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1장. 자생자멸(自生自滅). (718/1,284)

721장. 자생자멸(自生自滅).

“빌어먹을!”

테러를 위해 중국에서 넘어온 조장 겔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토했다.

완벽한 계획 실행을 위해 동료들과 따로 행동했다.

혹시 모를 검문에 대비해 두 개조로 나눠 움직였다.

계획대로 테러는 성공했다.

모디의 바로 정면에서 조직원이 직접 저격했다.

수없이 많은 반복 훈련을 한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

후한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관총까지 동원해 확실히 처리한 모디.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놀랍게도 분명히 죽었어야 마땅한 모디가 멀쩡하게 일어났다.

겔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노에 사로잡혔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헌신하던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길 원치 않았다.

알라를 위해 대물 저격총을 발사했다.

조장 겔은 모디의 목숨만 거두면 돌아갈 수 있었다.

조원들 모르게 함께해야 할 가족이 생겼다.

겔을 포섭하기 위해 중국 측에서 어여쁘고 착한 이슬람 여인을 붙여줬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이 생겼다.

중국 측에서 지속적인 회유가 들어왔다.

모디를 제거하고 돌아가면 가족과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조원들에게는 그들의 뒤를 따라 알라의 품으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모디가 죽으면 겔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의 몸이 됐다.

그래서 반드시 죽여야만 했던 모디.

거리는 약 700m.

실패할 거리가 아니었다.

총소리에 놀라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도망쳤고 근접 경호원들은 제거된 상태.

어떤 놈이 뒤늦게 차에서 튀어나와 모디를 안고 울부짖는 것까지 확인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은 그다음이었다.

잠시 뒤, 죽었다고 믿었던 모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겔은 그 장면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저격총을 발사했다.

M110 SASS라 불리는 녀석.

몇 년 전에 등장한 고정밀 반자동 저격소총.

세밀한 정확도와 반자동으로 인한 연사력, 그리고 대물 저격총 특유의 강력한 공격력과 유효 사거리.

목표물 저격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였다.

장갑차도 거뜬히 뚫을 수 있는 녀석답게 총알은 시원하게 날아갔다.

모디 앞에 서 있던 자의 머리통이 수박통처럼 산산이 폭발하는 게 보였다.

나란히 서 있던 모디의 머리통도 터져나가야 계산이 맞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당황스럽게 모디는 멀쩡했다.

저격총에 맞으면 머리통이 날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끼릭.

정신을 집중하고 다시 표적을 조준한 겔.

“으아아악!”

“테……러범이 또 있다!”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 하는 인파 사이에서 목표물인 모디는 또렷하게 보였다.

“흐흐.”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확신한 겔.

조준경에 모디의 이마가 선명하게 보였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

모디 앞을 가로막은 한 남자가 씨익 웃으며 조준경을 정확하게 노려보았다.

분명히 겔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며 차갑게 웃었다.

부르르.

갑자기 겔의 몸이 떨렸다.

거리가 상당했지만 조준경을 통해 바라본 눈빛의 공포가 몸을 지배했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콰득.

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는 겔.

있는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그러나 모든 감각의 반응은 겔의 착각.

순식간에 박살이 난 겔의 이마.

촤아아아아아앗.

어떻게 된 일인지 겔의 머리통에서 피분수가 붉게 뿜어져 내렸다.

***

“시바시여…….”

모디는 진심을 다해 신을 찾았다.

칸의 배신으로 자신에게 닥친 테러.

그것도 대낮에 신전 앞에서 버젓이 일어난 테러에 누구보다 인도인들이 분노했다.

정부에서는 경찰이 아닌 특수 부대를 파견했다.

차기 총리 후보인 모디를 향한 테러는 국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씽 총리가 급히 테러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전을 비롯해 중요 시설에 대한 경비가 준 전시상황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도 축제 기간을 틈타 이슬람들의 테러가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 급에 대한 명백한 테러는 드물었다.

모디의 가택도 경찰과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돼 삼엄하게 경호에 들어갔다.

이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요새 아닌 요새가 됐다.

그럼에도 모디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목숨과 같다고 여겼던 친구가 자신을 배신했다.

다니엘이 준 신의 목걸이가 없다면 자신도 눈앞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하게 죽어간 칸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목숨은 건졌지만 모디는 기쁘지만은 않았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친구가 있기에 그동안 버텨올 수 있었던 정치 인생.

대번에 가슴이 헛헛했다.

먹먹한 감정이 흉기가 되어 모든 믿음에 대한 신념을 난도질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급기야 총리라는 자리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간치로 살았다면 칸과 같은 친구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온 마음을 사로잡는 심마.

모디는 집안에 마련된 신의 작은 사당에 무릎을 굻고 엎드렸다.

“무엇이 그렇게 괴로우십니까?”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담담한 음성.

“…….”

아이처럼 소매로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디.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묵묵히 다니엘을 바라봤다.

“친구의 배신이 아직도 믿기지 않으십니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습니다…….”

총알이 거짓말처럼 모조리 튕겨나가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모디.

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보고 퇴원해 집으로 들어온 후 칩거했다.

내일은 축제 마지막 날.

신께 나아가 감사함을 전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웠다.

“잊으십시오.”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칸은 내가 진정으로…….”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는 모디.

“스스로 생하고 스스로 멸하는 게 그 복잡한 마음입니다.”

“???”

모디의 마음을 엿본 듯 갑자기 난해한 말을 꺼내는 다니엘.

“주지사님의 괴로움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갑니까? 과거에는 이보다 괴로운 일이 없었습니까? 있었다면 지금도 그 과거의 괴로움 때문에 마음 아프십니까?”

이해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기 난해한 말이 이어졌다.

“모든 것들은 인(因)이 스스로 과(果)를 낳는 법입니다. 칸과의 인연은 충분히 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게 끝입니다.”

“다니엘,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모디는 다니엘의 말을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의 말을 다 부정하고 싶었다.

전하려는 말은 알겠지만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마음.

“죽음 앞에서까지 칸의 배신이 의미가 있을까요? 만약 주지사님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면…… 지금 느끼시는 그 모든 마음속의 복잡한 심정이……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음…….”

모디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중요한 건 현재와 앞으로 만들어 낼 미래입니다. 칸의 죽음 또한 이미 과거가 됐습니다. 그의 죽음을 붙잡고 계속 괴로워한다면…… 저에게 고개를 숙여 당신을 살려낸 시바신이 퍽이나 좋아하시겠습니다.”

시바신이 언급됐다.

찌릿.

모디의 심장이 찢어지듯 아려왔다.

“이 모든 것 또한 신이 내린 시련입니다. 인도를 통치할 분이 개인적인 인연에 집착해 흔들린다면…… 어찌 10억이 넘는 인도인들을 이끌 수 있겠습니까.”

매정하고 단호한 다니엘의 말.

‘시바시여…….’

그의 음성을 통해 모디는 시바의 꾸짖음을 듣는 것만 같았다.

“이제 깨어나십시오! 모든 건 마음에서 태어나 마음에서 죽는 법. 주지사님을 지켜보는 신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인도 국민들이 있지 않습니까!”

쿵! 쿠웅!

모디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던 심마들이 산산이 부셔져 나가는 듯했다.

‘마음에서 태어나…… 마음에서 죽는다……. 오! 신이시여.’

다시 한 번 모디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좀 전과 달리 괴로움이 아닌 한 줄기 깨달음이 선물한 깨끗한 눈물.

모디는 그제야 눈을 들어 다니엘을 봤다.

마음의 수호신 같은 시바신이 보낸 오른팔.

“다니엘……. 당신이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나 라루 모디가……. 신의 이름 앞에 당신을 첫 번째 은인으로 삼겠습니다!”

그 어떤 조건이 주어진다 해도 흔쾌히 들어줘야 끝나는 목숨의 은인.

라루 모디는 젊은 한국 청년 다니엘을 열린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받아들였다.

오래 세월을 함께해 온 친구를 잃었지만 새로운 친구가 모디의 텅 빈 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 네 번째 악마의 시험이 모두 종료됐습니다.

- 당신을 향해 힌두교의 신들이 이번 축제 기간에 쌓았던 포인트 상당수를 할애했습니다.

-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를 축적했습니다.

- 언제든 힌두교의 존경받은 상급신이 될 수 있습니다.

- 모디에 대한 시험이 종료됐습니다.

연달아 들려왔던 알림음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흐뭇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받는 특별 보너스 같았던 포인트.

라루 모디 주지사가 나를 진심으로 받아줬다.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다.

인도는 앞으로 중국을 대체할 잠재력이 넘치는 거대 국가였다.

그들과 우호 관계를 맺는다면 한국에도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다.

깡패 같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과 태생이 달랐다.

참정권이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민주 사회였다.

법과 제도가 그나마 안정되어 있었다.

사업하기에 이만한 국가가 없었다.

“양심적으로 털은 뽑고 먹겠어. 인도와 상생의 길로 나가야지.”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많았다.

그들을 견제하며 중국에 빅엿을 먹이기 위한 기본 발판이 마련됐다.

이제 남은 건.

“모디에 대한 시험이 끝났다……. 그런데 마지막 시험이 남았는데…….”

알림음은 모디 주지사에 대한 시험이 끝났다고 알려왔다.

경찰과 특수부대까지 경호에 나섰기에 테러 문제 쪽은 이제 안심이 됐다.

하지만 다섯 가지 시험 중 마지막이 하나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찝찝했다.

부우우우웅.

구자라트주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뭄바이로 이동했다.

공항에 대기 중이던 라훌 회장의 리무진을 타고 이동 중이다.

운전석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밀폐된 뒷좌석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했다.

모디 주지사는 나의 직언에 혼미했던 정신을 바로 챙겼다.

시험이 끝난 만큼 약속대로 라훌 회장 집으로 향했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라훌 회장 가족과 함께하기로 미리 약속됐다.

“엄마의 김치찌개가 그립네.”

향신료 넘치는 인도 음식이 이제 슬슬 질리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 엄마 사랑 가득 넘치는 찌개를 먹고 싶었다.

“축제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돌아가야지.”

라훌 회장과 못다 한 투자 문제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서로 만족할 만한 거래가 필요한 순간.

신은 신이고 이제는 현실적인 인간들의 일이 남아 있다.

투자와 창출되는 이익 문제는 예민했다.

이동 중에 여러 투자 서류를 꼼꼼하게 살폈다.

모디 주지사가 돕는다고 했지만 그도 인도 이익 앞에서는 냉정해질 게 뻔했다.

다른 국가와 기업인들보다 좀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나도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진리는 모든 상황에 공평하게 통용된다.

스으으읏.

그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분명 달리는 차 안인데, 그 속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느릿하게 시간이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 이내 흐름이 멈춰버린 시간과 공간.

진짜 당황했다.

신들이 출현할 때 느꼈던 그 기현상.

딸깍.

차문을 열었다.

오고가는 차와 사람들 모두 정지된 채였다.

멈춰선 차 앞에 서 있는 도사 복장을 한 한 남자.

흰 수염이 배꼽 아래까지 내려왔고 한 손에는 굵은 나무 지팡이를 들고 짚고 있다.

연신 주문을 외우는 듯 입술은 달싹거렸고 두 눈은 감겨 있다.

“신……이십니까?”

인도에서 만난 중국풍 신선.

번쩍.

도사인지 신선인지가 눈을 번쩍 떴다.

“호오……. 도우는 내가 보이는가?”

도우?

- 악마의 다섯 번째 시험이 당신을 목표물로 변경했습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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