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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으로 무한성장 (41)화 (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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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떼 -2

‘젠장. 이제 마나도 없는데.’

저놈의 힘이 무식하게 강했다. 잠깐 잡아두기만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마나가 동나버렸다.

‘그래도 지부장이라 이건가.’

사이프카르와 같은 위치. 전투력도 비슷한 것일까. 상처는 저 쪽이 더 많았지만, 카르안은 공격 수단을 잃었다. 카라나리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메이론이 주먹을 쥐었다.

“아까 용병 놈들보다는 천배 낫다! 끝까지 한번 싸워볼까!”

간만에 피 끓는 전투. 메이론은 강한 적과 아슬아슬한 전투를 좋아했다. 일방적인 전투는 시시했다.

그런 점에서 저 둘은 백점 만점에 이백점도 부족할 정도다. 골렘을 박살내고, 저 여자의 검을 부러뜨리리라. 그가 투지를 불태웠다.

“메이론님!”

“응?”

그때였다. 안경을 쓰고 마른 남자 한명이 메이론에게 달려왔다. 메이론과 함께 온 부하였다.

눈을 부라리던 메이론은 그를 보자 잠깐 멈칫했다. 남자는 상황을 확인하더니, 한탄을 내뱉었다.

“또, 또, 또, 싸우십니까. 메이론님은 원래 여기 오시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내 싸움을 방해하지 마라.”

그는 메이론의 비서였다. 전투력은 부족하지만, 메이론을 보조해주는 역할.

메이론이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무조건 강화포션 재료를 구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시더니, 재료를 구할 생각은 안 하시고 이상한 싸움만 하시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싸움은 없다!”

“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

남자가 안경을 고처섰다. 엘리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그는 카르안과 카라나리를 냉철하게 바라봤다.

“저 연금술사님의 골렘을 못 보셨습니까? 2미터 크기인데 모양까지 자유자재로 변환시켰습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아니다. 방금 나를 잡던 골렘이 박살났어.”

맞는 말이다. 마나가 다 떨어졌으니까. 저 남자는 그것까지 확인한 것일까. 카르안의 등에 땀이 한줄기 흘렀다. 남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소환을 취소한 것입니다. 더 크고 강한 골렘을 소환하려고. 못해도 아이언골렘, 그게 아니라면 이너리움을 사용한 이너리움골렘을 소환할 지도 모르지요. 저렇게 골렘은 변형시킬 정도라면 그 정도 실력은 충분할 것입니다!”

“이너리움 골렘!”

주변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기사 수십을 도륙 내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병기다. 혼란 속에서 카르안만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남자가 말했다. 메이론이 아닌 카르안을 향해서. 자신 만만한 말투. 잠시 어정쩡하게 서 있던 카르안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었다.

“아, 아아! 물론이다. 저 남자가 보통이 아니기에, 아이언 골렘 다섯 기를 소환하려 했지.”

“아이언 골렘을 다섯 기나!”

“흑룡회에는 괴물들밖에 없는가. 허!”

주변 사람들이 전부 놀랐다. 심지어 카라나리도 놀랐다. 마치 숨겨둔 전력을 발견한 병사처럼.

하지만 메이론은 고개를 저었다.

“웃기지마. 아이언 골렘이고 나발이고 전부 씹어 먹어 주지.”

“물론 메이론님이 전력을 다하신다면 이길 수 있겠지만, 큰 부상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적은 골렘 뿐이 아니니까.”

카라나리였다. 그것만은 메이론도 부정하지 못했다.

“아무튼 저희가 물러나야 합니다. 일단 숲의 심장은 구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거 말고도.......”

“알겠으니까 잔소리 그만해. 저놈들보다 네 잔소리가 더 지겨우니까.”

메이론은 손을 휘휘 저으며 물러났다. 그는 카르안과 카라나리를 한번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숲의 심장 앞에서는 만나지 말길 빌라고, 그때는 지금처럼 끝나지는 않을 거다.”

그는 그렇게 남자와 함께 떠나버렸다. 카라나리가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르안씨. 정말로 아이언 골렘을 소환하실 수 있나요?”

“물론 거짓말이지.”

카르안이 작게 속삭였다. 아이언 골렘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소환할 힘도 안 남았다.

“그렇다면........ 계속 싸우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더럽게 세긴 하더군.”

‘저렇게 강하니까 머릿속이 비었어도 지부장이 된 거겠지.’

그러니까 표두회의 레드스톰과 비슷한 느낌일까. 물론 저놈이 2배는 강하고 4배는 무식했지만. 카르안이 정신을 차렸다.

“저놈은 그렇다 치고,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지.”

잠시 시간을 빼앗겼지만, 탐색 준비가 우선이다. 그들은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카라나리와 카르안은 잡화점부터 들렸다. 여기서 건조식량과 물 등을 사야한다. 하지만 상점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남은 물건이 없다고요?”

“이틀인가, 그때쯤부터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있는 물건을 전부 다 달라고 하면서. 마른 빵 한 조각까지 다 긁어갔어요.”

작은 마을답게 잡화 상점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전부 르네키르다를 탐사할 생각을 가지고. 덕분에 가장 먼저 물건이 동난 곳은 이곳이었다.

“다른 곳은 없을까.”

“우리 마을에 잡화상점은 저희 가게밖에 없어요.”

카르안이 테이블을 톡톡 쳤다. 다른 문제도 있다.

“그러면 오늘 잘 여관도 남아있지 않겠군.”

“아마 그렇겠죠.”

그들은 원래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려 했다. 가능하면 어둠은 피하는 편이 좋으니까.

위험한 여행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속력도 중요했지만, 준비 없이 갔다간 빠르게 간 만큼 빠르게 저승길로 갈 수도 있다.

식량부터 쓸 만한 도구들을 구하고 가능하면 쓸 만한 패스파인더까지 고용하는 편이 좋았다.

그런데 잘 곳이 없다. 식량도 없고. 앞길이 막막했다.

“식량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카라나리가 말했다. 카르안과 다르게, 그녀는 산 속에서 생존하는 지식과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험한 삶이 만들어준 보물이었다.

“사냥도 할 수 있나?”

“네. 용병 일을 하다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굶어 죽지는 않겠군.”

카르안이 주머니 안을 만지작거렸다. 손끝에 단단한 금화의 감촉이 느껴졌다.

“돈이 있어도 쓰지를 못한다니.”

“다른 곳도 한번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둘은 한동안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결과는 영 미덥잖았다. 잡화 상점은 정말 그곳 하나뿐이었다. 마법사 길드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 있는 고기는 실험용 쥐의 시체뿐이다.

상황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이리저리 급하게 뛰어 다니고 있지만, 다들 허탈한 표정. 그중에는 배고픈 표정으로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족한 것은 건조식량 같은 휴대 식량뿐만이 아니었다. 여관이나 식당, 심지어 술집의 식재료까지 전부 바닥났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여행객들을 감당하지 못한 것.

카르안은 품 안에서 담배 하나를 꺼냈다.

“먹을게 구름과자밖에 없다니.”

“제가 저녁거리를 잡아오겠습니다.”

“지금 바로?”

“사냥은 태양이 남아 있을 때 하는 편이 좋아요.”

지금부터 굶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카라나리가 앞장서서 마을 밖으로 향했다. 카르안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따라나섰다. 카라나리는 마을 근처의 산을 가리켰다.

“저쪽이 좋겠습니다.”

카라나리는 품에서 단검 세 개를 꺼냈다. 투척용 단검. 날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끝은 매우 뾰족하다. 그녀는 단검을 손 안에서 빙빙 돌렸다.

“그런데 보통 사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그래도 시골이라 야생동물이 많기는 할 것 같지만.”

“저도 이곳 지리는 잘 모릅니다만, 그래도 지나가다 보면 동물 한두 마리쯤은 보이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보이기만 하면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단검이 별로 사냥에 적합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카라나리는 사냥할 때 일부로 다른 도구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둘은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슬슬 노을이 지고 있었다. 반면 야생 동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으아악! 저놈 잡아!”

“덤벼라!”

카라나리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도 산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사냥에 능숙한 용병들도 가끔 보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수.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동물에게 돌격했다.

그들의 싸움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싸움과 사냥을 착각했다. 동물들은 고함 소리를 듣자마자 도망쳐 버렸다.

“저놈들이 더 문제야.”

그들 덕분에 근처에 있던 야생동물들이 전부 도망가 버렸다. 카르안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카라나리는 태연했다.

“괜찮습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봐요.”

둘은 숲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르네키르다는 아직 한참 멀었다. 괴 생명체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들이 수풀을 파헤치려 할 때였다. 작은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쉿.”

카라나리가 검지를 입에 댔다. 그녀는 움직임을 멈춘 채, 고개와 눈만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다시 한 번 수풀이 움직였다. 안에 무언가 있다. 카라나리는 단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 사냥감은 키 큰 잡초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카르안과 카라나리가 숨을 죽였다. 잠시 후, 가려져 있던 사냥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번쩍이는 황금빛 털, 순해 보이는 얼굴. 똘망똘망한 눈망울.

황금 고라니였다.

“저놈은........”

이 동물은 그도 잡아본 적이 있는 동물이다. 뮤프리드 대신전의 교주, 예드프리어에게 새 삶을 찾게 해준 동물이니까.

고라니는 카르안을 노려보았다. 그것도 잠시, 그 황금빛 동물은 기분 좋은 콧김을 뿜으며 카라나리 근처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녀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었다. 마치 애교를 부리는 듯. 고라니는 무슨 이유인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카르안도 슬쩍 손을 뻗었다. 하지만 카르안이 고라니를 쓰다듬으려 하자, 그놈은 얼굴을 팍 찌푸리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요놈, 표정 변하는 것 좀 봐. 되게 재밌는데?”

“재미는 모르겠습니다만.”

카라나리가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고라니의 눈이 커졌다.

“맛은 확실합니다.”

그날 산을 뛰어다니던 용병들은, 고라니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2.

카라나리는 사냥만 잘 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고라니의 내장을 제거한 후, 가죽을 벗기고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잘라내었다.

카르안은 단검을 쥐고 땅을 팠다. 카라나리의 부탁. 힘이 좋아져서 그런지, 제법 빠르게 깊은 구덩이를 팔 수 있었다.

“그런데 구멍은 왜 파는 거지?”

“고기가 많으니까요.”

고기가 많다. 카르안은 단검을 닦으며 생각했다. 고기가 많으니 묻기라도 할 생각인가.

“훈제를 하려합니다.”

그녀는 주변에서 건조한 나뭇가지와 마른 잎 등을 구해왔다. 그리고 구덩이 안에 불을 붙였다.

“신기하군.”

그리고 길고 가느다란 나무로 고기를 뚫었다. 마치 꼬치구이를 보는 것 같았다. 카라나리는 불에서 연기가 나게 만들더니, 고기를 넣고 잎으로 그 위를 덮었다.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동안 저희는 저녁을 먹죠.”

그녀는 다른 모닥불을 하나 더 만들었다. 카라나리는 나무를 잘라 긴 막대를 만들었다. 둘은 거기에 고기를 꽂고 불에 구웠다.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야.”

카르안은 고소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침을 삼켰다. 갓 잡은 신선한 고기, 연홍빛을 띄던 고기는 갈색으로 바짝 익혀지고 있었다. 지글거리며 뜨거운 기름을 흘리고 있다.

“맛있는 고기를 잡아서 다행입니다.”

“맛만 있나, 정력에도 좋다던데.”

“네?”

“아무것도 아니야.”

카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카라나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품에 손을 넣었다. 그녀는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건?”

“소금입니다.”

사냥을 해서 먹을 때는 소금도 필수품. 고기가 적당히 익자, 카르안은 그녀가 건네준 소금을 살짝 뿌렸다.

“그러면 한입 먹어 볼까.”

하루 종일 굶었더니 배가 자꾸 신호를 보낸다. 카르안은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 바삭하게 익은 표면이 씹혔다. 그리고 힘껏 깨물었더니, 빠져나가지 못한 육즙이 입 안으로 흘러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의 고기는 탱글거린다. 배고픔이라는 조미료를 친 고기는, 어떤 음식보다도 달콤했다.

3.

“그래도 마을 근처에서 자는 게 좋겠지.”

둘은 훈제된 고기를 싸들고 마을로 내려왔다. 식사는 훌륭하게 해결했다.

해가 지고 달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빠르게 눈을 붙여야한다. 그래야 내일 새벽에도 출발할 수 있으니까.

방은 얻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마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게, 결국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을 안이 안전할 것입니다.”

“그래. 오히려 이 안이 가장 안전하지.”

온갖 용병들과 범죄 조직원, 심지어 마족들까지 모였다. 성별도 종족도 나이도 전부 제각각 이지만, 싸움 하나는 자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무서워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리라.

카라나리와 카르안도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늘어난 노숙자에 마을 주민들도 불편해 했지만, 그들에게 시비를 걸 만큼 대담한 주민은 없었다.

“미리 야영 연습이라도 한 셈 치자고.”

바닥은 딱딱했지만, 피로 덕분에 잠은 잘 옷 것이다. 카르안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

그런 그를 향해 누군가 걸어왔다.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 그 사람은 옅은 미소를 띄우고 카르안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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