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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16화 (216/275)

216화

이번 1차 시험은 작년과 같이 별의 양을 체크하기 위한 월석이었다.

서리스는 지금쯤 시험을 치고 있을 세 사람을 떠올리며 1년 전을 회상했다.

“서리스 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고 계시는가요?”

저택을 찾아온 아이랑과 함께 생필품을 사러 왔던 서리스는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번에 말했던 동생들이요. 지금쯤이면 1차 시험이 다 끝났겠다 싶더군요.”

“그러고 보면 서리스 님은 가족을 잘 챙기셨죠.”

아이랑은 그런 서리스를 보며 자기 볼을 감쌌다.

“가정적인 남자시네요.”

서리스는 그저 짧게 웃음뿐, 별말 안 했다.

“동생분들이 신경 쓰이시나요?”

“네, 뭐, 둘 다 성격이 마냥 착한 녀석들은 아니라서요.”

십중팔구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서리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아이랑이 살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소녀가 몰래 구경시켜 드릴까요?”

“예?”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은 기본적으로 배치된 조교가 아니라면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입학도 안 한 애들한테 괜히 접근해서 헛짓거리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서리스는 수련 일정 때문에 조교 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나 물어봐야겠거니 했는데.

아이랑이 시험 참관을 시켜준다고 한다.

“방법이 있으십니까?”

“소녀가 누군가요.”

“윌즈베르크 아이랑 님이시죠.”

그녀의 이름을 말하던 서리스는 곧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가 바로 정보전의 대가인 윌즈베르크인데 이런 쓸데없는 의문을 왜 가졌나 싶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후후, 좋아요. 일단 적당히 장소를 옮기죠.”

서리스는 아이랑을 따라 곧장 이동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방으로 나누어진 카페였다.

“여기라면 남들 눈에는 안 띄겠죠.”

그리 말한 아이랑은 자신의 손 그림자를 만들곤 검지로 톡톡 탁자를 두드렸다.

그러자 그림자에서 불쑥 박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화악!

그 순간 박쥐의 눈이 서리스의 옆벽 쪽에 빛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쏘아낸 빛이 보여준 광경은 다름 아닌 입학 시험장이었다.

“여기서는 좀 안 보이는군요.”

서리스는 화면이 자기 옆에 생성되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랑 옆에 앉았다.

아이랑이 잠깐 흠칫하며 놀랐지만, 서리스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시험은 얼마나 진행됐나요?”

“……거의 끝나가는 거 같아요. 아, 마침 샬롯 양 차례네요.”

화면은 샬롯을 비추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 샬롯은 월석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환한 빛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엄청난 빛에 소란이 일어난 순간, 샬롯은 월석을 보다가 대뜸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 누구처럼 깨트릴 수는 없는 모양이야. ]

그 누구가 누구를 말하는지는 서리스가 가장 잘 알았다.

‘이번에 준비된 월석은 나 같은 경우를 대비해 더 질 좋은 것으로 준비했다고 했었지.’

그래서 이번에도 월석이 깨졌다면 더 난리가 났을 거다.

“다음은 제로 군이네요.”

그 뒤, 샬롯에 이어 제로가 월석 위에 손을 올렸다.

당연하지만 그의 별빛은 샬롯에 미치지 못했다.

제로는 그 사실이 많이 분한 듯했지만, 예전 같은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알리즈와 같이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소녀가 보기에 별로 걱정할 필요도 없으셨을 거 같은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의외로 어련히 알아서 잘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그러는 사이 시험이 끝났다.

보아하니 뮤리널은 이미 시험을 치른 듯하였다.

1차 시험은 볼 것도 없었다.

합격자 명단에는 당연히 세 사람이 올라가 있었다.

그사이, 탈락한 학생들이 울상을 지으며 시험장 바깥으로 나왔다.

안타깝긴 하지만 잔혹한 현실이었다.

워너힐 아카데미는 재능과 노력이 둘 다 필요한 곳이었으니까.

세계 침식과 맞서는 만큼 입학 커트라인이 절대 낮다고 볼 수 없었다.

[ 두 번째 시험 내용을 발표하겠다. ]

그러는 순간 조교가 입을 열었다.

[ 이번 두 번째 시험은 준비된 장소에서의 개인전 대련이다. ]

생각지도 못한 시험이 튀어나왔다.

[ 시험의 취지는 최근 잠식자와 조력자의 발생으로 인해 중요해진 개인의 무력 증명이다. ]

저 취지는 확실히 공감됐다.

서리스가 실제로 그러한 일들을 겪은 당사자였으니까.

잠식자와 조력자는 당장 아카데미 내에서도 생길 수 있었다.

또래와 싸우는 데 익숙해질 수 있는가 없는 가겠지.

[ 너희들은 지금부터 서로를 조력자 혹은 잠식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명씩 따로 채점을 할 예정이니 최선을 다하도록. ]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카데미 소속 마법사들이 시험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수험생들에게 동그란 팻말 같은 것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 너희는 거기 적힌 곳으로 이동될 거다. 팻말에 붉은빛이 돌면 시험 시작이니, 한 명씩 이 문을 통과한 후, 거기서 대기해라. ]

그 상황을 지켜보던 서리스가 아이랑을 돌아보았다.

“아이랑 님, 이러면 시험은 더 못 볼 거 같군요.”

“서리스 님, 소녀가 바로 윌즈베르크 아이랑이래도요.”

그러는 순간 화면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곳은 어느 한 숲속이었다.

“설마.”

“물론, 이미 시험 내용을 알아낸 뒤, 저기에도 미리 보내놓았답니다.”

여기까지 준비해놓았을 줄이야.

“아이랑 님도 이번 입학시험에 관심이 많으셨었군요.”

“아, 흠흠, 그런 셈이죠?”

살짝 부끄러운 듯 웃는 아이랑은 자랑스레 가슴을 폈다.

“교관이 보기에는 악동이겠지만요.”

“윌즈베르크의 관점에서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랍니다.”

“저도 칭찬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서리스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번 연도 입학생들의 제대로 된 저력을 볼 시간이었다.

* * *

2차 시험장에 입장한 뮤리널은 팻말을 손으로 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아침에 제로랑 나눴던 이야기가 현실이 될 줄이야.

이래서 입조심을 해야 했었는데.

그녀는 재차 기다랗게 한숨을 내쉬곤 팻말을 보았다.

그러는 순간 때마침 팻말이 붉게 빛났다.

아무래도 전원 입장을 마친 모양이었다.

뮤리널은 얼음으로 세공된 검을 쥐었다.

조교들은 그저 최선을 다하라고만 했을 뿐, 정확하게 점수가 어떻게 채점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분명 처음 말했던 대로 여러 관점에서 점수를 채점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 봤자 어차피 개인전.’

많이 쓰러트리는 쪽 점수가 높을 거란 건 말 안 해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기에 뮤리널은 곧장 숲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한 소년이었다.

자신과 같은 나이인 그는 긴장한 기색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고.

뒤늦게 뮤리널의 등장을 알아차렸다.

“영, 영성!”

당황한 그가 목소리를 내었을 때, 그녀의 검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검이 그를 베어 가르자마자 생겨난 얼음이 그를 덮쳤고.

파직!

그가 완전히 얼어붙은 순간, 그의 팻말이 깨져 나가며, 바깥으로 역소환되었다.

“이런 거구나.”

아무래도 일정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팻말이 그 데미지를 흡수함과 동시에 바깥으로 역소환되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뮤리널은 더 거침없이 시험자들을 탈락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오싹한 감각이 그녀의 등골을 타고 올랐고, 그와 동시에 숲 저 너머에서 새까만 그림자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것을 멍하니 보던 그녀는 곧 천천히 미소지었다.

“샬롯.”

그녀가 동경하는 샬롯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샬롯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기대감 하나로 시험이고 뭐고, 그녀는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거기에 도착한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곳에 있는 건 샬롯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제로였다.

세 사람 정도를 박살 낸 제로는 뮤리널의 목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그 또한 눈살을 팍 찌푸린 채 그림자 검을 쥐었다.

“시험 치러 온 녀석이 무슨 헛소리냐? 당연히 나도 응시자니까 여기 있지.”

제로의 말을 듣고 뮤리널은 그의 그림자를 힐끗 보았다.

설마 지금 자신이 샬롯과 제로를 착각한 것인가.

그 사실에 허탈함을 느낀 그녀는 김빠진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래, 그럼 됐어. 너한텐 볼일 없으니까.”

그리 말한 뮤리널이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그녀의 발 앞으로 그림자가 송곳 형태가 되어 불쑥 솟아 길을 막았다.

그걸 본, 뮤리널의 눈이 확 찌푸려지자 제로는 검을 어깨 위에 걸친 채 말했다.

“뮤리널, 아까 시험관이 말한 거 잊었냐?”

최선을 다해라.

그 말은 곧 누구랑 마주치던 진심으로 싸우라는 소리였다.

지금 뮤리널이 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도주와도 같았다.

당연히 그런 그녀를 순순히 놓아줄 시 제로 또한 감점될 거라는 소리였고.

“내가 자비를 베푸는 거라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네?”

뮤리널은 한기가 담긴 낮은 목소리로 돌아섰다.

겁대가리 없이 감히 자신한테 덤비다니.

“샬롯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내가 봐줄 거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봐줘? 누가 누굴 말이냐.”

그 말과 함께 제로의 또 다른 손에 단검 형태의 그림자 검이 쥐어졌다.

“내가 할 소리를 네가 자꾸 먼저 하지 마라.”

제로가 그리 고하자 뮤리널은 헛웃음을 한차례 흘리며 표정을 굳혔다.

동시에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한기가 숲속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녀의 발밑을 시작으로 모든 게 얼어붙기 시작하며 막강한 냉기가 제로를 덮쳐왔다.

그 순간, 제로의 발밑에서 시작된 그림자 또한 순식간에 퍼져 나가며 뮤리널의 얼음과 힘 싸움을 시작했다.

마키나의 별과 펜타니엄의 별이 거세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몸 등장이다!”

그러는 순간 옆쪽 나무를 무너트리며 한 거한이 갑자기 등장했다.

같은 나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한 덩치를 가진 그는 한 손에 거대한 양날 도끼를 쥐고 있었는데.

그가 다짜고짜 뮤리널과 제로 사이로 끼어든 것이다.

그는 이번 입학 시험자 중 손에 꼽히는 인물 중 하나로 월하십인 아바리안 힐로즈의 사촌 동생.

아바리안 오릴드였다.

양날 도끼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과 함께 그가 바닥을 내려찍은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당연히 거기에 휘말린 건 뮤리널과 제로였다.

둘이 싸우려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대기한 그가 기회를 노렸다.

“하하핫! 오대가 녀석들도 별거 없구만!”

그가 그리 호탕한 웃음을 흘린 순간 차오른 연기 속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흠칫한 오릴드가 뒤늦게 반응하려 했을 때.

제로와 뮤리널은 마치 짜기라도 한 양 그를 향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이놈들 분명 방금까지 싸우려 하지 않았었나?’

분명히 그랬을 텐데, 호흡이 맞아도 너무 딱 맞았다.

“누가.”

“별거 없어?”

그 순간 두 사람이 각자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오릴드의 양손 도끼가 박살이 나면서 둘의 검이 동시에 그를 갈랐다.

“끄악!”

순식간에 팻말이 박살 낸 오릴드가 두 눈을 부릅떴다.

“……너네 사이좋았냐?”

그가 그리 말하자 제로와 뮤리널의 두 눈이 확 찌푸려졌다.

“개소리 마.”

“개소리 마.”

역시 사이좋잖아…….

오릴드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역소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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