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 LOS (League of Summoners) 월드 챔피언십, 한국 vs 중국 또다시 맞붙다 ]
[ LKL ( LOS Korea League) 시리즈 MVP 권건의 부상 투혼 ]
e스포츠의 새 막을 열었다고 하는 게임, LOS.
이 LOS의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월챔을 앞둔 어느 날.
중국과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며 이번에 한국이 다시 한 번 왕좌를 탈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각종 포럼이 들썩였다.
ㄴ 이번엔 다르다 큰거 온다
ㄴ 근데 권건 이번에 뭔 수술했다지 않았음?
ㄴ 벌써부터 불안하다; 지난 경기 보면 너무 힘들어하던데
ㄴ 다른 애들도 열심히 한다고 하는거같은데ㅋㅋ 솔직히 정글러 원맨팀이었잖음
ㄴ 말이되냐 정글원맨팀이 어떻게 월챔 결승을 감?
ㄴ 원맨팀은 좀 그렇고 권건 영향력이 크긴 함
한 팀이 다섯 명인 게임임에도 한 명의 선수에게 시선이 몰리는 이유는 그 선
수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ㄴ 원맨팀은 아니지. 근데 권건이 정글에 오더에 캐리롤도 맡은건 맞지.
권 건의 말쑥한 외모, 훌륭한 위닝 멘탈리티, 부드러운 인터뷰 스킬.
그의 이런 점들에서 비롯된 인기는 팀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에도 영향을 줬지
만, 그의 믿을 수 없는 실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불과 2년 전에 돌풍처럼 나타나 국내 리그와 세계 무대를 흔든 선수.
믿을 수 없을 만큼 명확한 오더, 빠른 메타 적응, 놀라운 숙련도.
그를 세계 최고의 정글러라고 말하는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컨디션이 안좋은 것 이상으로 게임은 흔들렸다.
불안감과 함께 결승 무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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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기 중반부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아.
또 졌구나.
팀원들이 이미 코 앞에 다가온 패배에 몸서리칠 때,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 때는 내가 어렸던 것 같다.
순수에서 나오는 간절함이었을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순간의 기억이 희미하다.
그깟 우승이 뭐라고.
"세계 최강의 팀, SHG가 또 한번 LOS 챔피언 컵을 거머쥡니다!"
우렁우렁하게 캐스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환하게 반짝이는 꽃가루 축포가 터지고 패배를 자책하며 머리를 움켜쥔 팀원
들이 보인다.
SHG의 다섯 팀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나간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 내 주변은 점점 어두워진다.
우승하고 싶다는 소원이 그렇게 절실했던가?
이제 정말 그만하고싶다.
[ 당신의 우승을 응원합니다! ]
내가 그렇게 찾을 때는 대답 한번 없더니, 귀신같이 나타난다.
말이라도 하게 해줘.
진짜. 이제 됐다고.
우승 안해도 되니까 날 좀 내버려 둬.
야속한 시스템 메시지는 내 말에 반응도 없다.
주변이 천천히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
우승 할 때 까지.
다시, 또 다시.
그렇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조금 다른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