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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13화 (213/275)

213화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 전까지 올라야겠다고 생각한 월하십인.

어느샌가 그 자리에 도달하게 된 서리스는 살짝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 때문에 저택에서 축하 파티가 열리는 와중임에도 내 표정은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서리스, 20살이 월하십인 자리에 오른 건 네가 처음이래! 세상이 다 놀랐데!”

서발광은 옆에서 열심히 떠들며 오히려 자기가 더 좋아했다.

부하 하나는 기똥차게 뒀다고 생각하면서 웃은 서리스는 자기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한 다른 친구들과도 인사했다.

“또 이렇게 앞서 나가다니. 이 속도면 이 몸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혀를 차면서도 축하해주는 이바드라도 있었고.

“서리스, 축하해. 내 동생 진짜 자랑스럽다.”

이제는 형제의 성장을 진정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알리즈도 있었다.

확실히, 이제 서리스는 또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20살에 월하십인.

서발광이 과장하긴 했지만, 세상이 놀라고 있는 건 진짜였다.

그러는 순간 축하식에 뜻밖의 인물이 방문했다.

열린 문으로 그가 등장한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서리스와 같은 월하십인이자 펜타니엄 직계 중 첫째.

검치 펜타니엄 락스카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그렇듯 무뚝뚝한 표정으로 안을 슥 둘러보더니 곧 서리스를 똑바로 바라봤다.

“축하한다.”

그는 의외로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열심히 뒤쫓아 오고 있다는 것도 잘 알겠다.”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가만히 있던 서리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곧 넘어설 겁니다.”

락스카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뒤, 등을 돌려 떠나갔다.

이제야 그의 눈에 자신이 들어오기 시작한 걸까.

확신은 못 하겠지만, 서리스는 락스카도 그날 대련 이후 어딘가 변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리스 님, 소녀도 축하드리러 왔어요.”

그 뒤 아이랑이나 다른 이들도 합류하며 파티는 더욱 떠들썩해졌다.

아이랑은 서리스를 보더니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서리스 님 이번에 새로 별호가 생기셨죠?”

“예, 부끄럽지만 검룡(劍龍)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서리스는 낯간지러운 기분을 느끼며 말해주었다.

천하월의 대행자인 아이즈가 서리스에게 말해준 별호는 바로 검룡이었다.

별호가 검룡이라니…….

딱 보아도 누가 이 별호를 추천했을지 눈에 훤했다.

‘아라만 님 짓이겠지.’

분명 자신의 용인화를 보고 붙인 것이리라.

“잘 어울리시는걸요. 서리스 님에게 딱 맞아요.”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리스가 부끄러운 듯 그리 말하자 아이랑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별호라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던 삶을 살았던 자신이다.

그런데 갑자기 별호가 생기자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검룡, 검룡이라.’

우습게도 이런 쪽으로도 용과 연관되는 건가.

용제도 그렇고, 용신도 그렇고.

어쩌면 정말로 자신은 그들과 엮일 수밖에 없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축하 파티는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다 못해 하늘이 새까맣게 되었고.

서리스는 저택 테라스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용제의 별이란 걸 알게 된 후 최근에 생긴 버릇 같은 것이었다.

뭐랄까, 용제의 별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단 제파림에게는 한 방 먹였습니다. 잘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치 보고하듯 서리스가 중얼거리자 용제의 별이 잠깐 빛났다.

용제의 숙원을 이어받기로 하고 몇 달이 지났다.

아직 그 숙원을 이루기에는 너무 멀어 보이지만 서리스는 자신이 차근히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월하십인이라는 위치에 오를 날이 올 거라고는 그조차 상상 못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끝에는 용신을 죽이고, 세상을 구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뭔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달리지는 않았었지.’

서리스는 늘 살기 위해 발버둥 치기 급급한 인생을 살아왔었다.

가문을 지켜야만 했고, 그에 따른 책무만으로도 벅찼으니까.

한평생 그렇게 살아서일까, 덕분에 목표 없이 사는 건 익숙했다.

이 몸에 막 들어왔을 때도 서리스는 그저 당장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었다.

그러다가 무(武)라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더 나아가 검은별이라는 의문점을 풀기 위해 워너힐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워너힐 아카데미에서 그는 여러 인물을 만났고.

검은별이 어째서 자신에게 있는지 알아냈으며.

소드란의 비원 또한 알게 되었다.

거기에 용제의 숙원을 이어받기까지.

정말 여기까지 오며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끝나고 나서의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지.’

자신이 언제 목표를 두고 오롯이 달려가기만 했던가.

살아가다 보면 또 목표가 생기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를 반복하는 게 인생이지.

큰 산을 넘으면 또 다음 산이 있는 게 세상이 아니던가.

‘계속, 계속 가보자고.’

서리스는 어깨를 하늘 높이 피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자 1층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을 한 잔씩 기울이는 이들이 보였다.

다들 참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도로시가 자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왔다.

때마침 그녀의 앞에는 발렌타인과 아이랑도 있어 두 사람도 이쪽을 보곤 손을 흔들어왔다.

내려와서 같이 한잔하자는 거겠지.

‘뭐가 되었든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이다.’

올해가 이제 넘어가고, 이듬해.

서리스가 알던 시점보다 이른 시점, 침공파 세계 침식자들이 인류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서리스는 그날에 맞서기 위해 오늘은 푹 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스무 살.

마지막 날을 보낸 서리스는 다음 해를 맞이했다.

* * *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봄이 다가왔다.

아카데미는 새해에 맞춰 짧은 방학이 시작되었다.

다들 이 시기에 맞춰 고향을 가거나 한다.

물론 본인 상황에 따라 아카데미에서 쭉 생활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만큼 개인 준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서리스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당장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니.’

주도적으로 상황에 끼어든 입장이니, 썩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 월하십인이 된 만큼 이번 전쟁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서리스도 꾸준하게 다른 이들과 연락하면서도 중간중간 신왕 그라말테 에이징과 회의를 했다.

‘전쟁은 차근히 준비되고 있다.’

남은 건 세계 침식자 쪽에서 움직였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지다.

그런 만큼 서리스는 세계 침식자의 동태를 살핌과 함께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훈련 중 주가 된 것은 바로 신룡월단이었다.

‘최근 익히기 시작한 이식.’

최근, 신룡월단에 온전히 집중했기 때문일까.

몸 내부로 흐르는 금강잔월의 기운이 보다 강해진 게 느껴졌다.

‘제파림에게서 흡수한 검은별도 이제는 슬슬 안정되기 시작했어.’

서리스는 내부를 살피며 손 위로 별을 끌어모아 보았다.

신룡월단을 익혀 나가며 서리스는 최근 금강잔월과 청운귀명, 그리고 검은별의 힘을 한 번에 모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원래도 세 개의 별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던 서리스다.

실제로 흑월귀명도가 그러했었고 말이다.

그런데 8성에 오르고 나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서리스가 세 개의 비기를 합쳐 다루던 흑월귀명도는 부족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거슬리는 점은 세 개의 별이 서로 분리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거였다.

이 말은 즉, 세 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만약 세 개의 별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언제나 세 별을 따로 나누어 운용하던 서리스는 손 위로 모인 별의 힘을 바라보았다.

파직―

그 순간 금강잔월과 검은별이 서리스의 손아귀에서 부딪쳤다.

튀어 오른 별빛에 놀란 청운귀명이 스르륵 사라지고, 이내 남은 두 별도 따라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서리스는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면 갈수록 내 몸의 별들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건 왜일까?’

마치 각자의 인격이 있는 것처럼.

서리스는 조금씩 별들의 성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금강잔월은 언제나 굳세고 고집이 세다.

청운귀명은 느긋하고 겁이 많다.

검은별은 욕심이 많고 자기주장이 심하다.

‘무슨 애들도 아니고.’

서리스는 헛웃음을 짓다가 금강잔월의 내부에서 뒤섞이고 있는 신룡월단을 떠올렸다.

신룡월단의 경우에는 아직 파악도 제대로 못 한 느낌이라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벽을 넘고, 또 넘어도 더더욱 아리송해지는 게 참 신기하네.”

알면 알수록 잘 모르겠다는 말이 왜 쓰이는지를 직접 체감하며 서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서리스!”

방문자의 타이밍에 맞춰 문을 열자 거기에는 서발광이 있었다.

오늘도 감겨 있는 서발광의 눈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딘가 반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제로가 왔데!”

제로.

그 이름을 듣자마자 서리스는 방 안의 달력을 보았다.

드디어 도착했나.

새 학기가 슬슬 시작할 시점.

그 말은 즉, 워너힐 아카데미의 대 이벤트가 곧 열린다는 말이었다.

워너힐 아카데미 입학시험.

과거 서리스와 서발광, 도로시가 함께 치렀던 시험이자 그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게 된 계기이기도 한 행사.

제로는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워너힐 아카데미를 찾았다.

하지만 서리스는 이러한 이유로 워너힐 아카데미를 찾은 이가 제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샬롯.’

일곱별 중 하나인 검성.

서리스가 보기에 검술 분야에서 또래 중 가장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도 입학을 위해 이곳에 왔을 것이다.

‘청랑단 때와는 다르겠지.’

그때는 제로만 시험을 계속 쳤을 뿐, 샬롯은 청랑단에 들어오지 않고 떠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샬롯은 분명 시험을 치르고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러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서리스는 샬롯이 어디까지 성장했을지 살짝 궁금하기도 했다.

‘이제는 걔와 부딪치기에는 내가 너무 나아간 것 같긴 하지만.’

스무 살에 월하십인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낸 만큼, 한동안 많은 이들이 서리스를 찾아왔었다.

주로 완전히 떠오른 별인 서리스를 취재하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서리스의 정보를 다루고자 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넘쳐나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한동안은 취재진 사절이라는 벽보까지 숙소 앞에 붙여야 했을 지경이다.

처음에야 그런 관심이 즐길 만했지, 이것도 반복되면 그저 시간 낭비와 피로감만 주었다.

‘요즘에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다 알아봐서는…….’

밖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서리스가 그렇게 피로함을 느끼는 사이 서발광이 달뜬 표정으로 말했다.

“도로시한테도 말해놨어! 우리 같이 제로 보러 가자.”

그러고 보니 청랑단에서 제로와 서발광은 죽이 꽤 잘 맞았었지.

주로 자신의 예찬론을 내뱉는 두 사람이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잘 맞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반가운 거겠지.

“그래, 그러자고.”

오랜만에 동생 얼굴이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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