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2화 (321/1,284)

 # 322

회귀의 전설

322장. 땅뺏기 (4)

- 압도적인 무력으로 마수들을 때려잡았습니다.

- 마나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정령 무기를 사용하여 정령과의 친화력이 상승했습니다.

-칭호가 ‘마수 도살자’로 변경되었습니다.

역시 장비빨이 최고였다.

전투가 끝나고 레벨업이 몇 번이나 이뤄졌다.

목숨 걸고 벌였던 도박의 후폭풍이 아직도 아드레날린을 뿜어냈다.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폭풍처럼 몰아쳤다.

장비빨이 아니었다면 마수들을 때려잡는 건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부상도 당했다.

레벨이 높아져서 그런지 그 정도 부상에는 여전히 몸이 가뿐했다.

게임 속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지만 게임이 아닌 실제 세계였다.

상처에서 쓰라린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치료!”

치료 마법을 시전했다.

“서, 성력!”

기사 카르스를 비롯해 마수 떼로부터 도망치지 못했던 기마병들이 놀랐다.

파아아아앗.

푸른 마력이 상처에 닿자마자 빠르게 새살이 돋았다.

레벨업이 되더니 치료 약빨이 더 좋아졌다.

위험한 전투였다.

처음 잡았던 마수를 만만하게 봤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마력무구가 없었다면 나도 이계에서 저승 갈 뻔했다.

“후우…….”

마수 발톱에 스치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호랑이 앞발바닥 만한 놈들의 발톱은 그 자체가 강철처럼 강한 흉기였다.

목숨 놓고 벌이는 전투는 언제나 이질감이 느껴졌다.

죽음을 담보하는 게 낯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책 위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다 함성을 터트렸다.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들도 보였다.

누가 봐도 신이 내린 기적의 현장이었다.

기회였다.

위기 뒤에 찾아온 절호의 순간.

쇼타임이었다.

기사들과 영지민들이 감동을 먹는 이 순간을 놓치면 어리석은 것이다.

“그대가 카르스 경인가?”

경악에 차서 멍한 상태인 기사 카르스를 꼭 찍었다.

마력을 담아 충분히 분위기를 살렸다.

잘생긴 금발의 사내다.

어깨도 떡 벌어지고 푸른 눈동자는 전형적인 미남형이었다.

영지에 있는 용병 기사 탈만과는 격조가 달랐다.

“누, 누구십니까?”

카르스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내 정체가 평범치 않다는 걸 카르스도 깨달았을 것이다.

“난…….”

느긋하게 카르스와 눈 맞추며 입을 열었다.

분위기와 앞으로 뱉을 닭살 멘트에 느글거리는 걸 미리 참아야 했다.

“이 땅의 새로운 주인. 베커 장 백작이다.”

너무나 무겁지도 그렇다고 싸 보이지도 않게 신분을 밝혔다.

“!!!”

영주라는 말에 카르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으음…….”

신음도 흘렸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백작성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이곳 백성들도 알고 있었다.

겁도 없이 혼자 방문한 나.

마수들을 단숨에 때려잡아 죽이는 엄청난 무위를 선보였다.

당당한 영주의 위용.

꿀꺽.

카르스의 목울대를 타고 마른침이 넘어가는 게 보였다.

선택의 시간이다.

카르스는 날 뜨겁게 응시했다.

짧은 탐색의 순간.

난 카르스가 마음에 들었다.

카르스가 보였던 용맹은 내가 데리고 있는 병사들과 품격이 달랐다.

마수들을 향해 홀로 돌격하던 기사 카르스.

카르스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기사 카르스가 영주님을 뵈옵니다!”

주먹 쥔 오른손을 심장어림에 대며 카르스는 큰 목소리로 기사의 예를 올렸다.

첫 만남에서 목숨으로 빚을 졌다.

마수들을 상대하고 승리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주군은 아니더라도 기사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 영주님을 뵈옵니다!”

어느새 다가온 기마병들이 얼떨결에 카르스를 따라 예를 올렸다.

직접 눈으로 실력을 확인했기에 감히 다시 묻는 자가 없었다.

아니 눈빛에서 존경심이 가득 느껴졌다.

“날 영주로 인정하는가?”

“물론입니다. 베커 장 백작님을 이 땅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바입니다!”

깔끔하고 쿨하게 카르스는 날 인정했다.

난 항상 기사가 필요했다.

Get me a knight! 

이렇게 품질 좋은(?) 기사를 놓고 갈 수 없었다.

“카르스 경.”

따뜻하게 카르스를 불렀다.

“하명하십시오. 영주님.”

카르스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난 부족하다.”

“???”

갑자기 나온 내 말에 카르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날 도와줄 수 있겠는가?”

진심을 담았다.

“!!!”

카르스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오늘 처음 본 영주의 파격적인 제안에 심장 떨리지 않으면 그건 죽음 심장이었다.

목숨을 빚졌기에 검을 든 기사로서 그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난 스스로를 부족하다 말하며 도움을 청했다.

지금까지 카르스가 알던 오만하고 자기 자신만 알던 영주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카르스……. 내 기사가 되어 달라! 나와 함께 이 영지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검을 들어 달라!”

강하게 청했다.

기승에서 전으로 넘어가는 스토리.

준엄한 얼굴과 달리 난 속으로 애가 탔다.

쿠웅.

“기사 카르스 드 데미안! 베커 드 장 백작님의 검이 되기를 감히 청하옵니다!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나의 주군이시여!”

한쪽 무릎을 꿇고 최상의 예를 표하는 카르스.

“저희를 받아 주시옵소서! 주군이시여!”

뒤를 이어 기마병들도 한쪽 무릎을 꿇었다.

휘리리링.

파라라랏.

평원에서 불어온 바람이 나와 병사들의 망토를 휘날렸다.

그리고.

“그대들을 나의 검으로……. 허락하노라!”

입이 찢어지는 광소를 감추고 준엄하게 답했다.

- 기사와 기사지망생들을 Get 하셨습니다!

- 지갑 넘치게 마나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칭호가 ‘입 찢어지는 가짜 영주’로 변경 됐습니다.

알파닥이 날 희롱했다.

그러나 분노하지 않았다.

꿈에서 그리던 오리지널 기사의 획득.

그리고 기사가 다스리던 새로운 요새와 땅까지 얻었다.

난…… 이제 진짜 영주였다!

***

“달린 요새의 카르스도 합류했다고?”

“그렇습니다. 주군. 베커라는 자에게 포섭된 거 같습니다.”

“잘 됐군. 어차피 싹 쓸어야 할 놈이다.”

베르샤 백작성으로 진군 중인 루벡 남작은 임시 막사에서 느긋하게 보고를 받았다.

야외였지만 요리 가득한 식탁 위에 놓인 황금 잔에 포도주를 따라 마셨다.

요리사와 시녀들까지 대동하고 전투에 나섰다.

루벡은 전쟁이 아니라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성에서 첩자가 내용을 알려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기사 카르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이웃한 백작령의 기사였기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눈여겨볼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영지의 전 병력을 이끌고 왔다.

정규 병사에 자경단까지 합쳐 7000명이 넘었다.

기사들도 모조리 대동했다.

루벡 남작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대군을 이끌었다.

들판에 가득한 병사를 보자 호기가 치솟았다.

중요한 정보였음에도 가볍게 무시했다.

“주군. 놈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달린 마을에서 마수 라쿠라 떼를 혼자 사냥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영지 기사단장 알버트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갔다.

너무나 어이없는 보고였지만 이상하게 꺼림칙했다.

“마수? 푸하하하하. 알버트 경. 그 말을 경은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라쿠라 떼를 상대하려면 우리 영지 전 병력이 나서야 된다. 그런데 그놈 혼자서 잡았다고? 푸하하하하하.”

막사가 떠나가라 루벡 남작이 웃었다.

오크 떼라면 모를까 마수는 개인이 상대할 수 없었다.

그것도 라쿠라 떼는 잔혹한 전투 본능이 탁월한 놈들이었다.

“소신도 믿기지 않지만……. 놈이 정령사라는 게 걸립니다.”

“됐다. 놈도 머리가 있다면 거짓 정보를 흘렸을 게다.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고 말이다.”

“그럴 것 같습니다. 혼자서 마수 떼를 그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루벡 밑에서 교활하고 잔혹한 기사로 정평이 난 알버트의 치밀한 성격에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정령을 다루는 마력 전투사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상급 전투사였다면 실력으로 진작 작위와 영지를 받았을 것이다.

“내일 저녁이면 도착하겠지?”

“조금 빨리 병사들을 닦달하면 오후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됐다. 쥐새끼들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흐흐흐.”

붉은 포도주를 마시며 루벡은 한없이 느긋했다.

백작성을 삼키고 나면 후원자인 아라돈 후작에게 자작으로 작위를 승격시켜 달라 부탁할 생각이었다.

베르샤 백작성은 예전부터 땅이 비옥하고 수산물이 풍부하게 생산되던 식량의 보고였다.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어도 백작령이 유지 되었다.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라. 내일은 하루 종일 바쁠 터이니.”

“명을 받드옵니다!”

루벡 남작은 지금껏 없던 아량을 베풀었다.

내일이면 얻게 될 새로운 영주성.

“흐흐 흐흐흐흐.”

루벡의 음흉한 웃음이 끊임없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

“인생은 항상 아이덴티티가 정확해야 해~! 흐흐흐.”

요즘 영주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확립했다.

쉽고 빠른 영주 즐기기 방법 중에 몇 개를 맛봤다.

빈 성 차지하기, 거지꼴 영지 개발하기, 병사 획득 및 육성하기, 기사에게 충성 서약 받기 등등.

앞으로도 영지 늘리기, 귀족 파티 등의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 영지에서 직접적 수입은 없었지만 난 만족했다.

날 보면 모두 다 고개를 숙이고 최고의 예를 표했다.

허례가 아닌 진심이었기에 감동이 남달랐다.

더욱이 기사가 생기자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바닷가 마을에서 돌아왔다.

정식으로 영주임을 선포했고 모두 승복했다.

올 때 그냥 오지 않았다.

해풍에 잘 건조된 각종 생선들을 가득 실은 마차와 함께 성에 귀환했다.

기사 카르스도 동행했다.

몇 년 동안 끊겼던 백작성의 방문이었다.

하루에 한두 번씩 정규 왕복을 허용 했다.

기사 카르스가 병사들을 제대로 훈육했다.

기사들에게 털었던 갑옷과 무기 한 세트를 하사했다.

충성도가 100을 찍었다.

탈만과 경쟁 체제가 됐다.

탈만은 용병들로 구성된 특수 전투단을 맡았다.

매일 병사들이 강하게 성장했다.

성에도 활기가 넘쳤다.

물고기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달린 마을에서 넘치는 인력을 성으로 데려왔다.

기술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본성 주변으로 겨울밀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달린 마을은 물고기는 풍족해도 경작지가 작았다.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동됐다.

“오늘 저녁은 영주 만찬이다~.”

입맛을 다셨다.

맥주집 주인 할머니에게 성안 주점을 내줬다.

과거에 경영하던 주점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맥주를 마셨다.

매일 제조한 싱싱한 맥주가 무료로 영주에게 공급되었다.

성은 신들의 은총을 받은 듯 빠르게 부흥했다.

성 밖에서 야생처럼 자란 농작물이 생각보다 많아 수확량이 제법 됐다.

싱싱한 생선들도 매일 매일 공수됐다.

영지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먹거리가 풍족해지자 근심이 사라졌다.

영주로서 보람찼다.

이곳 세상에서는 영지민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영주가 존경받았다.

“이번 달에도 고생 많았다~.”

셀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귀환 가능한 포인트는 진작 넘었다.

곧 상단에서 새로운 황금과 폐마정석이 공급될 것이다.

마수들에게서 마력석을 추출했다.

모두 30여 개.

하급이지만 오크대전사들보다 효율이 더 좋았다.

한 달 빡세게 일하고 고액 알바비 정산을 받은 셈이다.

“오늘의 메뉴는~”

행복은 끝나지 않았다.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싱싱한 유기농 식재료가 주변에 널렸다.

재료가 좋으니 대충 해도 요리가 됐다.

요리 스킬이 빠르게 상승했다.

대장금 누님의 각종 생선 요리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맛있는 음식으로 풀었다.

오늘은 영지 기사들과 상인들을 초대했다.

팔을 걷고 주방으로 향했다.

“완벽해!”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식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웃으며 날 반겼다.

냄비, 접시, 요리도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호텔 주방 부럽지 않은 공간이었다.

“풀코스로!”

머리로 메뉴를 정했다.

“화룡아~.”

불의 정령을 불렀다.

붉은 빛과 함께 나타난 불의 정령 화룡이가 모습을 보였다.

중급 정령이 되더니 위용이 남달랐다.

“5단으로!”

그래봤자 화룡이는 평상시 가스레인지 대용으로 사용됐다.

정령사들이 봤다면 눈이 뒤집어질 일이었다.

화룡이는 거부하지 않았다.

인간과 달리 화룡이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았다.

화르르르르르.

빠르게 불길이 세졌다.

연료도 필요 없이 화룡이의 친환경 마력으로 발화했다.

“인어야~”

물의 정령도 불렀다.

물의 정령이 나타나 순박한 눈동자로 날 봤다.

“냄비에 물 좀 부탁해~.”

정령들은 손발이 돼서 부엌에 투입됐다.

바람의 정령도 필요했다.

물의 정령이 설거지를 끝내면 바람의 정령이 깔끔하게 말렸다.

대지의 정령 흙저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삼켰다.

100프로 자연친화적 모범 주방이었다.

타다다다다. 화르르르르.

그렇게 주방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오늘 밤 찾아 올 손님들과의 만찬.

같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 세계도 참 좋은 곳이다.

영주 생활 즐기기의 또 다른 백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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