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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00화 (200/275)

200화

콰아아아아아아앙!

터져 나오는 소음과 풍압 속.

휘둘러진 제왕의 검 앞에 망아꾼의 분신체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카학!?”

거기에 휘말린 망아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부러진 창을 쥔 채 핏물을 토해내며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망아꾼의 두 눈은 부릅떠져 있었다.

망아꾼은 딱히 자신을 숨기지 않으며 제 마음대로 살아온 세계 침식자다.

삼무제가 있을 당시에도 활동했었던 그는 지금 저 검술이 누구의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검제의 검을 배웠다고요?’

위력은 아직 그에 비할 바가 못 되나 상대의 검은 분명 검제의 것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서리스는 제왕월영도의 힘을 올리고자 계속해서 개량을 거듭하고 있었다.

저 검술은 이런 위력임에도 미완성이다.

그런 그가 저 검을 완성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탄생할 것이 분명했다.

“크윽!”

망아꾼은 잡생각을 치우고 허공에서 몸을 바로 했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저놈이 저 검을 몇 번이나 더 휘두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서리스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망아꾼이 도주하려고 몸을 틀던 순간, 추락하는 다르키우스의 몸 위에 거꾸로 서서 재차 자세를 잡는 서리스가 보였다.

두 다리의 힘을 준 채 몸을 낮춘 서리스는 망아꾼을 노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용인화를 했음에도 제왕월영도의 진짜 힘은 아직 전부 끌어내지 못한 건가.’

하지만 좀 전에 선보인 일수로 제왕월영도의 완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은 확실하다.

세계 침식자인 망아꾼조차 그 일격을 받아 내지 못하고 저 꼴이었으니까.

‘닿을 수 있다.’

갈 길은 머나 그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가려져 있는 게 아니었다.

이대로 꾸준히 나아가기만 하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쥔 손에 다시 힘을 주었다.

악스판시온 덕분에 그의 용인화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망아꾼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부풀어 오른 다리 근육과 함께 서리스가 다르키우스를 박찼다.

터엉!

그 위력이 어찌나 강했는지 그 거대한 몸체의 다르키우스가 한순간 추락을 멈추고 위로 떠 오를 정도였다.

서리스는 망아꾼에게 쇄도하며 검을 휘둘렀다.

채엥!

새로 만들어진 망아꾼의 창이 서리스의 검을 막아섰다.

짧은 교전을 이어가는 사이 어느새 지면이 가까워졌고, 서리스는 이대로 놈을 땅에 꽂아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망아꾼의 등 뒤로 검은색 깃털이 솟구쳤다.

펄럭!

망아꾼이 날개를 펼치며 호버링을 시작하자 추락하던 그의 몸이 허공에 우뚝 멈췄다.

자세를 바로 한 그가 몸을 회전시키며 창을 휘둘러 오자 서리스는 그 공격을 튕겨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과연 본체답게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날개를 펼치며 다시금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이대로 도주하려는 듯했다.

그런 그를 놓칠 생각이 없는 서리스는 다시금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저쪽이 하늘을 날아 도망갈 생각이라면 자기한테도 그에 대응할 방법이 다 있었다.

우두둑!

그 순간 서리스의 등 쪽 그림자가 찢기며 피막으로 이뤄진 날개가 불쑥 튀어나왔다.

서리스는 곧바로 두 다리에 힘을 주었고, 별을 폭발시키며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쩌엉!

그에 맞춰 서리스와 망아꾼이 다시금 하늘에서 충돌했다.

“날아왔다고요?”

망아꾼의 황당한 반응을 보며 서리스는 공중에서 날개를 펼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당연하지만 서리스는 나는 방법 따윈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애초에 날개를 다루는 법도 미숙한 그였다.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건 추락 속도를 줄이고, 공중에서 방향을 약간 트는 것뿐.

하지만 그 정도만 가능하다면 공중에서의 이동이야 어렵지 않았다.

허공에 그림자 발판을 만들어낸 서리스는 그걸 밟고 또 한 번 도약했다.

서리스가 다시금 득달같이 달려들자 망아꾼은 어쩔 수 없이 창으로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망아꾼의 창 주위로 주변 풍경이 서서히 일그러져 갔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서리스가 그 흐름을 끊어내려는 순간 망아꾼의 창이 늑대 형태의 마수로 변했다.

망아꾼이 쥐고 있는 창은 일종의 분신체였다.

그런 분신체 내부의 별을 폭주시켜 인위적으로 마수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커헝!”

서리스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수 늑대를 베어 가르는 사이 고도를 높인 망아꾼은 마구잡이로 마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처음 계획대로 서리스와의 전투를 피하고 도주할 속셈이었다.

당장 은신사를 잡아야 하는 마당에 그와 싸우는 건 도무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떼 같이 쏟아지는 마수들 속에서도 서리스는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망아꾼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는 듯 그의 돌진 속도는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았다.

“하아, 영 번, 당신이 나서야겠네요.”

그런 서리스를 보며 혀를 차듯 망아꾼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그 순간 서리스는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기운에 몸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고, 거기에는 언제 생겨났는지 모를 거대한 입이 그를 집어삼키려는 듯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를 보지마자 서리스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쩌억!

세상을 집어삼킬 듯 치솟아 오른 거대한 입이 서리스와 분신체들을 한입에 삼켜 버렸다.

순식간에 망아꾼의 영 번 분신체인 폭식에게 잡아먹힌 서리스가 놈의 입속을 나뒹굴었다.

“이건.”

혀로 짐작되는 바닥의 질척한 느낌과 함께 서리스는 분명 입속인데도 엄청난 크기의 광장처럼 느껴지는 내부를 둘러봤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크기인 걸까.

이런 분신체를 잘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쥐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별빛은 칠흑 같은 입속에서도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자신을 집어삼켜서 시간이라도 끌어볼 속셈인가 본데 이런 건 베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용인화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폭식을 베고 나가 바로 망아꾼을 쓰러트리겠다고 마음먹은 서리스는 그 즉시 영 번의 입속에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휘두른 검날이 영 번의 입속을 찢었다.

워낙 두께 감이 있는 녀석이라 한 번에 잘리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서리스는 반복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폭식의 입을 마구잡이로 베던 서리스는 잠시 후 뭔가 이상하단 것을 느꼈다.

아무리 베면서 앞으로 나가도 도통 바깥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새까만 폭식의 속살뿐.

밖이 보이기는커녕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공간. 서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이상한 점 하나를 또 발견했다.

자신이 배어 낸 놈의 살점에서 무슨 알갱이 같은 게 생겨나더니 이내 서로 이어 붙으며 순식간에 상처가 복구되고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서리스는 그대로 손을 뻗어 그 알갱이들을 한 움큼 잡았다.

그러자 그것들은 마치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개별의 생명체인 듯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하며 용인화 된 서리스의 손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이건.’

폭식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아니었다.

서리스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보이는 것은 오직 새까만 입안뿐.

그렇다, 사실 이 폭식이란 놈은 검에도 베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작은 개체 수천, 수억, 수십억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군집체였던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 한 마리가 끝없는 배고픔을 느껴 자신과 다른 주변 모든 것을 잡아먹는 공통된 성향을 지닌…….

“흑마녀, 공간 이동으로 도와줄 수 있겠어?”

서리스는 심상치 않은 상황에 자기가 파고든 살을 빠져나오며 흑마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흑마녀 쪽에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저쪽도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입술을 깨문 서리스는 혀처럼 보이지만 전부 폭식인 알갱이들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구구구구구―

그 순간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안 좋은 예감은 늘 적중하듯, 서리스가 시선을 옮긴 방향에서 검은 파도가 생겨나 이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 검은 파도가 전부 폭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꽈악 쥐었다.

세계 침식자를 상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그들을 초월적 존재라 칭하는 이유를 체감하며 서리스의 눈에서 금빛 안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들이 괴물이라면.

나 또한 괴물이 되어주리라.

악스판시온 속에 먹여 두었던 서리스의 별들이 그 순간 일제히 빛을 토해내었다.

* * *

서리스를 폭식에게 먹인 망아꾼은 하늘을 날아 유유히 그 현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폭식에게 먹힌 서리스는 지금쯤 거센 파도에 휘말려 분해 당하고 있겠지.

‘그러게 왜 욕심을 부려서는.’

자신이 거래를 제안했을 때 순순히 받았으면 좀 좋았는가.

영 번, 폭식은 망아꾼이 가진 최강의 카드다.

용신의 열쇠라 할지라도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할 거로 생각하며 망아꾼은 다른 곳으로 생각을 돌렸다.

‘지금 문제는 은신사와 흑마녀의 배신이죠.’

다른 분신체 쪽을 살펴보니 아직 인간들과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들은 분명 세계 침식자를 대적하기 위해 만든 아크단이라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놈들도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저쪽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분신체가 먼저 당할 확률이 높았다.

‘이러면.’

망아꾼은 분신체 한 마리를 매의 형태로 만들어내었다.

다른 쪽 세계 침식자에게 이 사실을 알릴 작정이었다.

그런 순간이었다.

그가 갑자기 흠칫하고 몸을 굳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망아꾼은 뱃속을 타고 흐르는 위기감을 오랜만에 느끼며 그 눈을 서서히 크게 뜨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지금 느껴지는 이 기세는 먼 옛날, 자기 세계가 멸망해 나가는 걸 저항조차 못 하고, 그저 바라만 보게 만들었던 그 존재와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 신?”

그가 뒤늦게 입을 연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저 멀리 산기슭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며 무언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망아꾼은 그 자리가 조금 전까지 영 번, 폭식이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갑자기 폭발음이라니.

뿌연 흙먼지 속에서 망아꾼이 두 눈을 부릅뜬 순간, 금색 안광이 허공에서 번뜩였다.

망아꾼이 뒤늦게 사태가 이상해졌음을 깨달았을 때, 드디어 흙먼지가 걷혔다.

거기에는 거대하고 새까만 용 한 마리가 있었다.

네 발로 대지를 짓누르고, 산보다도 더 거대한 덩치의 그 용은 무언가 아귀같이 생긴 것을 으적이며 씹고 있었는데.

망아꾼은 그것이 다름 아닌 폭식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용이 폭식을 먹고 있는 상황.

용신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그 위압감은 너무나 비슷해 망아꾼의 얼굴 위로 당혹감이 서렸다.

“대, 대체 뭐가.”

당황한 그의 입에서 혼잣말이 흘러나왔을 때, 망아꾼은 용의 겉표면 위로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저 용이 바로 서리스임을 깨달은 그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쿵쿵쿵쿵쿵!

그 순간 용이 이쪽을 향해 곧장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대지는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양 거칠게 흔들렸다.

오직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고 있는 용을 보며 망아꾼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오래전, 무기력하게 용신에게 당했던 그 날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썩을 새끼가!”

욕지거리를 내뱉은 망아꾼이 서리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놈은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짓이겠지만, 그는 지금 마구잡이로 폭식을 삼켰다.

“욕구밖에 없는 도마뱀 새끼에게 어울리는 최후가 뭔지 보여주마!”

그 순간 망아꾼의 검은별이 거세게 빛을 토해내었다.

그와 동시에 서리스가 만들어낸 용의 그림자 속에서 여기저기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망아꾼이 지닌 또 다른 능력.

분신 폭발.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폭식이 그 일대의 빛을 모두 집어삼키며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귓가를 강렬하게 때리는 소리와 함께 일대가 전부 날아갔다.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산과 숲, 들판은 온데간데없고, 메마른 황무지만이 저 멀리 펼쳐져 있었다.

“크흑.”

본인조차 그 폭발에서 벗어나지 못한 망아꾼이 연기를 해치며 몸을 바로 한 그 순간, 그는 폭발 때문에 부서져 가는 그림자 용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무너져 가는 그림자 용은 마치 용신을 자기 손으로 죽인듯한 쾌감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하, 하하!”

“뭘 처웃냐?”

그리고 그가 웃음소리를 낸 그 순간이었다.

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온 나직한 목소리에 망아꾼의 고개가 위로 젖혀진 순간, 서리스는 이미 검을 내려찍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이곳저곳이 찢겨 피투성이였다.

별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아까 전과는 달리 그 기척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의 기운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끝까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용신에게 아무런 저항도 못 했던 자신과는 정반대로.

그에게는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씨발.”

오랜만에 욕설다운 욕설을 내뱉으며 신룡월단의 기운이 담긴 서리스의 검을 바라본 망아꾼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최후가 이럴 줄 알았다면…… 세계가 무너져 내릴 때, 끝까지 발악하며 버틸 걸 그랬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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