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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장. 다섯 악마의 시험.(6) (715/1,284)

718장. 다섯 악마의 시험.(6)

내쇄애애애애애앳.

붉은 불꽃을 토하며 날아가는 RPG-7.

사방에서 폭발하는 축제의 폭죽 덕분에 화려한 불꽃이 가려졌다.

구소련에서 개발해 베트남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대전차 로켓포.

단돈 400달러면 발사기와 포탄까지 구매 가능했다.

아프간 전쟁에서 다윗이라 불리던 이슬람 전사들이 골리앗, 소련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그 선두에 RPG-7이 존재했다.

탱크나 단단한 장갑도 뚫을 수 있는 성형작약탄이 사용됐다.

일반 자동차 정도는 맞는 즉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테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슬람 전사들에게는 알라의 요술봉이라 불릴 만큼 가치 있는 신의 선물.

“넌 죽었다! 라루 모디!”

3층 건물 옥상에서 터번을 쓴 한 남자가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허공을 노려봤다.

피할 만한 공간은 없었다.

도로는 막혔고 사방에서는 인파가 몰렸다.

실시간으로 모디에 대한 이동 정보가 전달됐다.

남자는 모디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슬람인으로 구자라트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나름 평화롭게 살았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이 주변에 많았지만 이슬람도 존중해줬다.

구자라트주는 파키스탄과 인접해 이슬람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디가 주지사가 된 후로 반이슬람주의가 팽배해졌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불만이 쌓이고 쌓이다 대규모 폭력사태가 터졌다.

극우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 주지사는 사태를 방관했다.

이슬람인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생계를 잇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된 자들이 넘쳤다.

시작은 이슬람 전사들의 테러였다.

인도를 알라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성전을 벌였다.

어느 종파나 과격분자들은 존재하는 법.

힌두교 사원이 폭파되고 수백 명이 한자리에서 죽거나 다쳤다.

그걸 빌미로 불붙게 된 이슬람 인종 사냥.

구자라트주에서 이슬람인은 각종 차별과 테러 속에서 분노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슬람인들은 피의 복수를 꿈꿨다.

그리고 무함마드는 복수의 전사로 특별히 선택됐다.

어린 시절 예배를 드리고 모스크에서 나오던 아버지가 힌두교도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무함마드.

그때부터 분노는 무함마드의 영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됐다.

파키스탄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살인 기술도 배웠다.

쇄애애애앳.

인간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가는 30달러짜리 포탄.

“알라는 위대하다!”

광기에 젖은 무함마드.

살기에 붉게 오염된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빛났다.

“허억!”

모디 주시사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뿌연 폭죽 매연 너머로 확실히 보이는 기다란 불꽃.

측면 옥상에서 발사된 물체가 모디의 두 눈에 들어왔다.

RPG 포탄이 확실했다.

‘신이시여!’

모디의 머릿속에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보였다.

총리급이 아니었기에 방탄차량을 지급받지 못했다.

과거 인도에서는 수시로 테러가 발생해 총리 신분은 엄청난 보호를 받지만, 그 이하 급은 별도의 경호 조치가 없었다.

이대로 날아드는 포탄에 맞으면 그 자리에서 폭사해 죽을 것이다.

독을 이용한 암살과는 차원이 달랐다.

“후훗.”

그때 옆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찰나의 순간 시바를 씨바라고 강하게 부르는 다니엘.

죽음이 눈앞에 닥쳤음에도 그는 의연했다.

시바가 오른팔로 안은 자.

그와 함께 죽게 된다면 그나마 천국에 들 수 있을 것이다.

“멈춰!”

그 순간 귀청을 때리는 강력한 한마디.

“!!!”

모디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던 포탄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

결단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험은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나 혼자라면 저런 잡스런 포탄 하나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드 한 방이면 가볍게 해결된다.

문제는 도로 주변에 몰린 어마어마한 인파.

실드로 인해 폭발한 후 튈 파편에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

인생 장부에 특별히 기록해뒀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적할 만한 강력한 동지가 필요했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는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디는 미래의 인도 총리.

그에게 많은 빚을 남길수록 나는 좋았다.

또 지울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도.

딸깍.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갔다.

퍼버버벙.

피유우우우우우웅!

“와아아아아아아!

“더 화려한 불꽃 없어? 신들이 좋아할 만한 녀석으로다가 말이야!”

“더 쏘라고! 더 쏴!”

지금 상공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축제 인파는 폭죽을 더 쏘아 올리라고 재촉했다.

연신 사방에서 하늘 위로 쏘아 올려지는 크고 작은 불꽃.

“어떻게…….”

모디도 밖으로 나왔다.

뿌연 매연과 미세먼지 너머로 보이는 포탄.

아직 포탄을 발견한 사람들은 없었다.

“폭죽 좋아하시죠?”

“…….”

멈춰 있는 포탄을 쳐다보다 나를 돌아보는 모디 주지사는 말이 없었다.

이미 과학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스윽.

손을 살짝 들자 포탄 머리 각도가 까만 하늘로 방향을 틀었다.

정물처럼 멈춰 있지만 자칫 그 자리에서 터지는 순간 끔찍한 상황을 불러올 녀석.

“파이어!”

입에서 마법 주문이 터졌다.

화르르르르르르르.

강력한 마나를 머금고 포탄이 거대한 불꽃을 일으키며 불타올랐다.

“실드! 실드! 실드!”

연속 펼쳐지는 실드 마법.

팟! 팟! 팟!

실드가 터지는 포탄을 감쌌다.

“날아라 포탄!”

쇄애애애애앳.

내 의지에 따라 붉은 화염에 휩싸인 포탄은 허공으로 치솟았다.

“오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

역시 예상대로 사방에서 포탄의 화려한 불꽃을 확인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어떤 불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불꽃을 일으키며 포탄이 날아가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동네 꼬마들이 터트리는 폭죽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최소 세계 불꽃 축제에서 사용하는 피날레 폭죽 정도의 위엄.

“터져라!”

마법 불꽃과 실드에 감싸인 채 하늘 높이 치솟은 포탄에 의지를 담았다.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상에서 몇 킬로미터 정도 위로 치솟은 포탄이 대단한 굉음을 일으키며 함께 폭발했다.

퍼어어엉! 퍼버버버버버버벙!

포탄에 담겨 있던 화약들이 파이어 마법과 결합되어 수천 개의 불꽃덩이를 사방으로 퍼뜨리며 터졌다.

쇳조각조차 벌겋게 달궈져 불꽃의 핵심이 됐다.

퍼버버버버벙.

연속 분리되며 터져도 실드 마법에 갇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지 못하는 파편들.

강력한 마법 불꽃에 의해 쇠가 녹아들었다.

지구 대기권 내에 들어 불꽃을 일으키는 유성처럼 그렇게 알라의 요술봉은 지상에 축복을 전하는 화려한 폭죽이 되어 사라져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인다!!!”

무수한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방금 자신들 머리 위에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자칫 죽음의 골짜기로 추락할 뻔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

“시……바시여…….”

죽음이 축복으로 바뀐 광경에 모디가 시바를 찾았다.

- 2번째 시험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들린 알림음.

고개를 돌렸다.

3층 건물 옥상에서 RPG를 들고 멍청히 서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파밧.

그가 고개를 돌려 모디를 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라는가 싶더니 급히 또 포탄을 장착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어리석게도 포기를 모르는 자.

터엇.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폭죽 매연이 안개처럼 가득 깔려 있어 나를 발견할 자가 없었다.

순식간에 3층 건물 옥상에 도달했다.

딸깍.

그사이 포탄을 장착한 남자.

“형씨. 그만하지.”

“다……가 오지 마!”

나를 발견하고 RPG를 겨냥했다.

“그거 위험한 거야. 함부로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거 알지?”

포탄 따위를 두려워할 수준은 진작 지났다.

“누구냐! 넌 누구야!!!”

남자가 발작하듯 물었다.

“알라파야?”

“…….”

말이 없다.

맞다. 알라파.

쌈 좋아하기로 소문난 두 신의 추종자들이 있었다.

중세시대부터 만나기만 하면 맞짱을 떴던 알라파와 예수파.

그들이 섬기는 여호와 하나님은 한 분이 분명하건만 따르는 인간들이 문제였다.

서로의 선지자들이 위대하다며 상대를 포 뜨고 회쳐서 죽였다.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에 대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던 알라와 예수님의 이름을 더럽힌 자들.

대부분 권력과 결탁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들이었다.

신의 종이라 입으로 떠들며 성전을 강조하는 인간 선지자들은 차라리 악마의 종자였다.

결코 창조주 신은 창조물끼리의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사이좋게 쌍쌍바를 나눠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타인을 짓밟고 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 본성.

그 내면의 욕망이 악마를 끊임없이 불러들였다.

“좋은 말 할 때 그냥 가라. 그거 놓고 가서 신께 참회해. 알라 형님 욕보이게 하지 말고.”

“닥쳐!!! 네놈이 감히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성전에 참가한 전사들은 신께서 천국으로 인도…….”

“지랄하네.”

한심해서 터지는 한마디.

“뭐, 뭐라고?”

“야! 신은 네 인생 책임 안 져. 네 업은 네 거야.”

오묘한 카르마 포인트 법칙의 비밀을 살짝 가르쳐 줬다.

아무리 이런 순간 신을 찾아봤자 헛수고다.

삶은 인간이 살아내야 하는 신에게로 가는 미로 찾기 과정일 뿐.

그 미로에서 신은 먼저 깨달은 선지자일 뿐이다.

그들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 사랑을 펼치고 선한 업을 쌓는 게 진정 신이 응원하는 일이다.

신 안 믿으면 지옥 가는 거 다 뻥이다.

신의 파편들은 각각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이끌림에 의해 악신이든 선신이든에게 당겨갈 뿐이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인간들이 온갖 신을 팔아 아직 각성하지 못한 우매한 인간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뿐이다.

거대한 현대판 신전을 짓고 세습하는 하나의 가업이 됐다.

끝을 알 수 없는 인간들의 욕망에 신들이 도처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여기 알라파도 마찬가지.

신을 따라 선업 쌓기도 바쁜데 서로 자신의 계승자가 진짜라고 우기며 총질하는 시아파와 수니파.

세상을 피가 난자한 악의 구렁텅이로 이끄는 악마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었다.

그깟 계승자 순위가 뭐가 중하다고.

“불경한 자! 너를…… 알라 신께 데려갈 것이다!!!”

역시 미친놈은 각성시키기 어려웠다.

놈의 눈이 돌았다.

친히 나와 함께 자폭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놈.

백약이 무효였다.

이번 생은 각성하기 힘들어 보였다.

끼릭.

순간 그자의 손가락이 발사관을 당겼다.

촤아아아아앗.

신관이 작동하며 불꽃이 보였다.

나를 향해 있는 포탄.

살기의 희열이 악마의 탈을 쓴 놈의 눈빛에서 보였다.

“멈춰!!!”

포관을 빠져 나오는 포탄을 마나로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잘 가라…….”

포탄 머리 방향을 돌렸다.

“!!!”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지는 놈.

“삶은 불꽃이고 아침 이슬 같으니……. 파이어어어어어!”

주문과 함께 손가락으로 놈을 가리켰다.

촤아아아아아아앗.

포탄과 함께 먼 허공으로 높이 치솟는 놈의 몸뚱이.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조금 전보다 더 강렬한 마법 불꽃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포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퍼버버버버버버벙.

어둠 짙은 하늘로 치솟아 화려하게 터지는 포탄과 육신.

짧은 순간 거대한 불꽃으로 터지며 어두운 하늘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래쪽 거리에 몰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폭발하는 불꽃 속에 한 악인의 육신이 연료가 되어 사라졌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다만 나를 지켜보고 있던 모디 주지사만이 모든 걸 눈에 담았다.

- 2차 시험이 끝났습니다.

- 화려한 불꽃 제물에 신들이 만족합니다.

- 포인트가 화끈하게…….

점잖게 들려오는 알림음.

그리고.

- 알라의 이름을 팔아먹고 사는 거짓 악마 선지자들이 당신을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예상했던 일, 두렵지 않았다.

다만.

“어이 악마 씨. 오늘은 푹 쉬고 3차는 내일부터~ 콜?”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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