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494화 (495/763)

마키나의 드워프 공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을 선언하고, 더 나아가 에인스를 포함한 삼인방이 중심세력이 되어 이끌기 시작했다.

이 정도나 되는 고급 정보는 부르주 5세가 검열을 해도 제대로 걸러질 수 없다. 따라서 마키나에 혁명이 발발할 거라는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미네르바 제국과 다른 나라가 직접 심은 첩자 혹은 기자들은 마키나의 현황을 시시각각 보도했으며 드워프 공장들의 실태에 대해서 폭로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약 100년이 흘렀지만 악마 숭배자를 보듯이 아직까지 노예매매가 이루어지는 상황.

그러나 드워프 공장들의 현실은 말 그대로 '합법적인 노예'였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때문에 수많은 학자들이 비판하면서도 응원했다.

[혁명은 과연 성공을 끝을 맺을 것인가? 아니면 실패?]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드워프들은 제논과 만남을 가졌다는 소문이······]

처음에는 다들 혁명이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 논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묵혀있던 게 터진 거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드워프는 기본적으로 유쾌한데다가 인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종족이었으니.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마족 다음으로 좋을 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인내심마저 터뜨릴 정도로 공장들의 착취가 심했다는 뜻이다. 여태까지 보지 못한 사회 현상에 학자들은 연구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으나······

[마키나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다.]

점점 심상치 않은 일들이 발생했다. 정치가 불안정한 나라, 특히 혁명이나 내란이 발생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발을 뺀다.

이건 국제 사회를 조금만 안다면 상식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 거라 대부분 개의치 않아했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이다.

[드워프 공장들의 파업으로 인해 중단된 생산. 생산뿐만 아니라 연결 고리 자체가 무너지는 중이다.]

[해외로 도피하는 드워프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위험하다.]

[마키나와 거래를 하던 미네르바 제국의 상단 및 상회 또한 난데없는 재앙에 당황하여······]

생산 라인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뚝! 하고 끊겨버린 탓에 다양한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공급망이 단절된 건 기본이고, 그 공급망을 통해 무역 사업을 벌이고 있던 상단 및 상회가 줄줄이 도산되는 게 아닌가.

다른 나라보다 촘촘한 경제 구조를 통해 경제강국이었던 미네르바 제국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

대신 상층부도 바보가 아니어서 이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금리 및 관세를 낮춰 자국 상회들이 무너지는 걸 최대한 억눌렀다.

전에 말했듯이 금융을 관리하는 기관과 부서가 존재했기에 재빠르게 대비할 수 있던 것이다.

[거리로 내몰리기 시작한 실업자들. 주식의 하락세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줄줄이 덮치면서 마비 상태가 오기 시작했다.]

[공급 중단으로 인한 물가 폭등 현상. 그러나 일을 구할 수 없다.]

[미네르바 제국 금융 부서. 금리를 낮추는 건 바보 같은 선택. 금리를 올려야 된다.]

소용 없었지만.

미네르바 제국은 물론, 전세계는 현재 벌어진 상황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역사적으로 없던 사례도 아니고 특유의 경제력으로 무던히 버텼기에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헌데 이번에 발생한 사건으로 공들여 세웠던 탑이 와르르 무너지게 생겼다.

[악마 숭배자들이 퍼뜨린 위조 화폐로 인해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던 상황.]

[과거, 아스카날 사건으로 인해 군사들의 예산이 증가해······]

[확실한 원인은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원인'인지, 아니면 '도화선'인지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마키나에서 발발한 혁명이 '원인'이 아니라 '도화선'일 수도 있다는 것.

안 그래도 최근들어 국력에 타격이 간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졌던 미네르바 제국이다.

첫번째로 아스카날 사건 즉, 분노한 드래곤이 수도를 쓸어버릴 뻔한 사건이 있다. 붉은 사자이자 내 아버지가 군대와 함께 해결했다고 알려진 사건.

하지만 드래곤이 어떤 생물인가.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몬스터이지 않는가.

그런 몬스터가 난데없이 수도를 덮쳤으니 제국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 수준이 아니라 가히 천벌에 가까웠다.

브레스 한 방으로 수많은 건물이 쓸려나가고, 드래곤의 사체를 치우는 것마저 어마어마한 국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후의 처리도 마찬가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국의 상층부는 수도 방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쉽게 말해 9.11 테러급에 해당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몬스터가 실질적인 위협이었는데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으니.

[황권 다툼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한 번 발을 뺐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다행히 베리트 황제가 즉위하면서 다툼은 없어졌으나 한 번 발생한 정쟁은 사그라드는데 오래 걸린다.]

두번째로는 황권 다툼이다. 테르스 왕국은 '평민 의회'가 존재하여 정치적으로 다소 안정돼 있으나 미네르바 제국은 그렇지 못하다.

오직 황제에게 대부분의 권력이 쏠려있는 상황. 한 번 안정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다툼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다.

만약 미네르바 제국에게도 평민 의회가 존재했다면 큰 파동은 없었겠지. 그렇지 못했다는 게 한일 것이다.

[악마 숭배자가 퍼뜨린 위조 화폐는 전량 회수가 되지 않아······]

[동부에 발발한 기근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도 점차 오르고 있으며······]

[드워프가 해결해줬던 가공품들의 원재료가 쌓이고 있다.]

이외에 여러가지 사건사고들이 겹겹이 터지면서 미네르바 제국 입장에서는 '씨발'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나하나만 분리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지만, 마키나에서 혁명이 터지면서 연쇄 작용이 발발한 것이다.

안 그래도 최악인데 더 최악이 있다. 이건 전부 '미네르바 제국'에 한해서 발생한 사건들이라는 점.

[썰렁해진 벨루아 공국의 광장. 오늘도 투신한 투자자 및 상단주들의 시신을 치우는 경비병들.]

[테르스 왕국. 미네르바 제국과 마키나에서 받지 못한 군사물품으로 인해 몬스터들의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 인명 피해가 극심하다.]

[애니머즈.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으로 인해 민주주의 도입은 당분간 중단할 것. 식량 해결이 우선 과제.]

[알븐하임. 전세계에 발생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를 늘릴 것. 하지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 우려가 되어······]

[세이비어 교국.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회색 사막 원정대에 줄 보급이 부족하다.]

세계의 중심이자 경제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네르바 제국이 점차 무너지자,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해일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빈말이 아니라 미국발 대공황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폭삭 주저앉은 것과 비슷한 상황.

아마 사람들은 의아해질 것이다. 아니, 경제구조가 촘촘하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

미국의 대공황도 쌓이고 쌓인 것들이 터진 건데 고작 혁명이 발발한 지 며칠이 지났다고 이러는 거냐.

확실히 여파 자체는 대공황에 버금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다.

미국의 대공황은 공급이 수요를 너무 앞지른 바람에 발생했지만, 이번에 발발한 미네르바 제국발 공황은 그 반대였으니까.

또한 '종족' 간의 차이 및 '판타지'라는 구조가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낳는 바람에 생각치도 못한 국난을 발생시켰다.

[마키나는 종족 전쟁 이후 300년 동안 안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혁명은 그 안정성을 모조리 파괴했다.]

[드워프 공장들이 갖는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그 이상.]

보통 '기술력'이 강하다면 '군사력' 또한 강한 편이다. 반면 미네르바 제국은 경제력 및 군사력이 강할지언정 기술력은 드워프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굳이 기술력이 좋을 필요가 없는 게, 마법과 마나가 있어서 그다지 필요없다. 판타지답다면 판타지다운 기형적 구조다.

그러면 미네르바 제국이 마키나를 점령하여 기술력을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물을 수 있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족 차이 때문에 포기했다. 드워프는 장인의 종족으로 널리 알려진 인류.

드워프가 굴복하여 기술을 가르쳐줘도 인간들은 이거 뭐임? 먹는 거임? 이라는 촌극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드워프만이 가능했던 마법의 '기계화'도 마찬가지. 드워프 중에서도 '재능러'만이 가능한 일인데 인간들이 이걸 배운다?

쓸데없는 시간과 예산만 잡아먹을 뿐이다. 더구나 드워프들은 '대량 생산'까지 가능했기에 미네르바 제국으로서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약간의 이해를 위해 비유하자면 중국의 공장과 독일의 기술력을 합친 게 마키나다.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오는데 품질까지 최상이네?

이걸 안 살 거야? 정말 안 산다고? 네가 안 사도 다른 곳에서 사니까 알아서 해.

마키나는 종족전쟁 이후 300년 간 저런 태도로 깡패질을 했으며 미네르바 제국도 혀를 차며 받아들였다.

물론 '외교'에 한해서지 미네르바 제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다. 자극하는 순간 '명분'만 심어주는 꼴인데 할 리가 있나.

만약 지금처럼 공급을 뚝- 끊는다면 미네르바 제국은 빡칠대로 빡쳐서 전쟁을 선포했을 것이다.

심지어 원목과 채석 같이 단순 원자재 분야는 미네르바 제국이 마키나보다 몇 수 위에 서 있다. 인구빨이 있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마키나를 점령했어야 됐나?]

[그래봤자 독립을 외쳤을 것.]

[언젠가 터질 게 터진 것 뿐이다.]

특유의 판타지 세계관과 종족 간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기형적 경제 구조. 그리고 그 경제 구조를 흔들어 버린 사건사고들.

마키나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미네르바 제국은 무역 자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제력을 발전시켰고, 마키나는 여느 때처럼 드워프 공장들만 쥐어짰다.

전생에 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이 망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박살날 거라고.

여기서 대한민국이 미국급으로 크다고 보면 편리하다. 그 미국이 공급난에 시달려서 모든 물품의 가격이 대폭 상승시킨 참이고.

이렇게 말하니 그 여파가 상상이 잘 가지 않네. 구조는 달라도 여파는 대공황급이라 할 수 있다.

[마키나에서 혁명이 터졌는데 어째서 드워프제만이 아니라 일반 물품의 가격도 상승한 것인가?]

[며칠 전만 해도 30실버였던 물건이 오늘 50실버가 됐다. 드워프제는 아예 가격이 10배로 상승했다.]

[상승된 금리로 인해 실직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실직자들 중에는 고급 인력도 포함돼 있으며······]

마키나의 혁명을 필두로 전세계가 공황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상업 국가로 알려진 벨루아 공국은 날마다 투자자들의 시체를 치우고, 애니머즈는 식량이 부족하다.

알븐하임도 어떻게든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혈을 빨아먹고 있지만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

그나마 가장 피해를 덜 본 국가가 헬리움이다.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까지 반강제적으로 고립돼 있어서 무엇 하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번 일을 기회로 어떻게든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으나 택도 없는 수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이라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네르바 제국은······

"빨리······ 빨리 해결해달라고······ 이 무책임한 새끼야······"

"자. 자. 울지 말고. 일단 진정부터······"

"진정하게 생겼어?! 우리 제국이 이렇게나 망가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열하는 리나를 보듯이 꼴이 말이 아니다. 주식은 폭삭 내려앉았지, 투자 자금은 모조리 증발됐지, 물가와 금리는 멈출 줄 모르고 폭등하지, 공급은 해결되지 않지.

이게 대공황이 아니면 뭐냐.

심지어 악마 숭배자가 뿌렸던 위조 화폐조차 전부 환수되지 않았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던 시점이었는데 물가까지 상승해버린다?

뒷통수를 한 대도 아니고 두 대나 얻어맞은 격이다. 얼마나 아프면 평소 도도하던 리나가 울고 불며 매달릴 정도일까.

더군다나 나에게 새끼라며 욕까지 퍼붓는 걸 보면 멘탈이 제대로 무너진 모양이다.

"뉴딜! 책에서 봤어! 그 뉴딜이라는 정책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보아하니 미국도 그 정책으로 회복하는 것 같은데?"

책상을 내려치며 정신이 나가있던 리나가 획책이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 뜨며 나에게 물었다.

태양처럼 화사한 금발은 그대로지만,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잤는지 다크 서클이 생겼다.

나는 그런 얼굴을 보며 미안한 감정이 생긴 것도 잠시, 그녀가 언급한 뉴딜 정책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 쓴웃음의 뜻을 알아차린 리나도 화사한 미소가 아닌 절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왜······? 왜 안 된다는 거야?"

"미국의 대공황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문제였으니까. 반대로 이건 공급이 문제고."

"너희 세상은 이런 적 겪은 적 없어?"

"내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금이랑 똑같았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전세계적인 물자난. 설상가상으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의 여파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도 어떻게든 달러를 뿌리면서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으나, 러시아가 시원하게 뒤통수를 까버렸다.

한 술 더 떠서 뿌려댄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날마다 상승시켰다. 대한민국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얻어맞았고.

"보통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낮춰야 돼.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금리를 올리고 있잖아. 단순히 말해서 물건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야."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물건을 못 사면 안 되잖아. 국경 문제부터 시작해서 당장 몬스터라는 실질적인 위협도 있는데."

"그건 좀 문제긴 하네."

아까 길게 설명했지만 판타지 특유의 세계관이 또 발목을 붙잡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간단히 말해 국가는 '물건 사지 마!'라고 외치는데 사람들에게는 '우리 보고 몬스터한테 뒤지라고?' 것과 똑같다.

물건을 안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자니 돈이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셈이다.

"해결법은 간단해. 공급이 해결되면 끝이거든. 그 공급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마키나에서 혁명이 끝나거나······"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된다는 거지?"

"맞아. 어쩌면 뉴딜 정책이 통할지도 모르겠네. 국가가 직접 경제를 움직인다는 건 비슷하니까."

"오오······!"

희망이 생겼다는 기분에 안심이라도 된 걸까. 리나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기대를 모았다.

"물론 뉴딜 정책이 완벽하게 해결한 건 절대 아니야. 아까도 말했듯이 미국의 대공황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거든. 자국 내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었지."

"그럼 대체 뭐가 대공황을 끝낸 거야?"

"전쟁."

"이런 씹······"

전쟁이라는, 단순명료한 대답에 리나가 예쁜 얼굴을 와락 구기며 욕을 뱉을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에 전쟁을 벌인다? '절대 마르지 않는 수요'로 대공황마저 해결했던 전쟁을?

리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 미안하지만 전쟁 승리보다 베리트 황제의 머리가 날아가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으로서는 공황에서 벗어나기 힘들거야. 딱 한 가지, 마키나의 혁명이 일찍 끝난다는 걸 빼면은. 당장 공급망을 해결하려고 해도 그걸 위한 공급이 또 부족하니 힘들 거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됐으니까 뉴딜 정책이라는 것부터 알려줘."

"힘들 텐데······"

"됐으니까 내놔. 확 부리를 뽑아버리기 전에."

나를 무슨 황금 고블린, 아니 펭귄으로 취급하네. 그래도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 알려주긴 해야겠지.

아까 말했던 것처럼 뉴딜 정책은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사업. 공급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울릴지는 모르겠으나 방향성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내가 경제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닌데다가 이 세상의 경제 구조는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다. 나보다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 테니 알아서 잘 하겠지.

이에 나는 뉴딜 정책에 대해 알려줬다. 뉴딜 정책이라는 건 여러가지 개헌법이 통과되면서 등장한 용어다.

그래서 개념과 원리에 대해서만 간결히 알려줄 뿐,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건 아직 모라로부터 받지 않은 지식이었으니.

"······거야. 대신 아까도 말했듯이 마키나의 혁명이 먼저 끝나야 된다는 점. 이것부터 명심해."

"알았어. 그런데 대공황을 해결한 게 전쟁이라고 했었지? 대체 뭐 때문에 미국이 전쟁에 참전한 거야? 이건 좀 궁금하네."

"진짜 전쟁이라도 일으키려고?"

"난 목이 날아가는 건 한사코 사양이야. 대신 상황 자체가 비슷하니 알아놓아도 나쁘진 않겠지. 설마 이것도 안 알려주는 건 아니겠지?"

리나는 눈매를 날카롭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양심이 뒤지지 않았으면 당장 알려달라는 무언의 협박이다.

나 또한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양심을 팔아먹는 사람까지는 아니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스포일러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건 잊지 않았다.

"미국이 어째서 전쟁에 참전했냐면······"

대충 이해할 수 있게 모든 전후사정에 대해 알려주자.

"그, 그걸 왜 이제야 알려줘?! 너 진짜 빡대가리야?!"

"아니. 지금이랑 그건 다르지."

"달라도 상황이 비슷하잖아! 히틀러 같은 놈이 이 세상에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어?! 너 진짜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악마 맞지?! 지금도 세상을 종말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잖아!"

리나가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악마로 매도했다.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델리아도 이건 좀······ 이라는 표정이다.

"당장 종이 공급부터 해결 해야겠어. 넌 닥치고 글만 쓰고. 알겠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황궁에 잡아다가 글만 쓰게 하기 전에 입 다물어. 루미너스님도 이건 이해해주시겠지."

"··· ···"

나는 그저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리고 대공황에 비견되는 사태가 터진 지 며칠이 흐르고······

[스타비르크에서 강해지는 독립의 물결.]

[그들은 본인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강조하면서 미네르바 제국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

스타비르크 지역에서 독립을 외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히틀러가 되겠다는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민족자결주의에 대해 설명할 텐데 리나한테도 말해야 되나?'

또다른 폭탄이 남아있다는 게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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