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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54화 (254/275)

254화

스타로드와의 일이 있고 난 후, 서리스는 오랜만에 엑스널을 찾았다.

아크단에 관해 긴히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 있던 이후 무언가 깨달은 부분이 있는 것인지 최근 개인 훈련이 많아진 그였다.

오늘도 빈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을 하는 그의 주위에는 자욱한 얼음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엑스널 선배.”

“서리스 후배, 미안 조금만 기다릴래?”

“그러죠.”

서리스는 어렵지 않다는 양 대답했다.

잠시 후 얼음 안개가 모조리 결정으로 바뀌어 나가며 훈련장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 후 모든 얼음 결정이 엑스널에게 모여들었다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서리스 후배, 또 성장했지?”

“뭔가 느껴집니까?”

조금 전에 아르마를 흡수하고 온 서리스였기에 의문을 던지자 엑스널은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지다마다 이제는 슬슬 나라도 부러울 지경이 되어 가는데. 어디까지 성장할 속셈이야?”

아직 자신이 9성에 올랐다는 것은 어디에도 알리지 않은 서리스였기에 조금 놀라긴 했다.

아무래도 아르마의 영향이 상상 이상이었던 듯하였다.

“부러우면, 조용히 따라오기나 하십시오.”

“와, 가만 보면 서리스 후배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

그렇게 말하는 엑스널은 정작 그리 신경 쓰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래서 워너힐 아카데미를 떠날 생각이야?”

“눈치채셨군요.”

“서리스 후배가 날 찾아올 이유는 그것밖에 없거든.”

눈치 빠른 게 참 그다웠다.

서리스는 아주 짧게 헛웃음을 짓곤 엑스널을 바라보았다.

“제가 떠나도 괜찮겠습니까?”

서리스는 자신이 아크단의 구심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크단의 구성원을 모은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엑스널도 이제는 4학년이다.

빅토르와 디바쉬의 경우에는 이미 졸업까지 한 마당.

그들은 아직 아크단에 남아 있으나, 원한다면 떠날 수도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이제 2학년과 3학년이 된 황금 세대 이들도 있다.

그들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아크단에는 있었다.

“하아, 어차피 바보들뿐이라서 이런 걸 책임질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잖아.”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한차례 웃었다.

엑스널이 쉽게 말하긴 했지만, 그 또한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단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제안을 받아준 엑스널이었기에 서리스는 그에게 무척이나 큰 고마움을 느꼈다.

“부탁드릴게요. 선배님.”

“님자 붙이는 거 어색하거든? 걱정 마. 나도 일말의 책임감은 느끼고 있으니까.”

서리스는 그런 엑스널을 보고 있으니, 오래전 서리스의 둘째 형인 알리즈와 다투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 악스달의 학생 단장이 된 알리즈는 이제는 정말 엑스널의 라이벌이 되어 있었다.

둘 다 각자의 자리에서 여기까지 성장한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미래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끼며 서리스는 그렇게 아크의 단장 자리를 엑스널에게 넘겼다.

“언제 떠날 생각이야? 다른 친구들에게도 인사 정도는 하고 가는 게 좋을 텐데.”

“괜찮습니다. 그리 머지않은 시간에 다시 만나게 될 거 같거든요.”

최흉은 하나가 아니니 말이다.

대가문의 수만큼 존재하는 최흉.

그렇기에 서리스는 짧은 시간 안에 모두와 다시 만나게 될 거란 걸 잘 알았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에게만큼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확실히 말해 둘 필요가 있었다.

* * *

마왕의 저택 중 서리스의 방 안.

서리스는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러는 순간 짧은 노크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리스, 불렀어?”

“직계님, 나 왔어!”

둘의 목소리를 듣고 서리스는 들어오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열린 문으로 오늘도 활기차 보이는 둘이 보였다.

도로시와 서발광이 들어오자 서리스는 둘을 데리고 안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도로시가 신난 표정으로 묻자 서리스는 의자를 하나 빼서 앉았다.

“내 이야기를 조금 해주려고.”

이에 두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동안 서리스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워낙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서리스를 보고 도로시마저도 얌전하게 앞에 앉았다.

“서리스, 이야기해 줘.”

준비되었다는 양 서발광이 말하자 서리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리스의 강함은 비이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구태여 이를 묻지 않았던 것은 서발광과 도로시가 서리스를 믿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서리스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비록 회귀와 관련된 부분은 빠져 있었지만.

두 시간을 꼬박 들여 이야기한 서리스는 둘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두 사람이었기에 서리스가 자신에 관한 걸 말해 준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그 이야기를 들을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별, 그랬었구나.”

서발광이 서리스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이제야 다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나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

도로시는 검은별을 직접 심은 마왕의 딸인 만큼 아는 부분이 있었는지 그리 말했다.

“다들 쉽게 받아들이는구나.”

이렇게 쉽게 받아 줄 줄은 몰랐던 서리스가 의아함을 보이자 둘 다 미소를 지었다.

“서리스가 하는 말이니까.”

“직계님 말이면 무조건 믿어.”

깊은 신뢰를 보이는 두 사람을 보고 서리스는 한차례 헛웃음을 흘렸다.

“고맙다.”

이런 신뢰가 있었기에 서리스는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최흉으로 간다는 거야?”

서발광이 묻자 서리스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맞아. 내 다음 목표는 최흉이야. 오늘 중으로 이동할 생각이고.”

“그걸 우리한테 말해준 이유는 그런 거지?”

그리고 서발광은 이 또한 눈치채고 있었던 듯하였다.

“그래, 이번에는 너희를 데려가지 못할 거 같다.”

서리스가 서발광이 눈치챈 것이 맞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왜, 직계님? 우리도 강해졌어.”

도로시가 서리스를 향해 묻자 그는 아주 잠시 침묵했다.

그 말 대로 도로시와 서발광은 무척이나 강해졌다.

둘 다 6성 초입에 올랐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서리스와의 격차는 역시 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도로시와 서발광 둘 다 섣불리 따라간단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힘든 것보다 서리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너희 두 사람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이는 서리스의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 다녀올게.”

서발광과 도로시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그러곤 곧 동시에 웃기 시작했다.

“응, 다녀와.”

“직계님, 돌아오면 내가 더 강해져 있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서리스 또한 따라 웃고 말았다.

“고맙다.”

감사 인사를 한 서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출발할 생각이야?”

서발광이 의아하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출발할 생각이야.”

“어디부터?”

그 답은 간단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곳부터.”

펜타니엄이 맞서는 최흉, 끝없는 초롱.

서리스는 그곳부터 갈 생각이었다.

“어떻게 가게?”

서발광이 되묻자 서리스는 검은색 펜던트를 쥐었다.

“그런 부분으로 도와줄 사람이 하나 있어.”

서리스의 말과 함께 검은색 펜던트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서리스의 옆에 공간이 열리며 새까만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여성이 걸어 나왔다.

다름 아닌 흑마녀였다.

“이쪽이 거기까지 데려다 줄 거거든.”

흑마녀가 등장하자마자 도로시와 서발광의 얼굴이 한차례 굳었다.

흑마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세계 침식의 기운이 둘을 저절로 물러나게 했기 때문이었다.

몸에 박혀 있는 조건 반사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서리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 일단 동료야.”

동료라는 말에도 흑마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위의 뜻에 움직이는 사념은 뜻일까.”

개구리 떼가 아니라 실제 모습으로 보니 바로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는 그녀였다.

“그만 가볼게.”

그 말을 하자마자 서리스의 앞에 검은색 공간이 지이익하고 열렸다.

그것을 보고 서리스가 뒤를 보자 서발광과 도로시가 양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워너힐 아카데미에는 머지않아 돌아오게 되리라 생각하며 서리스는 공간 너머로 발을 내뻗었다.

그 순간 서리스의 시야가 바뀌었다.

워낙 나무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어서인지 제대로 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속.

거기에 초록색의 초롱들이 여럿 채워져 있는 숲을 보며 서리스는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만 벌써 몇 번을 들어 왔더라.’

이제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끝없는 초롱에 소가문 가주로서 들어왔었으니까.

‘그때는 비록 지시밖에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흉을 본격적으로 흡수하려면.’

그 중심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서리스의 손아귀에 악스판시온이 쥐어졌다.

‘그러니 그 전에.’

서리스는 자신이 더 강해질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죄다 잡아먹어 주마.”

서리스의 두 눈동자가 흉흉하게 빛났다.

끝없는 초롱은 작은 주인과 큰 주인 등, 수많은 주인이 살아가는 곳이다.

즉, 이곳에는 마굴 급 주인들이 수없이 많이 넘쳐나고 있다는 소리였다.

쿠구구구구궁!

그 순간 서리스의 앞쪽에서 뭔지 모를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서리스의 검은별은 마수에게 있어 가장 탐스러운 먹이다.

그렇기에 최흉의 마수들이 서리스의 검은별을 느끼자마자 이리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보고 서리스의 검은별이 더 강한 어둠을 뿜어내었다.

9성에 오른 경지와 아르마의 힘.

이 두 가지를 시험해 볼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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