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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49화 (48/275)

49화

반짝거리는 셀리앙의 눈은 장기라도 받칠 기세였다.

끝없는 초롱에서 나오는 재료.

셀리앙에게 있어서 그만큼 감미로운 울림이 있을까.

약품을 만드는 데 인생을 바치고 있는 셀리앙에게 있어서 그건 보물들과도 같았다.

하나하나가 연구하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그런 재료들이었으니까.

끝없는 초롱에서 나오는 재료들은 일반적인 세계 침식의 부산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 하물며 작은 주인의 재료라니.

“거래하죠. 무조건하죠!”

셀리앙이 자리를 박차며 외치자 서리스는 쓰게 웃었다.

한결같은 녀석이라 안심했다.

‘분명 오를레에서 받는 지원금도 죄다 재료를 사 모으는 데 쓰고 있겠지.’

그러니 가게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제일 값싼 부지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약품은 어떤 걸로 주문하실 건가요!”

말만 하라는 셀리앙을 보고 서리스는 약품 상자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셀리앙은 약품 상자 위로 고개를 불쑥 내밀더니 곧 알아차렸다.

“레투앙 형 거네요.”

“그래, 네 형이 나를 독살하고자 만든 약품이다.”

독살.

같은 가족 입장에서 듣기에도 거북할 말이 나왔지만, 셀리앙에게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 그래요?”

마치 남의 일이라는 양.

셀리앙은 약품들을 쭈욱 확인했다.

“여기 있는 것들은 독이 없는데요.”

그러곤 독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순간 서리스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하지만 네 눈에는 보이는 게 있겠지.”

“신기하셔라. 제 눈에 대해 꽤 자세히 아는 분이네요!”

약품 속 깊숙하게 묻어 있을 레투앙의 악의가 그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셀리앙은 부정하지 않았고 서리스도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몇 개 들고 올 거야. 그중에서 독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주면 돼.”

혹시나 하여 한 번 떠본 거였지만.

셀리앙은 여전히 자기 가족들에게 전혀 관심 없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레투앙이 이 건이 밝혀져 문제가 되든 말든 전혀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약품은 지금 여기 있는 전부 상위 호환으로.”

“이것 또 어려운 주문을.”

어렵다는 말에 비해 그의 웃음은 너무도 천진난만했다.

그럼과 함께 그는 약품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러곤 대뜸 자신의 앞에 있던 그릇에 약품을 들이부었다.

“자, 이 아이는 어떤 아이로 바꿔 볼까요.”

곧이어 콧노래와 함께 셀리앙의 만병약학주가 시작되었다.

이미 완성된 약품의 성질이 바뀌고 새로운 형식이 덧씌워지는 기이한 광경.

만병약학주(万甁藥學主)

재료만 있다면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를레의 비기.

그 비기는 셀리앙이란 천재에게 있어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그 증거로 셀리앙이 만병약학주를 마쳤을 때.

그의 손에는 너무도 손쉽게 별빛으로 빛나는 포션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그건 누가 보아도 레투앙의 것을 한참 뛰어넘은 물건이었다.

‘매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드는 녀석이라 이런 취급이지.’

그는 이런 오지에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성된 천재.

그것이 오를레 셀리앙이었다.

광인이라는 특이점과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들이 어우러져.

그의 천재성이 갉아 먹힌 탓에 이런 곳에 있게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정확히는 오를레 내부에서 이 녀석의 재능을 알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그들은 그의 재능에 오히려 두려움을 가지고 그를 밖으로 내쫓은 이들이었다.

오를레는 재능보다도 권력이 중심이 되어 가던 고인 물이었으니까.

결국 권력에 관심 없던 진짜 천재는 이런 곳에 버려져 있었다.

물론 천재는 결국 천재란 것인지.

후에 약성이라는 이름을 날릴 정도로 그는 아주 손쉽게 정상에 오를 테지만 말이다.

“이런 느낌이면 될까요.”

“충분해.”

이 이상도 없을 그거라는 듯 서리스가 나머지 약품을 건네자 셀리앙은 슥슥 약품을 개량해 나갔다.

“셀리앙, 너는 더 좋은 가게를 차리는 데 관심이 없나?”

개량 중 나온 서리스의 질문에 셀리앙은 어깨를 으쓱이었다.

“좋은 가게가 되려면 똑같은 것만 만들어야 하거든요! 전 양산에는 재주가 없어요.”

“가게가 좋아지는 만큼 더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을 텐데?”

“아뇨. 시간만큼 좋은 재료도 없으니까요.”

셀리앙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셀리앙은 제로와 동갑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건 서리스보다도 깊어 보이는 그였다.

‘그래서 신뢰했던 거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오기 전 셀리앙과는 나름 괜찮은 사이였다.

비록 그 기억이 이제는 셀리앙에게 없다고 하더라도.

편견 없는 셀리앙은 서리스에게 있어서도 좋은 기억이었다.

‘이제는 없는 일이 되어 버린 만큼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셀리앙과는 계속 거래를 하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끝없는 초롱에서 그가 필요로 할 재료를 반드시 구해와야겠지.

“다 끝났어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듯.

셀리앙이 개량을 마친 약품을 상자 속에 꼬박꼬박 담았다.

그러곤 서리스에게 건네주자 약품을 받은 서리스가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더 된다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부탁이 많으시네요. 뭔가요?”

재료만 구해 준다면 뭐든 해 주겠다는 듯한 그를 보고 서리스가 말했다.

“영약을 몇 개 좀 보여 줄 수 있을까?”

“어렵지 않죠.”

기왕 만난 셀리앙이다.

그에게 받는 영약은 A급 중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잘 고른다면 좋은 걸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 오세요.”

셀리앙은 자랑하려는 듯 곧바로 방문 하나를 열어 보였다.

거기에는 셀리앙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영약들이 수도 없이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미안, 시간이 없어서. 가능하면 성장 위주의 영약만 보고 싶은데.”

“앗, 아쉽네요! 그럼 그건 다음에.”

딱히 신경 안 쓴다는 듯 셀리앙은 성장 위주의 영약들을 쭈욱 보여 주었다.

역시 가방끈이 짧은 서리스가 보기에도 쓸 만한 게 잔뜩 있다.

‘이건 애들을 먹여도 되겠군.’

바깥에 있는 녀석들을 떠올리며 서리스는 영약을 셀리앙에게서 구매했다.

“그리고 한 가지 좀 특수한 걸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특수한 거라면요?”

서리스의 주문 제작의 셀리앙은 고개를 기울였다.

“육체가 별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영약 같은 거.”

서리스는 현재 5성의 영역에 올랐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5성은 별의 출력만으로 오를 수 있는 영역이지만.

6성부터는 별을 더 섬세하게 다뤄야 오를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서리스의 별은 검은별까지 포함해 무려 세 개.

폭력적인 별의 출력이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지금부터는 정말로 재능의 영역이다.

6성으로 오를 수 있냐 없냐가 천재인지 아닌지를 판가름시키니까.

“해 볼게요. 하지만 별이 그렇게 밖으로 풀풀 빠져나오시는 분이라. 복용 시 부작용이 있을 텐데요.”

“괜찮아. 내가 감안할게.”

서리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시고 전에 한 번 별을 확인만 시켜 주세요. 맞춤으로 해 드릴 테니!”

끝없는 초롱에서의 재료가 어지간히 가지고 싶은 듯 셀리앙은 팍팍 인심을 썼다.

서리스 입장에서도 그래 줬으면 하는 일이었기에 그는 바닥에 앉았다.

“검사를 받아 보신 적 있으신 모양이네요!”

“많이 받았지.”

소드란 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몇 번이고 받았던 시절 말이다.

지금에 와서는 씁쓸한 기억일 뿐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서리스 등 뒤에 앉은 셀리앙은 곧바로 그의 등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오를레의 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만병약학주.

또 다른 하나는 용해혈법(龍海血法)이라는 비기였다.

상대의 건강 상태나 전용 약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비기로 매우 유용한 기술이었다.

셀리앙은 처음에는 콧노래를 부르며 서리스에게 용해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 콧노래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셀리앙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무슨 이런 게 존재하냐는 듯.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 가기 시작했다.

“……별이 풀풀 흘러나오실 때부터 알아봤는데요.”

그리고 셀리앙은 손을 떼며 서리스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야말로 폭탄이시네요. 삐끗하면 별이 내부에서 폭발할 거 같아요.”

육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대량의 별.

조금 전 걸로 그걸 확인했던 듯 셀리앙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별을 가지고 계신 거죠? 애초에 움직이는 게 가능하신 게 신기하네요.”

“그 정도인가?”

“체감 못 하고 계시는가요? 육체 전부가 별로 가득 채워져 계시는데.”

검은별의 힘이 날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비기를 익히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요.”

금강잔월 이야기인가.

‘내 생각보다 더 아슬아슬했던 모양인데.’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한 번 연구해 봐야 할 듯싶었다.

잘못했다간 세계 침식이라도 터트릴라.

“이건 특효약이 필요하겠네요! 제가 열심히 만들어 볼게요!”

떠오른 게 있다는 듯 셀리앙은 신이 나서 말했다.

셀리앙에게 맡긴다면 괜찮은 게 나올 거다.

“부탁할게.”

부디 괜찮은 게 나와 주길 바라며 서리스는 약품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입구에는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리스가 나오는데 꽤나 오래 걸려서일까.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그들은 서리스를 보고 반겼다.

“직계님, 결국 뭘 하고 온 거야?”

가게 문을 닫고 나서야 다가온 도로시가 약품을 뒤적거렸다.

그러곤 곧 물약 하나를 들고 그녀의 몸이 굳었다.

“……직계님, 이거. 지금 진짜로 저 안에서 사 온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는 바다가 찰랑거리는 듯한 물약을 멍하니 보았다.

“다들 하나씩 받아.”

멍하니 있는 도로시를 두고 서리스가 셀리앙에게 구매한 영약을 꺼냈다.

“아카펠은 고령성단.”

몸에 깃든 별 자체의 힘을 강화하는 영약이다.

최근 별 소모량이 많이 는 아카펠에게는 가장 유용할 것이다.

“서발광은 옥혈선단.”

금강잔월을 터득한 서발광의 육체 능력을 끌어 올려 줄 영약이다.

“도로시는 백송설단.”

마왕화라는 특이한 비기를 지닌 도로시는 폭주가 잦다.

폭주하는 별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영약이었다.

“제로는 묵성강단이다.”

별이 더욱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영약이었다.

전부 셀리앙에게 각자의 특징을 말하여 받은 것들이니 잘 맞을 것이다.

“서리스 형은?”

“난 괜찮아. 다들 가기 전에 먹어놔.”

영약을 다 나눠 준 서리스를 보고 제로가 묻자 그는 신경 쓰지 말라는 양 대답했다.

자신의 것은 특제로 셀리앙이 만들어 줄 테니 나중 일이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서리스, 너…….”

아카펠이 갑자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서리스, 우리를 얼마나 생각해 주는 거야. 나 이런 거 아까워서 못 먹어.”

서발광이 울먹거렸고.

“서리스 형, 날 이렇게 생각해서.”

제로가 영약을 가슴팍으로 감쌌다.

서리스가 자신은 먹지 않고 다 베풀었다고 오해해 버린 것이다.

“직계님도 참, 멋대로.”

그 도로시마저도 살짝 감동한 듯 영약을 조심히 손으로 감쌌다.

흐음.

“그래, 다들 많이 먹어 놔.”

뭐, 됐나.

세상에는 하얀 거짓말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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