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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화 (307/1,284)

 # 308

회귀의 전설

308장. 위기 속의 기회 (1)

깡! 깡! 깡!

내성 안에 있는 대장간에서 쉬지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고요하기만 한 늦은 저녁이지만 멈추지 않았다.

- 검에 대량의 마력이 부여됐습니다. 단단하고 오래가는 검날이 완성되었습니다.

- 대장장이 스킬이 초급 9가 되었습니다.

- 지독하게 노력하는 당신, 대장장이 바쿨라가 응원의 마나 포인트를 지급했습니다.

요즘 따라 알림음이 무지 친절해졌다.

알파닥이 약을 먹은 것 같다.

나긋나긋한 알림창 목소리에 닭살이 돋을 때가 있다.

치이잇 치이익.

웃옷을 벗어던진 상체에서 땀방울이 붉은 쇳덩이에 뚝뚝 떨어지며 수증기를 만들어 냈다.

신체능력이 강해질수록 육신도 변했다.

웬만한 육체노동에는 땀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력을 응용할 때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지난 보름 동안 마력무기 제작에 매진했다.

얼굴도 모르는 루벡 남작놈이 자꾸 신경 쓰였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시간을 번 만큼 강해지는 것만이 답이었다.

마력석을 매일처럼 쪽쪽 빨아마셨다.

처음과 달리 마력석의 약빨이 크지 않았다.

일정 이상이 되면 하급 마력석으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틈이 날 때마다 마력을 마시고 정령들을 소환하거나 무기술을 수련했다.

영지전은 나를 빼고 피해 볼 이들이 많았다.

“빨리도 단다~.”

마력석 하나를 집어 들고 지긋이 응시하며 입맛을 다셨다.

마법사인 사비나의 설명에 의하면 마력석은 한 번 장착하면 하급석이라 해도 수십 년 이상은 마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정량의 마력이 계속 방출되어도 소유자가 마력을 불어넣으면 보충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빨아 마시면 수명이 금방 다했다.

아무래도 방출 한계치 이상을 흡수해 버리는 것 같았다.

이 같은 결과는 마법사들이 가끔 한계가 넘는 마력을 뽑아 사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아까워서 이제 못 마시겠네.”

효율이 떨어지면서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력석 쪽쪽 빨아서 마력을 왕창 키우려던 계획에 착오가 생겼다.

레벨이 오른 만큼 하급 마력석은 소용이 없었다.

최소 중급 이상의 마력석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하나만 팔아도 금화 수백 개를 받을 수 있는 마력석이 못쓰게 변했다.

요즘은 스킬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대장장이 노릇에 푹 빠졌다.

“완전 짭짤했어~. 크크크.”

그때 일을 떠올리자 온몸이 짜릿했다.

도적질은 아니었지만 기마병들을 탈탈 털었다.

어차피 적이 될 놈들이라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영지 침탈죄, 영주 모욕죄를 물어 기사와 기마병들의 갑옷과 무기, 말 모두를 압수했다.

반지, 목걸이 동전 하나까지 남기지 않고 홀랑 벗겼다.

평민들이 입던 거친 옷을 걸치고 거지꼴이 되어 자신들 주인한테 돌아가던 그 광경.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물론 무력이 남달랐던 기사들은 감옥에 가둬놨다.

남작가와 승패를 보기 전까지 기사들은 방면하지 않을 계획이다.

“남작성을 털면 단박에 부자가 되겠지?”

욕심이 생겼다.

루벡 남작이 꽤 부유하다고 탈만이 귀띔해줬다.

욕심 많은 영주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병사가 확충됐다.

사비나를 따라왔던 2차 상단 용병들이 감복해 100여 명이 병사되기를 자청해 왔다.

내 깡다구 정신에 흠뻑 반한 것 같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갓 제조된 시원한 성수처럼 살다가겠다고 용병들은 말했다.

그런 병사들의 무기를 직접 손 봐줬다.

대장장이 기술이 빠르게 늘었다.

그들의 충성심도 그에 못지않게 치솟았다.

기사 갑옷 세트 중 한 벌을 탈만에게 넘겼다.

탈만의 입이 찢어졌다.

평생 용병질 해도 구하기 어려운 마력갑옷과 마력무기 세트는 탈만을 자다가도 춤추게 만들었다.

쏠 때는 확실하게 쐈다.

선발된 병사들에게도 기마병들의 무구를 골고루 나눠줬다.

그제야 영지 병사들도 진짜 병사처럼 보였다.

빼앗은 마력갑옷과 마력검을 참고해 몇날 며칠 망치를 휘둘렀다.

중급 대장장이 기술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초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마력을 부여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중급 대장장이가 될 수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벽을 깨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대장장이 스킬 레벨이 오르며 마력 부여도 강해졌다.

일반 철검에도 마력이 사용되어 공격력이 올라가고 강도가 증가했다.

“……마력석을 장착하는 일이 문제인데…….”

미완성의 검을 집어 들고 고심에 빠졌다.

마력석이 들어갈 소켓이 비어 있었다.

검의 최종 공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일반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마력검.

지금 멈추면 쓸 만한 검이 되지만 여기에 마력석을 넣고 가공하면 전혀 다른 마력검이 됐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옆에 놓여 있는 기사들의 마력검을 보면 배가 아팠다.

마력을 불어넣을 때 오크 무기와 달리 효과가 죽였다.

조금만 더 수고를 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급 대장장이 기술은 기억 속을 맴돌며 날 유혹했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결단은 언제나 빨랐다.

여기서 뭔가 이뤄내면 지구에 돌아가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구의 신들에게는 없는 마법과 대장장이 기술이다.

아무리 금융이 유령같은 돈을 쓸어 담아도 결국 실체가 남는 것은 제조업이다.

2018년 미국이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적 무역전쟁에 뛰어든 이유도 결국은 미국 제조업 회복을 목표한 일이었다.

공짜 돈을 찍어내도 제조업이 불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국은 금융 장사로 떼돈을 벌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돈의 실체를 체감하지 못했다.

상위 1프로의 부만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무너지는 중산층과 제조업체 직원들의 표로 당선된 트럼프는 그걸 잘 알았다.

최병박과 달리 그는 똑똑한 장사꾼이었다.

다음 대까지 대권을 잡기 위해 미국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기간 집권으로 월가와 손을 잡은 민주당은 심판 당했다.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트럼프는 꼼짝도 안했다.

진짜 깡패는 두려움이 없었다.

건방진 중국을 손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대놓고 훔치고 사기 치다가 얍삽한 장사꾼 트럼프에게 걸렸다.

세계 공장이 아닌 주인이 되고자 욕심을 부린 것에 대한 대가였다.

미국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조졌다.

성장을 위해 부채를 차곡차곡 쌓던 중국은 패닉에 빠졌다.

미국에 열심히 개겼지만 나중에는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

그 같은 과정과 결과를 미래에서 보고 왔다.

IT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없다면 모두 다 환상으로 끝났다.

미국도 두려워할 특수 기술이 절대 필요했다.

마법과 망치로 시작했지만 끝은 알 수 없었다.

누가 보면 헛 지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작은 것과 큰 것의 차이는 결국 생각하는 그릇의 차이다.

대장장이 망치를 들었다.

마력석을 이용한 기초 훈련.

이 안에 마법과 정령의 비밀도 함께 숨 쉬었다.

딸깍.

검의 손잡이 윗부분에 마력석을 집어넣었다.

한 번 밀봉되면 마력석이 파괴되어야 꺼낼 수 있었다.

“조져주겠어!”

파아아앗.

대장장이 망치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이 날을 위해 마력을 삼켰다.

왼손으로 잡은 검 손잡이에도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장인은 마력을 다루는 자만 될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면 평범한 대장장이일 뿐이다.

하지만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장인은 엄청난 대우를 받았다.

반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대장장이가 되는 일은 또 쉽지 않았다.

대신 성공의 척도인 기사나 고위 용병, 마법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 길을 뿌리치고 귀족이 아닌 대장장이가 되는 일은 쉬운 선택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이다.

“제대로 박살내 주겠다!”

독기를 바짝 끌어올렸다.

잘못하다가는 마력석만 날리고 끝날 수도 있는 마력장인이 되는 길.

“화룡아~.”

불의 정령을 불러냈다.

붉은 빛과 함께 불도마뱀이 나타났다.

“질러라~. 활활!”

화로에 화룡이를 집어넣었다.

내 뜻을 알고 마력을 삼키며 본격적으로 불질을 시작하는 불의 정령.

순식간에 화로가 거센 불길로 달아올랐다.

치이이이이이이잇.

검신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궈졌다.

손잡이까지 화끈한 뜨거움이 전달됐다.

까아아앙! 까아아앙!

망치질에 힘이 들어갔다.

불의 정령 친화력으로 검의 뜨거운 기운은 동화됐다.

“!!!”

마력이 쭉쭉 검으로 빠져나갔다.

나의 마력과 마력석에서 나오는 마력이 섞이며 검에 흡수됐다.

한 몸이 되어가는 과정.

이 필수 과정이 끝나야만 마력석은 검에 안착하게 된다.

마력이 검의 분자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다.

파아아앗!

마력 무기 제작의 필수과정인 마력융화 현상이었다.

이질적인 마력의 쇠와 마력석의 마력이 하나가 되어 섞여야 했다.

이 과정이 쉽다면 개나 소나 마력장인이 되었을 것이다.

오크 대장장이들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마력무기를 만들었다.

존경심이 들었다.

치이이이이익 치이잇 치이이잇!

흥건한 땀방울이 검에 닿으면서 연기로 화했다.

검날은 마력의 영향으로 붉어졌다가 다시 우윳빛으로 달아올랐다.

아직 서로 견제하며 완전히 섞이지 않았다.

오크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위대하게 생각됐다.

마력과 육체적 능력이 함께 요구됐다.

카아앙! 카아앙!

마력이 골고루 섞이도록 검을 후려 패는 쇠망치.

이놈들도 맞아야 정신을 차렸다.

어느 순간 마력석의 마력과 검이 서서히 섞여가는 게 보였다.

“오오!”

영롱한 마력이 검신에서 본격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카앙!

마지막 망치질이 멈췄다.

탈피하는 뱀처럼 우수수 새카만 검의 불순물들이 마력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

흐뭇하게 그 과정을 지켜보다 이상함을 감지했다.

“헙!!!”

멈출 수 없었다.

마력석을 흡수할 때처럼 손에서 검이 떼어지지 않았다.

제멋대로 검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위이잉 위이이잉!

우윳빛이 어느새 핏빛으로 진화했다.

마력검이 아니라 마검이라도 되는 양 나의 기초 생기까지 노렸다.

붉은 검이 이내 윙윙 떨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멈추지 않는 마력의 소용돌이 속에 검신에 붉은 핏줄이 선연히 새겨졌다.

미쳐 날뛰는 검.

있는 힘껏 더 마력을 불어넣었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결투!

날뛰는 마력을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점점 더 거세게 진동하며 마력이 폭발하려는 마력검.

드래곤 호흡법도 소용없었다.

“!!!”

머리칼이 온통 칼날처럼 쭈뼛 섰다.

이대로 검이 폭발하기라도 하면 마력 가득 담긴 파편에 나의 육신은 조각조각 도륙될 게 뻔했다.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검신이 곧 폭발할 듯 금이 가기 시작했다.

누, 누가 나 좀 도와줘!!!

당황한 나머지 아무나에게 강렬하게 도움을 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는 인적이라고는 없었다.

절대 누구도 대장간 근처에는 침범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상태였다.

파지지직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검에 본격적으로 금이 가니 검날이 더 미친 듯 떨었다.

검이 감당할 수 없는 마력 폭주.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언제나 예상을 빗나가는 스펙터클한 이계 생활.

예기치 않게 소리 소문 없이 굿바이 할 처지였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

그때 갑자기 손잡이에서 엄청난 뜨거움이 느껴졌다.

질끈 감았던 눈을 황급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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