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마테호른
이니시에이터.
LOS에서는 한타를 여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이니시, 이니시에이터.
말이 쉽지.
굉장히 부담이 있는 역할이다.
특히 한 명에게 이 부담이 모두 갔을 때.
이니시는 무척 무거워지고, 실패했을 때 욕을 가장 많이 먹기도 한다.
물론 가장 멋지고 짜릿하기도 하지만.
문봉구는 생각했다.
이기고 싶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당연히 그랬다.
지고싶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승리를 따내는 것이 직업이 됐을 때,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팀에서 탱커 포지션을 부여하자 조금 편하다고도 생각했다.
나서기 좋아하는 최은호는 이니시를 맡는 것 역시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요른, 그라가즈, 사이언.
이렇게 문봉구의 삼신기라고 불리는 챔피언들이 팀 내 유일한 이니시로 쓰이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이기고 싶었다.
“아까부터 요른이 정말 환상적인 이니시를 걸어주고 있어요! 이러면 한타가 굉장히 부담되기 시작합니다!”
“스톰이 초반에 대량 실점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충분히 해볼만 하거든요. 골드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첫 세트처럼 탑을 완전히 무너뜨기리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 비예고가 탑 갱 각을 보나요? 이거 각이 나오나요?”
“안됩니다. 역으로 역습당할 수도 있는 각이라서요. 그리고 상당히 성장을 잘 한 권건 선수가 이미 탑으로 뛰고 있어요. 이거 위험합니다. 빼야해요, 스톰!”
스톰 선수들의 표정은 일그러져있었다.
“야. 이거 탑 한번 보자? 아까 그거 뽀록인데.”
“싫어. 쟤 점화 타이밍인거 안보여?”
“점화면 뭐? 점화 둘이 맞냐?”
“니 게임 할 줄 모르냐? 탑신병자 마인드 지리네.”
특히 탑과 정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냥 바텀 봐줄래요 형들? 여기서 싸움 크게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타워 깨고 싶을 거거든요?”
서포터 김지인이 간신히 분위기를 바꿨다.
올해 영입된 정글러 허진수는 꽤 이름이 알려져있었다.
물론 중국에서도 우승권의 선수는 아니었으나 국내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보이고 갔었기에 팬들은 그의 귀국을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맞이한 팀원들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니 말 개많네 진짜."
우선, 입에 필터링이 전혀 없었고.
"와.. 중국에서 할 때는 이런 식으로 안하는데."
사사건건 비교를 했으며.
"하, 뽕슈 보고싶네."
연애 사업마저 하고 계셨다는 점이다.
그것도 팀에 불편감을 줄 정도로.
그 전 정글러 이태윤이 갑작스럽게 슬럼프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김지인은 아쉬웠다.
특히 탑과 안맞았다.
탑인 최영광도 한 성격하는 편이다.
김지인이 생각하기에, 최영광도 말투는 까칠하긴 했지만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자기는 말을 세게하면서도 남 말에 상처를 잘 받는 귀찮은 수다쟁이일 뿐.
그래도 어르고 달래면 금세 웃는다.
말이 많은 것도 맞춰줄만 했다.
잘하니까.
픽에서만큼은 상남자인 최영광은 상체 중심 게임을 선호한다.
말수가 적고 성격이 좋은 편인 미드 강준윤은 탑을 잘 받쳐줬고.
거기다 원딜러인 강수달은 넉살이 좋은 큰 형, 막내 서포터 김지인은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러니까 밸런스가 맞는거다.
“그럼 어떻게 할건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최영광은 벌써 미묘하게 빈정이 상한 것 같다.
“아, 내가 각 봐가면서 한다니까. 그브 새끼가 캠프 존나 빼먹잖아. 이거부터 좀 봐줘 봐.”
게임을 이기고 있어도, 지고 있어도 이렇다.
김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남 스톰은 상당히 올드하게 관리되는 팀이었다.
요즘도 선수들의 휴대폰을 압수한다.
물론 그건 집중 연습 시간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꽤 딱딱한 점들이 있었다.
다만 종종 철밥통이라고 까이는 감독, 코치들도 능력이 좋은 편.
이런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은 대부분 이 팀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보다는.
실력을 키운 뒤 이적을 노렸다.
아예 처음부터 괴로워하다가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어쨌든 '스톰 출신'은 어딜가도 알아준다.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성실할 것이리라 생각되는 것 마냥.
"탑 봐주면 무조건 이긴다니까."
"영광아. 우리 최고로 센 영광이가 바텀에서 한 번 같이 싸워주면 완벽하겠네. 스펠 아꼈다가 같이 용 싸움 볼까?”
"아씨, 수달이 형이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살짝 치켜세워주면 넘어오는 탑과 협조적인 미드, 심성 고운 오더형 원딜.
권건과 동갑인 김지인은 생각했다.
허진수를 데려올게 아니라, 권건 쟤가 2군에서 여기로 바로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꽤 잘하던데.
2군에서 내보내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자연스럽게 올라와있지 않았을까?
분명 잘 맞았을거다.
엄청난 공격성을 가진 탑과 로밍형 미드를 거느리고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펼치는 세계 최고의 팀이 되지 않았을까.
아마 그랬겠지.
이상하리만치 잘되지 않았던 월챔 우승도, 권건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아아아아아! 스톰, 타게팅이 갈렸어요!"
“뒤쪽으로 텔을 탄 팬시 선수의 요른이, 분명히 앞을 보는 척 하면서! 완전 속았습니다! 앞으로 날릴 줄 알았는데 오른쪽으로 궁극기를! 단숨에 에어본!”
“기-차-놀-이! 뿌뿌우우우! 공중으로 뜹니다! 공중에 뜸! 공중에 뜸!”
“노틸 궁까지, 도저히 하늘에서 내려오지를 않아요! FWX! 한타에서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줍니다!”
- 어머나세상에씨발사기챔
- 마테호른행 기차 출발합니다
- 아이디가 왜 ‘공중에 뜸’
- 팬티 요른 장인이었고ㅋㅋㅋㅋㅋ
- 마스터 오브 요른ㅋㅋㅋㅋㅋ
- [문봉구 상태창] 한타력 : 100 라인전 : 1
- 왐마 개같은거 안볼란다 ㅆㅂ 클라이밍 경기나 볼란다
“죠이가 나오는 순간 한타가 좋다, 이렇게 보긴 어렵거든요! 스톰은 포킹, 포킹인데! FWX는 포킹을 맞아줄 생각이 없어요! 한타가 너무 불편합니다, 하지만 오브젝트를 진짜 너무 잘 챙기는 팀이거든요! 드래곤의 FWX!”
“카뮐이 아니라 제이슨이었으면 더 나을걸 그랬을까요! 분명히 꽤 성장이 괜찮았던 카뮐인데, 엄밀히 말하면 상대적으로 한타가 힘든 조합이긴 해요! 요른의 존재만으로도 군중 제어 능력이 압도적입니다. 압도적이에요!”
"누가 요른을 쳤을까?”
“니가 핑을 이쪽으로 찍었잖아.”
아, 이거 돌아가면 또 둘이서 한바탕 하겠구나.
이 보이스를 듣고 있는 감독님도 또 한마디 하시겠구나.
김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대처가 상당히 느슨했어요. 왜 여유를 부린거죠, 스톰? 이거 전 판의 그 그라가즈가 아니에요! 착각하면 안됩니다!”
“지금 요른을 뚫으려면 대단히 많은 힘이 필요해요! 상체가 완전히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FWX!”
걱정거리였던 탑이 충분히 버텨내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FWX에게 기회가 생겼다.
오히려 셰나를 뺏어간 것은 바텀의 캐리력을 줄여주는 역할이 된다.
“지금 이즈 상당히 강한 타이밍에요. 함부로 건드리면 안됩니다!”
“일단 스톰이 이기려면 그브를 흠씬 팬 다음에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권건 선수의 그브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도대체 뭐죠!”
권건은 모든 정글을 자기것 마냥 돌아다니고 있었다.
침착하게 초반부터 꾸준하게 성장해온 그브는 이제 꽤 강력하다.
“스톰, 전선 밀리는데요! 우와아, 라아아아아온!”
“스킬이 정말 정교하게 들어가면서 상대 죠이에게 크게 위협을 줍니다!”
“살아가나요, 살아가나요, 킹 선수? 죠이, 죠이, 죠이가! 아!”
“어디서 튀어나온거죠! 권건 선수가 마치 스나이퍼처럼!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냅니다!”
“이제 두려워요. 모르는 사이에 시야가 많이 넘어갔습니다. 이거? 심상치 않아요. 요즘 FWX가 보여준 승리 플랜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진짜 살금살금. 좀먹듯이. 점점 다가오는겁니다.”
“그렇죠.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말 답답한 일이잖아요. 그만큼 상대는 환하게 돌아다니는데, 위협 지역이 많다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정말 선수들의 감이 좋아졌어요. 위험한 지역에서 돌아다니다가 끊기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잔실수를 싹 가다듬었어요!”
“어, 지금 카뮐. 카뮐!”
“카뮐, 두꺼비 먹다가, 두꺼비 먹다가!”
“언제 여기까지 왔어! 미드에 서 있었던 FWX가 벌써 냄새를 맡았습니다! 카뮐, 도망갈 수 있나요! 아아아아! 그건 권건 선수가 침 발라놨던 두꺼비에요! 이거 중죄입니다!”
“안돼요, 안돼요! 아, 여기서 끊기나요! 아, 텔, 텔! 텔 타고 온 아라가 킬을 먹습니다! 이 정도면 출장비가 넉넉하죠!”
“아, 아쉽군요. 카뮐이 두꺼비는 먹었나요?”
- 못 먹음
- 아니 왜 저거 먹겠다고;;
- 갈 땐 가더라도 두꺼비정도는 괜찮잖아..
- 권건 저 새끼 정글 욕심 오지고 지림..
- 적이 캠프 먹는 거 절대 못참음..
- 존나.. 나쁜 새끼.. 두꺼비라도 주지..
- 스톰 오더 누구임??
“이게, 글로리 선수가 굉장한 선수는 맞는데! 솔로 킬 수치가 높은 만큼이나 종종 고립사가 나오곤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사실 방금 전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소통이 됐을 법도 한데, 약간 아쉬웠죠.”
한때 절대 강자였던 스톰의 최근 순위가 4위까지 떨어진 이유는 여기있었다.
혹자들은 지금이 춘추전국시대니 뭐니, 그런 말을 했지만.
작년 부동의 1위는 성남 스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몸에 남아있던 승리의 기억과.
“으아아아아아! 킹 선수의 쿨쿨 방울! 초장거리에서! 들어..갑니다! 자고 있어요, 노틸!”
강력한 체급을 이용해 상대를 누르는 것이 최고의 승리 플랜이다.
“초 장거리 슛! 노틸이 끊깁니다!”
팀에 있었던 선수들이 각기 다른 팀으로 흩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그 선수가 전 팀에서 해왔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된다는 말이 있다.
기존 정글러 이태윤은 실제로 시즌 말미에 엄청나게 폼이 떨어져서 스스로 폐관 수련하겠다며 2군 풀로 내려갔다.
“아, 요른 진짜 거슬리네. 쟤 요른 잘한다.”
“니가 못 막아서 그런거잖아. 그러게 수확낫 스타트 하지 말지.”
지금 생각하니 구 정글러 이태윤은 보조 오더 역할과 탑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오늘따라 이태윤이 그립다.
거기다 상대 팀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원래 우리 팀이었을 정글을 보니 배가 아프다.
“이게 왜 내 탓.. 하.”
이제 슬슬 보이스 영상들이 풀리며 FWX 메인 오더가 권건임이 밝혀지고 있었다.
성남 스톰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권건을 버리고 허진수를 택했는가..
어쩐지 2군 하석준 감독이 욕을 많이 먹더라니.
자주 마주칠 일 없는 하석준이지만.
김지인은 일단 하석준이라면 거르기로 마음 먹었다.
“마지막, 마지막! 요른, 요른, 요른! 궁극기 11시 45분!”
“아아아아! 붑니다! 불어요! 칙칙폭폭! 기차, 출발합니다!”
“빨리빨리 탑승 하세요, 네! 으아! 스트으으으라이크! 스페어 처리까지 깔끔하게! 최고의 이니시에이터! 요른 갓! 팬!시!”
“딜러진을 막을 수 없어요! 지금 그브 너무 강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과는 별개로.
팀 합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한 FWX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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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톰 vs FWX, 1:1 마지막 한 세트! 최종 승자는? ]
ㄴ 저게 나란히 서있을 수 있는 두 팀이냐?ㅋㅋㅋㅋㅋㅋ
ㄴ 존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ㄴ 우리 봉구 볼살이 실력주머니였묘^.,^
ㄴ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받아들여라 스톰..
ㄴ 트) 응원해 FWX ^^
ㄴㄴ FWX 예티 새기들;;
ㄴㄴ 질척거리지 말고 꺼져 좀
ㄴ 이길 수..있지..? 나는 믿어.. FW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