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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51화 (151/275)

151화

호기심, 관심, 시기심.

테르넬 대련장에는 지금 복잡한 감정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서리스.

정작 본인은 다들 왜 이러는 건지 감도 못 잡고 있었지만, 그를 제외한 모두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쟤가 그 애지?”

“펜타니엄의 셋째.”

“단장님 동생이다.”

월석을 별만으로 깨트리고, 졸업생이자 정식 단원인 글라오스를 꺾었으며.

세계 침식자 세 명과 만나고도 생존해 돌아온 1학년생.

이 정도면 관심을 모으기 싫어도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가뜩이나 입학시험 때부터 서리스를 노리던 이들이 많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달아 큼직큼직한 사건에 휘말리더니 1학년 주제에 항상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언제나 무한 경쟁을 표방하는 워너힐 아카데미에서의 그는 무조건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여야만 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천옥지회에서는 말도 못 걸어봤지만.”

만약 서리스를 자기 소속 단으로 끌어들이는데, 공헌한다면 위에서 챙겨 주는 것이 많을 게 확실시된 상황.

그렇기에 모두가 서리스를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장소는 테르넬의 대련장.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의 이들이 가장 많이 속한 단이자.

육탄돌격의 무대포 성격이 많은 곳이었다.

그런 단의 특징 때문인지 그들은 탐욕이 그대로 드러나 번들거리는 눈빛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인기 많으시네요.”

어쩐지 자기가 다 뿌듯하다는 얼굴로 아이랑이 가슴을 펴며 말해왔다.

정작 서리스 쪽은 난처하기 그지없는 심정이었지만 말이다.

“제가 자리를 비운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야 난리가 났죠. 세계 침식자가 학생들은 물론 정식 단원들까지 조력자로 매수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거든요.”

망아꾼의 짓인가.

그가 한 짓으로 인해 알리즈가 폭주했던 걸 기억하는 서리스는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넘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독후님이 이 잡듯이 뒤져서 다 찾아냈다고 해요.”

윈터가 무슨 짓을 했을지 예상이 가는 서리스는 그들이 한 어리석은 선택을 떠올리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몇 가지 독을 조합해서 투약하면 그 대상은 자신이 잊고 있던 비밀까지도 알아서 술술 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엑스널 님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과 함께 서리스 님 혼자서 무장공주와 맞서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죠.”

“그게 그사이에 소문이 났다고요?”

“서리스 님이 있으신 장소에서 터진 섬광은 워너힐 아카데미에서도 보일 정도였거든요.”

그 이상 현상을 처음 발견한 이가 곧바로 위에 보고를 올린 모양이었다.

스타린이 윈터와 함께 바로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겠지.

“세계 침식자와 맞선 1학년생. 일주일 동안 그걸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어요. 선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서리스 님을 찾아다녔거든요.”

아이랑은 훈련장에만 다른 단원들이 열 번을 넘게 찾아와서 피곤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 폐를 끼쳤나 보다.

“그런 서리스 님이 지금 나타났으니 어떻겠어요? 그것도 마제님의 가르침 속에서 폐관 수련까지 하고 왔다는데.”

“관심이 안 모일 수가 없겠네요.”

“그렇죠?”

아이랑의 말을 전부 이해한 서리스는 따가운 시선을 달게 받기로 했다.

“네가 서리스지?”

그러는 순간 서리스의 앞으로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상당히 키가 작았는데, 목덜미부터 시작해서 손등 위까지 이어진 듯한 문신이 눈에 띄었다.

그런 그는 어째서인지 서리스를 삐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 열받게도 생겼네. 잠깐 좀 유명해졌다고 선배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마라.”

이건 또 뭐람.

설마 신종 권유 방법인가 싶어 남성을 가만히 보고 있자 그는 오히려 눈에 더 힘을 주며 서리스를 노려봤다.

빠악!

그러나 이내 그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잠시 몸이 굳었던 다른 이들이 정신을 차리며 금방 진압당하는 듯했다.

“아오, 이 자식이 갑자기 나설 때부터 알아봤다!”

“빅토르, 이 머저리야! 서리스는 테르넬로 무조건 끌어들여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걸 못 참고 시비를 걸어!”

“악아악! 어쩌라고! 내 알바냐!”

그는 꽤 유명한 인물들인 듯하였다.

단원들의 줄기찬 발길질 속에서 바닥을 나뒹굴다가 용케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앙칼진 살쾡이처럼 주위를 향해 이를 드러내다가 서리스를 향해 대뜸 손가락질하였다.

“서리스인지 시리스인지 잘 알아둬라!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내 앞에서는 전부 무의미하다는걸!”

“저게 덜 맞았나!”

“하하, 서리스 후배 님, 신경 쓰지 마! 미친놈이라서 저래. 쟤 별명이 미친개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선배들은 어떻게든 서리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선배들의 노력에도 서리스는 꽤나 묘한 표정으로 미친개라 불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 키에 가까울 정도로…… 그래, 서발광 보다도 작은 체구.

그리고 전신에 그려져 있을 거로 보이는 특이한 문양의 문신과 까무잡잡한 피부.

무엇보다 미친개라는 별명.

거기에 딱 떨어지는 인물은 단 한 명뿐이었다.

소수 민족 출신의 강자.

벌꿀오소리처럼 자기 기분이 상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성격.

대표적인 사건으로 천상사성이자 무황 강혼에게 뻗대다가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광견과는 다른 의미로 미친개 같은 이였다.

물론 그 성격 덕분인지 무황 강혼의 하나뿐인 제자가 되는 인물.

카론 빅토르.

서리스의 3학년 선배 되는 인물이었다.

‘이 사람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러고 보니 한때 워너힐 아카데미에 다녔었다고 했던가?

서리스가 기억하기로 그는 강혼에게 덤벼들기 전까지는 정말 별다른 소문이 없었던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과거가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가 강혼의 직속 제자가 된 후부터는 그 주목도가 달라졌다.

그는 강혼과 함께 세계 침식자와의 대전쟁에서 가장 앞장서서 적들을 분쇄하며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니까.

‘생각을 전혀 못 했기에 더 뜻밖이네.’

솔직히 빅토르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던 인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강혼에게 덤벼들 만큼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의 그를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거기다 딱히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도 없었고.

단지, 확실한 건.

‘약하네.’

동기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들이 적당히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명이라도 그를 제대로 제압하려고 마음먹으면 빅토르는 상당히 고전할 것 같았다.

지금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학생 단원 수준.

그가 어째서 강혼에게 덤비기 전까지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이한 사람이네요.”

아이랑도 저런 인물상은 처음 봤다는 듯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서리스를 테르넬로 권유할 생각은 안 하고 다짜고짜 적의부터 드러냈으니까.

당연히 특이한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냄새는 괜찮아.”

하지만 의외로 크라페 쪽은 그를 꺼려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들, 거기까지. 슬슬 대회를 시작할 거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

그러는 순간 이번 대회 담당 교관 한 명이 입구에서 걸어 들어오며 상황을 정리했다.

아무리 미친개라도 상급자의 말은 잘 따르는 모양인 듯, 빅토르도 교관이 나타나자 순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서리스를 향해 보이는 투기는 전혀 줄이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희는 1학년이지?”

“네, 그렇습니다.”

서리스와 아이랑 그리고 크라페는 처음 보는 학생들이었기에 교관이 묻자 세 명이 대답하였다.

그 대답을 듣고 그는 쥐고 있던 종이를 팔락팔락 넘기더니 세 사람의 이름만 확인해두었다.

그러면서 서리스를 힐끔 보았는데 아무래도 그의 소문을 교관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피곤해졌네.’

흑마녀 때는 사고였지만, 망아꾼 때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였기에 서리스는 조금 자중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후회했다.

물론 무장공주가 나타난 시점에서 그가 자중한다 한들 의미가 있었겠느냐마는.

“그럼 지금부터 테르넬 정기 대련 대회를 시작하겠다. 참가 인원수는 마침 딱 맞게 32명이니. 다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모두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 말한 교관은 곧장 첫 순서를 호명했다.

“1학년 펜타니엄 서리스, 2학년 마르칸 이델로니.”

설마 첫 대련부터 걸릴 줄이야.

“서리스 님, 잘하고 오세요!”

“갔다 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대련장에 오르게 된 서리스는 아이랑과 크라페의 응원을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강렬한 시선이 그에게로 내리꽂혔다.

이래서 첫 번째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는데.

가뜩이나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는 마당에 첫 순서로 등장하니 그 관심이 더 커진 느낌이었다.

소드란 시절 때는 이런 일로 주목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건만.

막상 이런 일이 닥쳐오자 서리스는 자신이 앞으로 생각보다 더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야, 반가워! 내가 그 펜타니엄 셋째랑 싸우게 될 줄이야!”

그러는 사이 이델로니가 환한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를 해왔다.

그는 한 학년 위의 선배다.

서리스는 몸에 밴 습관처럼 그를 따라 인사를 했다.

“예, 대련 잘 부탁드립니다.”

“오, 생각보다 훨씬 더 예의 바르네! 좋지! 나도 잘 부탁해!”

그는 서리스가 마음에 든 듯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대련 준비를 했다.

“테르넬은 무척 좋아. 이런 식의 정기 대련 대회도 열리니 또래 수준 확인이랑 이를 통해 실력 성장이 가능하거든.”

이델로니가 은근슬쩍 테르넬을 홍보해 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은 듯,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그래서 테르넬 단원들은 전부 강해. 학생 단원까지 말이야.”

그것이 테르넬의 강점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서리스가 보기에도 테르넬의 전력은 우수했다.

세계 침식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앞장서서 뛰어 들어가 일단 때려 부수고 보는 단 다운 면모랄까.

그 덕인지 단원들은 모두가 호전적이고, 강인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또한 테르넬 학생 단원답게 호전성 짙은 투기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서리스는 대회 교관이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며 악스판시온을 쥐었다.

‘내가 전력으로 해도 뒤끝은 없다는 거겠지.’

일주일 동안 가만히 앉아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거기에 타인의 시선이 갑자기 모이면서 그 또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왔었다.

“첫 대련 시작.”

그래서인지 본래라면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통해 실력을 숨겼을 서리스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그 리미트를 조금 풀고 말았다.

이미 상대가 호전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자신이 강하게 나가더라도 잘 버텨줄 거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서리스는 한가지 잊은 사실이 있었다.

육체와 영혼의 결함이 발생시키는 가장 주요한 문제는 영혼이 당기는 별의 힘을 육체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혼과 육체가 결함이 있는 이는 타고난 별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서리스의 경우에는 좀 예외로 볼 수 있었다.

그는 검은별을 포함해서 무려 세 개의 별을 지니고 있었고.

거기에 금강잔월의 운성조식과 같은 별을 당기는 힘을 강화하는 방법도 알고 있기에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훨씬 강한 출력을 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육체와 영혼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이 강한 힘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육체와 영혼의 합일이 마제란 이름이 보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마법으로 보호받던 대련장 외벽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서리스는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고,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는 대련장은 여전히 고요에 잠겨 있었다.

일합만에 기절한 이델로니가 후두둑 흘러내리는 벽의 잔해 사이로 굴러떨어졌다.

털썩.

그 소리가 대련장의 고요를 깬 순간 서리스는 생각했다.

‘좆됐군.’

자신의 별이 뭔가 많이 잘못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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