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장. 하늘승리교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사방이 뻥 뚫린 통영 해안가 도로.
차 안에서 천준규 경위는 누군가와 은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 그래요?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아직 남아 있는 지문으로 신원은 파악됐고 해상병원 안치실에 있습니다. 곧 국과수로 넘어가 부검이 실시될 것 같습니다.”
- 부검요? 검시에서 끝나는 거 아닙니까?
“그게……. 검사가 좀 깐깐합니다. 사건 현장에 나타나 검시하고 바로 부검을 지시했습니다. 제 말은 씨도 안 먹히는 검사입니다. 이럴 때는 조용히 따라줘야 합니다. 어차피 몸에 상처도 없고 특별한 외상 증후가 없는 상태라 부검에서도 뭘 발견하기 힘들 겁니다.”
- 되도록 짧고 조용히 끝내주십시오. 괜히 우리 신도였다는 게 알려지면 여론을 탈 수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 상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염려가 담겨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병원 검안의뿐만 아니라 형사들 모두 자살이라고 말하는데 검사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천준규는 자신 있게 답했다.
갑작스럽게 공돈을 손에 쥘 기회가 생겼다.
부산 유흥가 밀집 지역에서 근무하다 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통영까지 밀려났던 천준규였다.
옷을 벗어야 할 정도의 사건이었지만 그동안 상부에 상납해 놓은 게 때마침 먹혔다.
혼자 죽지 않겠다는 큰소리에 3개월 감봉과 좌천으로 일이 마무리됐다.
돈맛을 알 만큼 아는 천준규는 못내 아쉬웠다.
뒤를 봐주고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쏠쏠하게 용돈을 쥐던 시절이 그리웠다.
돈뿐만 아니라 가끔 이뤄지는 성접대에도 중독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통영에서는 도무지 할 일이 없었다.
동네가 워낙 조용한 데다 눈 먼 돈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술 취한 선원들 싸움이나 외지인 교통사고 정도가 맡는 사건의 주였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얼마 전 의뢰 한 건이 들어왔다.
신도가 자살을 했는데 시신이 발견되면 조용히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상대방이 제시한 액수가 3000만 원이나 됐다.
당연히 승낙했고 오늘 1차 보고를 진행하는 중이다.
- 천 경위님…… 큰일 하실 분이라는 걸 잘 압니다. 이번 사건 잘 처리해 주시면 윗선에 말씀드려 원래 계시던 곳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통화 상대의 확약.
“아이고! 그래만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요!”
- 조만간 가게에 한번 오십시오. 조촐한 술자리 준비해 놓겠습니다.
여자와 용돈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감사합니다!”
돈 앞이라면 개한테도 절을 할 자세가 돼 있는 천준규다.
- 그럼 이만. 또 다른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들어가십시오~.”
뚝.
통화가 끝났다.
“흐흐흐흐. 올해 재복이 넘친다더니 뭔 돈이 지 알아서 굴러들어 오냐?”
천준규는 평범하지 않은 익사체 발견과 숨은 진실 같은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경찰 생활 동안 타살이라 의심되는 사건도 귀찮다는 이유로 자살로 마무리해 처리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대부분 피해자 측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경우였다.
걸려도 누구 하나 나서서 대변해 줄 수 없는 피해자의 사건은 무마하기도 쉬웠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차피 덮을 일에 돈까지 안겨주겠다고 한다.
“구서현. 그 싸가지 가시나가 문젠데……. 지가 그래봐야 좌천된 검사지. 니가 아무리 파봐라 아무 것도 없다~.”
천준규는 사체를 보자마자 부검을 지시한 구서현 검사에게 감정이 많았다.
보고되는 사진과 서류만 보는 다른 검사들과 달리 불필요할 정도로 일처리가 꼼꼼했다.
비리 경찰들이 딱 싫어하는 에프엠 검사의 전형이었다.
“장태산이라는 그 새끼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수 없단 말이야. 어린 새끼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아주 건방져.”
얼마 전 삼진 아웃 음주운전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다 일개 검사직무대리인 장태산에서 한 소리 들었다.
불기소 처리 조건으로 걸린 500만 원짜리 용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때부터 장태산을 눈엣가시로 찍은 천준규.
“그 새끼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애들 시켜서 낯짝을 시원하게 그어놔야 속이 풀릴 것 같은데 말이야. 흐흐흐.”
부산에서부터 인연이 닿아 있는 조직이 있었다.
그들을 이용해 분풀이를 좀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천준규.
딸깍.
“휴우우…….”
짜릿한 상상을 하며 천준규는 조용한 차 안에서 담배 한 대를 깊고 맛있게 빨았다.
***
“실무수습 중인 검사직무대리에게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운영규칙에 보면 단독 형사 사건이나 불기소 사건 처리, 도로교통법 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도로법, 자동차관리법, 식품위생법, 청소년 보호법, 게임법, 예비군법 등등. 경미하고 잡다한 범위가 제 직무입니다. 그런데 부검이라니요…….”
툴툴대는 검사직무대리가 귀엽다.
처음 올 때만 해도 나이 어린 연수원생을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좌천된 것도 억울한데 초짜를 가르치며 두 달이나 보내야 한다는 건 스트레스였다.
제비도 형님하고 갈 만큼 잘생긴 얼굴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여자나 남자나 얼굴값 한다는 속설을 구서현은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도 그 케이스.
연수원 시절 성적이 괜찮게 나왔다.
한국인권법연구회 선배들이 판사 신청하라고 난리였다.
구서현은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검사에 지망했다.
선배들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만류했다.
예쁜 여자 검사들은 버티기 힘든 곳이 검찰 쪽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정해진 업무가 끝나고 갖는 회식 자리에서 술 따르고 춤춰주는 게 일이라는 말도 들었다.
사실 믿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그려지는 검사들에 대한 악의적 상상력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현실이 그랬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성추행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아침 인사부터 시작해 점심 식사 시간까지 이어지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았다.
당사자를 면전에 두고 맛있는 음식 취급을 하며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보기 좋은 꽃이 맛도 좋다.’
이런 식의 말은 술이 놓이는 저녁 회식 자리에서는 단골 멘트였다.
꾹꾹 눌러 참았다.
꿈이었던 멋있는 검사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동료 검사의 부친 장례식장에서는 최악이었다.
자신을 옆에 앉혀놓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미친놈들.
그런 놈이 한둘이 아니고 천지였다.
그때 일이 터졌다.
고위급 검사의 뺨을 자신도 모르게 후려쳤다.
수치심에 이성의 끈이 터져 버렸다.
불시에 뺨을 얻어맞은 검사가 씩씩됐다.
바로 법무부에 성추행 민원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조직의 규율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구서현을 통영으로 좌천시켰다.
그때부터 얼굴값 한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그것도 등 뒤에서 들으란 식으로.
의로운 줄 알았던 검사 선배들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이곳 통영에서도 성희롱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수도권에서처럼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
때를 기다렸다.
직무대리 장태산 말처럼 언젠가 그 동안 당했던 서러움을 토로할 때가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운영규정 제 5조 7항. 제 1항부터 6항까지 규정한 사항 외의 사건 처리 등에 관한 검사직무대리의 직무수행 권한과 의무는 검사에 준한다. 지도검사의 지시다. 끝!”
구서현은 장태산을 약 올렸다.
“이건 아니잖아요! 직권남용입니다!”
“억울하면 나중에 너도 지도검사해.”
“……칼만 안 든 시간 강도입니다! 오늘 처리할 벌금 납부서 처리가 몇 건인데……. 으으.”
장태산은 전혀 공무원 스타일이 아닌데도 일처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성격도 좋았다.
직원들을 친절하고 친근하게 대했다.
실무수습 중인 연수원생들 중에 몇몇은 직무대리 시절에도 하위 검찰 공무원들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주는 모자란 놈들이 있었다.
그런 놈들과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검찰 여직원들은 몰래 초콜릿과 사탕에 편지까지 장태산 책상 위에 올려놨다.
때 아니게 통영 지청에 훈풍이 불었다.
“이거나 드십시오. 보아하니 아침도 안 먹고 오신 것 같은데.”
장태산이 김밥 한 줄을 꺼내 운전하는 구서현 입에 넣어줬다.
“어장관리냐? 잘생긴 남자는 결혼식장에서 세 시간 신부를 즐겁게 만들고, 돈 많은 남자는 여자에게 통장 세 개의 기쁨을 허락하고, 자상한 남자는 여자를 평생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이 사실이었네~. 우리 태산이 잘생기고 돈 많고 자상하기까지 하니……. 나 데려가면 안 돼?”
“헐……. 이 정도 착각이면 중증입니다.”
고개를 내젓는 장태산.
그 와중에도 목이 막힐까 봐 커피까지 입에 물려줬다.
“검사님은 신민주 사건 타살로 보십니까?”
장난은 잠깐이었다.
장태산이 사건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 이 근방은 바위가 많아서 자살해도 보통 몸에 상처가 많이 나. 이건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야.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말이지.”
구서현은 익사체를 보는 순간 찜찜함을 느꼈다.
검사 생활 10년 차에 가까워졌다.
승진은 못했지만 그 덕분에 형사부에서 강력 사건은 많이 다뤘다.
강력계 검사의 촉이 강하게 전하는 타살 의혹.
“검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너도 그래?”
“속옷이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이라면 여자들은 죽음 뒤에도 기억될 자신의 뒷모습을 생각합니다.”
“맞아. 나도 그랬으니까.”
“네?”
“한때 자살충동에 시달렸어. 그 발정난 개새끼들…… 만 생각하면 귀신이 돼서라도 복수하고 싶었어!”
구서현 입에서 찰진 욕이 터졌다.
“자살은 아냐. 며칠 사이에 옷이 홀라당 벗겨질 리 없어. 이건 분명히 범죄야…….”
“천준규 경위님은 자살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양아치 짭새새끼 말은 흘려들어. 비리를 저지르고도 조직에 용케 붙어있지만 그놈은 범죄자보 더 나쁜 놈이야.”
구서현은 통영 지검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천준규 눈빛을 아직 잊지 못했다.
자신을 욕망의 대상으로 취급하던 그 개새끼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에 대한 자료를 한차례 찾아봤다.
그리고 알게 된 상당히 많은 비리 사건.
아주 악질 경찰이었다.
“그리고……. 수상한 점이 하나 더 있어.”
“그게 뭡니까?”
“익사자 신민주가 하늘승리교의 신도라는 거야.”
“뭐라고요? 하, 하늘승리교요!!!”
***
끼이익.
차가 멈췄다.
“다 왔어, 여기가 부산 국과수야.”
부산대 옆에 붙어 있는 부산 과학수사연구소.
통영 익사체는 냉동 처리가 된 채로 이곳으로 옮겨졌다.
오늘이 부검 날.
구서현 검사는 나를 끌고 이곳에 왔다.
이곳까지 오는 중에 난 찝찝함을 제대로 맛봤다.
지난 생에 들은 귀에 익숙한 하늘승리교 이름을 통영에서 듣게 됐다.
과거에는 나와 전혀 연관이 없던 사이비 종교였다.
자신을 일러 하늘님에게 성령의 기름 받아 죽음과 죄에서 해방된 최초의 인간이라고 개뻥치고 다니던 신도겸이 교주였다.
약칭 ‘SVC’라 불리던 종교.
‘Sky Victory Chapel’을 약자로 줄여 사용했다.
신도겸은 신도들에게 하늘의 치부책이라는 부활 명단을 팔아 돈을 삥 뜯었다.
자신을 믿으면 죽음 뒤에 하늘에서 부활한다는 얼토당토 말도 안 되는 교리를 설파해 현혹시켰다.
사회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신도들이 대거 포섭 대상이었다.
치밀함과 세뇌 수준이 다단계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엄청났다.
얼마나 세뇌를 강하게 시켰던지 취재하러간 기자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 사건으로 유명했다.
그 교단의 교주가 색마였다.
취미가 어린 신도들을 겁탈하는 것이었다.
대학교에 침투해 순진하고 외로운 학생들을 정(情)으로 묶어 신도로 만들었다.
하늘궁전이라 부르는 곳에선 수백 명의 여성들이 성을 착취당했다.
교주는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몇 년 동안 감옥에 들어갔다.
그러나 처벌은 딱 거기까지.
신도 수가 제법 되어 국가도 쉽게 건들지 못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아는 자였다.
신도겸 밑에 있는 큰장로라는 놈이 설계자라는 말을 과거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듣기도 했다.
한국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큰장로.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그자가 신도겸과 함께 하늘승리교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2020년 당시의 사람들은 다 알았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감춰져 있어 많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
“어딥니까?”
“너 아까부터 왜 그래? 하늘승리교에 대해 뭐 좀 알아?”
역시 검사가 촉을 세웠다.
“아닙니다.”
“표정도 어두운데?”
하늘승리교는 구서현 검사가 손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조직력도 대단하고 정치권 거물들과 거래를 하는 종교 단체였다.
입안에 쓴물이 돌았다.
조용히 통영에서 벌금 통지서나 납부하고 낚시나 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영령들과 선한 이들의 조상님들이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게 확실했다.
- 악신이 당신을 매섭게 지켜봅니다.
경고가 들려왔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나아가 사회를 오염시키고 파괴했다.
죽음을 볼모로 협박해 돈을 뜯고 사람 신체를 착취하고 결국에는 영혼까지 죽였다.
가정이 붕괴되고 개인 위주의 삶이 가속화되면서 세상 곳곳에서 사이비들은 더 판을 쳤다.
다단계 못지않은 포교자들이 사람들의 단단하지 못한 마음을 흔들며 그 틈새로 파고들었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한 번 빠지면 특히 더 걷잡을 수 없이 세뇌된다.
한발 뒤로 물러나면 확인할 수 있는 진실.
하지만 닫힌 마음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리고 그들의 남아 있던 분별력마저도 세뇌로 사라져 버린다.
마음이 복잡하고 아팠다.
저벅저벅.
구서현 검사를 따라 국과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목에 달고 있는 검찰 신분증 덕분에 입구부터 프리하게 통과.
곧바로 부검실로 향했다.
그 순간 눈에 보이는 광경.
“민, 민주야……. 내 사랑하는 딸……. 민주…… 야……. 엄마도 없이…… 널 키웠는데……. 흐윽…….”
60대 초반의 초로한 남자가 눈이 반쯤 풀린 채 익사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많이 낡고 해어졌다.
뭉뚝한 손은 땅을 일군 듯 거칠고 굵었으며 얼굴은 흙빛으로 검게 그을렸다.
막 시골에서 올라온 촌부의 모습이었다.
부검을 참관하러 온 신민주의 아버지가 확실했다.
그런데 반쯤 넋 놓은 채 신민주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머리 위 공간에 이상한 게 보였다.
공간에 붕 떠 있는 뿌연 덩어리.
그 속에서 온전한 형태의 가는 손 하나가 나타나 남자의 머리를 천천히 매만졌다.
“하아.”
축 처진 어깨의 남자를 본 구서현 검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딸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짐작한 심란함이었다.
휘익.
한숨 소리에 초로의 남자가 시선을 우리 쪽으로 돌렸다.
타다닥.
갑자기 어디에서 생긴 힘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맹렬하게 달려오는 남자.
터억.
내 앞까지 다가와 무릎을 격하게 꿇었다.
그리고.
“거, 검사님! 불쌍한 우리 딸 억울한 죽음 좀 밝혀 주이소!!! 으허허허어어어엉……. 엉엉.”
내가 검사인 줄 알고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해명할 사이도 없이 다짜고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 애원하며 통곡하는 남자.
울컥 심장이 뜨거워지며 서러움이 차 올라왔다.
나도 남자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생기 없이 딱딱한 남자의 손.
마주한 얼굴.
눈물과 땟국물로 얼룩진 남자의 얼굴.
연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서럽고 한스러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제가…….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반드시!!!”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