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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17화 (217/275)

217화

화면에서 부딪치는 그림자와 얼음.

그걸 바라보며 서리스와 아이랑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분 다 실력이 좋네요.”

“둘 다 오대가의 자제이니까요.”

화면에서는 뮤리널과 제로가 맞부딪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제자리에서 싸우지 않고, 숲 전체의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애꿎은 수험생들이 거기에 휘말려 역소환되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 모르게 다른 수험생들은 조금씩 연합을 맺고 있었다.

저 둘을 이대로 뒀다간, 저기에 휘말려서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험관이 개인전을 보겠다 한 시점에서 좋은 선택은 아닐 텐데 말이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이랑이 아쉽다는 양 웃었다.

“그렇죠. 개인의 전투력을 보겠다 한 것이니 팀을 이룬 시점에서 감점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감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은 당장 뮤리널과 제로를 쓰러트려 놔야 한다고 판단한 걸지도 모른다.

만약 저기서 승부가 난다면 그 한 명을 자기들로는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콰앙!

그 시각 제로와 뮤리널이 서로에게서 거리를 크게 벌렸다.

제로는 뮤리널을 노려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개같이 강하네.’?

영성이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닌 것 같았다.

제로는 얼어붙은 오른쪽 어깨에서 통증을 느끼며 왼손에 쥔 그림자 단검으로 얼음을 깨부쉈다.

뮤리널은 제로가 보기에도 천재였다.

타고난 별부터 시작해서 근접 전투 센스까지.

몇 번이고 고비를 넘긴 제로는 거센 전투로 육체의 피로감이 강해졌음을 느꼈다.

그 사이 얼음이 깨지며 생겨난 안개 사이로 뮤리널의 얼음 검이 쇄도했다.

‘페이크다.’

제로는 단검으로 얼음 검을 받아치곤 즉시 옆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안개 사이로 튀어나온 뮤리널의 검이 제로의 검과 맞부딪쳤다.

챙강!

그러는 순간 맞부딪친 뮤리널의 검이 부서지듯 무너져 내렸다.

검을 맞받아치기 위해 힘을 줬던 제로는 그 탓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고.

뮤리널은 그 틈을 노려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학!”

마치 바위에 부딪힌 듯한 통증과 함께 제로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뮤리널의 발에는 얼음으로 세공된 부츠가 신겨져 있었다.

그녀는 무자비했다.

그러나 제로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어느새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허벅지 쪽에 그림자 단검이 박혀 있었다.

“으윽.”

다리에서 오는 통증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림자 단검을 뽑아 던졌다.

흘러내리는 핏물을 급히 냉기로 대충 수습한 그녀는 흰색의 숨을 내뱉었다.

‘제로가 이 정도였다고?’

샬롯의 쌍둥이 동생인 제로를 평소에 대련 상대로도 취급하지 않았던 그녀는.

제로의 생각 이상의 강함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펜타니엄 녀석들은 다 이런 건가?’

그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로를 보곤 검을 꽉 쥐었다.

생각보다 그에게 너무 힘을 쓰고 있다.

이래서는 자칫하다가 다음 전투할 기력이 안 남을 수도 있었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숲속 사이로 수상한 기척들이 다수 몰려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제로와의 전투의 너무 집중했던 걸까.

그녀는 어느샌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여러 인기척을 느끼며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수험생 중에 연합을 한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바보들인가?’

개인전이라는 뜻도 모르는 건지.

하지만 그들은 지금 당장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뮤리널의 시선이 제로에게로 향했다.

제로 또한 그 기척을 눈치챘는지 그림자 검을 쥐며 주위를 흘겨보고 있었다.

“제로.”

뮤리널이 그를 부르자 제로가 이쪽을 보았다.

“지금부터 전력으로 부딪칠 테니까. 너도 전력으로 와.”

그 말을 듣고 제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뮤리널도 주위 상황을 눈치챘을 텐데, 전력으로 부딪치자는 소리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제로는 아까 전 오릴드 때가 생각났다.

합을 맞춘 것은 아니나 방해 거리라 생각해서 그를 먼저 날려 버렸던 상황.

뮤리널의 발아래에서 일어나는 냉기를 보고, 제로는 그녀가 한 말의 속뜻을 눈치챘다.

“영악하긴.”

제로는 그림자 검과 그림자 단검을 교차하듯 쥐었다.

“간다.”

그러자 보기 좋게 신호까지 준 뮤리널의 얼음 폭풍이 제로를 향해 쏟아졌다.

그것을 본 제로는 바닥을 박차며 숲속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

뮤리널의 얼음 폭풍을 등에 업은 채 제로는 숲속으로 뛰어들었고, 거기에는 얼빠진 표정의 수험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악의적인 미소를 지은 제로는 그 즉시 한 놈의 머리를 짓밟곤 숲을 달렸다.

콰가가가가가각!

“으아아아악!”

“끄아악!”

그러자 뒤에서 얼음 폭풍에 휘말린 녀석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게 보였다.

‘뮤리널, 이 미친 녀석이.’

저 출력을 보아하니 딱 봐도 자기도 쓰러트리려고 얼음 폭풍을 쓴 게 분명했다.

“칫.”

아니나 다를까 뮤리널이 혀를 차는 것이 제로의 눈에 보였다.

그걸 보자마자 그는 바닥을 박차며 그림자를 일으켜 그녀의 다리를 묶었다.

그러곤 그녀를 향해 검을 내질렀고, 뮤리널은 이를 아슬하게 받아쳤다.

“야, 협력하자며!”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제로의 항의에 뮤리널이 발뺌하자 그는 이를 으득 갈았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그런 그녀를 제로가 걷어차자 뮤리널이 쭈욱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제로는 양손에 쥐고 있던 검을 지우곤 바닥을 손으로 내려쳤고.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시작된 그림자가 수십 마리의 늑대로 변해 튀어나왔다.

청운귀명술(淸雲鬼銘術)

일식(一式)

청운랑중(淸雲狼衆)

늑대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뮤리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배턴을 이어받듯이 숲 쪽으로 뛰어들었고.

이윽고 혼란에 빠진 수험생 한 명을 베자 그림자 늑대들이 그를 물어뜯었다.

당연히 그림자 늑대는 뮤리널도 공격을 해왔다.

이미 이를 예상하였던 그녀는 늑대의 턱부터 머리까지 검으로 꿰뚫어 주곤 유유히 물러났다.

“젠장, 저 녀석들이 우리를 알아차렸어!”

“전부 공격해!”

그러는 순간 드디어 제로와 뮤리널의 의도를 알아차린 수험생들이 숲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는 상당했고, 뮤리널과 제로는 어쩔 수 없이 한 자리에 뭉쳤다.

저래 보여도 월석 시험을 통과한 녀석들이다.

자칫해서 몰린다면 제로와 뮤리널이라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너희들 시험 다 탈락하고 싶어? 개인전이라는 말 기억 안 나?”

“너희한테 탈락당하느니 이게 나아!”

“전부 다 공격해!”

뮤리널이 슬쩍 회유해 보려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몰려오기 시작했고, 제로와 뮤리널은 등을 맞대었다.

“진짜 이것 때문에 나도 감점당하기 싫은데.”

“다 쓸어 버리면 어차피 감점이고 뭐고 없어!”

뮤리널의 투덜거림에 제로가 외치며 둘은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크학!”

제로가 제일 먼저 선두에 선 녀석의 턱을 후려침과 함께 그림자 단검을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그 틈에 다른 녀석이 제로의 옆을 노렸지만, 사선으로 솟아난 얼음 기둥에 맞고 날아갔다.

“하나 빚졌네.”

제로는 콧방귀를 뀌며 뮤리널의 발아래에서 올라온 손을 그림자로 묶었다.

그 사실을 안 그녀가 뒤늦게 냉기를 일으켜 땅속의 수험생을 그대로 얼려 버렸다.

“남 이사 빚지건 말건.”

둘의 호흡을 보고 팀을 맺은 이들도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싸우던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았던 탓이다.

“대가문 직계를 얕봐도 유분수지.”

뮤리널이 한 녀석을 꽁꽁 얼려 버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뭐든 협력이 기본이야!”

잇따라 제로가 한 녀석을 베어 가르며 외쳤다.

최흉은 혼자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하물며 천상사성조차 가문 없이 혼자서 최흉을 상대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대가문은 무(武)를 배움과 동시에 다른 이들과 협력하는 법도 배운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소가문을 지휘하는 것이다.

하나, 뮤리널은 제로를 못마땅하게 쏘아 보았다.

‘쯧, 사실 협력이라기보다는.’

제로가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게 맞았다.

왜냐면 뮤리널은 중간중간 적당히 도울 뿐.

제로의 움직임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짜증 나지만, 저 녀석…… 나보다 전투 경험이 많아.’

어디서 쌓았는지는 몰라도 제로는 타인과 호흡을 맞추는 게 무척이나 능했다.

오죽하면 뮤리널이 이런 난전 중에 편하다는 생각을 할 지경이겠는가.

‘자꾸 눈에 밟히게 하네.’

그러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검을 내지른 틈을 노리고 날아오는 비수를 발견했다.

난전 속에서 잠깐 방심한 것이다.

‘읏, 늦겠다.?’

검을 회수하고 있긴 하나 비수에 맞을 것이 확실한 상황.

그녀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자 비수가 닿는 곳에 얼음을 일으키던 순간이었다.

챙!

갑자기 앞에서 불쑥 튀어나온 제로가 그 비수를 쳐내었다.

회심의 일격이 실패한 수험생이 뒤로 빠지려 하자 제로는 그 즉시 단검을 던져 놈의 등을 맞췄다.

그의 팻말이 부서지며 사라지자 제로는 혀를 차곤 뮤리널을 돌아보았다.

“뭐하냐? 한 눈이나 팔고. 방금 거, 독이 묻어 있어서 그대로 스쳤으면 바로 탈락이었어. 멍청아.”

그녀는 제로를 보고 한차례 눈을 깜빡이다가 곧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탈락하면 너한테 좋은 거 아니야?”

“아, 썅 맞다!”

한순간 그 사실을 망각한 제로가 절규하자 뮤리널은 고개를 돌렸다.

대충 어느 정도는 정리된 모양이다.

“덕분에 탈락은 면했네. 고마워.”

“누구 놀리냐?”

“잘 아네.”

그리 말하면서도 뮤리널은 살짝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으아아아, 도망, 도망쳐!”

그러는 순간 비명 하나가 울려 퍼졌다.

제로와 뮤리널이 이 녀석들이 인제 와서 도망치려고 하나하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들은 곧 그 비명이 들려온 곳이 여기와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는 순간 숲에서 한 사람이 하늘로 날았다가 떨어졌다.

엉망진창으로 칼질당한 수험생은 끅끅 소리를 내뱉다 이내 팻말이 부서지며 사라졌다.

갑자기 일대가 침묵했다.

뮤리널과 제로를 공격하던 이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깨닫고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고.

뮤리널과 제로의 시선도 조금 전, 사내가 날아온 숲속으로 향해 있었다.

“……결국, 왔나.”

그리고 제로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또각하는 구두 굽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풀이 무성한 숲속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깔린 그림자 위를 걷는 탓에 난 소리였다.

스산한 기운이 숲 전체에 감돌았다.

“다들 예쁘게도 모여 있네.”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흑발이 살랑거렸다.

그녀를 보자마자 모두가 알아차렸다.

검성 펜타니엄 샬롯.

진짜 포식자가 등장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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