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2화 (331/1,284)

 # 332

회귀의 전설

332장. 불청객 (3)

“올해도 왔다고?”

“방금 도착했다는 보고입니다.”

“……겁이 없는 거야? 아니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야?”

“기회가 좋습니다. 지난여름에 당했던 형제들 복수대상으로 알맞습니다.”

“흐음…….”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수도인 카탄차로.

스퀼라체 만 안의 구릉 주위에 위치한 고급 저택들 중 한 곳에서 은밀한 대화가 오갔다.

이오니아 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저택을 감쌌다.

저택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산도메니코 수도원과 대성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 저택 한 곳에서 보고를 받는 사내.

“시칠리아 촌놈들에게 우리 온드란게타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각인시켜 줘야 합니다! 다른 조직들에도 경고를 보내기에 좋은 케이스입니다.”

이탈리아 마피아 서열 1위에 오른 온드란게타.

한때 코사 노스트라의 하부 조직의 하나였지만 그들을 배신하고 독립적 마피아가 됐다.

현재는 연간 350억 유로의 수익을 얻는 온드란게타 조직은 이탈리아 기업 규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건축과 부동산, 타락한 정치인과 결탁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웠다.

공공사업 수주, 폐기물 투기, 무기 밀매, 자금세탁, 도박, 대부업 같은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다 취급했다.

또한 피조라 불리는 보호세를 확실히 걷어 내기로 유명했다.

이 수많은 사업 중에서 가장 큰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중남미에서 들어오는 코카인 독점적 거래였다.

정부에서도 손을 쓰지 못했다.

여러 자금으로 호텔과 농장, 슈퍼마켓 등을 운용하며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방패막이를 삼았다.

카탄차로의 시장은 온드란게타의 보스가 지명해 세운 것으로 유명했다.

여러 명의 다른 경쟁자들은 모두 온드란게타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만약 그 약속을 어기고 출마하는 자가 생기면 가족 대부분이 가죽이 벗겨져 길거리에 시체로 나뒹굴었다.

그런 온드란게타는 전 세계 수십 개국에 300개 지부와 6만 명의 조직원을 두고 있었다.

그리스어로 ‘용기’란 뜻인 온드란게타는 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시칠리아 코사 노스트라는 건들기 힘든 존재였다.

마피아하면 떠오르는 코사 노스트라는 오래된 역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마피아 조직원들이 많았다.

다른 조직들도 코사 노스트라 조직 보스에 대해서는 한 발 양보했다.

다만 온드란게타와는 앙숙 지간이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붙어 있어 사업적으로 얽힐 일이 많았다.

또 자격지심이 넘치는 온드란게타 조직원들이 사고를 많이 쳤다.

그때마다 두 배로 보복을 당했다.

“보스. 명령만 내리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온드란게타의 현 보스인 알프레도 피에로에게 사코가 재촉하듯 말했다.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그는 온드란게타 하부조직인 아레나의 보스 레오나르도 사코였다.

지난여름 심하게 보복당했던 조직원들의 보스였다.

조직원이 당하면 보스는 반드시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 마피아의 불문율이었다.

만약 두려워하거나 복수에 실패하면 언제 뒤통수에 총을 맞을지 몰랐다.

최근 조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이럴 때 밖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직접 처리할 건가?”

알프레도 피에로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복수도 좋지만 잘못하면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었다.

남부 마피아들의 전쟁은 북부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에게 좋은 미끼가 될 것이다.

여론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탄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놈들을 보낼 생각입니다. 흐흐.”

레오나르도 사코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렇지. 복수는……. 내 손으로 직접 할 필요는 없지. 크크크.”

보스 알프레도도 마주 웃었다.

요즘 싼값에 자주 이용하는 외국 킬러.

비용 대비 효율은 최고였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적당히……. 그리고 확실히 처리해. 조직의 이름으로!”

“온드란게타!”

***

“다니엘. 그러다 죽을 수 있어. 마테오는 한 번 손을 쓰면 피를 봐야 끝나.”

카리나가 협박성 경고를 날렸다.

웃기지도 않았다.

“보스 뭐라고 하는 겁니까?”

“나보고 한판 뜨자는데?”

“흐흐. 박살내 주십시오!”

“보스……. 우리에게 하셨던 대로만 해주십시오!”

나에게 박살난 한진웅 대표와 직원들이 마피아들을 상대로 비웃음을 던졌다.

내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본 탓이다.

같은 부류로 보이는 마피아 조직원들을 만만하게 봤다.

“새끼들. 총만 없으면 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것들이!”

“아오! 주먹이 운다! 울어!”

씨큐리티 직원들은 동급인(?) 마피아들에게 전의를 불태웠다.

마테오 역시 덩치가 한진웅 대표 급이었다.

슈트 상의를 벗는 마테오.

울퉁불퉁한 근육이 셔츠 위로 드러났다.

“이제 난 몰라~.”

이탈리아 마피아 딸도 이런 상황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호기심을 내비쳤다.

그 모습을 보며 딸들도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구나 느꼈다.

“약속 지켜.”

“루치아노의 이름으로.”

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테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건방진…….”

두려움 없는 내 모습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마테오.

그도 나를 향해 다가왔다.

우두둑 손을 푸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이탈리아산 곰이 몸을 풀었다.

눈동자에는 나를 향한 만만함이 가득 찼다.

그리고…….

거대한 체격을 실어 바로 선빵을 날려오는 마피아 조직원 마테오.

먼저 공격하라는 등의 예의도 몰랐다.

쇄애앳.

놈의 주먹이 안면을 노리고 빠르고 강하게 몰아쳐왔다.

그러나 내 눈에는 느려터지게만 보였다.

재빠르게 몸을 숙였다.

“!!!”

당황하는 마피아 곰.

휘이잉.

놈의 빈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내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

주먹을 피하며 그대로 곰의 뱃살에 내공이 살짝 가미된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어어엉!

출렁거리는 손맛과 함께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꾸에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비명을 터트리며 뒤로 튕겨져 나가는 마테오의 거대한 몸뚱이.

오늘 먹었던 음식물을 공중에 시원하게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콰다다당.

얻어터진 곰이 바닥을 굴렀다.

“!!!”

“허엇!”

지켜보다 경악에 빠진 마피아 조직원들.

오늘 모인 마피아 조직원들 중에서도 파이팅이 가장 강렬한 마테오였다.

그런 그가 KO패를 당하자 믿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거참, 보기에는 마피아 같은데 덩치 값 못하네~. 크크크.”

진짜 마피아를 보고 웃는 씨큐리티 직원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수틀리면 총을 뽑아 총알을 머리통에 박을 마피아 조직원들 앞에서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총을 봤음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깡다구 정신이 마음에 들긴 했다.

“됐지?”

당황해 있는 카리나를 향해 축객령을 내렸다.

불청객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보였다.

여기서 한 번 더 고집을 부르면 나도 아공간에서 뭘 꺼낼지 알 수 없었다.

한바탕 살풀이 춤을 출 수도 있었다.

“좋아~. 약속 지킬게~.”

마피아 보스 딸답게 카리나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인상처럼 쎈 누나 같지는 않았다.

“그럼 조직원들과 함께 호텔로…….”

“난 빼고.”

뭐라고? 뭘 빼?

“???”

“다니엘, 설마 내가 무서운 건 아니지?”

배시시 웃는 보스의 딸.

남자 무서운 줄 모르는 카리나.

콜!

***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항상 자유롭게 머물던 성 안, 자신의 숙소에서 카리나는 와인을 마시면 창밖을 봤다.

어린 시절부터 시칠리아 섬 밖을 나갈 수 없었다.

타 조직들과 언제나 준 전쟁 상태였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경우에는 반드시 피를 봤다.

보스와 그 가족은 맛난 타킷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버지 친구가 머물고 있는 중부 토스카나 성에서 진짜 자유를 맛봤다.

시칠리아 섬과 달리 이탈리아 중부는 공기가 달랐다.

눈 내리는 성에서 공주처럼 머물렀다.

소녀적 동심이 성인이 된 지금도 발휘됐다.

일 년에 한 번 이곳에 휴가를 보낼 때 카리나는 마피아 보스 딸이 아니었다.

단지 평범한 판타지를 꿈꾸는 소녀가 됐다.

위험이 사방에 도사렸지만 포기할 수 없는 휴식이었다.

캉! 캉! 카아앙!

다니엘이라는 한국 남자는 차가운 날씨에도 상체를 탈의한 채 대장장이 망치를 들고 쇳덩이를 두들겼다.

“대장장이 지망생이야? 그것도 아니면 취미?”

카리나는 다니엘에게 완전 흥미를 느꼈다.

마피아 조직원임을 알고도 마테오를 한방에 박살냈다.

어제 얻어터지고 곧장 일어나지 못한 마테오는 오늘 아침에야 눈을 떴다.

압도적인 한 방.

조직원들은 카리나의 명에 따라 호텔에 머물면서 성 주변을 경호했다.

카리나가 뱉은 말이 있어 두 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리나는 성에 머무르며 다니엘 장을 관찰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검을 들고 검무를 췄다.

처음 보는 검술 수련에 카리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잘 짜인 한 편의 뮤지컬처럼 절도가 넘치는 검술 수련은 매우 아름다웠다.

한때 결투가 흔하던 이탈리아에서도 검술이 존재했었다.

총이 등장한 이후 결투에 사용되던 흔한 무기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렇게 한바탕 검을 수련하고 난 뒤 남자는 망치를 들었다.

한두 번 한 일이 아닌 듯 대장간에서 검이나 창 같은 무기를 만들었다.

활활 화로에 불을 지피고 쇳덩이를 만지는 남자 모습은 섹시했다.

아빠의 엄한 감시로 지금껏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한 카리나였다.

카리나는 정신이 혼미한 채 몽롱하게 다니엘에게 빠져들었다.

동양인이지만 잘생겼고 능력도 뛰어났다.

다니엘의 부하들도 그를 향해 깍듯하게 대했다.

마피아 조직만큼 서열이 확실해 보였다.

“뭐하는 남자야? 나이가…….”

카리나는 창가에서 남자를 지켜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피곤해 일찍 잠들었지만 오늘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성이 작아 창문을 통해 마당이 전부 보였다.

그때 망치질을 멈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카리나를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사삭.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손을 번쩍 들고 흔든 카리나.

다니엘도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칫……. 완전 멋있잖아.”

카리나는 괜히 심술이 났다.

다니엘은 누가 봐도 여자 친구가 있어 보이는 외모와 매너, 실력을 갖췄다.

많이 말을 섞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애들 괜히 불렀나?”

휴가 때마다 함께했던 파티 참석자들이 괜히 걱정되기 시작한 카리나.

이탈리아에서 자신만큼이나 미모와 유명세를 타는 여성들이 많이 참석했다.

분명히 다니엘에게 눈독을 들일 게 뻔했다.

카리나는 파티를 취소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니엘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겨울 휴가는 힐링이 될 것 같았다.

굳이 다른 이들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라랏.

그때 하늘에서 눈꽃이 떨어졌다.

오늘따라 하늘이 우중충하고 날이 차갑더니 보기 드문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신의 축복 같은 눈.

부르르릉 부르릉.

카리나의 마음도 모른 채 성을 향해 다가오는 몇 대의 럭셔리 자가용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고 정확하게 성 앞에 차들이 멈췄다.

선두에 선 빨간 람보르기니.

경호원들이 열어주는 앞문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여성.

“하필…….”

카리나는 그녀를 본 순간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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