죽은 바이클 국왕의 아들인 듯했다.

검에 담긴 흉포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하아아아아아아! 안 됩니다아아아아아!”

뒤쫓아 뛰쳐나오는 기사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어느새 바로 앞까지 돌격해온 팰트론 왕국의 왕자.

“죽어라 마족 새끼!!!”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로 나를 베어오는 검.

파앗!

순간 단순하고 정확하며 빠른 일검이 코앞의 공간을 갈랐다.

“!!!”

그대로 굳어버린 왕자의 신형.

“마, 말도…….”

왕자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쩌저저저적.

순간적인 일검에 의해 몸뚱이가 양쪽으로 분리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팰트론 왕국의 후손인 왕자라면 더더욱 살려둬서는 안 될 것이었다.

후일을 생각해서라도 자비를 베풀 수는 없었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라도 팰트론 왕국의 왕족은 모두 멸해야 했다.

“……전하……. 크으.”

털썩.

뒤쫓아 오던 기사가 왕과 왕자의 시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목놓아 오열하는 기사.

“…….”

전투는 끝났다.

가장 적은 피로 얻게 된 값진 승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을 들고 승리를 포효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로얀 제국 만세! 만세! 만세!”

분지에 울려 퍼진 병사들의 함성.

“팰트론 왕국 병사들은 모두 무릎을 꿇어라! 크하하하하하하!”

귓가에 전직 용병 탈만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레벨업 하셨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레벌업…….

아직도 귀 속에서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팰트론 왕국의 국왕이 죽고 나서 연속적으로 들려왔던 알림음.

“오빠. 뭐 해?”

“어?”

“언니 졸업선물 고르다 말고 뭐 하냐고?”

“다 골랐어?”

“너무한 거 아냐? 여동생 빛나는 졸업식을 앞두고 윤아 언니 생각 했지?”

“동생아. 윤아 언니일 거라고 단정하지 마.”

“설마~.”

쌍둥이들과 백화점에 왔다.

2월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날.

쌍둥이들 중 미대에 재학 중이던 주아가 먼저 졸업을 했다.

마지막 2학기 휴학을 하는 바람에 나보다 먼저 졸업하는 주아.

시간이 많이 흘렀다.

회귀한 뒤 떡볶이 먹여가며 키웠던 쌍둥이들 인생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들이 원하던 꿈을 찾아 마음껏 기지개를 켜게 된 두 청춘.

“대학원 입학하는데 굳이 졸업식 선물을 받고 싶어?”

“오빠. 그러는 거 아냐. 대학교와 대학원은 어감이 다르잖아.”

“뭐가?”

“흐흐흐. 이제 나도 후배들 시험 감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이지. 이 녀석들 컨닝만 해봐! 바로 F를 날려주겠어!”

주아가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성격도 많이 변했다.

“오빠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자꾸 딴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야.”

주희가 의심에 찬 눈빛으로 날 봤다.

이계에서 돌아온 후로 생각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팰트론 왕국 왕성은 계획대로 점령했다.

왕과 왕세자가 죽으면서 대부분 기사들과 병사들이 자연스럽게 투항했다.

자신들 눈으로 똑똑하게 지켜봤던 진검 승부.

그들 앞에서 국왕은 명예롭게 죽었다.

아린은 제국 황실의 후손이다. 고로 그녀에게 항복했다 해서 기사들의 명예에 흠이 가지는 않았다.

왕국 병사들과 백성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

탈만은 신속 깔끔하게 왕성을 털었다.

패배할 줄 생각도 못 했기에 왕족과 귀족들은 보물을 챙겨 달아날 시간도 벌지 못했다.

엘프들과 함께 마법으로 이동한 탈만이 빠르게 왕성을 접수한 것이다.

털도 안 뽑고 아린은 왕국 하나를 꿀꺽 삼켰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왕성을 소유하게 된 아린은 진짜 황제 대행 황녀가 됐다.

문제는.

알파닥이 그날 이후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

나에게 마신이라는 말을 던지며 다른 때 같지 않게 화들짝 놀라던 알파닥.

직후부터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여러 추측만 난무한 상황.

이계와 연결된 신들의 비밀이 그 열쇠일지도 몰랐다.

아직까지 감춰져 있는 진실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오빠가 바쁜 일이 한두 가지야? 대한민국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법조인으로서…….”

턱!

“악!”

그때 같이 걷던 주아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아이씨. 이건 또 뭐야?”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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