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2
회귀의 전설
442장. 기회와 위기 (1)
“상황은?”
“그게…….”
“빨리 말해!”
“좋지 않습니다. 부회장님이 구속 된 이후 통하던 연줄이 다 막혔습니다. 회장님이 복귀하신 덕분에 위기를 넘겼지만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매물이 모두 들어갔습니다. 인수합병 소문이 파다합니다.”
“으음…….”
지끈거리는 두통에 천일 그룹 천준용 회장은 이마를 짚었다.
일송회에 부탁을 넣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서서히 자금 융통에 한계가 왔다.
은행들이 몸을 사렸다.
기회를 노리는 놈들 때문에 주식을 팔수도 없었다.
아파트 경기가 쉽사리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쌓였던 비자금 문제가 연속 터졌다.
특종에 목마른 웹 뉴스 기자들에게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료를 뿌렸다.
잠잠할 만하면 사건이 터졌다.
아들 녀석이 운전기사를 수시로 바꾼 것도 빌미가 돼 보도 됐다.
협박과 폭행 행동이 담긴 자료가 노출됐다.
손자 녀석의 체육부대 불법 행위는 덤이었다.
집안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첩의 엉덩이나 두들기며 편하게 지내고 있던 천준용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천일 상사를 비롯해 상장된 에너지와 석유화학 주식도 바닥을 치다가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매집한 게 확실합니다.”
그룹을 감시하는 회장의 오른팔인 본사 상무가 위기 신호를 알려왔다.
“주주총회는?”
“앞으로 일주일 뒤입니다.”
“연금에서는 연락 왔지?”
“안심하라는 전갈 받았습니다.”
“성 회장 쪽은?”
“그쪽에서도 이사해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고 연락이 왔습니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족 주식 다 합쳐봐야 40%가 넘지 않았다.
천일 건설이 넘어가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순환출자로 물고 물리며 그룹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룹이 무너지면 살점을 노리고 달려들 놈들이 천지였다.
살아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빨이 빠지면 개 떼들의 파티가 벌어진다.
“나가 봐.”
“넵! 회장님.”
상무가 회장실 밖으로 나갔다.
“내가 말이야……. 당하고 사는 성미가 아니란 말이지……. 어린놈의 새끼…… 너를 기필코 묻어버리겠어!”
천준용 회장의 눈에서 독기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왔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남들 모르게 손에 피도 많이 묻혔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찍 소리도 못하게 만든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 인연이 아직 남아 있었다.
지금도 가끔 유용하게 이용하는 친구.
띠디디딕.
천준용 회장이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대포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오직 그 친구와 연락할 때만 사용하는 전화기였다.
뚜루루루루루루.
해킹이 되지 않는 구형 대포폰 신호가 길게 울렸다.
- 아이~ 이거 누구야. 준용이 아이가?
반가운 목소리가 걸쭉하게 새어나왔다.
엄연히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반말로 부르는 상대의 태도에 천준용의 눈살이 일그러졌다.
“나다.”
표정과 달리 말투에는 감정을 담지 않았다.
- 알고 있다. 친구야~
“나 좀 도와줘야겠다.
- 와? 누가 속 썩이나?
“한 놈 좀 깊게 묻어줘라.”
- 흐흐. 우리 준용이 뿔나게 만든 아가 있나 부네?
“이름은 장태산. 이번에 동계 올림픽에서 동메달 딴 놈이다. 알아서……. 처리해 줘라. 그럼 3년 치 몰아주마.”
- 오? 3년 치나? 흐흐흐. 친구 좋다는 게 뭐 있나~. 서로 돕고 사는 게지~ 기다리라. 후딱 처리하고 술 한 잔 빨자~.
“기다리고 있으마.”
- 오야~ 사랑한데이~ 친구야~
통화가 끝났다.
3년 치는 재개발 청부부터 시작해 분양 대행권을 의미했다.
금액으로 따지만 100억 정도.
일개 잔챙이 제거 비용으로 너무 컸지만 천준용을 절대 아끼지 않았다.
놈 때문에 입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장태산……. 뜨거운 맛 좀 보거라!”
***
“대표님~ 방학 때보다 학기 중에 더 얼굴을 자주 뵙는 것 같아요?”
도수 없는 빨간 안경을 착용한 도도희가 장난스럽게 물어왔다.
미국 파티장에서 사라 요한슨과 만났던 걸 그녀는 안다.
눈치가 빠른 까칠한 도시녀는 나에게서 다른 여인의 냄새를 유독 잘 맡았다.
“메달 따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국가대표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빠져나갈 구멍은 항상 존재했다.
“맞아요~ 대표님 진짜 멋졌어요. 태극기 두 개가 떡하니 올라갈 때……. 눈물 펑펑 났어요.”
순수한 유세라 팀장은 존경의 시선으로 날 봤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유세라 팀장은 날이 갈수록 착해졌다.
두 여성 모두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지금은 원숙함이 넘쳤다.
처음 만날 때 받았던 사회 초년생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무와 총괄팀장의 역할이 그녀들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부탁해도 됩니까?”
“네에에!!!”
물론 유세라 씨는 언제나 나만 바라봤다.
이런 마음 갖는 게 나쁜 놈이라는 걸 알지만 좋았다.
이 맛에 대표도 할 만한 거다.
“어유. 언니는 너무 성격이 좋아서 탈이야.”
도도희가 고개를 저었다.
수업이 끝나고 사무실에 왔다.
쌍둥이들과는 학식으로 밥을 먹었다.
장주시 촌에만 살던 쌍둥이들은 이거저것 둘러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O.T로 학교 맛을 봤지만 겉핥기식이었다.
학교생활 3년 차 선배로서 한국대 이곳저곳을 알려줬다.
불편한 점도 많았다.
쌍둥이들과 예린 선배는 학교에서 손에 꼽을 만큼의 미녀들이었다.
예린 선배도 쌍둥이 동문 자격으로 같이 어울렸다.
그런 그녀들과 함께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렸다.
미녀들에 감탄하던 남학생들은 나를 향해 분노의 오라를 뿜어냈다.
반대로 여학생들은 쌍둥이와 예린 선배에게 질투와 저주의 시선을 보냈다.
거리를 두고 주변으로 학생들이 모였다.
같이 수업을 받았던 여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아는 체를 해왔다.
꿋꿋하게 밥을 먹고 커피까지 마셨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었다.
동메달을 딴 걸 알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아 동영상 같은 걸 찍는 이들은 없었다.
앞으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할 일상이 곧 다가온다.
몇 달 후면 갤루시가 세상에 등판한다.
그렇게 쌍둥이들과 오빠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강남으로 차를 몰았다.
돌고 또 돌아다녀 봐도 내 사무실이 최고였다.
도도한 도도희 상무와 나를 보는 데 있어 언제나 해바라기 같은 유세라 팀장이 맞이했다.
화사한 봄날 햇살이 넓은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도도희 상무님. 출국 준비는?”
“퍼펙뚜우우~ 몸만 오시면 됩니다~ 대표님~.”
“그렇게 좋습니까?”
“대표님과 동행이잖아요. 으흐흐.”
로버트 라이언이 자가용 비행기를 더 구입했다.
비행기가 교차로 한국에 대기 중이었다.
볼부 본사가 있는 스웨덴 본사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볼부 인수는 잘 마무리 되어갔다.
채무와 여러 자산에 대한 실사 작업이 마무리 됐고 계약금도 넘어갔다.
인수 발표 시기만 남았다.
볼부 인수는 로버트 라이언와 여러 사모펀드 컨소시엄으로 진행됐다.
모두 다 나의 자본이었다.
본사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주인 된 기념으로 발바닥 자국 좀 남길 생각이다.
로버트를 통해 짱개들이 분통을 터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짱개에게 내줄 마음은 전혀 없었다.
지금은 내수시장 믿고 세계적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갔지만 곧 울고 쫓겨날 날이 다가온다.
자동차 팔아봤자 왕 서방 좋은 일만 시켜준다.
수많은 부품업체가 동반으로 들어가 중국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중국은 합자 회사를 미끼로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훔친다.
결국은 이것저것 핑계로 외국 기업들을 흔들어 쫓아내는 게 왕 서방 수법이다.
알고도 들어가면 병신 인증이다.
지적 재산권에 1도 관심 없는 중국에 탈탈 털리는 바보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았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음흉한 놈들 속으로 들어갔다 개털 돼서 나왔다.
짱개들이 지금은 철저하게 속내를 감추고 있지만 곧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다.
“대표님~ 커피요~.”
“흐음~ 새로운 원두 같은데…….”
코끝에 맴도는 커피 향이 남달랐다.
“에티오피아 산 오나쵸예요~”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었다.
“엷은 와인 향과…… 부드러운 산미…… 산뜻한 커피 체리 그대로의 풍미가 납니다.”
“맞아요! 대표님 진짜 대단해요!”
“정성 가득 담은 유세라 팀장님 마음도 담겨 있어서 맛이 더 좋습니다.”
“진짜요?”
칭찬에 유세라 팀장 얼굴에 활짝 꽃이 폈다.
“언니~ 또 넘어간다! 대표님 선수인 거 몰라?”
“난 그런 거 몰라~ 우리 대표님은 그냥 다 좋아.”
“열녀 났네~”
도도희의 어이없어 하는 시선 속에서도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사무실 호사 중의 또 다른 하나였다.
“주말에 할머니 제사만 아니라면 대표님 따라가는 건데……. 흐잉~ 속상해요.”
“그래서 제가 서운한 마음 달래시라고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입고 있던 점퍼 품속에서 유리병 두 개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아름답죠?”
신선 사제들이 성수를 담는 유리병은 마법사의 강화마법으로 만들어져 광채가 달랐다.
“헐……. 진짜 이쁘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뭔가요?”
신전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신께 기도하는 신실한 고위 사제들이 제조한 성수였다.
신의 영광을 몸소 알현한 신전 사제들이 조공을 받쳐왔다.
천일 그룹 비서실장 진광형의 딸도 이걸로 고쳤다.
생명을 살리는 성수였으며 동시에…….
“피부에 발라 봐요. 어렵게 구한 신들의 성수입니다. 한 번 바르고 나면 몇 년은 젊어질 겁니다.”
“네? 정말요?”
유세라 팀장이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진짜 고마워해야 하는 입장이긴 했다.
배신하지 않고 나와 함께 한 그녀들에게 내리는 나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신들의 성수라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죠. 늙어가는 여인들 놀리면 재밌어요?”
“그럼 도도희 상무는 패스~.”
“아니에요! 줬다가 빼앗아 가면 그건 반칙이죠.”
도도희 상무가 재빠르게 병을 빼앗아갔다.
“욕조에 물 받아서 이 녀석 넣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담그십시오. 효과 보면 돈 주고 구매하십시오. 함부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대표님……. 약 장수 해도 될 거 같아요.”
도도희가 병을 들고 반신반의 하는 눈으로 날 봤다.
그녀는 믿지 못하겠지만 바르고 나면 내일부터 날 진심으로 추종하게 될 것이다.
대륙 고위 귀족가 여인들은 잘 늙지 않았다.
함부로 구할 수 없는 신의 축복이 담긴 성수 효과는 아무나 누리는 게 아니다.
특히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노화를 젊음으로 되살리는 데 즉빵즉효였다.
“회장님…….”
그때 사무실 안으로 하관우 대표가 들어왔다.
여직원들과 꽁냥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살짝 눈치를 봤다.
하관우 대표 나이 대는 알지 못하는 분위기일 것이다.
“들어가죠.”
커피를 들고 앞장섰다.
약속이 잡혀 있었다.
격 없는 미녀들과의 데이트는 그렇게 짧게 끝냈다.
하루가 다르게 국내외 정세가 바뀌었다.
대웅건설 인수부터 시작해 천일그룹까지 처리하느라 하관우 대표가 바빴다.
스르릇.
자동문이 열리고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와중에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매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안다면 중국에서 전쟁을 불사하고 미사일을 날릴 것이다.
“앉으십시오.”
“감사합니다.”
“별일 없죠?”
“다음 주에 천일 건설 긴급 주총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래요?”
“인수팀은 준비가 되었지만…….”
하관우 회장이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날 봤다.
대놓고 TS 그룹이 나설 수 있는 입장이 못 됐다.
인력은 제공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내가 직접 처리할 문제였다.
“걱정 마십시오. 천일 그룹은 곧 간판을 바꿔야 할 겁니다.”
“연금에서 방어에 나설 거라고 합니다. 그들이 반대하면 쉽지 않습니다.”
“연금은 찬성할 겁니다.”
“네? 찬, 찬성요?”
“못 믿겠습니까?”
“그게 아니라…….”
못 믿는 게 당연했다.
아무리 계산기 두들겨 봐야 승산이 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하 회장님.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찾아오지만…… 위기는 예상보다 더 빨리, 그리고 아프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
쉽게 대답을 못하는 하관우 회장.
“사람 좀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다리 좀 놔주십시오.”
“누구를 말입니까?”
“랏데 그룹. 성경호 회장.”
“네! 서, 성경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