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션으로 무한성장 (27)화 (2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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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로망

“당연히 알지.”

카르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카라나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뮤프리드 대신전에 다녀오느라 2주정도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하지만 고작 2주 만에 잊힐 사이는 아니었다.

“.........”

반면 카라나리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뭔가 아리까리한 표정. 그때 카르안의 머릿속에 뭔가 번쩍 떠올랐다.

‘맞다, 내 얼굴.’

얼굴이 완전히 바뀐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 카라나리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반갑게 인사한 것.

“나 카르안이다. 얼굴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그게 무슨 뜻입니까?”

“좀 사정이 있어.”

카르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뮤프리드 대신전에 간 일. 그리고 거기서 성형 수술을 한 일까지. 술 때문에 혀가 꼬이고 있었기에, 그는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했다.

카라나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얼굴이 바뀌었군요. 목소리가 카르안씨랑 똑같으셔서 혹시나 했습니다.”

카르안의 대 변신에도 카라나리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미형으로 변했는데, 대하는 것에 차이가 없으니 영 밋밋한 기분. 카르안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인데?”

“카르안씨을 찾고 있었습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보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카르안이 뮤프리드 대신전에 간 동안, 카라나리는 그를 찾고 있었다. 카르안이 대신전에 간 것은 조직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라, 상황을 알 수 없었던 그녀는 헛걸음만 한 셈이다.

아무래도 흑룡회의 스카웃을 한번 거절한 만큼, 대놓고 흑룡회를 찾아갈 수는 없었다. 덕분에 카르안을 만날 수 있냐고 묻지도 못했던 것.

술집 밖에서 있었던 것도, 여기서 흑룡회 식구들이 회식을 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이는 만큼 카르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

“중요한 일인가 본데.”

카라나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카르안에게 말했다.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오늘 밤, 저희 집에 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뭐어?”

알딸딸한 술기운이 한여름의 이슬처럼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2.

“너 뭐하다 이제 왔냐.”

“잠시 아는 사람을 만나서요.”

“크하하하. 괜찮지 않습니까. 어차피 오늘 밤새 달릴 텐데!”

제이크가 술병을 들고 소리쳤다. 그는 술을 잔득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이프카르도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지. 어차피 밤은 기니까.”

모두가 있는 대로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일반 조직원들도 공짜 술이라 그런지, 주량을 넘어서 마시는 중.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조직의 술자리인 만큼 중간에 빠지기가 참 애매했다. 카르안은 중간 중간 잔을 놓고 빠지려 했지만, 사이프카르가 붙잡는 바람에 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카르안이 나올 수 있던 것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러슬라이에게 눈치를 준게 다행이었다. 술 때문에 정신이 흐려졌어도, 뼛속까지 새겨진 눈치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사내였다.

카르안이 이제 그만 집에 가고싶다는 싸인을 보냈다. 그러자 러슬라이는 슬슬 분위기를 바꾸더니, 취한 조직원들을 집에 보내려 했다. 그 중에 술에 취한 척 하는 카르안도 끼어있었다.

카르안은 어지러운 척,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멍하니 앉았다. 러슬라이가 입을 열었다.

“카르안 형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너무 마신 것 같은데, 슬슬 쉬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쯧쯧, 상태가 메롱이네. 누가 저놈 좀 부축해.”

“괜찮습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카르안은 살짝 비틀거리며 술집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 때문이다.

“항상 늦는군.”

“괜찮습니다.”

그가 나가자마자 만난 것은 카라나리. 그녀는 술집 옆 대장간에 서 있었다. 카르안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좀 살 것 같군.”

그가 만든 술깨는 약.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챙겨왔다. 물론 한 번에 술기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을 먹자 반쯤 기울어져 보이던 세상이 원위치를 찾았다.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너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그냥 내일 봐도 괜찮을 텐데.”

“저야말로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금 급한 일이라........”

“무슨 일이지.”

카라나리가 뜬금없이 카르안을 집으로 부를 일. 몇까지 야시시한 상상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가 사이프카르도 아니고, 카르안을 불러 비밀스러운 일을 할 가능성은 러슬라이와 제이크가 사랑에 빠질 확률과 비슷했다.

그리고 카라나리는 허언을 임에 담는 성격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중한 일일 것이다.

“동생 때문입니다.”

“동생?”

동생. 타브와 싸우던 중 그가 카라나리의 동생을 욕하고 협박했었다. 그때 카라나리는 불같이 화를 냈다.

“직접 보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제가 집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좋아.”

둘은 자리를 옮겼다. 카라나리의 집은 백작령에서도 외곽 쪽에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자 작은 집 한 채가 보였다. 그녀의 집이 맞는지, 카라나리는 문 앞에서 열쇠를 꺼냈다.

“누추한 집이지만, 들어와 주세요.”

‘정말 누추하네........’

말은 안 했지만, 집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선 벽에 금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었다. 나무로 된 문은 상했는지, 부분 부분 검게 썩어있었고. 그나마 자주 닦았는지 곰팡이는 없었지만, 척 봐도 낡은 집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집 안이 보였다. 허술한 외부와 다르게, 안쪽은 제법 깨끗했다. 오래된 집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거실이나 주방도 깔끔했다. 누군가 열심히 청소를 한 것 같다.

‘여기 동생과 같이 사나 보군.’

카라나리가 집 안쪽으로 안내했다. 중간 중간 귀여운 인형이 장식된 집. 전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카라나리는 집에 하나밖에 없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에 노크했다.

“아르나.”

“언니, 왔어요?”

“응. 잠깐 들어가도 괜찮을까? 오늘 의사 선생님이랑 왔어.”

그러자 안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벌컥 기세 좋게 열렸다. 문 앞에는 작은 키의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카라나리와 카르안을 번갈아 둘러봤다. 그러더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와아. 저 잘생긴 오빠야가 의사선생님이에요?”

“크흠.”

카르안이 크게 헛기침을 하였다. 여기 와서 외모로 칭찬 받은 것은 (사이프카르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아닌 척 하려해도 입 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비록 그렇게 말한 여자가 12살쯤 돼 보이는 꼬마라도 말이다.

“제 동생 아르나입니다. 그리고 이분은 카르안씨. 자 인사해야지.”

카라나리가 서로를 소개해 주었다. 아르나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만나서 반가워.”

카르안도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서로 자매라더니, 정말 생긴 게 닮아있었다. 인형같이 작은 얼굴. 살짝 올라간 눈꼬리. 하얀 피부과 대조되는 긴 흑발. 만약 카라나리가 어렸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성격이나 분위기는 정 반대. 동상마냥 포커페이스를 고집하는 카라나리와 다르게, 아르나는 표정이 상당히 풍부했다. 또 그만큼 수다스러운 것 같았다.

아르나가 카르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정말 아저씨는 아픈 거 고쳐줄 수 있어요?”

“아마도. 일단 봐야 알겠지.”

“에이, 그럴 때는 다 고쳐주신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야죠.”

“아르나. 선생님한테 버릇없게 말하면 안 돼.”

카라나리가 다그쳤다. 아르나는 볼을 부풀리더니 침대로 쏙 들어가 버렸다. 마치 다람쥐같았다. 카르안이 카라나리에게 중얼거렸다.

“근데 아픈 애 맞아? 건강해 보이는데.”

솔직히 언니인 카라나리보다 건강해 보였다.

“한번 확인해 주세요.”

“으흠.”

둘은 아르나의 침대로 갔다. 그는 직접 진료하기보다는 주로 구두로 질문했다. 어차피 백마법사같은 치유 마법을 부릴 수 있던 것도 아니니까.

“대충 알겠어.”

카르안이 카라나리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아르나의 이마를 한번 쓰다듬고 밖으로 나갔다. 카르안도 그녀를 따라 문 밖으로 향했다.

“혹시 정확한 진단서 같은 것 있나?”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라나리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처방받은 약들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맨 위에는 병명이 삐뚤어진 글씨로 적혀있었다.

카르안은 진단서와 아르나에게 들은 내용으로 병을 유추했다.

“계속 약을 먹고 있기는 한데, 자꾸 몸이 안 좋아져요. 수술을 해도 소용 없다고 하고.”

카라나리가 작게 말했다. 카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병은 수술이나 일반적인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

증상은 카르안의 병과 비슷했다.  다만 카르안의 병보다 빠르게 악화되는 것이다. 12살만 되도 위험할 정도로.

불치의 병. 다행히 약을 쓰면 증상을 늦출 수는 있다.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했고, 그 증상을 늦추는 약도 눈물 나게 비싼 가격. 효과도 크지 않은데다 서민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쌌다.

“카르안님이 연금술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치료하실 수 있을까 해서........”

카라나리가 말을 흐렸다. 그가 흑룡회에 가입한 날. 그녀는 보스와 카르안의 대화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카르안이 흑룡회 보스가 눈독 들일만큼 뛰어난 연금술사라는 것.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실력있는 연금술사는 그녀도 찾고 있었기 때문에.

그 뒤, 카라나리는 카르안에게 부탁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한번 치료를 받은 빚까지 진 상태였기에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아르나만큼 중요한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어야했다.

다른 연금술사나 마법사들은 모두 실패했다. 카르안도 실패할지 모른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혹시 아르나를 치료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카르안은 잠시 생각했다. 근본적인 문제. 카라나리는 초조한지 입을 열었다.

“만약 치료해 주신다면.......”

“치료는 가능하다.”

카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치료제의 공식이 떠오르고 있다. 카라나리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똑같아. 연금술에는 재료가 필요하니까.”

“구하기 힘든 물건 같군요.”

“그래. 다만 병을 늦출 수는 있다.”

카라나리가 고개를 저었다. 병을 늦추는 약. 그 약은 이미 먹이고 있다. 하루 종일 용병일을 해서 번 돈으로.

타브에게 온 몸을 맞은 날. 그때도 여동생의 약값 때문에 치료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비싼 약을 먹여도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카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딴 비싸고 쓸모없는 약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약. 별 재료도 필요 없고, 확실히 병을 늦춰 줄 거야. 완치할 약을 얻기 전까지 그 약을 처방해주지.”

“그게, 가능한가요?”

“그래.”

카라나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달콤할 정도로 바라던 대답. 하지만 ‘너무’ 달콤했다.

카르안은 일단 흑룡회의 사람. 결코 선한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다. 혹시라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그녀는 아직 카르안의 실력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할 일도 아니다. 정말일 수도 있다. 일단 흑룡회에 간부로 들어간 것부터가 보통 실력은 아니었으니까. 카라나리가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카르안씨. 만약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당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다만.”

“다만?”

“만약 거짓이라면.........”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카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약효가 보이기 시작하면, 돈은 원하시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카라나리도 살짝 과열된 분위기를 풀었다. 그녀에게도 행운이 있었다.

타브가 쓰러졌다. 그녀를 붙잡던 족쇄가 하나 풀린 것. 이제 용병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물론 타브가 죽은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두려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확실히 전보다는 편해졌다.

카르안도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치료는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카라나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

돈도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검사. 다른 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골렘. 골렘에 필요한 재료. 도와줄 사람.

몇 가지 단어가 연결되었다. 카르안은 카라나리를 보고 살짝 웃었다.

============================ 작품 후기 ============================

리플은 항상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편수가 쌓이고 작품 내용에 관련된 리플도 늘어나면서, 리리플을 달아주는것은 포기했습니다ㅜㅜ 작가인 제가 작품 내적인 이야기를 하는것은 별로 좋지 않을것 같아서.......

전편도 조금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부분적인 수정이고, 내용에는 아무 차이도 없어요.

항상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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