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회광반조
- FWX 왜 라인전 안터지는데?
ㄴ 얘네 요즘 전략이 터지지만 않으면 정글이 알아서 해준다임
ㄴㄴ 권건이 존나 잘함;;
ㄴㄴ 맨날 CS 귀신같이 밀리는데 한타로 해결함 골드도 맨날 밀림
ㄴㄴ 아니 탑은 터질만 하잖아ㅡㅡ 하루종일 붙어있는 것도 아닌데
ㄴㄴ 몰라?
ㄴㄴ 이승수 해설님 방송에서 템 차이 날 때랑 템포 꼬일 때 귀신같이 안싸워준다던데 그래서 피해가 최소화 된댔음
ㄴㄴ 아ㅋㅋ그거ㅋㅋ 추진력의 FWX 썰ㅋㅋㅋ
ㄴㄴ 걍 민심방어전하는거 아님?ㅋㅋㅋㅋ 트릭스터 달랜다고
ㄴㄴ 안 터진 건 아님 라인 솔로킬 종종 나옴 그게 수복될 뿐
ㄴ 얘네 순혈 꼴찌는 아님 8989에 이번에 라온 + 권건도 영입함
ㄴㄴ 꼴찌가 꼴찌지 순혈 혼혈 따로있음?
ㄴㄴ 혼혈 쯤 될듯 ㅇㅇ
ㄴㄴ 지랄이 풍년이네ㅋㅋㅋ
ㄴ ㅋㅋㅋ우리 터질 때는 존나 비웃더니ㅋㅋㅋ 맞아보니 좀 다르냐?
ㄴㄴ 우에에엥 업셋에몽 “해줘”
ㄴ 이거 이기면 ㄹㅇ 세계관 변동 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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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정글.. 나 또 발목 잘렸어.. 도끼 씨..”
“야. 이거 팀 보이스잖아. 이거 녹음 되고 있어. 욕 좀 하지마.”
“존나 권건..”
“내가 초반에 킬 좀 먹어서 괜찮거든? 얘들아, 내가 한 번 돌아서 끝내줄게. 침착하게 하자.”
스톰의 원딜 강수달은 침착하게 팀원들을 달랬다.
세 번째 세트라서 그런가, 초반의 교전에 신경이 곤두섰을까.
이상하게 집중력이 떨어진다.
트릭스터 패전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FWX의 일회성 전략을 보고 납득했다.
드물지만 업셋은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 경기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FWX는 마치 무슨 확신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 몸 처럼 움직인다.
흔히 약팀에게서 나오는 ‘뭘 해야하는지 몰라서’ 헛되게 보내는 시간도, 비는 라인도 없다.
체급은 다소 떨어지지만 운영은 수준급.
“하. 권건 저거 또 먹고 가네. 정글 대우가 왜 이래?”
그리고 끝내 정글러는 대상 모를 짜증을 부린다.
“라온 얘.. 평소보다 좀 잘해.”
말수가 적은 편인 미드 강준윤이 입을 열었다.
강준윤이 말을 했다는 건, 스톰의 탑이나 정글과는 다른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한데..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타이밍을 자꾸 뺏기네..”
FWX의 김예성은 분명히 라인전이 훌륭한 선수였지만 강준윤도 만만치 않다.
강준윤은 끊임없이 심리전을 거는 타입.
리그에서 그가 로밍형 미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걸 이용한다.
무빙 후 살짝 포탑 사거리에서 벗어난 상태에서의 귀환.
상대가 견제하기 위해 다가왔을 때 웨이브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위치에서의 딜 교환.
아주 사소한 낚시들.
이것이 마치 호흡처럼 이어지고.
어느 순간 정말로 집에 간 것인지 탑으로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어지면 효율이 극대화된다.
그런데 왠지 오늘은 이 심리전에서 상대에게 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김예성이 이렇게까지 예리한 선수였던가?
도대체 누가 김예성에게 이런 걸 알려준거지?
상대가 끊을 줄 알았던 귀환은 끊기지 않고.
빨아들여보려는 움직임은 실패로 돌아간다.
김예성은 상당히 평면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지난 시즌 결승에서 만났던 김예성과 분명히 어딘가 다르다.
“진짜 이상하다.. 오리 점멸 빠졌는데 갱 좀 와줄래?”
“아암. 가드려야지.”
정글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은 경기에 집중해야했다.
#
“사미레 지금 W 빠졌어.”
“이렐 플, 점화 있어.”
“여기 와드.”
“우리 2용인데, 이번 용 양보하나?”
3세트는 정신력 싸움이다.
3세트까지 왔다면 직전에 이긴 팀이 유리하다.
상황은 똑같지만 한 쪽은 방금 전 이긴 기세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약간의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우리 팀은 꽤 좋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이득을 봤지만 각 라인전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우기 위해 성장력을 투자해야했다.
조금만 더 라인전이 강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후, 후, 후, 후! 허, 하! 이렐.. 점화 이젠 없다잉.”
“이걸 사네.”
“개같이 부활.”
“내가 같이 입김 불어서 불 꺼 줌.”
“은호 형, 안 분 거 다 봤그든?”
정말 아슬아슬하게.
문봉구가 버텨내주고 있어서 썩 나쁘지 않다.
“용 버리고, 사이드 뚫어요. 은호 형은 오리 뒤 봐주고.”
쉽지 않은 게임이다.
“아아아아아! 클래스, 스킬 샷 빗나가면서! 먼저 끊깁니다! 지켜주려다가 빨려들어갔어요!”
“니아 선수의 사미레! 만만치 않습니다!”
“아! 합류, 합류, 합류 옵니다! 싸움 커집니다!”
“라온, 라온, 라온까지 끊겼어요! 하지만 킹 선수의 빅터르와 동귀어진! 남은 건!”
“너 스펠 없지? 스펠 없지! 울라프가 화재를 진압합니다! 소방수에요!”
“게임 돌려놨네요. 살짝 넘어갈 뻔 했는데, 권건 선수가 어떻게든 돌려놨어요!”
“크게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라온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권건 선수에게 킬을 넘겨줬죠! 동수 교환! 하지만 스톰은 원딜과 미드를 내줬고 FWX는 서폿과 미드를 내 준 셈이 됐습니다!”
“이러면 용, 해볼만 하겠는데요! 자리를 먼저 잡을 수 있는 건 FWX입니다!”
“용, 용, 용, 용! 양 쪽 모두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입니다!”
“이거 신경전이 꽤 오래 가고 있어요, 섣불리 치기가 어렵습니다. FWX는 울라프가 앞에서 딱, 버티고 서서! 드루와! 드루와! 어! 나 궁극기 10시야, 어! 이러다 한 대 치겠다?!”
“호흡, 호흡이 섞일 것 같은 거리감으로 두 팀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나는 내가 잘 하는 걸 알고 있다.
이 모든 경기가 나에게 기시감을 준다.
악마가 내게 준 시간은 타인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은호 형, 저쪽 들어오면 잠깐만 시간 벌어줘요. 나 들어가면 예성이 궁, 바로 깍지 형이 뒤 잡아. 그 뒤엔 내가 키이사 케어할게.”
“준비 됐어.”
내 마음이 마르고 닳을만큼 오래된 시간 속에서.
상대의 움직임, 스킬샷, 그리고 들어오려는 타이밍.
이것들은 한없이 느리게 느껴진다.
“팬시 선수 냐르, 냐르 분노 관리 잘 되어있어요! 스톰은 선택해야합니다. 지금 바로? 아니면 분노가 빠지고 난 뒤?”
“이번 턴에 렐 점멸이 빠져있어서 FWX도 먼저 걸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알게 된 게 있다.
약팀이라는 게 꼭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실패하고, 힘들어하던 사람이라도.
함께 무게를 짊어져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쪽 탑이 둥지 안에서 먼저 찌를 거예요. 나 궁극기 돌아오기 전에 걸고 싶을테니까."
이건 팀 게임이기에.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조용한! 조용한 신경전 속에서.. 이렐리야가 선봉으로 찌르고 들어옵니다아아악!”
“동시에 노틸! 그랩! 그랩! 울라프?!”
“렐! 렐! 렐! 반응! 반응! 이렐 발을 묶어두면서!”
“바로 울라프. 적진으로! 공, 공, 공, 오리안느 공, 잘 봐야죠?”
“사미레, 포지션 다시 잡아야해요, 역습 조심해아해요! 포지션!”
“울라프 빨개요! 궁 온! 노틸 궁에 오리안느만 뜹니다! 도끼! 도끼! 점멸 끝자락! 끝자락에, 충격파! 빨려들어오면서..! 아아아아아! 키이사, 키이사 발사아아아악! 순식간에 뒤바뀌는 진영!”
하나의 호흡.
“아무 것도 남지기 않겠다, 이거죠.”
“도오오올격! 돌격하라! 적장, 사미레! 물리쳤다! 냐르! 이제서야! 이제서야! 변신! 변신했어요! 뭐야, 이렐리야, 너 뭐야! 니가 왜 혼자 여기에 있어! 어?! 냐르 회오리 슈우우우웃!”
“오리안느라도 잡을 수 있나요, 잡을 수 있나요, 글로리? 아! 라온 존야!”
“때릴 수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비이이겁하다! 초 슈퍼 무지개 얼음! 땡! 하지만 이렐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꽁꽁 묶였어요, 꽁꽁! 이건 내가 얼음 한 게 아니에요! 왜, 나만 술래야, 왜!”
“그브만 도망갑니다. 도망갈 수 있나요? 도망갈 수.. 도망.. 이거, 계속 도망갑니다!”
“으..음! 지금은 계속 도망가는 게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FWX가 진격하고 있습니다! 스톰은 웨이브 막아야해요! 지금 드리블은 좋지 않습니다! 리스폰 타이밍 꼬여요!”
- 진짜 존나 설마 혹시나
- 어쩌면 만약에 FWX가 이길지도???
- ^^ㅣ발 나 지금 먹던 치킨 엎었다
- 혹시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스톰이 양보할게..
- 탑정글 왜 사혼의 구슬 조각?
- 잘하는데 협조 안되는 탑vs못하는데 협조 잘되는 탑?????
- 둘 다 챌린저면 닥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제기, 억제기까지 나갑니다! 그리고 FWX!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두둑한 주머니로 쇼핑을 떠납니다!”
“좋았다!”
“나나나나! 나이스!”
“진짜 이상하게, 왠지 이길 것 같았어. 그치. 내가 이렐 딱 막는 거 봤지.”
“나 R만 눌렀음.”
팀원들은 고양되어있었다.
약간 들뜬 목소리.
“봉구 형이 탑 잘 막아줘서 이기고 있어요.”
“야, 건아..”
“아직 게임 안 끝났어요. 잘리면 안돼요. 바론 시야 잡으러 가요. 예성이 사이드 두 웨이브만.”
“오케이.”
“근데 봉구 이번 판은 왜 이렇게 잘해? 왜 안죽어?”
“내가 특성을 하나 개화했다 아임까.”
“특성?”
“이게. 화광반조라고. 딱, 죽기 직전에. 그 뭐이냐. 주마등처럼 싸아아아 하면서 뭐가 지나가그든? 그러면 그 때 딱 알 수 있다, 그거지.”
“아, 각이 보여? 상태창도 생기고 그래 막?”
“회광반조 말하는 거야?”
나는 잡담을 막을까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집중해야 할 때는 집중해주는 선수들이다.
“맞지. 그거지. 상태창은 아직 불러보질 않았는디. 조만간 나타날 것 같기도 혀.”
“우리 봉구 덕질 찍먹도 잘하네.”
“흐흐, 인생의 낙이지. 그러니까 안심들, 안심들 해도 괜찮어.”
정말로 문봉구는 괜찮아 보였다.
“다 괜찮을테니까는.. 응. 화려하게 불태워 보자고.”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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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궁극기 실 쿨, 실 쿨, 실 쿨이에요!”
“FWX! 돌-입! 돌입합니다! 한타가, 지금 쓸리는 분위기에요! 노틸 궁 없는 타이밍! 이렐리야가 혼자서 뭘 메이킹 하기는 힘듭니다!”
“그브 호응을 하긴 했는데 맛이 제대로 안살았어요. 사실상 호응이 안됐죠! 성장이 많이 밀립니다. 이게 우리가 평소에 보던 죽여도 안죽던, 아까 전 판의 권건 선수의 그브가 아니에요!”
“이거 뭔가요. 혹시 전 판 스탯 계승했나요, 권건! 너어어무 강해요. 들어가는 건지, 배달이 되는 건지!”
“이거 바론까지 이어질 수 있겠는데요?”
“네, 아까 이미 억제기까지 밀어놨고, 바론, 먹었습니다! 자. 이제 그 시간이 왔습니다. 게임 끝내러 가나요?”
“도끼! 내 도끼가 진짜야! 너네 이거 못 막아!”
“이거 막을 수 있나요? 권건 선수가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FWX, 두 개의 심장 권건! 스트라이커이자 미드 필더이자 센터 백! 풀 백!”
“네네, 윙 백도 시킬까요.”
“고오오올키퍼까지! 다 해! 다아아아 해주고 있습니다!”
- 대흥분ㅋㅋㅋㅋㅋ
- 업셋.. 업셋 아닌거 아니냐? 결국 탑 안뚫렸고.. 바텀 억까 피해내고.. 지원도 오리안느가 더 많이 가고..
- 않이 원래 세자가 피지컬 동체원이라구요ㅋㅋㅋ
- 스톰이 바텀이 좀 약하긴 한데.. 그럼 이게 이렇게 되나?
- 울라프 저거 왜 탱딜 다됨? 버그있냐?
- 원래 그브가 하려던 ‘그’ 역할..
- 존나 정글 차이 나는데 왜 중국에서까지 데려왔어?
- 사랑 찾아 한국 왓냐 개새야
- 쟤 원래 우리낀데.. 원래 우리낀데.. 원래 우리낀데..
- 배 아픈데 혹시 환불 되나요?
- 2군 감독 십새 누꼬?
- 몰?루 아직도 안잘림?
- 발목 잡기 지리네..하
“이긴다, 이긴다, 스톰도 이긴다!”
"상태창!"
“무!적! F-W-X!”
“우! 우!”
“아! 아!”
“우! 아! 우! 아!”
“권건 60년 계약 성공! FWX 권건!”
“얘들아 이거 송출되는..”
FWX 선수들은 기어코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냈고.
“우리 정글 권건! 우리 정글 권건!”
“우리가 누구?”
“FWX!”
“우리가 누구?”
“예티! 예티!”
다함께 한 마리의 설인처럼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