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장. 빅딜의 계절
“장태산이 아버지를 만났다고요? 어디서요?”
“홍천각입니다.”
‘나도 한 번 못 가봤는데……. 그 녀석은.’
임준형은 속으로 치솟는 분노를 삼켰다.
아직 때가 이르다며 임성철 회장은 임준형의 홍천각 출입을 여태 금했다.
그런 분이 장태산과의 홍천각 출입은 거리낌이 없었다.
‘도대체 왜! 그 녀석한테만큼은 한없이 너그러우신 겁니까!’
임준형은 임성철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편애에 화가 났다.
누가 보면 장태산이 아니라 임태산인 줄 착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임성철 회장이 나서서 장태산을 향한 정권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임준형은 뒤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왕좌를 허락받지 못한 왕세자에 불과했다.
암암리에 임준형 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라인 때문에 한바탕 깨졌다.
왕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왕이었다.
임준형은 대내외적으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당분간 결제 라인에서 배제 됐다.
임원들 모두 왕의 포효에 잔뜩 숨을 죽였다.
장한수 실장이 맡고 있는 비서실에 다시 힘이 실렸다.
반역 아닌 반역을 후원하던 임원들 몇 명이 본보기로 정리됐다.
“정보팀에 의하면 장태산이 러시아에 반도체 소재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도체요? 아버지와 협의된 겁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국내도 아니고 러시아? 거래처를 바꾸면 일본 업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서는 일본 도움이 절실합니다.”
“맞습니다. 일본 눈 밖에 나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게 뻔합니다. 그들은 정부와 경제계가 한 뿌리입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첨단소재, 통신과 전자, 배터리 분야 곳곳에서 한몸이 된 상태입니다. 러시아나 다른 국가가 끼어 들 자리가 없습니다.”
임준형을 절치부심 따르는 임원 하나가 일본의 절대적 필요성을 역설했다.
“NK 쪽 아닙니까?”
“그 쪽도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일본만 믿고 있다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임준형도 사업 수완이 아주 없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있지만 따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었다.
일본은 언젠가 다시 경쟁구도에 들어가야 할 상대였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 뒤로 물러나 있지만 차세대 파운드리 쪽은 아니었다.
“국내기업을 통해 차세대 포토레지스트 공정과 비밀 협약 중입니다. 심려 마십시오.”
“일본의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단시간에 대체될 수 없습니다. 장태산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대체 불가능합니다.”
자꾸 임준형의 신경을 자극하는 장태산의 행보.
놈의 명줄이 참 길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순자가 움직였지만 그도 흐지부지됐다.
아버지의 힘이 아닌 다른 힘이 작용한 게 분명했다.
‘장태산……. 진짜 넌 누구냐!’
장태산을 보호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의 힘이라는 걸 임준형은 알았다.
아버지는 틈만 나면 장태산과 잘 지내라는 말을 건넸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