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3
회귀의 전설
443장. 기회와 위기 (2)
“이 새끼들은 꼭 사투리를 써야 먹어준다니까.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친구는 염병~ 천준용. 네 코 묻은 돈 좀 먹어야겠다. 흐흐흐.”
천일 그룹 천준용 회장과 대화를 끝낸 사내.
하얗게 센 머리를 짧게 쳐서 올백으로 넘긴 그가 입술을 씰룩거렸다.
올해 나이 환갑을 넘겼지만 겉모습은 아직도 사십 대 중반의 장년처럼 건장했다.
매일 쉬지 않고 운동을 해 몸을 다졌다.
산삼을 비롯해 몸에 좋다는 건 다 먹고 다녀서 몸 상태 또한 최상급이었다.
천준용 회장과 친구 사이로 인연을 맺었지만 누가 봐도 한참 어려 보였다.
방금 전 걸쭉하게 사투리를 쓰며 통화했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다.
감색 슈트를 빼입은 모습은 누가 봐도 대기업 회장 포스를 풍겨냈다.
“장태산이라……. 이 새끼…… 물건이네.”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야금야금 입에 넣고 씹어보는 사내.
갈색 눈동자 깊은 곳에서 비릿함이 피어 올라왔다.
“회장님. 그놈 위험한 놈입니다. 한동철 상무가 당했습니다. 이광주뿐만 아니라 안아 그룹까지 조진 게 놈의 소행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황 이사 넌 내가 쫄아서 손 빼길 바라냐?”
“아, 아닙니다.”
“야! 나 강남 하나회 회장 구광필이야! 그런 X만한 새끼가 무서웠으면 진작 은퇴했거나 칼빵 맞아 뒈졌어 새끼야!”
걸쭉한 폭언이 터졌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강남 하나회 회장 구광필.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일찍 어둠의 세계에 발을 넣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정규 교육은 못 거쳤어도 눈치가 빨랐고 머리가 비상했다.
뿐만 아니라 주먹 쓰는 것도 수준급이었고 못지않게 성격은 악질이었다.
칼빵 놓고도 그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시신에 농담을 던질 만큼 간담이 컸다.
천천히 느리지만 계단을 밟아 위로 올랐다.
눈치 빠르고 쓰기 좋은 칼인 구광필은 위로부터 믿음을 잘 샀다.
그러다 어느 날 모시던 보스를 주도면밀하게 배신하고 모든 걸 차지했다.
성공과 동시에 뒤를 보호받기 위해 정관계 인사나 돈 많은 물주들의 사냥개를 자처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강남 하나회 회장이 되었다.
국내 중소 조직들이 고개를 숙이고 큰형님으로 모시는 수준이 된 것이다.
뜻이 통하지 않거나 반항하면 조직을 깡그리 날렸다.
주먹뿐만 아니라 정치계와 법조계 힘도 종종 빌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야쿠자와 흑사회까지 연줄이 닿아 있을 정도였다.
어둠의 돈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남.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 관리뿐만 아니라 마약, 건설, 사채 시장까지 손을 안 뻗은 곳이 없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어떤 짓도 가리지 않았다.
독 똥개가 구광필의 청소년 시절부터 갖고 있던 별명이었다.
악독함으로 치면 대한민국 첫 번째에 꼽혔다.
사업 수단도 좋았다.
휘하 정 조직원만 300명이 넘었다.
현재는 번듯한 기업가로 변신해 회장 소리 듣고 살았다.
조폭에 살벌하게 칼날을 들이댔던 지난 정권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오늘 날 그의 세상이 다시 찾아왔다.
“황 이사. 네가 맡아라.”
“네?”
“뭘 물어 새끼야. 장태산 이 새끼 처리하라고. 동룡 주현태한테도 내 미리 청부 받아 놨다. 이번 일만 끝내면 큰 거 한 장 줄게.”
“회, 회장님!”
“왜 부족해?”
“아닙니다!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그래. 원래 밑에 것들에게는 넘치게 줘야 하는 거야. 그래야 욕심을 덜 내거든~. 뭐 개중에 아가리 찢어지게 처먹다가 뒈지는 것도 지 팔자고~. 넌 동철이처럼 멍청한 짓 하면 안 돼~.”
구광필이 대가를 준다고 말했지만 황용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한마디로 기회이자 위기였다.
지금껏 뒤로 들어온 것을 넙죽 받았다가 탈이 난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두 다 넘치는 욕심에 속아 좋다고 손 내밀었다가 칼빵 맞고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구광필은 앉아서도 조직 정보를 모두 꿰고 있었다.
누구도 믿지 않았다.
한동철처럼 딴 주머니 차면 안 됐다.
“이 황용곤! 오직 형님께 목숨을 다 바쳐 충성할 뿐입니다!”
쿵!
탁자에 머리를 처박는 황용곤.
“살살 박아라. 사대보험으로 처리하는 것도 돈 나간다~.”
농담을 진담처럼 던지는 구광필.
황용곤은 웃음기도 보이지 않았다.
저 웃음 뒤에 감춰진 탐욕과 살육의 광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길바닥에 깔린 거적처럼 살아야 했다.
“그런데 그 계집들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소식이 없어?”
“그게……. FOB가 워낙 잘나가는 그룹이라 힘든 것 같습니다. 소속사 대표도 뻣뻣하고 회장님이 원하시는 서련이는……. 특별 보호를 받습니다.”
“특별은 무슨……. 계집이 다 거기서 거기지~. 흐흐흐. 그게 요물스럽더라. TV에서 엉덩이를 흔드는데 어찌나 탐스럽던지……. 압력을 최대한 가해봐. 그것도 다 능력이다. 황 이사~.”
나이와 달리 하루도 여자 없이는 잠을 못자는 구광필이었다.
특히 연예인들을 좋아라 했다.
중소 연예기획사가 구광필의 가이드를 받기 위해 수시로 그에게 소속 연예인들을 공급했다.
최근에 들어서 구광필은 걸그룹에 꽂혔다.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습니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 그 전에 좋은 것 많이 먹고 가야 지옥에 가서도 여한이 없지~. 흐흐흐.”
***
“쇼핑하고 있어.”
“정말?”
“우와와와와! 우리 오빠 이렇게 멋진 남자인 줄 이제야 알다니……. 막내 동생은 오빠를 영원히 사랑하옵니다~”
“옛다 카드~.”
“으흐흐흐. 카드다! 카드!”
“한도는?”
“너희들도 이제 성인이니 정장이나 가볍게 입고 다닐 이것저것 알아서 구입해라. 명품 위주로 뽑지 말고 학생 신분에 맞게 알아서 사봐.”
“흐흐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장난스런 막내 주희는 카드를 받아들고 입이 찢어졌다.
“그런데 오빠 어디 가?”
배려심 깊은 주아가 물어왔다.
“뵐 분이 있다.”
“뵐 분? 이 시간에?”
“그러게 말이다.”
쌍둥이들과 소공동에 찾아왔다.
노인 양반이 성질이 급했다.
하관우 회장의 연통이 들어가자 바로 저녁에 만남이 주선 됐다.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였기에 따랐다.
나들이 간 김에 쌍둥이들을 동행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동생들이게 제대로 입학 선물을 주지 못했다.
이제는 쌍둥이들도 성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처럼 평범하게 키울 생각 전혀 없었다.
어차피 넘치는 돈이었다.
튼튼하게 정신 교육을 시켜놨기에 앞으로 사회 생활함에 있어 삐뚤어질 일이 없었다.
돈도 쓰는 것을 제대로 배워야 허투루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사람이 많지만 믿을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였다.
그런 점에서 동생들만큼은 언제나 1순위였다.
여동생들에게도 적성에 맞는 분야로 몇 개 맡겨볼 생각이었다.
미리 상류층이 살아가는 방식을 맛볼 필요가 있었다.
그것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먹힐 만큼의 스케일이 장착되어야 했다.
갈수록 지구는 좁아진다.
세계적 샐럽들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엄마표 된장찌개를 사랑하는 쌍둥이들은 못 배운 금수저들처럼 싸가지 없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구입하면 집주소로 배달해놔.”
“오케이!”
주희의 눈은 카드를 붙잡고 활활 불타올랐다.
소비전투력 게이지가 끝없이 높아지는 게 보였다.
“큰일 아니지?”
착한 큰 여동생 주아는 그 틈에도 내 걱정이 먼저였다.
쌍둥이지만 성격이 이렇게 달랐다.
스무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상이 드러났다.
전생의 업과 이생에서 쌓은 부모의 공덕, 그리고 자신의 성품이 어우러져 관상이 형성됐다.
이마가 가지런하고 눈빛이 맑은 주아는 겉은 평온하고 고요하나 속은 활화산처럼 뜨거운 관상이었다.
목표한 바를 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열정이 넘쳤다.
조신한 외모와 성격과 달리 빨간 지프차를 고른 것도 내면의 발현이었다.
“언니 빨리 움직이자. 시간이 돈이야~ 으흐흐.”
장난꾸러기 같은 주희는 행동과 다르게 정이 깊었다.
둘이 외모는 비슷했지만 관상학적 판단은 달랐다.
살짝 핀 귀여운 보조개가 주희를 다르게 만들었다.
눈동자가 깊은 호수를 마주한 듯 맑았다.
겉으로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면은 냉철함으로 자신을 무장시켰다.
마음 따뜻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의료인이 될 것 같았다.
“오빠가 일 끝나면 전화할게.”
“응~ 다녀와.”
“오빠! 뭔지 모르지만 부숴버리고 와! 퐈이팅!!!”
쌍둥이들을 랏데 백화점 본점으로 보내고 걸음을 옮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AT 씨큐리티 경호원들이 쌍둥이들을 보호 중이었다.
“돈이 좋긴 좋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랏데의 철옹성.
호텔과 본사, 백화점을 아우르는 거대한 터에 랏데의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뚜벅뚜벅.
거침없이 랏데호텔로 향했다.
저녁 8시.
퇴근한 직장인들이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홀가분한 모습으로 바쁘게 스쳐 지나갔다.
저녁을 먹고 벌써 2차 분위기를 타는 무리들도 보였다.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뒷모습 자체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진정한 밑바탕이었다.
그리고 아직 퇴근하지 못한 나도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이라도 더 발을 떼는 고양이가 쥐 한 마리라도 더 잡는 법이었다.
***
“참……. 어리구만.”
보고서에 찍힌 사진과 프로필을 보며 입을 떼는 노년의 느릿한 음성이 공간에 퍼졌다.
“핏덩어리입니다.”
“그런데 다들 이 아를 어찌하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궁금해……. 도대체 어린 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말이야.”
“백화점에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회장님.”
소공동 랏데 호텔 최상층을 통해 보이는 정경은 상당히 괜찮았다.
삼면이 넓은 창으로 훤히 열려 있었다.
공간은 200평.
답답한 걸 싫어하는 성경호 회장은 커튼을 모두 걷었다.
대로인 을지로와 가까운 남산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그 곁에 수십 년 동안 보좌해온 사장급인 윤창호 실장이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덜컹.
그때 갑자기 거칠게 현관문이 열렸다.
“아버지! 저 동국입니다.”
큰 소리로 들려오는 음성.
한국말이 아닌 일본어였다.
“이런……. 쯧.”
성경호 회장이 인상을 썼다.
윤창호 실장이 거실로 빠르게 나갔다.
“도련님. 회장님이 지금 손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릴 적부터 봤던 랏데 그룹 장자인 성동국을 향해 윤창호 실장이 정색하며 말했다.
오직 성경호 회장에게만 충성하는 가신이었다.
다음 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성동국에게도 살갑게 굴지 않았다.
성경호 회장의 퇴임과 함께 같이 물러날 예정이었다.
“윤 실장. 잠깐이면 돼. 나 아버지께 할 말이 있어!”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성동국.
윤창호 실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회장 앞에서 조용하던 성동국의 표정이 오늘따라 다급해 보였다.
“들여보내.”
“네. 회장님.”
윤창호 실장이 답을 하며 성동국을 안내했다.
“아버지…….”
큰소리치던 조금 전과 달리 성동국은 성경호 회장 앞에서 잔뜩 주눅이 들었다.
재계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유독 부친 앞에서는 초라해지는 성동국.
내심 불만이 많았다.
다른 회장들 같은 경우에는 나이 80이 넘으면 대부분 은퇴하거나 세상을 하직했다.
하지만 부친 성경호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성동국은 황태자가 아닌 황제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권좌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어느새 오십 중반을 넘기고 있는 성동국.
능력으로 검증 받고 싶었지만 동생에게 자꾸 밀렸다.
‘오늘은…….’
성동국은 입술을 깨물었다.
연년생 동생에게 요즘 그룹 사장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는 동생에게 더 이상 밀릴 수 없었다.
“말해.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찾아 온 거냐?”
늙은 황제가 황태자에게 물었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황제의 눈에는 짜증이 담겼다.
그도 일궈놓은 것들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싶었지만 사건이 많았다.
랏데 그룹 총수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국경 없이 뛰어다니며 경영해야 했다.
하지만 성동국은 일본에 있는 걸 좋아했다.
한국어 구사 능력도 떨어졌다.
본인이 배우기를 싫어했다.
회장이 되었다가는 한국 국민들에게 일본 기업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동민이가 추진한 중국 랏데슈퍼 투자가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수익은 고사하고 투자가 계속 진행되어 적자가 수백 억엔이 넘어갑니다. 그대로 보고 계실 겁니까? 중국인들은 우리 랏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일과 반한 정서가 부는 날에는 표적이 될 겁니다! 여기 그룹 연구소 전망치도 밝지 않습니다.”
챙겨온 자료를 내밀며 성동국은 아버지를 설득하려 했다.
요즘 아버지 뵙기가 쉽지 않았다.
동생의 방해가 심했다.
성동국은 중국 투자를 말렸다.
동생 성동민이 추진했던 핵심 그룹 사업이었지만 어깃장을 놨다.
동생이 싫기도 했지만 몇 년 후를 내다보면 순탄하지 못할 사업이라는 걸 판단했다.
과거 친구였던 중국인을 통해 그들의 본 모습을 제대로 경험한 바 있었다.
힘을 다해 말렸지만 계속해서 돈을 처바르는 중이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중국 자체적으로 성장한 대형 슈퍼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외국인과 생각 자체가 다른 민족이었기에 토종 기업은 가파른 곡선으로 성장했다.
동생이 맞닥뜨린 위기는 성동국에게 기회였다.
“중국은 커. 당연히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법이다.”
성경호 회장은 오랜만에 할 말 하는 장남에게 짧게 대답했다.
이미 끝난 투자 건이지만 아직도 미련을 거두지 못한 장남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동생에게 사업적 성과에서 자꾸 밀렸다.
곁에 두고 있는 일본 관상쟁이가 장남은 큰 사업할 인물이 아니라고 조언도 했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사업체를 맡겨봤지만 결과가 신통찮았다.
꿈이 크지 않았고 일을 확장하려는 의지도 동생만 못했다.
쇼핑, 유통과 관광, 식품산업에만 안주하려 했다.
그룹을 먹여 살릴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장남은 제국을 물려받을 생각만 했다.
그에 반해 차남 성동민은 달랐다.
두꺼비 같은 얼굴답게 욕심이 많았다.
서비스와 건설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부상시켰다.
성경호는 언제부터인가 차남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어렵게 세웠던 랏데 그룹을 미래까지 명맥을 보전시키고 싶은 욕망이 컸다.
“아버지! 당할 겁니다! 차라리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못난 놈!”
성경호 회장이 성동국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
성경호 회장의 눈빛에 바로 꼬리를 마는 성동국.
“꿈과 욕망이 없는 자는 죽은 자다! 그래 중국에서 실패했다고 치자. 그래서? 언제 우리 돈으로 장사했냐? 한 번 커진 기업은 쉽게 죽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자꾸 회사 덩치를 키워야 하는 법이야!”
성경호의 노호한 일갈이 터졌다.
“아버지……. 그래도 위험한 일은…….”
“보기 싫다! 일본으로 돌아가!”
“아버지!”
“윤 실장 뭐해!”
“네, 넵!”
윤창호 실장이 절망한 성동국에게 다가왔다.
“도련님…….”
으드득.
이를 가는 성동국.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성동국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아버지에게 말해 봐야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쯧쯧…….”
돌아서는 성동국을 향해 성경호 회장이 혀를 찼다.
‘아버지……. 언젠가 피눈물 흘리실 때가 올 겁니다!’
서러움을 가득 안고 성동국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선 성동국.
띠이잉.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투욱.
고개를 숙인 채 거칠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던 성동국은 누군가와 부딪쳤다.
처음 보는 키 큰 애송이가 성동국을 쳐다보고 있었다.
“넌 뭐야!!!”
아버지 성경호에게 당했던 서러움을 낯선 젊은이에게 화풀이하는 성동국.
거칠게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그런 당신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