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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장. 쓰레기 처리 비용 청구서 (1) (569/1,284)

571장. 쓰레기 처리 비용 청구서 (1)

“코드 제로! 코드 제로!”

타다닥.

두 명의 남자가 이어폰을 낀 채 상부에 보고하고 미친 듯이 달렸다.

얼굴이 핼쑥했다.

희미한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는 통영 바닷가의 외딴 방파제.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유지한 채 여검사를 감시 중이던 A.T 씨큐리티 직원들은 식겁했다.

얼마 전부터 특별 경호를 명받았다.

군대 시절 요인 보호와 암살 특기가 주 임무였던 조영호와 은찬호 대리.

비밀 임무였던 만큼 드러내 놓고 감시와 보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성이었지만 경호 대상은 대한민국의 검사였다.

눈치가 생각보다 빨랐다.

요즘 들어 예민해진 듯 주변을 많이 살폈다.

그런 만큼 거리를 좀 더 벌려 상당히 떨어진 상태에서 호위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경호를 이어왔다.

대한민국 내 권력의 한 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검사를 상대로 테러할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동료 검사나 법조인 판사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게 빤했다.

오늘은 특별히 몇 시간 전 보스에게서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느낌이 안 좋다며 최대한 감시와 보호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다른 때보다 신경이 바짝 섰다.

아니나 다를까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구서현 검사는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이순신 공원에서 소주를 좀 마시는가 싶더니 방파제까지 자리를 옮겼다.

역시 그곳에서도 깡술을 마시던 그녀.

가득이나 인적이 드물어 조금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씨큐리티 직원들은 특히 덩치가 컸다.

괜히 어슬렁거리다 오해의 눈총을 받을 게 뻔했다.

방파제가 훤히 보이는 쪽의 공장 한 켠에 차를 대고 지켜봤다.

그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별일은 아니었다.

조영호가 잠깐 화장실에 큰 볼일을 보러 간 사이 은찬호는 상부와 코코아톡으로 상황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짧은 순간 등장한 세 명의 낯선 인물들을 놓쳤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조용한 소음은 묻혔다.

이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고개를 든 순간.

다짜고짜 흉기를 들고 검사와 대결을 벌이고 있는 낯선 사내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폭들 같았다.

단지 몇 분 한눈 판 사이에 벌어진 일.

여검사가 바닥에 쓰러지고 놈들이 포박했다.

사시미가 번득이는 게 보였다.

들고 있는 흉기로 검사를 해할 수도 있는 상황.

일 분 일 초가 위급한 상황, 조폭들을 향해 씨큐리티 직원 두 명이 돌격했다.

임무 중에 상해를 당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회사 측에서 엄청난 보상이 따랐다.

위로금만 해도 수십억에 자녀들 대학교육 학비와 거주할 주택까지 지원됐다.

회사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든든했기에 어느 순간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사시미를 든 조폭들을 상대로 휴대용 삼단봉을 꺼내 들고 달려 나갔다.

그 때였다.

끼이이이이익!?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친 브레이크 소음과 함께 굉음이 바닷가에 울렸다.

빨간색 스포츠카였다.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맹렬하게 골목 도로를 빠져나와 방파제로 돌진했다.

“보…… 스!”

“헛!”

분명 빨간 스포츠카는 보스가 애용하는 차였다.

통영에서는 확실히 눈에 띄는 스포츠카.

쇄애애앵.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스포츠카는 무작정 달렸다.

방파제 입구에는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쇳덩이 대형 철기둥 두 개가 박혀 있다.

높이는 약 70cm 정도.

부딪치는 순간 충격에 차가 박살날 게 뻔했다.

“!!!”

씨큐리티 직원들은 놀라서 멍하니 그 자리에 멈췄다.

아니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할 다음 순간.

요인 엄호가 문제가 아니라 보스를 구해낼 일이 먼저였다.

부아아앙!

하지만 충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상활을 파악하는 두 사람.

“!!!”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었다.

차가 점프를 하듯 살포시 날아 철기둥을 넘어 가고 있었다.

보스와 함께 다녀봤던 동료들이 가끔 믿을 수 상황을 목격한다고 말해 왔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끼이이이이이익.

보스의 빨간색 스포츠카가 귓구멍이 찢어질 듯한 브레이크 소음을 내며 멈췄다.

딸깍.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보인 보스.

멀리서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강렬한 어둠의 오라.

두 사람은 감히 보스를 확인하고도 선뜻 달려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

‘이 새끼 뭐야?’

부산 항구파 행동대원 구태석은 느닷없는 빨간 스포츠카 출연에 심정이 상했다.

한눈에 봐도 고가의 외제차였다.

게다가 차에서 내린 놈 얼굴이 꽤나 반질반질하다.

체격도 멋대로 근육이 발달한 우락부락한 자신과 달랐다.

카바레 출입하는 전문 제비로 방향을 잡아도 대성할 만한 비주얼의 놈이 차갑게 웃었다.

한마디로 완전 재수 없다.

구태석은 청소년 시절부터 큰 덩치와 사나운 외모에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다.

건방지게 대사를 치르려는 순간 외제차를 몰고 나타난 놈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무슨 일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태, 태산아…….”

결박하고 있던 미모의 여 검사가 힘겹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안면이 있는 사이가 확실했다.

‘잘난 년놈들의 조합, 역겹다…….’

불쑥 치밀어 오르는 질투와 분노.

외모 때문에 첫인상이 나빠 지금껏 정식 연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어쩌다 표정 관리하며 시도해 봐도 험한 인상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아쉬운 대로 취한 여성을 강제로 겁탈하거나 직업여성들 정도를 상대해 왔던 구태석.

“괜찮아요?”

“속이 뒤집혀서 죽을 것 같아……. 웩…….”

“적당히 마시라니까. 쯧.”

“그게 아니야……. 맞아서 그래……. 우웩…….”

“그래요? 난 부축하고 있어서 보디가드인 줄 알았습니다~.”

오고가는 두 연놈의 대화에 구태석과 행동대원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두 사람 다 아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버젓이 앞에 두고 농담 따먹기 대화를 나눴다.

항구파 행동대원으로 조직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사람 목숨 하나 정도는 따야 가능했다.

그래야 이후 정식 조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자들을 세워 놓고 연애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아아앗.

항구파 조직원들은 살기를 끄집어 올렸다.

계집에 이어 기생오라비 같은 사내새끼도 덤으로 처리해야 함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문신 돼지 새끼들! 많이도 죽였네.”

“???”

여검사와 노닥거리던 놈이 고개를 들더니 행동대원들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썼다.

“이노마가 뭐라카노?”

“문신 도야지? 배따지에 사시미 박히고도 헛소리 지껄여 보거래이~.”

“니 돌아ㅤㅃㅣㅆ나? 주딩이 닥치라!!!”

걸쭉한 사투리로 분위기를 잡는 세 명의 조직원들.

“귀여운 도야지 시키들~.”

저벅.

놈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스윽.

조금 전 구서현 검사를 위협할 때 사용했던 연장을 치켜드는 구태석.

일본 야마구찌 행동대원 야쿠자가 의형제를 맺고 선물로 준 사시미.

국산과 달리 한 방에 뼈까지 쪼개며 깊숙이 박히는 명품이다.

사람의 피와 기름을 흡수하면 묘한 빛을 내는 게 일품이다.

살인에 최적화된 사시미가 가로등 불빛을 머금고 요염하게 빛났다.

지금까지 이 사시미로 작업해 담근 자가 모두 일곱.

모두 바다에 던져져 물고기 밥이 되었거나 공업용 염산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늘 추가 될 둘.

살인의 순간에 느껴지는 쾌감을 낱낱이 기억하는 구태석이 앞으로 나섰다.

사람의 동맥을 끊을 때 느껴지는 그 강렬한 마지막 피의 힘찬 흐름이 주는 진동은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했다.

“흐흣.”

구태석이 여유 있게 웃었다.

그리고.

“마! 니 오늘 향냄새 맡아야쓰겄다~.”

휘익 휙!

오른손에 든 사시미를 절도 있게 휘두르며 다가가는 구태석.

“문신 도야지, 작두 타냐?”

‘작두? 넌 디졌어!’

쇄애앳.

슈트를 멀끔하게 차려입은 놈의 복부를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가는 사시미.

어차피 숨통을 끊어 입을 막아야 할 상황.

일체의 망설임 없이 구태석의 사시미가 공간을 갈랐다.

감히 피하지도 못하는 놈.

씨익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구태석의 얼굴.

뻐어억!

그 순간 귀에 들려오는 낯선 소리.

“???”

머리가 한 번 빙글 돌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단단한 방파제 시멘트.

퍽!

단단한 머리통이 시멘트 바닥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주르르르,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치뜬 눈앞으로 흐르며 바닥에 번졌다.

“으으…….”

무슨 말인가를 뱉으려고 노력했지만 신음만 흘렀다.

“해, 행님!!!”

“담궈!!!”

놀란 항구파 행동대원 두 사람이 사시미를 꺼내들고 달려들었다.

퍽! 퍽!

하지만 단 두 방의 짧은 타격음과 함께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쩔그렁. 쩡.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사시미 두 자루.

구태석과 그 휘하 행동대원 두 놈은 바닥에 고꾸라진 채 꼼짝도 못했다.

“태…….”

구서현 검사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조금 전 들이대 봤기에 조폭들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아는 그녀.

배를 감싸고 겨우 서 있던 구서현은 돌기둥처럼 굳었다.

장태산의 몸돌림이 도저히 인간 같지 않았다.

‘진짜…… 고수?’

공병현 교수가 언급했던 내공 고수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덩치 깡패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져 저 꼴이 될 리가 없었다.

“검사님, 보약 한 첩 드셔야겠습니다.”

어느새 옆에 다가온 장태산이 웃으며 농담은 던졌다.

“이게 무슨…….”

“한숨 푹 주무시고 일어나십시오. 그럼 새로운 세상이 열려 있을 겁니다.”

알 수 없는 말로 질문을 피하는 장태산.

“아니 너 그게…….”

“슬립.”

그 순간 장태산이 무슨 말인가 내뱉었고 이성적 사고는 물론 깨어 있던 의식까지 불이 꺼져 버렸다.

‘장태산…… 장…….’

마지막 외마디까지 더듬거리며 부르던 이름 장태산.

구서현의 고개가 한쪽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스윽.

장태산은 힘이 빠지며 무너지는 구서현의 몸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

“보스!”

“죄송합니다!”

씨큐리티 직원들이 바쁜 걸음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두 분 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가 이곳은 정리하겠습니다.”

누가 보게 된다면 좋지 못할 상황이었다.

괜히 보스에게 불똥이라도 튀길까 씨큐리티 직원 두 사람은 염려했다.

“검사님을 우리 집에 모셔다 놓으십시오.”

“네?”

“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무슨…….”

“비밀입니다. 가십시오.”

“넵!”

한진웅 대표에게 특별 교육을 받고 투입된 두 사람이었다.

보스가 하는 모든 일에는 절대 토를 달지 말라고 했다.

스윽.

보스로부터 구서현 검사를 인계 받은 조영호와 은찬호 대리.

‘도대체…… 우리가 뭘 본 거야?’

자신들도 피를 봐야 상대가 될 것 같던 덩치들이었다.

그런 양아치 셋을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해 버린 보스.

옷에 핏방울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니들 대가리 어딨어?”

보스 장태산은 쓰러진 깡패들 한 놈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물었다.

하지만 바닥으로 낮게 깔리는 기운은 숨길 수 없는 살기.

느껴지는 오싹함에 씨큐리티 직원 두 사람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 눈으로 봤던 모든 걸 깨끗이 지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두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회사에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친절했던 보스.

오늘……. 심상치 않은 사건을 칠 분위기였다.

***

“애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혹시…….”

“행님~ 앵가이 좀 하이소. 보기 넘사스럽다아입니꺼. 크크.”

구서현을 작업 중인 방파제와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은 폐공장.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 앉아있던 최도철 전무가 잔뜩 흥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천준규를 향해 조소를 던졌다.

“최 전무. 애들 믿을 만하지?”

“마 갸들 지가 직접 키운 선수들입니더. 그라니깐 방댕이 좀 붙이고 앉아 있으이소.”

“휴우.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요즘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오늘 지나면 다 괘안아질 꺼입니더. 흐흐흐.”

최도철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공장은 통영에서 가장 큰 조직이 사용하는 작업장이었다.

청부살인이나 납치, 폭력 등이 주로 이 공장에서 일어났다.

그런 곳을 선뜻 빌려준 의리의 형제.

구서현 검사를 처리한다는 말에 쌍수를 들고 도움을 주었다.

구서현 검사가 부임한 이후 조직원들 십여 명이 구속되고 기소되었다는 통영 조직.

빵에서 안면을 튼 일이 이런 큰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 시간에는 거의 사람의 통행이 없다는 장소.

공장 뒤가 바로 바다여서 피를 씻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느긋하게 동생들이 포장해 올 먹거리를 기다렸다.

끼이이익.

마침 공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태석이 와이리 늦었노?”

최도철은 아끼는 후배의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

다음 대 항구파 행동대장감이었다.

“…….”

대꾸가 없었다.

저벅저벅.

대신 익숙하지 않은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최도철이 쌍심지를 켰다.

그리고.

“돼지 대가리하고 비리 짭새가 한자리에 있었네~.”

어두운 공장 조명 밑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귀신을 본 듯 손가락질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천준규.

“허억……. 너…… 네가 왜……!”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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