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63화 (164/326)

163화. 출동

그날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2025 LKL 서머 플레이오프. 두 번째 라운드에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2주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시설 점검과 절차를 개선한 LOS 파크.

“오늘 경기는 현수진, 남동현 해설 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캐스터 안은우입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와 선발전, 고작 몇 경기를 위한 준비.

다음 시즌까지 온라인 경기를 고집할 수도 있었지만.

팬데믹 등 재난 상황이 아닌 이상 빠른 정상화와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주는 것이 어른들의 사정에 걸맞았다.

“어제 경기에서 트릭스터가 미라쥬를 꺾어내며 이미 결승전에 선착해있는 상황에, 오늘 심상치 않은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8월 말.

아직 여름은 물러나지 않은 날씨였고, 변덕스러운 하늘이 소나기를 쏟아내는 계절.

“오늘은 FWX에게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이 팀이 여기에, 이 자리에 있게 될 줄 몰랐거든요. 사실은 그전까지만 해도 꿈이 아닐까 했어요.”

- 어디 듣보잡 팀이 여기가 어디라고 왔지;;

- 못 들어보셨어요? 이비인후과 가보셔야겠네

- 빅스 입장에선 신기할만도 하지ㅋㅋ

“저도 그렇습니다. 사실 서울 빅스는 이 자리가 아주 자연스러워요. 원래 입던 옷과 다를 바가 없어요. 빅스는, 물론 지금과 멤버 구성이 달랐다고는 하지만, 2024 스프링과 서머 스플릿 모두 준우승에 빛나는 팀이거든요.”

“근데 FWX는. 이게 이렇게 하위권 팀이 치고 올라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실 지난 스프링이나 작년 시즌만 봐도 FWX가..”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치열한 이선좌를 뚫어낸 팬들이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른다.

“..렇습니다, 예. 그러면! 한번! 경기 예측을 보고 가실까요?”

- 저도 예측합니다. 어느 팀일지는 몰라도 오늘 확실히 1대0으로 시작할 것

- 우와 혹시 천재세요?

- 성지 순례왔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아..”

해설진부터 시작해서 분석 데스크의 분석가들, 옵저버까지 참여하는 예측.

“이게 저희가 얼마 전에 촬영했던 ‘플레이오프 핥기’에서도 많이 나왔던 의견인데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FWX가 역배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보통 역배를 자주 거시는 분들이나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해외 해설진이라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역배의 다니엘은 FWX의 승에 걸었군요?”

하지만 어느 한쪽을 향해 쏠리는 몰표는 아니다.

반반.

대구 유니버스에 대한 애정이 깊어 탈락 후 건강이 곤두박질친 이승수 분석.

그리고 서폿 출신의 문시환 해설 겸 분석 등이 빅스의 승을 예측했다.

“이 의견에 대해서도 알 것 같아요.”

또, 대부분 스윕을 그리지 않는다.

“이게 최근에 온라인 경기로 갔다가, 또 순식간에 오프라인 경기로 전환된 참입니다. 계속해서 환경이 흔들리게 되면 신인 선수들이 같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렇습니다. 특히 큰 경기인 5판 3선승제는 이게, 많은 선수가 문제를 겪어요. 우리만 해도 평소에 그냥 게임 돌릴 때는 5판 금방인데. 승급전만 되면 부담감이 급증하고 왠지 더 게임이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특히 차니 선수와 권건 선수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경기 체제가 처음이죠. 이런 부분이 고려된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약점이 노출될 것이고 빅스는 이걸 잘 노려볼 필요가 있겠죠. 충분히 강팀이거든요. 심지어 얼마 전에 FWX를 이겼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볼 만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뭐냐?”

“오늘 경기가, 예!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될 거라는 이야기죠!”

선수들이 입장한다.

오랜만인 만큼 평소보다 더 신경 쓴 복장.

일주일에 두 번 만나보던 팀의 경기를, 이번 주 처음으로 만나 프손실을 겪던 팬들.

팬들은 긴장한 기색의 FWX 선수들을 보자마자 거대한 함성을 내지른다.

“FWX! FWX!”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빅스팬 역시 지지 않는다.

“비이이이익스! 비이이이익스!”

“진짜 강한 건 우리다!”

내기에서 한 번 졌다고는 하나 빅스는 전통의 강팀.

모두에게 승리 갈망의 근거가 있다.

“두 팀은 트페를 두고 다툰 적이 있었죠. 사실 그때도 트페 메타가 아니었는데도요.”

“운영의 자신감을 보여줬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메타가 또 달라요. 중간 패치까지 고려해볼 때, 슬슬 다시 올라오던 AP 암살자나 다재다능한 미드 요원이 사랑받고 있어요.”

“다만 암살자 대장인 아칼린이 트페와 함께 이번에 특출나게 너프를, 소위 관짝행이죠? 완전히 들어가서 뚜껑까지 닫았거든요. 이건 다행입니다.저 사실 아칼린 싫어하거든요.”

“사실 좀, 그런 챔피언이긴 하죠.”

“그래서 아예 미드에서 암살 누커를 가져갈지, 아니면 로밍을 따라가거나 막아내는 방향으로 제어하는 밴픽을 가져갈지가 재밌는 점이겠습니다.”

“여기서 또 빅스의 강점이 나오는데요. 메타 적응이 제법 빠른 팀 중 하나인데, 오늘은 과연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을지!”

“좋습니다! 지금부터 경기 만나보시죠!”

#

- (FWX) 플옵 기념 나눔합니다:)

댓글로 응원을 해주시면 제 마음에 든 댓글을 적어주신 분께 응원 타올과 타투 스티커, 텀블러를 보내드립니다!

ㄴ 빅스 ㅎㅇㅌ

ㄴ FWX 우승하면 군대 미룸 월챔 바야댐

ㄴ 속보 FWX 1등

ㄴ 혹시 혈액형이 뭐예요? 윤도형이요

ㄴ 삼행시 해보겠습니다 F : FWX W : 최고다 X : 결승 가자

ㄴ FWX에 대한 내 사랑은 겨드랑이털 같아, 계속 밀어도 다시 자라서 두꺼워져

- (FWX) 발표합니다!

겨드랑이털님께 드리겠습니다.. 이거 못이기겠네요ㅋㅋ

인증.. 필수인거.. 아시죠?;;

ㄴ 시바러마! 장난하냐? 선착순이라매? 줄 사람 정해낫던거 아니냐?? 더러워서 안가진다! 십팔! 내가 2초도 안되서 댓달앗는대. 어이없내! 통화 한번 하자! 새끼야!

ㄴㄴ 죄송합니다ㅜㅠ 제 마음에 드는 댓글을 뽑는다고 했는데.. ㅠㅠ 댓글이 너무 빨리 달려서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ㄴㄴ 저기 선생님 그리고 여기 FWX 게시판인데 빅스 ㅎㅇㅌ 이런 거 다시면ㅋㅋㅋ

ㄴㄴ 뭐여ㅋㅋㅋㅋㅋ

ㄴㄴ 아저씨ㅋㅋㅋㅋ 왜 FWX 굿즈가 갖고 싶으신 거에요?

ㄴ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잘나갈 팀을 알고 있는 그..

ㄴㄴ 겨털부터 총체적 난국이네ㅋㅋ

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지안소? 오해를 불러일으켯잔소. 주는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더만, 생활에 꼭 필요해서 그랫소.

ㄴㄴ 아니 타올이랑 텀블러를 다 FWX로 쓰시면ㅋㅋㅋ 넘 찐팬인데

ㄴㄴ 그리고 타투 스티커는 왜ㅋㅋㅋㅋ

ㄴ 됏소. 어차피 빅스가 이길거요. 당신. 실수한거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보내주면 받겟소.

ㄴㄴ 아저시ㅜㅠㅜ 하 이거 FWX의 마성이 또ㅋㅋㅋ

ㄴㄴ 야 뭐라도 보내주고 싶다ㅋㅋㅋㅋ

ㄴㄴ 나도 모르게 되어버린 팬

ㄴㄴ 츤아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뇌지컬보다 피지컬 세대가 주류가 된 LKL.

사실 이건 중국에서의 LOS 붐 영향이 있었다.

과거 중국의 플레이 스타일은 극한의 피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라인전 압박 수행.

언젠가 운영의 LKL이라는 소리를 듣던 한국이 중국에게 조금씩 밀리면서 새로운 세대들은 피지컬 중심으로 기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베테랑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에이징 커브라는 말을 뒤집어쓴 경력이 긴 선수들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모든 팀의 마지막 보석과 같았다.

FWX에까지 들어맞을 줄은 몰랐지만.

사실 나는 에이징 커브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까지 가보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도 커브를 겪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멘탈 커브?

흔한 말로는 멘탈 붕괴나 현타?

사람들은 프로게이머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재밌고 좋다.

근데 제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루 12시간 이상을 매일같이 투자하면서.

숱한 외부 간섭 속에 있다는 건 항상 유쾌한 일은 아니다.

직장인도 3년 차 신드롬이 이직 고비라고 하잖아.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미가 줄어든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이제 다 놀았으니까 그만하고 싶은데 그만할 수가 없네.

그게 내 커브였다.

손에 익은 게 있으니 겉으로는 티가 많이 나지 않았을지 몰라도.

아마 내가 활동한 기간이 짧았다면 이건 슬럼프라고 불렸을 것이고.

사람들이 보기에 내 나이가 많았다면 에이징 커브라고 불렸을 것이다.

“탑 간다.”

“어오우.”

그런 면에서.

곽지운의 견해는 조금 의외였다.

곽지운은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꽤 오랫동안 게임에 시간을 투자한 케이스다.

프로로 보낸 시간이나 연습량 역시 가장 많은 편이고, 다른 게임은 아예 할 줄 모르는 드문 게이머.

거기다.. 내가 오기 전까지는 지는 게임을 주로 했다.

지는 게임이 재밌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까 솔직히 ‘그런 시기’가 올 때도 됐다.

“연기.”

“봉구형님에게 사사받은 바보 연기 돌입.”

“유찬이? 문봉구한테 이른다.”

“봉구형님 사랑합니다.”

그런데도 곽지운은 이 리그 자체가 커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가 기억하는 모든 선수가 잊히지 않도록.

그리고 그게 세대를 넘어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이 리그는 어떤 이들에겐 최고이지만.

모든 이들에게 최고는 아니다.

당연히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그런데도 훨씬 스포츠 역사가 긴 소위 축구, 야구.

혹은 그 이상의 위상을 가지게 하고 싶다?

오랜 시간을 리그에서 보낸 나조차도 해 본 적 없는 생각.

오히려 나는 내가 이 리그에 뛰고 있기에.

이곳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 시각이 다를 뿐, 어느 쪽이 옳고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저.

곽지운의 생각은 정말 터무니없이 낭만적인 욕심이다.

얼마나 낭만적이냐면, 그래.

꼭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 지구를 푸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뭐랄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구를 구할 수는 없어도 플라스틱 분리수거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구체적으로 곽지운의 꿈을 실행하는 방법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지금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뿐.

“이른 타이밍이에요, 리싱, 리싱, 리싱!”

“이거 이른 타이밍 탑은 금지된 갱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텐데에에에엑!”

“점화 그윈이기 때문에! 이거 앞으로 바로 뚫어버리겠다는 심산이죠!”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찬.

글쎄, 난 사실 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최은호가 그 말을 한 뒤 지켜본 라인전에서 확실히 이유찬은 어딘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거! 이렇게! 스킬 샷 다 맞춰버리고 딜 지원 들어가면! 너 이거 어떻게 살래! 너! 플 없잖아! 이거! 어떻게 살래애애애액!”

“결국.. 퍼블!”

“어이구우우우우이야아아! 이거 카뮐이 1킬 먹고 시작하는 건 대단한 호재입니다!”

- 우리 정글은 무얼 하고 잇소??

- 아따 행님 우정머

- 오늘 이거 무슨 컨셉이냐?

- ㅋㅋㅋ 탑이 강할수록 권건은 탑을 많이 간다^오^

- 우리도 인정받았냐? 씨바 왜 눈물이

“지금 미스터 선수의 녹턴은 가만히 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해지거든요. 녹턴, 트페. 이거 듣기만 해도 상당히 생각나는 장면이 많죠? 시즌 다시 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러니까 당장 파야 했어요. 빠른 갱에 대해서도, 분명 리스크는 있었지만 성공만 한다면 만사 오케이.”

“앞으로 자주 와줄래, 정글? 혹시 정글 돌지 말고 킬 먹어서 레벨 올리지 않을래?”

“탑의 반응. 정상입니다.”

“대신 녹턴은 무사히 정글링을 마쳤습니다. 대신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뭐, 이유찬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별수 없다.

지구를 지키는 건 원래 히어로 한명이 하는 게 아니거든.

보통 다섯명 정도는 되는 거 아니야?

“이유찬 집중. 지금 유리해.”

“확인.”

그리고 그중에 한 명 정도는 꼭 사고뭉치인 법이고.

“지금, 오늘 밴픽은 빅스가 다시 한번 FWX에게 리매치 신청한 거거든요. 이거!”

“그렇습니다. 미드에서 오히려 트페를 가져갔어요. 반대로 FWX는 최근에 재미를 봤던 카갈 조합을 가져가서 대응했는데, 이것도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면서 장갑을 던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받아주겠다는 거죠. 합류 즉시성이나 자율성 부분에서는 갈레오보다는 트페가 좀 더 좋고, 한타에서는 갈레오가 조금 더 우위를 가져갑니다. 그러니까 빅스는 한타 이전에 너네를 운영으로 흔들어버리겠다는 심산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많이 성장한 FWX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미드 라온 선수가 적극적으로 다른 라인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탑과는 정말 괜찮은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구요!"

“그런데 이렇게 탑에서 차니가 1킬을 먹고 시작해버리면! 나중에 라온 선수와의 조합까지 봤을 때 가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거 조금만 있으면 점멸 대신 점화를 든 토이 선수의 그윈이 계속 죽을 수도 있거든요? FWX가 기선 제압을 시작합니다!”

상대는 우리의 긴장을 예상했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체급이나 피지컬과 별개로.

장소와 경기 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큰 변화의 바람이라는 것을.

“어어? 이거 이번에는 미드? 미드 한번 살짝 봐요?”

“지금 권건 사실 위에서 스펠 썼거든요? 인지 해야 합니다, 리벤지 선수? 리벤지 선수!”

경험적인 면에서는 FWX보다 빅스가 훨씬 유리하다.

이건.

정말 압도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차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면 운영을 할 줄 알던 선수들이 갑자기 생각이 막히고.

그러면 손에 충분히 익었고, 관성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챔피언을 선호하게 된다.

변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니까.

실제로 우리의 첫 세트 전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데! 라온 선수는 점멸이 있었어요! 이거 갈레오가 진짜 돌주먹이거든요?”

“결국 또 미드에서어어어어어억! 살짝 느슨했어요!”

“리벤지 선수의 트페가! 트페가아아아악! 점멸을 아끼고 죽긴 했는데, 살살 죽어서 안 아프다? 세상에 이런 건 없어요!”

그래서 빅스는 우리가 ‘자신 있는 픽’을 들고 갈 거라고 예상했고, 좀 더 경험이 많은 자신들은 조금 시간을 두더라도 확실하게 싸움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짜왔다.

마음이 급해지는 우리를 운영으로 틀어막는 전략을.

어쩌면 트릭스터와의 결승을 미리 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었다.

“빅스는 상체가 버텨주면서 플레이 해야 하는데! 지금 못 버티고 있습니다!”

“녹턴이 6을 찍기도 전에 사고가 줄줄이 터집니다! 이런 빅 매치에서 초반 킬이 터져나가기 시작하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 미스터 선수의 녹턴, 머리가 아파요! 너무 아파요! 이상하다, 눈이 먼 건 수도승인데 왜 내 눈앞이 깜깜하지! 혹시 누가 불 껐어?!”

“들리세요, 이 소리?”

만약.

“무슨 소리요?”

내가 없었다면 말이지.

빅스는 잘못 판단했다.

“협곡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한 송이 꽃이 아니라.

뿌리를 내린 나무거든.

여기, 이 영역은.

우리가 차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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